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화. < 때로는 옛 이야기를 (11) >
루드비히는 기억을 잃기 전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벨이 거두어주기 전 자신이 어떤 인간이었는지는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기억을 표백시켜야 할 정도였다면 필시 처참한 실패를 겪었을 것이다. 자신의 한심함에 절망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겠지. 하지만 두 번째 삶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벨이 선물해주었다. 삶 뿐만이 아니었다. 꿈을 꾸는 게 꿈 같은 이야기가 되어버린 세상에서, 그녀와 같은 꿈을 꿀 수 있게 해주었다. 자신에게 긍지를 품을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럼에도 또 실패했다.
마녀를 지키는 방패. 벨이 자신에게 붙여준 거창한 별명에 부끄럽지 않도록, 반드시 지키겠다고 맹세했다. 그 결과가 이거다.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뜯어고치지 않는 이상 자신의 한심함이 사라지는 일은 없을 거라고, 처절하리만치 체감했다.
이제 됐다. 어차피 몇 번을 다시 해봤자 똑같다. 한심한. 벨이 힘을 써서 구해줄 가치도 없었던 놈이었다. 자신은 아무 것도 해낼 수 없다. 애초부터 그렇게 정해져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도 다시 벨에게 억지로 구원받았다.
이지수에게 구원받을 자격이 없다고 한다면, 그런 자신을 죽여버리자. 방금 태어난 루드비히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을 막아!”
“루갈반다! 뭐하고 있어, 네 능력으로—”
여러 가지 음성들이 들려왔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그녀가 좋아하던 무대 위의 배우가 된 것처럼, 아무리 주변이 소란스러워도 우아하고 품위 있게. 즉 이야기 속에서 튀어나온 것과 같이 의연한 모습으로. 그래야만 그녀가 바라는 주인공, 루드비히 베리야에프였다. 루드비히가 망토를 펄럭이며 걸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모든 것이 뻔하디 뻔했다.
아직 여왕이 이 땅에 강림하기 전. 김유성이 이끄는 육영웅과 함께, 세상을 구하기 위해 수많은 심연들을 돌파해왔다. 이미 익숙하다는 수준이 아니었다. 김유성의 힘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인지쯤은, 코앞에서 수천 번을 분석해왔다.
그리고 지금 루드비히는 분석을 넘어 해석에 이르렀다.
“힘을 숨기고 있었어? 이전의 출력보다 배는 강하다?”
김유성이 전에 없던 폭렬의 기운을 머금고서 달려왔고.
“그게 어쨌다는 거냐.”
가면 뒤 루드비히의 눈동자가 빛났다. 해석 능력이 간파하는 건 진실이니 거짓이니 하는 사소한 것이 아니다. 현실 그 자체를 마지막 뿌리 한 줄기까지 모조리 까발려서, 이길 수 있는 미래를 강제로 도출한다. 같은 능력을 소유하지 않은 이상 제대로 된 싸움조차 성립하지 않는 일방적인 힘이었다.
“현상해석.”
금색의 빛을 머금고 있는 김유성의 검은, 루드비히의 망토자락에조차 닿지 못했다. 얼마만큼의 힘을 비축하고 있었던들, 얼마나 예리하게 투기를 가다듬은들 상관없다. 그런 사소한 문제 따위는 힘의 원리를 뿌리채 해석당한 시점에서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일이었다. 얼마나 손을 뻗든, 닿지 않는다.
그리고 루드비히가 들고 있는 패 또한 훨씬 늘어나있었다.
베리야에프. 백마녀의 이름을 계승한 것으로 얻게 된 소양. 지금도 온갖 마도의 고차원적인 지식들이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이해하기는커녕 적응하는 데만도 며칠이 걸릴 만한 정보의 양. 하지만 해석 능력을 지닌 루드비히에게는 일거에 먹어 치울 한 상의 만찬일 따름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소화할 수 있다는 것과 그것에 동반하는 고통은 별개의 일. 루드비히의 머릿속엔 당장에라도 터져버릴 듯한 과부하가 걸리고 있었다. 그 아픔이 오히려 좋았다. 이 모든 감각들이 바로 벨이 자신에게 남겨준 유품이었으니까.
그리고, 주인공은 어느 때에도 힘들다 징징대지 않는 법이다. 집중하며 정면을 바라보았다. 받아들인 지식을 실시간으로 해석해서, 지금 상황에서의 최적의 조합을 도출해낸다.
