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화. < 진격하고 또 진격하라 (6) >
이야기의 종막에 다가서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둥지에 들어간 지수는 루드비히의 수기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어보았다. 쓰인 내용의 신빙성에 대해서는 의심할 바가 없었다. 이미 지수가 직접 클리어해본 S급 던전의 정보와 공략법 또한, 루드비히의 수기에 정확하게 적혀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루드비히의 수기에는 지수가 놓치고 있던 점이나 눈치채지 못한 정보 또한 적혀있었다.
예를 들어, 언데드 로드의 다이어뎀은 격렬히 반항하는 강력한 영혼을 억지로 사역할 경우 의식이 흔들려 전투에 집중하지 못하게 될 지 모른다는 것. 마르카브가 가지고 있던 혈석의 반지에는 착용자의 혈액을 흘려 넣는 것으로 마왕이 생전에 사용했던 피의 무구들을 꺼낼 수 있는 기능이 있다는 것.
‘이런 걸 대체 어떻게 아는 건데?’
상상한 수준을 완전히 뛰어넘었다. 단순히 도움이 되는 정도가 아니다. 이 정도의 정보가 있으면 이판사판의 도박을 할 필요가 없었다. 이쪽이 낼 패를 신중하게 고르며 제대로 된 승부를 거는 것이 가능하다. 골치를 썩이고 있던 리스크 분담이나 인원 편성 따위의 문제도 전부 해결되었다.
이것은 사실상의 공략집이었다.
내용은 체계적으로 잘 정리돼있는 것이 아니라 휘갈겨 쓴 메모들에 가까웠지만, 한 글자 한 글자가 황금보다 훨씬 값진 정보들이었다. 루드비히의 수기는 소위 세계의 진실이라고 말하는 것들의 대부분을 도매가로 폭로하고 있었다.
심지어 S급 던전뿐만이 아니라 다른 개념들에 대한 설명까지 빼곡히 적혀있었다. 가장 지수의 눈에 띈 건 마녀에 관해서 서술된 부분이었다. 수기에 적혀있는 내용은 이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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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녀 >
마녀는가장 특이한 종류의 각성자다. 흑, 백, 적, 청, 황의 다섯 마녀들.그녀들의 지식은 죽어도 불멸해 다음 계승자에게로 전해진다. 숙주를 이용한 유사 환생 술식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다만 정말로 같은 인격과 영혼을 지니는 건 아니기에, 부활이라고 표현하는 것에는 어폐가 있다.
계승하는 지식에는 기억의 파편 또한 섞여 있어, 각성한 자가 해당 속성과 가까운 성격으로 치우치게 되는 일 또한 있다. 백마녀로 각성한 경우 조금 더 냉소적으로 된다든가, 적마녀로 각성한 경우 조금 더 다혈질이 된다든가 하는 식이다. 각 속성의 마녀는 한 시대에 한 명만이 존재한다.
특이한 점은 마녀들은 각성한 순간 그 속성과 같은 색으로 머리 색깔이 변한다는 점이다. 그녀들은 각성한 뒤 마녀로서의 진명을 알게 되는데, 그것은 최대의 친애를 표시하는 대상에게만 알려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중에서도 베일에 감싸인 백마녀의 진명은 다른 마녀들조차 알고 있지 않다. (즉, 수많은 대를 이어가는 동안 한 번도 밝혀지지 않았다.)
마녀들 중에서도 흑마녀와 백마녀는 특수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흑마녀의 힘은 모든 것을 삼키는 검정. 다른 마녀들의 성흔을 흡수해 그 힘을 자기 것으로 할 수가 있다. 하지만 흑마녀가 죽기 전에는 힘을 다시 돌려줄 수 없기에, 흡수하기 위해선 미리 다른 마녀들을 제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백마녀의 경우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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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문장은 쓰다가 그만둔 듯이 직직 펜으로 그어져 있었다. 이런 사소한 메모들만 해도 수십 개가 있었다. 딱 호기심이 들면서도 알아두면 좋은 것들만을 핵심만 요약해서 적어둔 것이 과외선생 같은 것 하면 대성하겠다 싶었다.
평소의 지수라면 기뻐서 날뛰었을 것이다. 알지 못했던 지식들이 이렇게나 진수성찬처럼 쌓여있었다. 그것도 자신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종류의 정보였다. 하지만 이 수기의 필자가 필자다 보니 지수의 표정은 그리 좋지가 않았다.
‘솔직히 불안해서 미칠 것 같은데.’
