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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생존-9화 (9/200)

9화.  토벌과 보상 (2)

【이름】 강재윤

【레벨】 6

【생명력】 40/40

【파투스】 23/23(↑1)

【스탯】

근력 5

체력 4

민첩 10(↑1)

지능 4

【잔여 스탯 포인트】 0

【코인】 114

재윤은 망설임 없이 보너스 스탯을 민첩에 분배한 후 아까 얻은 임무서를 펼쳐 수락을 눌렀다.

[당신은 크로거에 대한 C등급 지식을 보유하고 있어 이 임무를 수행할 자격이 있습니다.]

[현재 당신의 코인 잔액은 114입니다.]

[4코인을 지불해 임무 【크로거 토벌(E)】을 수락하겠습니까?]

“예. 수락합니다.”

[임무 【크로거 토벌(E)】이 수락되었습니다.]

[4코인이 지불되었습니다.]

[현재 당신의 코인 잔액은 110입니다.]

곧바로 임무 창이 생겨났다.

【크로거 토벌(E)】

-임무 수행 중 : 0/5

이제 크로거 다섯 마리만 해치우면 경험치와 40코인을 얻을 수 있다.

재윤은 곧바로 크로거들을 찾아 나섰다.

‘저기 한 놈 있네.’

크로거 한 마리를 발견한 재윤은 쾌재를 불렀다.

그런데 그 뒤쪽에 또 한 마리가 보였다.

그리고 그 뒤쪽으로 무려 세 마리 아니, 그보다 더 많았다.

“크르르르!”

“쿠우우어!”

다 합치니 언뜻 봐도 열 마리도 넘었다.

‘어떻게 된 거야? 왜 갑자기 크로거들이 떼로 나타난 거지?’

그것들 또한 재윤을 발견하고 달려오고 있었다.

‘저렇게 많으면 승산이 없는데.’

바람의 화살은 2미터 이내로 접근해야 유효 타격을 줄 수 있다.

말이 2미터이지 사실 거의 지척이나 다름없었다.

크로거가 한두 걸음만 접근해도 닿을만한 거리이니까.

그렇다 해도 두세 마리 정도는 어떻게 요리해볼 수 있겠지만, 10마리도 넘는 지금은 그것이 불가능했다.

섣불리 접근했다가 포위라도 당하면 끝장이었다.

‘일단 튀자.’

계속 뛰다보면 크로거들이 흩어질 때가 온다.

그때 각개격파를 하면 손쉽게 해치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재윤의 착각이었다.

크로거들의 숫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쿠아아아아!”

“쿠오오오!”

“크르르! 쿠아아!”

크로거들이 소리를 지르며 쫓아오니 어딘가 있던 다른 크로거들이 그 소리를 듣고 몰려온 것이다.

‘저 놈들이 오늘 작정이라도 한 건가?’

재윤은 정신없이 뛰었다.

민첩 10의 위력 때문인지 뛰는 속도가 빨라져 크로거들에게 따라잡히지는 않았지만, 소리를 듣고 사방에서 몰려오는 녀석들이 문제였다.

지금처럼 말이다.

“크르르!”

크로거 하나가 재윤의 앞에 나타나 입을 쩍 벌린 채 덤벼들었다.

그러나 재윤은 피하지 않고 달렸다.

이런 때를 대비해 바람의 화살을 소환해 두었으니까.

곧바로 날아간 화살이 크로거의 목을 꿰뚫었다.

퍼억!

약점을 포착한 정확한 일격!

크로거는 한 방에 쓰러졌다.

[1코인을 얻었습니다.]

【크로거 토벌(E)】

-임무 수행 중 : 1/5

재윤은 크로거의 사체를 훌쩍 뛰어넘은 후 쉬지 않고 달렸다.

혹시라도 뭔가 쓸만한 아이템이 드롭되었다고 해도 주울 틈이 없었다.

크로거들이 바싹 뒤쫓아오고 있었으니까.

고개를 돌려보니 언뜻 봐도 무려 30마리가 넘어 보였다.

‘젠장! 새까맣게 몰려오네.’

어디에 크로거들이 이토록 많이 있었던 것일까?

하긴 거리가 숲으로 변하기 전 크로거들이 사방에 득실거렸던 것을 보면 저 정도는 약과라 할 수 있었다.

‘최대한 멀리! 저놈들과 거리를 벌려야 해.’

재윤은 죽기살기로 뛰었다.

방향도 알 수 없었다.

끝없이 앞을 가로막는 낯선 숲의 수풀을 헤치고 또 헤치고, 그저 최대한 뛰고 또 뛰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른다.

그 사이 크로거들과의 거리는 좀 벌어졌지만 여전히 그놈들은 추격을 포기하지 않았다.

