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화. < 때와 장소를 가려야지 (4) >
서민하의 손톱이 흉왕의 가슴팍을 꿰뚫었다.
보는 눈이 절로 질끈 감길 정도로 치명적인 일격이었다. 하지만 상대 또한 괴물. 자신의 살점이 뜯겨나가는 와중에도, 흉왕은 아랑곳 없이 불길한 포효를 내지르며 팔을 휘둘렀다.
하지만 상처를 입은 맹수의 공격이 이전의 그것과 같을 리 없다. 맹렬한 광풍 같았던 기세는 이미 반쯤 사그라들어 있었다. 서민하는 가볍게 뒤로 피했고, 날아든 검을 발판 삼아 밟고서 또다시 흉왕에게 뛰어들었다. 태세를 재정비할 틈도 주지 않을 셈이었다. 손톱이 흉왕의 상처를 다시금 후벼팠다.
‘끝인가.’
이미 승부는 기울었다. 이대로 치고 빠지기를 반복하며 흉왕의 체력을 깎아 먹기만 해도 이긴 싸움이었다. 하지만 서민하는 결정타를 내겠다고 결심한 듯 한쪽 팔을 들어 올렸다.
“끝이야.”
피폭풍의 검들이 위로 말려 올라가며, 포위하듯 흉왕을 둘러쌌다. 그리고 서민하가 딱 손가락을 튕기자 모든 무구들이 일제히 내리꽃혔다. 하나나 둘이라면 어떻게든 튕겨낼 수 있겠지만, 지금 같은 상태로 저 전부를 쳐내긴 불가능했다.
“그아아아아아아!”
바닥의 석재가 깨지는 소리와 살갗을 찢는 소름 끼치는 소리가 뒤죽박죽 섞였다. 내리찍힌 피의 무구들은 흉왕을 완전히 꼬치로 만들어버렸다. 스쳐 지나간 몇 자루는 흉왕 주변의 땅바닥에 꽂혔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서민하의 눈동자가 붉게 빛났다. 거친 마력이 공명하기 시작한다.
혈왕의 반지가 부르르 떨리고, 피로 이루어져 있는 창칼들이 형태를 무너뜨리며 폭발했다. 귀가 떨어져 나갈 것 같은 폭음과 함께 새빨간 피안개가 터졌다. 말 그대로 피 폭발이었다. 역시 이건 버티지 못했는지 흉왕의 자세가 무너졌다.
지수는 솔직하게 감탄했다. 무구들의 일제 폭발. 일단 한 번 사용하면 끝이지만, 서민하에게 부족한 순간 화력과 결정력을 보충할 수 있다. 원래 도구라는 것은 사용자의 부족한 점을 메꿔주기 위해 있는 것이다. 훌륭한 사용법이었다.
물론 혈석의 반지를 이 정도까지 활용할 수 있는 것은 흡혈귀의 인자를 지닌 서민하 이외에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지수가 진짜로 감탄하는 이유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멋있군.’
팔짱을 낀 지수가 진지한 표정으로 생각했다. 정말로 장난이 아니었다. 회오리치던 검들이 말려들어 올라가며 적을 포위한 것부터, 단숨에 일제히 내리찍어 폭발하는 것까지. 마음 같아서는 물개박수라도 짝짝 쳐주고 싶을 만큼 근사했다. 보팔의 검으로는 도저히 흉내 낼 수가 없는 묘기였다.
완전히 무너진 흉왕이 형체를 잃고 물감으로 흩어져갔다. 결국 정말로 혼자서 쓰러뜨려 버렸다. 뒤돌아본 서민하가 이쪽을 쳐다보았다. 잘 봤냐는 얼굴이었다. 지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다가온 서민하에게 신경 쓰였던 점을 물었다.
“방금 그거. 기술 이름은?”
서민하가 무슨 소리 하냐는 듯 지수를 쳐다보았다.
“응? 그런 거 없는데.”
“그러면 안 되지! 있어야지.”
지수는 두고볼 수 없는 불합리를 목격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만큼 기술명을 짓는다는 행위는 중요했다. 저만큼 결정적인 필살기라면 더더욱. 이름을 붙임으로써 그 형태와 본질을 더욱 명확히 생각할 수 있고, 기분 좋게 내지르는 기합은 정신력과 컨디션에도 영향을 준다. 무엇보다 미학이 있다….
남자들은 다 이러지. 대충 그런 뜻의 한심한 눈빛이 서민하에게서 보내져 왔다. 한숨을 쉰 그녀가 지수에게 물었다.
“그럼 뭐라고 짓는데?”
“음, 블러드… 스톰…? 블러드 익스플로전.”
“진짜 구려.”
