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생존하라 (1)
‘후우! 죽다 살아났네.’
재윤은 극적으로 괴물을 해치우고 살아남았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대체 이게 다 무슨 일이야?’
자고 일어났는데 갑자기 괴물들이 사방에서 날뛰고, 그는 각성을 했다.
그 각성의 능력으로 집안에 들어온 괴물과 싸워 간신히 이긴 것이다.
‘진짜 세상이 왜 이렇게 변한 거야?’
이제 재윤은 지금 상황이 꿈이 아닌 것은 충분히 알고 있었다.
방금 전 등짝이 찢어졌을 때의 그 끔찍했던 고통.
꿈이라면 수십 번은 더 깨어났을 것이다.
‘지금은 그 고통도 사라졌고.’
괴물에게 맞은 등짝이 찢어져 피가 철철 흘러내렸는데, 레벨이 오르는 순간 언제 부상을 입었냐는 듯 말끔하게 나았다.
정신 줄을 놓게 만들었던 끔찍한 고통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
“으아아악!”
“아아악!”
그때 밖에서 끔찍한 비명이 들려왔다.
누군가가 괴물에게 잡아먹히는 소리였다.
아까 봤지만 악어 머리 괴물은 한둘이 아니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지만.’
재윤은 입술을 깨물었다.
‘일단은 살아야 한다.’
넋 놓고 있다가는 어떤 꼴을 당할지 모른다.
천만 다행히도 각성이라는 걸 했다.
살아남으려면 그 능력을 최대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이름】 강재윤
【레벨】 2
【생명력】 40/40
【파투스】 18/18
【스탯】
근력 5[+]
체력 4[+]
민첩 5[+]
지능 4[+]
【잔여 스탯 포인트】 1
【코인】 1
【전투 능력】 바람의 화살(Lv2)
【생활 능력】 없음
【특성】 몬스터 지식 획득(S)
【보유 지식】 크로거(E)
‘보너스 스탯이 생겼네.’
레벨이 올랐지만 보통의 게임에서처럼 생명력의 최대치가 오르거나 하지는 않았다.
생명력과 파투스가 모두 회복되었을 뿐.
거기에 보너스 스탯이 1포인트 주어진 것이 달라진 점이었다.
각 스탯에 [+]가 생긴 걸 보면 이 보너스 스탯을 분배할 수 있다는 뜻.
‘겨우 1포인트?’
그러나 우습게 생각할 포인트가 아니었다.
이 1포인트를 어디에 분배하느냐에 따라 생존의 여부가 결정될 수도 있을 테니까.
‘근력은 올려봤자 소용없고.’
망치와 칼로 찔러도 데미지를 줄 수 없는 괴물들을 상대로 근력을 올리는 건 어리석은 짓이었다.
‘체력을 올리면 생명력이 올라가겠지.’
무엇 때문에 게임과 비슷한 상황이 펼쳐졌는지 모른다.
어쨌든 이런 경우 일단 생명력을 최대한 높여두는 것이 생존에 유리할지 모르지만.
‘그냥 지능을 올려?’
지능을 올리면 바람의 화살의 데미지가 올라간다.
근력과 달리 지능은 전투력을 높일 수 있는 스탯인 것이다.
‘아니야.’
재윤은 짧지만 깊은 고민 끝에 결론을 내렸다.
‘어차피 지능 1을 올려봤자 데미지가 크게 오르는 것도 아니고, 체력도 조금 올려봤자 괴물에게 맞으면 다 소용없어.’
한 대 맞아봐서 안다.
생명력을 조금 높인다고 해서 버틸만한 충격이 아니었다.
‘맞지 않는 게 최선이다.’
맞지 않고 능력의 재사용 시간이 돌아올 때까지 최대한 버티는 것!
그러려면 잘 피하는 능력인 민첩을 올려야 한다.
‘민첩에 분배!’
재윤은 상태 창의 민첩 옆에 있는 [+]버튼에 손가락을 슬쩍 가져다 댔다.
그러자.
[민첩에 보너스 스탯 1포인트를 분배하겠습니까?]
곧바로 음성이 들려왔다.
재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생명력】 40/40
【파투스】 19/19(↑1)
【스탯】
근력 5
체력 4
민첩 6(↑1)
지능 4
그러자 민첩이 6이 되고, 파투스라는 것도 1이 증가했다.
파투스는 전투 능력인 바람의 화살을 펼치는데 필요한 에너지.
이로써 재윤은 바람의 화살을 19번 펼칠 수 있게 된 것이다.
‘근데 파투스는 어떻게 회복하는 거지?’
소모된 파투스가 레벨이 오르는 순간 회복되는 건 이미 경험했다.
그것 말고 또 다른 방법으로 회복할 방법은 없는 건가?