‘으! 대체 어디까지 쫓아올 생각이냐?’

숨이 벅찼다.

늘어난 민첩으로 인해 속도는 빨라졌지만, 민첩이 지구력까지 늘려주지는 않았다.

‘폐가 찢어지는 것 같아.’

그래도 멈출 수 없었다.

그나마 간신히 거리를 벌려놨는데, 여기서 멈추는 순간 금세 다시 간격이 좁혀질 것이다.

‘이제 레벨이 오르면 보너스 스탯을 체력에 분배해야겠다.’

크로거들의 공격을 피할 때는 민첩이 아주 유용한 능력을 발휘했지만, 지금처럼 오래 뛰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니 체력 스탯이 너무 아쉬웠다.

그런데 이렇게 숨이 차는 건 재윤만이 아닌 듯했다.

기를 쓰고 쫓아오던 크로거들도 하나둘 헉헉거리며 그 자리에 주저앉고 있었다.

‘저 놈들도 지친 게 분명해.’

재윤도 당장이라도 주저앉고 싶었지만 이를 악물었다.

이대로 조금만 더 뛰면 완전히 따돌릴 수 있을 것이다.

‘두고 보자. 조만간 다 죽여줄테니까.’

그렇게 다시 얼마의 시간이 지났다.

핏빛의 안개가 짙어지고 날이 어둑해질 무렵 재윤은 비로소 크로거들의 추격을 완전히 떨쳐버리는 데 성공했다.

‘으으! 정말 죽을 것 같아.’

이제는 때려죽여도 더 이상은 못 간다.

쉬지 않으면 폐가 말 그대로 터져버릴 지도 모른다.

그래도 재윤은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몇 번이고 주변을 살펴본 후 바닥에 주저앉았다.

“후우! 후우!”

한참 동안 숨 고르기를 하고나자 이번에는 갈증과 허기가 밀려왔다.

다행히 이런 때를 대비해 아까 챙겨둔 열매가 하나 있었다.

으적으적! 쩝쩝!

‘꿀맛이네.’

먹다보니 이 밋밋한 맛에 익숙해진 건지 지금은 세상에 이보다 맛있는 음식은 없는 것 같았다.

갈증과 허기가 금세 사라지고 몸에 기운이 돌아왔다.

‘휴! 이제 좀 살겠구나.’

그 사이 날은 더욱 어둑해져 있었다.

더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야 밤을 무사히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현관문이 부서졌다고 해도 재윤은 자신의 집에서 쉬고 싶었다.

잠도 자신의 방 침대에서 자고 말이다.

그러나 크로거들에게 쫓기며 방향도 모른 채 뛰다보니 이제 집이 어느 쪽에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더구나 지금은 안개까지 짙어져 시야가 좁아진 상황이라 설령 방향을 안다고 해도 돌아가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다 애써 따돌린 크로거들과 다시 조우한다면 골치 아플 것이다.

‘하긴 이제 집이란 게 의미가 없잖아.’

모조리 다 죽어서 텅 비어있는 집들.

남의 집에 들어간다고 주거침입죄로 잡혀갈 일도 없었다.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들도 다 죽었는지 모른다.

그건 곧 국가 자체가 사라졌다는 것과 다름없었다.

이런 세상에서는 더 이상 헌법이나 민법, 형법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원시 시대처럼 힘있는 존재가 모든 걸 지배하는, 악몽과도 같은 끔찍한 현실인 것이다.

‘모르겠다. 그냥 아무 곳이든 건물이 보이면 들어가 쉬자.’

어디든 들어가서 쉬면 내 집이나 마찬가지일 테니까.

재윤은 조심스레 수풀을 헤치며 걸었다.

그런데 그렇게 잠시 이동했을까?

“쿠우우우!”

전방에서 크로거가 포효하는 소리가 들렸다.

퍽퍽퍽!

동시에 뭔가를 마구 후려패는 소리까지!

핏빛 안개에 가려 아직 시야에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앞쪽에 크로거가 있는 것은 틀림없었다.

재윤은 즉시 그 자리에 멈췄다.

물론 잽싸게 바람의 화살을 소환하는 걸 잊지 않았다.

‘앞에 몇 놈이나 있는 거지?’

두 놈 정도까지도 크게 긴장할 것은 없었다.

하지만 아까처럼 수십 마리가 몰려 있다면 무조건 튀어야 한다.

그런데 그때 또 다시 들려오는 소리.

“다른 데 말고 머리만 노려요! 머리를 때려야 죽어요!”

순간 재윤은 귀를 의심했다.

‘이 소리는?’

크로거의 소리가 아니었다.

사람의 음성이었다.

“겁먹지 말고 어서 스틱을 휘둘러요! 아이고! 이러다 제가 죽습니다. 오래 못버텨요!”