논의할 가치조차 없다는 듯이 서민하가 휙 고개를 돌렸다. 지수도 어깨를 으쓱였다. 시트콤은 여기까지 해두도록 하고, 이제부터는 진지한 이야기에 들어가야 했다. 단박에 냉정해진 표정의 지수가 서민하에게 방금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았다.
“나 없는 동안 원정대에서 같이 S급 던전 공략했었지?”
“응.”
“너 빼고 다른 사람들이 방금 저거랑 싸웠으면 얼마나 전력이 소모됐을까. 대충 감으로 잡아도 좋으니까 말해봐.”
말한 지수가 입술을 매만졌다. 사람 목숨이 달린 일에 소모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 자신이 낯설었다. 하지만 위험성을 정확히 측정하고, 그 측정이 과연 정확한지 다른 사람과 인식을 대조해보는 것은 중요한 일이었다. 서민하가 대답했다.
“반 좀 넘게 죽었으려나? 이기긴 이겼겠지. 버티는 게 문제지 발만 묶으면 어떻게든 공격할 수 있으니까.”
역시. 서민하의 의견 또한 자신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저 정도의 강력함과 속도, 재생력을 동시에 갖춘 상대. 마법사는 기술을 준비할 새도 없이 피떡이 되어버릴 것이다. 유일한 해법은 전열이 고기방패가 되어 죽어가면서 시간을 끄는 것.
그딴 건 이미 전략도 무엇도 아니다. 그냥 들이박는 거지.
‘역으로 말하면, 전략 자체가 통하지 않는 수준의 상대.’
공략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지수가 꾸린 원정대는 S급 던전의 공략에서 지금까지 단 한 명의 사망자도 내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가정에서 원정대는 흉왕 하나에게 전멸에 가까운 타격을 받았다. 당연히 다음 방으로는 나아가지 못했을 테고. 지수가 긴장감에 마른침을 삼켰다.
지수가 티켓을 지니고 있기에 이 정도 수준의 적이 나온 건지, 아니면 원래 이만큼 강한 적이 나오는 것인지는 모른다. 어느 쪽이든 상관없는 일이었다. 확실한 사실은 환상의 회랑이 지금까지의 던전들과는 차원 하나가 다르다는 것.
‘이것보다 더 강한 게 앞으로 세 놈이나 나온단 말이지.’
지금 지수 일행이 서있는 것은 환상의 회랑의 첫 번째 방. 다시 말해 방금의 흉왕은 가장 약하고 손쉬운, 일종의 준비운동 같은 상대라는 뜻이었다. 농담이었으면 좋겠다. 역시 최후의 세 던전 중 하나라는 말은 헛말이 아닌 듯싶었다.
흉왕이 허물어지자, 벽에 걸려있던 새하얀 액자 위에 새로운 그림이 그려졌다. 그건 하나의 열쇠였다. 저것으로 문을 열고 다음 방으로 향하라는 뜻인 것 같았다. 서민하가 액자 안으로 손을 집어넣으려 했지만 그대로 튕겨 나왔다.
“뭐야?”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어떻게 그림 속의 열쇠를 집을 수가 있겠는가. 서민하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눈썹을 찌푸리자, 회랑의 어딘가에서 안내인의 음성이 들려왔다.
<열쇠는 티켓을 지니신 손님만이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티켓이라면. 지수가 손등을 쳐다보았다. 서민하 대신 지수가 나서서 그림 속 열쇠를 향해 손을 뻗자, 이번에는 빨려 들어가듯이 손이 액자 속으로 들어가 열쇠를 붙잡을 수 있었다.
열쇠는 닫혀있던 문에 꼭 맞았다. 지수가 열쇠로 문을 열고 다음 공간에 나아가자, 방의 분위기 또한 바뀌었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놀이공원 같은 생김새였다. 벽에서는 회전목마가 돌아갔고 인형들의 악대가 트럼펫을 불었다. 지수의 눈이 방 이쪽에서 저쪽까지를 한번 스윽 훑었다. 그것만으로 알았다. 이것들 전부 아무 의미 없는 환상일 뿐이었다. 홀로그램 같은 것이다. 집중 해야 할 부분은 따로 있었다.
그림.
이번에도 비어있는 공간의 끝에 액자 하나가 걸려있었다. 그림에 그려져 있는 것이 누구인지는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지수 또한 예상 하고 있던 얼굴이었다. 환상의 회랑이 구현하는 건 자신이 지금까지 쓰러뜨려 온 적수라고 했다. 그렇다면 모두 지수가 알고 있는 인물을 기반으로 만들어질 것이었다.
액자의 타이틀에 쓰여있는 것은 한 단어였다. <대전쟁>.