루드비히는 실소를 지었다. 이런 때에도 떠오르는 건 벨이 있었던 풍경의 추억이었다. 나는 작가가 될 거야. 그녀가 즐거운 듯 써내려 가던 이야기들이 떠올랐다. 마치 초등학생이 쓴 것처럼, 뻔하고 유치한 영웅담들. 뭐라고 했었나. 그녀의 서투른 문면은 지금도 한 글자 한 글자 또렷하게 떠올랐다.
- 투명 마법사는 졸라 짱 세서 마법사 중에 최강이었다. 마법은 눈에 보이지도 않아서 한 번만 쏴도 다 이겼다.
“웃기는 이야기야.”
그때는 기가 막혀 이게 무슨 소설이냐고 혹평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녀는 누구보다 솔직했던 것이다. 이런 거지같은 세상을 뒤집어 줄 주인공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자신이 동경하는 영웅의 모습을 노골적일 만치 순수하게 표현했을 뿐이다.
“눈에 안 보이는 데다, 한 번에 적을 분쇄하는 마법인가.”
그것도 나쁘지 않겠지. 루드비히의 손끝에서 새하얀 마법진이 격렬히 회전했다. 백마녀의 마도란 아무 것도 그려져있지 않은 백지. 한계는 오로지 계승자의 상상력에 따른다. 지금 그는 수십 수백 가지의 마법들을 해석하고 분해해, 지금껏 존재하지 않던 주문을 그 자리에서 창조해내고 있었다.
그것을 본 김유성의 표정에 위기감이 서렸다. 전투상황에 있어 모든 정답을 간파하는 용사의 심안이라고 해도,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은 해답을 미리 엿볼 수는 없다. 하지만 저것이 엄청나게 위험하다는 것쯤은 심안의 도움 따위 없어도 알 수 있었다. 김유성이 돌아보지 않고 동료에게 소리쳤다.
“루갈반다!”
“걱정하지 마라, 막아낼 수 있다.”
그리고 따악, 루드비히의 손가락이 허공에서 튕겼다.
“막아낼 수 있고 없고는 네가 정하는 게 아니지.”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무형의 주문은 예고 없이 작렬했고, 루갈반다의 능력으로 보호받고 있던 김유성은 쨍그랑 깨지는 소리와 함께 계단 저편으로 날아가 처박혔다. 루갈반다가 경악했다. 자신의 능력은 위력을 불문하고 세상의 온갖 간섭을 무시할 수 있을 텐데. 표정이 그리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루드비히는 친절하게 의문에 대답해주었다.
“해석했다.”
이내 루드비히의 배후에 어떠한 물건들이 떠올랐다. 벨이 자신에게 남겨준 유품은 백마녀의 능력 뿐만이 아니다. 언제나 벨의 등 뒤를 따르고 있던 아지랑이의 성도, 벨이 페이지를 넘기면 온갖 마법을 쏟아내던 이야기의 정령도 함께였다.
“이지수우우우우!”
김유성은 다시금 계단을 달려 올라왔다. 용사의 의지는 불굴. 온몸의 뼈가 부러진다 한들 그 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이지수? 사람을 잘못 봤군.”
루드비히는 입가를 이죽이며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한 방에 끝내지 못했다. 상대가 김유성이니 뭐니 하는 건 변명이 되지 못했다. 아직 자신이 부족하다는 증거였다. 그것이 증오스러웠다. 이윽고 루드비히는 자기 자신의 존재를 담금질하려는 듯이, 최초의 용왕과 최강의 용사를 동시에 상대했다.
“대체….”
그리고 피투성이로 굴러떨어진 김유성이 루드비히를 올려다보았다. 이미 김유성과 루갈반다 양쪽 모두 싸울 수 있을 만한 상태가 아니었다. 궁지에 몰린 용사의 기적적인 각성이니 뭐니 하는 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미 한참 예전부터 김유성은 더 이상 없을 궁지에서, 한계 이상의 힘으로 싸우고 있었으니까. 패배한 용사가 이글거리는 눈동자로 추궁했다.
"대체 지금까지 몇 개의 기술을 숨겨왔던 거냐…!”
"숨겼던 적 없다.”
망토를 펄럭이는 루드비히가 말했다. 사실이었다. 방금 용사와 용왕을 상대하며 사용한 십수 개의 기술은, 루드비히가 그 순간에 만들어서 시험해본 주문들이었으니까. 임기응변이다 보니 대부분이 루드비히의 성에 차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김유성과 루갈반다를 쓰러뜨리는 데에는 충분했다.
“부족해.”
승리한 마왕은 불쾌감을 느꼈다. 루드비히 베리야에프는 압도적이고 만능이어야만 한다. 그런데 용사와 용왕의 한계를 넘어선 분투에, 몸 이곳저곳에 몇 개의 상처를 입어버렸다.