잘못 들었나 했는데 아니었다.

굵고 강력한 중저음의 남자 음성이 다시 들려왔으니까.

‘사람이야! 사람이 살아 있어.’

귀에 왠지 낯익은 느낌이 들었는데, 무엇 때문인지 상당히 격앙되어 있었다.

그런데 한 명이 아니었다.

그 뒤로 들려오는 남자의 음성들.

“아, 이 새끼 더럽게 안죽네.”

“민철이 형, 조금만 더 버텨봐요.”

그들의 음성에도 뭔가 당혹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민철이라고? 설마 민철이 형?’

순간 재윤의 안색에 반가움이 스쳤다.

‘어쩐지 목소리가 낯익더니 민철이 형이 살아있었구나.’

재윤보다 두 살 연상인 동네 형 이민철.

직업은 헬스 트레이너.

그와는 어려서부터 친하게 지냈다.

PC방에서 게임도 같이 하고 성인이 된 후에는 술도 자주 마시고 그랬는데.

“크윽! 빨리 좀 어떻게 해봐요. 저 스킬 깨지기 직전이라고요.”

이민철의 다급한 음성이 다시 울렸다.

‘스킬? 지금 분명 스킬이라고 했어. 그럼 형도 각성한 건가?’

어쨌든 지금은 머뭇거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이민철이 크로거와 싸우고 있는 듯하니 당장 도와줘야 할 것이다.

재윤은 안개를 헤치고 소리가 나는 곳으로 달려갔다.

“민철이 형!”

“어? 넌?”

1미터 90센티의 건장한 체격.

트레이너답게 전신이 근육질로 이루어진 20대 중반의 남자 이민철.

선 굵은 외모로 인해 누가봐도 위압적으로 생겼다.

“재윤아! 너······! 너 살아 있었냐?”

이민철의 음성에 반가움이 묻어나왔다.

재윤도 이민철을 보자 무척이나 반가웠다.

그냥 자신 말고 살아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반가운 일이었는데, 친한 동네 형을 만나자 그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어, 형. 근데 지금 뭐 하는 거야?”

재윤의 눈 앞에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민철은 몸을 웅크린 채 서 있었는데, 그런 그를 크로거 한 마리가 두 주먹으로 마구 후려치고 있었던 것이다.

신기한 것은 그렇게 맞으면서도 이민철이 멀쩡하다는 것.

“으! 나, 나중에 설명할게. 지금은 상황이 좀 그렇다. 으윽!”

이민철은 다급한 표정으로 크로거 뒤에서 골프 스틱을 휘두르고 있는 남자들을 향해 외쳤다.

“빨리요! 저 지금 스킬 깨진다고요. 어서 이놈을 죽여요.”

한 명은 50대 초반, 다른 한 명은 20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두 남자.

“지금 치고 있는 거 안 보이나?”

“팔이 부러져라 휘두르고 있어요. 조금만 더 참아요!”

그들 또한 다급한 기색으로 골프 스틱을 마구 휘두르고 있었다.

‘저래봤자 안 죽을 텐데.’

만약 저걸로 타격을 주는 게 가능했다면 재윤이 망치로 내려쳤을 때 크로거의 머리가 깨졌어야 정상이었다.

물론 각성해서 뭔가 능력이라도 얻었다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오히려 각성자는 이민철이었다.

본래라면 그가 아무리 대단한 헬스 트레이너라 해도 크로거의 주먹 한 방 맞으면 멀쩡할 리가 없으니 말이다.

퍽퍽퍽-

정말 보면서도 믿기지 않은 일.

크로거가 작정하고 두 주먹으로 후려치는 것도 모자라 심지어 입으로 물어뜯는 데도 상처가 나지 않았다.

‘어떻게 저럴 수 있지? 저 형도 뭔가 대단한 각성 능력을 얻은 것 같은데?’

더 이상한 건 뒤에서 골프 스틱으로 후려치고 있는데도 크로거가 이민철만 공격하고 있다는 것.

어쨌든 지금은 그런 걸 이상해할 때가 아니었다.

다 죽어가는 표정을 보니 상황이 급박해보였으니까.

빨리 도와줘야 할 상황.

‘저 놈은 오른 쪽 옆구리에 약점 포인트가 있네.’

재윤은 잽싸게 타겟 포인트를 그쪽으로 위치시킨 후 바람의 화살을 날렸다.

푸확-

“꾸아아악!”

그러자 골프 스틱으로 그토록 후려쳐도 멀쩡하던 크로거가 단 번에 고꾸라져버렸다.

그 모습을 보고 이민철의 두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그의 앞에 있던 두 남자 역시 믿을 수 없다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재윤을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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