“유라잖아.”
그림을 바라본 서민하가 말했다. 그 말대로, 벽에 걸려있는 그림은 인형사를 그린 초상화였다. 이내 그림이 흐물거리며 무너지더니, 쏟아 내려진 물감은 바닥에 고여 깊은 늪이 되었다. 물감의 늪 속에서 떠오른 것은 가면을 쓴 인형사였다.
‘운이 좋아.’
지수가 생각했다. 어떤 적이 구현될까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염두에 두었지만, 인형사가 나타나준 것은 불행 중 다행이었다. 그녀의 능력은 속속들이 알고 있고, 상성 상의 우위도 이쪽에 있었다. 해주의 비술로 인형술을 해제하는 꼼수가 통하지 않는다 해도 어떻게든 대응할 방법은 있었다.
예를 들어 인형사라는 클래스 자체의 약점.
아무리 능력이 강해져봤자 본체는 그다지 전투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 이쪽이 인형의 발을 묶는 데에 전념하고서 그동안 서민하가 달려나가 인형사를 제압한다면? 그걸로 상황종료였다. 그리고 하늘에서 쿵 관이 떨어졌다. 그것은 언제나 이유라가 등에 매고 다니던 흑기사 인형의 관이었다.
그런 관이, 하나가 아니라 여섯 개 떨어졌다.
“이봐. 설마.”
6이라는 숫자를 의식한 지수의 얼굴이 새하얘졌다. 떨어져 내린 관들이 하나하나 열리기 시작한다. 최악의 가정은 이내 현실이 되었다. 안에서 나타난 인형들은 전부 알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불가살이 백묵. 무당 허다인. 삐걱이며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대전쟁의 육영웅 전원의 인형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맨 앞에 서 있는 인형은.
“용사….”
지수는 입술을 씹으며 검사를 쳐다보았다. 뭘 어떻게 잘못 볼 수도 없다. 푸른 눈동자로 이쪽을 쳐다보고 있는 금발의 남자. 저것은 다름 아닌 용사 김유성의 인형이었다. 일이 완전히 꼬였다. 지수가 낭패감에 빠져 있는 동안, 여섯 명의 영웅들이 태세를 취했다. 이변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뭐지.”
정유현이 휙 돌아보는 것과 함께, 널찍한 방이 확장되기 시작한다. 눈 깜짝할 사이 회랑 안의 방은 평원이라고 칭해야 할 만큼 넓은 공간이 되었다. 육영웅의 인형들과 인형사, 그리고 지수 일행 사이의 거리가 까마득히 멀어졌다.
이윽고 그 비어있는 대지에, 하늘에서 날아온 관들이 폭격처럼 쏟아져 내렸다. 쾅! 쾅! 쾅! 나타나 떨어진 관들의 숫자는 십수 개 정도가 아니었다. 적어도 백 단위. 그런 관들 하나하나가 열리며 나타난 것은 가지각색의 인형들이었다.
알 수 있다. 저 인형들 하나하나가 대전쟁의 각성자들이다.
인류가 몬스터와 생존을 걸고 싸워야 했던 그 시절, 감당할 수 없는 괴물들과 맞서 싸우다 죽어간 전사들. 모여있는 건 그들의 인형이었다. 지수가 식은땀을 흘렸다. 지금 지수 일행이 싸우는 것은 단순한 한 명의 인형사가 아니었다.
지수는 그림의 액자에 적혀있던 타이틀을 떠올렸다.
“…대전쟁.”
그야말로 하나의 시대. 대전쟁 자체가 이곳에 있었다.
용왕을 토벌하고 여왕을 봉인해, 대전쟁을 끝냈다는 영광과 함께 이름을 날린 여섯 명의 영웅.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들뿐만이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호걸들이 존재했을 것이다. 다같이 몬스터와 싸우고, 힘겹게 세상이 멸망하지 않게 막아냈다. 그런 시대를 이겨낸 전사들 전부가 적이었다.
“박사!”
지수가 눈앞의 광경에 압도되어있는 순간, 정유현이 소리쳤다. 저편에서 땅바닥을 부숴버리며 거대한 철검이 날아오고 있었다. 이미 검이라기보단 배 한 척 수준의 크기를 가지고 있는 철덩이였다. 정유현이 황급히 오른손을 내밀었다.
사선으로 내리찍은 보랏빛 기운이, 날아오는 철검의 방향을 억지로 비틀었다. 궤도는 지수 일행 쪽에서 빗나갔다. 아슬아슬한 타이밍이었다. 적을 맞추지 못한 철검은 자그마한 철조각으로 분해되어 다시 주인에게 날아가기 시작했다. 공격한 것은 백묵의 인형이었다. 정유현이 눈썹을 찌푸렸다.