하지만 조금 있으면 그것도 ‘없었던 일’이 될 것이다. 주변을 돌아보니, 이제 무대에 서있는 것은 자신 혼자 뿐이었다. 루드비히는 나머지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벨의 유해에서 등을 돌리고, 묶여있는 흑마녀를 지나쳐, 발목을 잡고 엉겨붙는 용사를 때어내고. 그 끝에 세상을 부수는 망치가 있었다.
“아니야.”
루드비히가 단호하게 계단 정상의 망치를 쥐었다.
“이건, 세상을 구하는 망치가 될 거다.”
루드비히의 가면 너머에서 안광이 빛났다. 이 망치에 깃들어있는 건, 모든 것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힘. 흑마녀의 능력의 한계를 깨뜨려 온 세상의 생명체를 하나로 수렴시킨다? 그것은 아주 수준 낮은 활용법일 뿐이었다. 지금 루드비히의 눈에는 모든 것이 낱낱이 해석 되어 비치고 있었다. 그의 눈동자에 비친 세계는, 이미 인간의 규격에서 벗어나있었다.
시간이나 공간의 흐름조차도, 루드비히의 눈에는 정확히 포착되었다. 하지만 눈에 보인다고 해도 손에 잡히지는 않는다. 바로 그런 걸
때려 부수기 위해, 이 망치가 존재하는 것이었다. 루드비히가 세계를 부수는 망치를 높이 치켜들었다.
벨은 말했다. 이야기 하나 제대로 읽을 수 없는 이런 망가진 세상이 아니라, 누구나 심심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고, 방 안에서 푹 쉬며 뒹굴거릴 수 있는 세상이라면 어땠을까. 서점에는 온갖 책들이 예쁘게 정렬되어 꽂혀있고, 주말에는 맛있는 과자를 구워 침대 위에서 하루종일 소설을 읽는다.
무슨 위기든 해결해주는 주인공이 있어서, 이런 꼴이 되기 전에 세상을 구해줬다면 어땠을까. 어제 읽은 책에 대해서 친구와 감상을 나눌 수 있는 세상이라면 어땠을까. 마녀 따위 되지 않고 평범하게 살았으면 어땠을까. 그게 전대 백마녀 베리야에프가 품은 꿈이었고, 마지막까지 바란 소원이었다.
“내가 그렇게 만들어주지.”
세계를 부수는 망치를 내려찍는다. 빛나는 눈동자는 시공의 흐름마저 해석해 포착하고, 만상의 경계를 깨부수는 망치에 의해 모든 것은 조각나 부서지기 시작한다. 모든 던전과 심연들이, 온 세상의 공간과 시간이, 과자처럼 바스라지며 이전의 형태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망치는 계속해서 내리찍혔다. 이전으로, 더욱 이전으로. 아직 대전쟁이 발발하지 않고 아직 여왕이 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전의 시대까지.
각성자 따위 존재하지 않는, 평화로웠던 그때까지.
모든 것이 없었던 일처럼 조각나 깨져갔다. 여왕에게 침식당해 물들었던 대지도. 마물들이 거닐던 황야도, 괴멸당한 채 방치되어있는 쉘터도. 이 세상에서 가장 한심한 인간이 선량한 마녀의 사역마가 되었던 사실조차. 현재는 끊임없이 무너지고, 멀디 멀었던 아련한 과거가 그 자리를 대신 채워갔다.
역할을 다한 망치가 루드비히의 손에서 흩어져갔다.
루드비히는 조용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도로에는 자동차들이 꽉 막혀서 경적을 울리고 있고, 커다란 건물에는 양복을 입은 회사원들이 드나들고 있었다. 그런 길 한복판에 망토를 두르고, 가면을 쓴 채 서있는 루드비히는 완전한 이물이었다.
김유성은 아직 용사가 아니고, 세상에 마녀 따윈 존재하지 않고, 각성자의 능력은 소설에나 나오는 망상일 뿐이다.
마치 이세계의 풍경이다.
하지만 루드비히는 알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여왕이 나타나 대전쟁이 발발한다. 김유성은 용사가 되어, 세상에는 다섯 명의 마녀가 출현하고, 각성자의 능력은 망상이 아니라 엄연한 상식이 될 것이다. 그러나, 멸망은 찾아오지 않는다.
“내가 막는다.”
그리고 이계에서 건너온 마왕, 루드비히 베리야에프는 천천히 길을 걷기 시작했다. 모든 계획을 짜맞추고 전쟁을 대비하려면 준비해야 할 것들이 아주, 아주 많았다. 하지만 그것들이 모두 일단락되어 쉬는 시간이 난다면, 하고 싶은 일이 한 가지 있었다. 그것은 지금껏 느껴보지 못했던 욕구였다.