안타깝게도 그에 대해서는 알 수 없는 음성도 아무런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일단은 파투스가 쉽게 회복되지 않을 수도 있으니 총알을 아끼듯 최대한 신중해서 사용해야 할 것이다.
어쨌든 민첩을 1 올렸더니 몸이 상당히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물론 실제로 괴물과 싸울 때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직접 겪어봐야 알겠지만 말이다.
그 밖에 또 하나 알게 된 내용.
【보유 지식】
-크로거(E)
재윤이 쳐다보자 설명과 함께 악어 머리 괴물의 그림이 환상처럼 나타났다.
* 크로거
-획득 지식 등급 : E
-크로거에게 주는 피해 5% 증가
‘방금 전 죽인 그 괴물이 크로거라는 놈인가 보네.’
크로거에 대한 E 등급 지식을 얻은 덕분에 재윤은 앞으로 그 놈들과 싸울 때 약간 유리해진 것이다.
데미지를 5% 더 줄 수 있게 됐으니까.
‘지식이라는 게 바로 이런 걸 의미하는 거였어?’
한 놈을 죽였는데 이런 지식을 얻을 줄이야.
재윤이 가진 특성인 몬스터 지식 획득(S).
설명을 보면 지식 획득 확률이 대폭 올라간다고 했는데, 아마도 그 특성의 능력이 작용한 모양이었다.
“크르르르!”
바로 그때 크로거 한 마리가 또 나타났다.
현관문이 부서진 상태라 놈은 곧바로 입을 쩍 벌리며 달려들었다.
“바람의 화살!”
재윤은 미리 화살을 소환한 후 놈이 2미터 이내로 접근하는 순간을 기다렸다.
붉은 십자 형상의 타겟 포인트가 불안하게 흔들렸지만, 이미 두 번 펼쳐본 경험이 있어 감을 잡았다.
‘침착하자.’
사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아무리 바람의 화살이라는 능력을 얻었어도 괴물이 달려드는 빠른 순간 중에 타겟 포인트를 정확히 잡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검도를 5년 이상 수련해온 재윤에게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왼쪽 눈!’
재윤은 크로거의 왼쪽 눈에 타겟 포인트를 위치시켰다.
동시에 오른손을 휘두르자 화살이 빛살처럼 날아갔다.
파악!
화살이 눈에 적중하자 크로거는 마치 거대한 해머로 머리를 맞은 듯 뒤로 나가 떨어졌다.
“꾸어어억!”
그러나 그렇게 뒤로 넘어갔던 크로거는 곧바로 벌떡 일어났다.
‘역시나 한 방에는 안 죽네.’
치명적인 급소 부위에 적중시켰으니 혹시라도 한 방에 보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아쉽게도 아니었다.
“크워어어!”
크로거는 머리의 일부가 함몰되듯 엉망이 된 상태에서도 여전히 흉포한 기세로 달려들었다.
어떻게 저런 상태로 살아있을 수 있는 건가?
하긴 달리 괴물이 아닐 것이다.
‘어떻게든 29초만 버티면 돼.’
재윤은 괴물의 공격을 피하며 거리를 벌렸다.
다른 공격은 통하지 않고 오직 바람의 화살로만 타격을 줄 수 있으니 재사용 대기 시간까지 버티는 게 관건이었다.
이것 때문에 보너스 스탯 1포인트를 민첩에 분배했다.
그래서일까?
약간이지만 놈의 움직임이 둔해 보였다.
물론 놈의 한쪽 눈이 날아가고 머리에 심각한 부상을 입은 탓도 있겠지만, 재윤의 늘어난 민첩도 톡톡히 한몫을 하고 있었다.
어느새 29초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무사히 지나갔다.
“바람의 화살!”
크로거의 오른쪽 눈에 타겟 포인트를 위치시킨 후 발사!
파악!
화살에 맞는 순간 크로거는 오른쪽 눈뿐 아니라 남아있던 머리도 터지듯 날아가버렸다.
[1코인을 얻었습니다.]
아까에 비해 훨씬 여유롭게 해치웠다.
재윤은 뿌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한편으로 다시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번에는 레벨이 그대로야.’
왜 그런지는 따로 설명을 듣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이 갔다.
게임의 방식대로라면, 다음 단계 레벨 업에 대한 요구 경험치가 그만큼 늘어서일 테니까.
【파투스】 17/19
파투스는 2포인트가 소모된 상태로 회복되지 않았다.
바람의 화살을 앞으로 17번만 쓸 수 있다는 뜻.
‘두 방에 한 놈씩이니까 최소 여덟 놈은 잡을 수 있어. 설마 그 정도면 레벨이 오르겠지.’
재윤은 일단 레벨을 하나라도 더 올려볼 생각이었다.
‘레벨을 올리려면 나가서 그놈들을 해치워야 한다.’