“…숫자가 너무 많아.”
그의 눈동자가 빠르게 굴러가고 있었다. 넓은 범위를 커버할 수 있는 정유현의 능력으로도 동시에 제압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숫자의 인형들이 있었다. 말 그대로 이것은 전쟁이었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문제는 적의 숫자뿐만이 아니었다.
군단의 가장 앞에 서 있는 인형이 검을 위로 치켜들었다. 나를 따르라. 그렇게 말하는 듯한 자세였다. 그리고 총알 같은 속도로 뛰쳐 나와 이쪽으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정확히 지수를 노리고서 쇄도해오는 것은 용사 김유성이었다.
용사의 심안이다. 김유성은 하나하나 단서를 모을 필요조차 없다. 자신이 누굴 노려야 하는지, 어떤 식으로 행동해야 적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지 전부 처음부터 알고 있다. 무조건적으로 본질을 꿰뚫고 정답을 간파하는 능력.
이건 정말로 장난이 아니었다. 심지어 뒤에서는 셀 수 없는 숫자의 인형들이 뒤따라 달려오고 있었다. 김유성 하나만 상대해도 벅찰 지경인데! 이내 앙칼진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놔둘 것 같아!”
서민하가 지수의 앞에 튀어나와 김유성을 막아섰다.
그것은 전위로서 올바른 행동이었지만, 상대가 김유성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수는 아찔함을 느꼈다. 서민하는 다름 아닌 김유성의 검을 팔로 되튕겨 쳐내려 하고 있었다. 지수는 곧장 마탄을 쏘아내 서민하를 앞에서 밀쳐냈다. 날아가 바닥을 데굴데굴 구른 서민하가 이쪽을 향해 쏘아붙였다.
“무슨 짓이야!”
“저 검은 못 막아! 네 상대 아니야!”
용사의 검은 모든 것을 베어낸다. 억지로라도 밀쳐내지 않았으면 지금쯤 서민하의 팔은 깔끔하게 잘려나갔을 것이다. 서민하는 그게 당최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얼굴이었지만, 하나하나 설명해주고 있을 여유조차 없었다. 지수는 대답하지 않고 황급히 다음 주문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재버워키.”
정령무장을 겨누고 곧장 용언마탄을 쏘아내자, 김유성은 곧바로 반응해 자신의 검으로 광선을 잘라내버렸다. 뒤쪽으로 나뉘어 뻗어 나간 마탄 또한, 허다인이 나비를 보내 위력을 반감시켰다. 김유성은 곧바로 지수를 노리며 달려왔다. 김유성이 검을 내리치자, 지수가 용왕의 둥지를 끌어내 둘렀다.
“절대 중립.”
용사의 검은 모든 것을 벤다. 그런 법칙을 지닌 일섬은 지수의 둥지에 닿는 순간 효력을 잃어, 단순히 강렬한 내리치기로 격하되었다. 하지만 김유성쯤 되니 그것만으로도 지수의 살갗쯤이야 가볍게 찢어냈다. 새빨간 핏물이 공중에 튀었다.
휙 몸을 빼낸 지수는 어이가 없어 쓴웃음을 지었다.
“이래 봬도 용왕이라고 튼튼해진 몸인데….”
지수가 전황에 대해 생각했다. 지원군을 부를 여유는 없었다. 서민하와 정유현 둘 다 달려오는 인형의 군세들을 막아내는 데에 여념이 없어 보였다. 상대는 육영웅을 포함한 대전쟁 그 자체. 밀어붙일 승산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패색이 짙은 판이야말로 조커 카드가 활약해줄 때였다.
뒤를 돌아보자 흑마녀는 거대한 포탑을 만들고 있었다.
흑마녀는 황마녀와 적마녀, 청마녀. 세 마녀의 힘을 전부 자신의 성흔으로 흡수한 상태였다. 서로가 서로에게 시너지를 내는 마녀의 힘은, 하나로 뭉친 지금 진가를 내보이고 있었다. 마도학, 위치크래프트의 극치. 그 이동포대에 붙여진 이름은 마녀들의 집회와도 같았다.
‘발푸르기스의 밤’.
발푸르기스의 밤이 제대로 완성된다면, 상대가 대전쟁 그 자체라고 해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다. 커다란 마법진 위에서 포대의 뼈대를 건설하고 있는 흑마녀가 이쪽을 향해 손바닥을 활짝 폈다. 무슨 뜻이지? 지수가 눈썹을 찌푸리자,
“5분만 버터주세요!”
5분이란 게 말이 쉽지! 김유성의 칼날을 피한 지수가 이를 악물며 마력을 끌어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