잘라내버린 자기 자신에게 보내는 하나의 작별인사. 벨과 만났다는 사실조차 망치에 조각나버린 이 쓸쓸한 이세계에, 가능하다면 ‘이지수’가 존재했다는 증거를 남겨주고 싶었다.
마녀에게 주워져 새 삶을 얻었지만 결국 주인을 지키지도 못한 한심한 사역마의ㅡ 악마의 눈동자에 비쳤던 세계를.
가면 속의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뒤돌아 걸어가는 루드비히의 망토가 펄럭이는 것과 함께, 무대의 커튼이 천천히 닫혀갔다. 이제는 각본으로만 남아있는 옛 이야기는 이걸로 끝. 여기까지가 일개 사역마가 마왕으로 출세한 이야기. 그리고 세상을 구하기 위해 세계를 부수고 나온 출세出世의 이야기.
"그리고….”
무대는 끝났다. 웃으며 손을 흔들어줄 커튼콜은 찾아오지 않았다. 그저 싸늘한 적막만이 어두운 극장을 짓누르고 있었다. 유일한 배우였던 마왕은, 유일한 관객인 용왕에게 웃음을 지었다. 그것은 자기 자신을 조소하는 듯한 쓴웃음이었다.
지수는 멍하니 입을 벌렸다. 루드비히 베리야에프의 가장 깊은 심상까지 도달해, 얼굴을 가리고 있던 그 가면을 드디어 깨부쉈다. 그리고 루드비히 베리야에프는 지수와 똑같은 얼굴을 한 채로, 그 흐느적거리는 은발을 쓸어넘기고 있었다.
이제야 알았다. 지수가 펼친 용왕의 둥지의 제어권을 루드비히가 순식간에 빼앗을 수 있었던 것도, 처음 보았을 때부터 자신에게 있어 하나의 도달점이라는 기시감이 들었던 것도. 전부 저 마왕이 자신과 완전히 동일한 존재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결말은 이 꼴이다.”
대전쟁에 개입해 김유성을 매개로 여왕을 봉인하고, 평화의 시대를 억지로 이어갔지만 결국 한계가 찾아왔다. 그것이 오로지 자신의 책임이라는 듯, 루드비히가 고개를 떨구었다.
“뭐든지 해결할 수 있는 주인공이 되고 싶었지만, 흑막 역할조차 제대로 못했지. 세상은 또다시 멸망에 치달을 거다.”
이내 지수를 옭아매고 있던 루드비히의 장악이 풀렸다. 갇혀있던 심상세계의 극장이 무너졌다. 눈을 감았다 뜨면 현실이었다. 최후의 던전의 기나긴 계단. 세계를 부수는 망치가 놓인, 판도라의 상자의 끝. 루드비히가 지수를 내려다보았다.
“그러니까 여기서 멈춘다.”
모든 게 잘 풀렸으면 좋았을 것이다. 이런 임시변통 같은 수단 따위 고르고 싶지 않았다. 벨이 세상을 구해달라 믿고 맡긴 부탁을, 이야기의 주인공처럼 멋지게 해내고 싶었다.
세상을 통째로 멈춰놓고 나는 못하겠다고 한심하게 도망치는 것. 그게 루드비히에게 있어 얼마나 깊은 고뇌 끝에 이루어진 결단인지, 지수는 이해할 수 없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루드비히의 각오는 지수가 뭐라고 말한다 해서 생각이 바뀔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사실.
“네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두 가지다. 첫 번째. 지금 당장 모든 저항을 그만두고 온 세상과 함께 정지에 드는 것.”
그리고 고개를 든 루드비히가 계단 위쪽을 쳐다보았다.
“또 하나는 끝까지 싫다고 고집부리다, 네가 정지를 해제시키기 전에 내 손으로 세상을 멸망시키게 만드는 것. 부디 이쪽을 선택하지는 말아줬으면 좋겠군. 또다시 이지수 때문에 벨이 죽어버리게 되면, 나는 아마 미쳐버릴 테니까.”
빛나는 보라색 눈동자는 그게 전혀 농담이 아님을 암시하고 있었다. 지금 당장 항복하고 세상을 보존하든가, 아니면 협상을 결렬하고 다 함께 멸망하든가. 이지선다의 정답은 어린아이라도 알 수 있을 만큼 간단했다. 지수가 대답했다.
“둘 다 싫은데?”
그리고 마왕의 눈동자가 싸늘하게 가라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