어차피 현관 문이 부서진 이상 집 안은 더 이상 안전한 장소라고 볼 수 없다.
차라리 나가서 괴물을 몇 놈이라도 해치우고 레벨을 올리는 것이 오히려 생존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레벨이 오르면 보너스 스탯을 얻게 된다.
또한 바람의 화살을 쓸 수 있는 파투스의 최대치도 늘어나게 되고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무작정 밖으로 나가는 건 죽음을 자초하는 짓이었다.
능력의 재사용 대기 시간 때문에 지금 재윤은 한 번에 한 마리의 크로거만 여유롭게 상대할 수 있으니까.
‘일단 이 건물에 있는 놈들부터!’
재윤은 거실 바닥에 떨어진 망치를 주워 들었다.
어차피 이 망치를 휘둘러봤자 크로거들에게 별 타격을 주지 못하지만 그래도 맨 손보다는 낫다는 생각이었다.
‘그나저나 두 분은 무사하실까?’
재윤은 문득 다시 부모님이 걱정되었다.
계속 좋지 않은 예감이 떠올랐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혹시라도 각성자가 되었다면 살아계실 수도 있겠지만.’
과연 자신에게 주어졌던 그러한 행운이 부모님들에게도 주어졌을까?
지속적으로 엄습하는 불길한 예감!
정말로 부모님들이 괴물들에게 죽었다면?
재윤은 그 상상만으로도 미쳐버릴 것 같았다.
‘속단하지 마! 아무것도!’
그래봤자 지금 이 순간 그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이럴수록 더욱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살아남아야 할 것이다.
‘제발! 괴물들을 피해 꼭꼭 숨어 계세요.’
재윤은 망치를 꽉 쥐고 현관을 나섰다.
그 순간 바로 옆집인 202호의 처참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젠장!’
현관문이 부서진 것은 재윤의 집과 동일했다.
다른 것이 있다면 거실에 두 명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다는 것.
그들은 최근에 이사 온 신혼부부였다.
둘 다 가슴 부위가 심하게 훼손된 채로 죽어 있는 걸 보니 크로거들이 특정 부위 즉, 심장을 즐겨먹는 것이 분명했다.
‘이 미친 괴물 새끼들! 다 죽여버린다.’
재윤은 핏발 선 눈으로 202호 안을 살폈지만, 크로거는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이곳을 이 지경으로 만든 크로거가 재윤에게 죽은 두 마리의 크로거 중 하나일 수도 있었다.
‘위층들부터 살피고 아래로 내려가자.’
재윤이 사는 집은 지하 1층, 지상 4층으로 이루어진 다세대 주택 건물의 2층에 위치해 있다.
각층마다 두 세 대씩 도합 10세대가 살고 있는 것이다.
‘비명소리도 없는 걸 보니 다 죽은 건가?’
아까까지는 건물 밖은 물론 위아래 층에서도 살려달라는 비명이 계속 들렸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소리조차 없었다.
“바람의 화살!”
3층 계단을 오르며 재윤은 화살을 미리 소환했다.
소환한 상태에서 오른 손을 휘두르기 전에는 화살이 날아가지 않는다.
그 사이 터득한 요령.
따라서 화살을 이렇게 미리 소환해두면 괴물이 나타났을 때 즉각 공격을 펼칠 수 있는 것이다.
3층에 오르자 301호와 302호의 내부가 동시에 눈에 들어왔다.
양쪽 다 현관문이 부서진 상태이고 집 내부는 아수라장이었다.
‘다 죽었어.’
크로거는 없었고 시체들만 있었다.
재윤은 한숨을 내쉬고는 4층으로 달려올라갔다.
그러다 막 4층 계단에서 3층으로 내려오는 크로거 한 마리와 마주쳤다.
“죽엇!”
재윤은 머뭇거리지 않고 타겟 포인트를 크로거의 머리에 위치시킨 후 오른 손을 휘둘렀다.
푸확!
화살은 정확히 날아가 크로거의 머리를 꿰뚫었다.
머리가 팍 터져나가며 크로거가 그대로 고꾸라졌다.
[1코인을 얻었습니다.]
곧바로 놈이 반격을 해올 것이라 예상해 잔뜩 긴장하고 있던 재윤은 고개를 갸웃했다.
‘한 방에 죽었네.’
어떻게 된 것일까?
하긴 크로거라고 다 같지는 않을 것이다.
인간 중에서도 신체 능력이 천차만별이듯 방금 죽은 크로거는 다른 놈들에 비해 체력이 유독 약한 녀석일 수도 있을 테니까.
“쿠오오오!”
문제는 그 뒤를 따라 모습을 드러낸 또 하나의 크로거였다.
놈은 계단 위에서 마치 날 듯이 도약해 재윤을 덮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