지수는 대단히 껄끄러운 기분이 드는 것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일단 정보의 출처부터가 의심스러웠다. 이런 걸 도대체 어떻게 알았다는 말인가. 구조적으로 알아낼 방법이 없었다. 여왕의 뱃속이라도 뜯어봤나? 미래에서라도 온 게 아니면 불가능했다. 소설에서 곧잘 나오는 회귀자라는 녀석이다.
‘그게 아니면, 예지 능력이라도 있는 건가.’
그 또한 가능성 중의 하나였다. 루드비히는 이를 테면 지수가 가진 해석 능력의 오리지널에 해당하는 존재였다. 미래에 밝혀질 사실들을 관조해 엿보는 것 또한 불가능하지 않아 보였다. 솔직히 회귀했다는 것보다야 이쪽이 훨씬 설득력이 있었다. 그 루드비히라면 뭐든 가능할 것 같기도 했고.
‘애초에 이런 걸 다 알고 있었으면, 다른 놈들이 움직이는 게 죄다 연극무대 위에서 소꿉장난 하는 것처럼 보였겠군.’
비꼬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지수가 아무리 아둥바둥 발버둥을 쳐봤자 루드비히를 수 싸움으로 이길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손에 쥐고 있는 정보량 자체가 하늘과 땅 차이 수준으로 다른 것이다. 불공평한 게임이었다. 더욱 의심스러운 건 이 수기를 왜 지수에게 전달해줬느냐.
‘표면적인 이유는, S급 던전은 청소해야 하니까.’
여왕에 대항할 힘을 기르기 위함이라는 이유를 제쳐두고서라도, 이미 활성화되기 시작한 게이트는 방치해뒀다간 열려버려 세상이 개판이 날 것이다. 누군가가 시간에 맞춰 클리어할 필요가 있었다. 마왕은 바빠서 못한다고 이쪽에 맡긴 것이고.
하지만 정말로 그뿐일까? 무언가 다른 속셈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추측이었지만 확신에 가까웠다.
지수는 살면서 마왕만큼 속을 알 수 없는 의뭉스러운 존재를 만나본 적이 없었다. 수상함이라는 단어가 옷을 입고 걸어다닌다면 그것이 마왕이었다. 루드비히는 아무런 생각 없이 그때그때 기분 따라 행동할 위인이 못 됐다. 모든 게 단지 자신이 편안한 일상을 보내기 위해서라고 말하고는 있지만, 되짚어보면 하는 행동 하나하나에 철저한 속셈이 깔려있었다.
‘주변 못 살피고 질주하게 미끼를 던져줬단 느낌이야.’
아무래도 저쪽의 의도대로 놀아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가장 화가 나는 건, 그걸 알고서도 지수는 이 수기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냥 무시하기에 여기 담겨있는 정보는 너무나 귀중했다. 무슨 속셈인지 의심해봤자 끝이 없었다. S급 던전을 공략하는 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었다.
의심스럽다고 해서 전진을 멈출 순 없는 것이다. 이제는 상대방의 왕을 잡을 때까지, 오로지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말은 충분히 모였다. 이쪽은 거의 모든 S급 헌터들이 결집한 상태다. 게다가 공략법까지 알고 있는 원정이라면 그 위험도는 대폭 줄어들었다. 지수가 판단했을 때, 대부분의 S급 던전들은 큰 문제가 없다면 돌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상당한 위험은 각오해야겠지만….’
그 정도도 없이 날로 먹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였다. 수기에 따르면 S급 던전의 중반부부터는 아그리올라 급의 보스 몬스터가 등장했다. 심장이 뽑히지 않은 온전한 상태의 아그리올라. 분명 지금의 지수와 서민하에게는 벅찬 적임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쯤 가면 이쪽도 더 강해져있을 것이다.
진짜 문제는 마지막 세 개의 던전이었다.
루드비히의 수기에 적힌 바에 의하면, S급 던전이라는 건 하나하나가 ‘세상 자체를 초토화시킬 가능성이 존재하는’ 기록들이었다. 잘못 눈덩이가 굴러갔다간 세상이 망해버린다. 루드비히는 그것을 막 싹튼 종말의 씨앗이라 수사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최후의 세 던전은 특별했다.
단순히 ‘가능성이 존재하는’ 수준이 아니라, 제대로 현현하기만 한다면 ‘확실하게’ 한 세계를 끝장낼 수 있는 위협. 그것은 흐드러지게 피어난 종말의 꽃이었다. 루드비히의 수기에도 이 세 개의 던전만큼은 제대로 된 공략이 쓰여있지 않았다.
지수가 루드비히가 쓴 수기의 페이지를 촤르륵 넘겨보았다. 넘기던 손이 멈춘 것은 마지막 세 개의 S급 던전에 대해 적혀있는 부분이었다. 내용을 읽는 지수의 눈이 가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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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회랑>
공략법은 딱히 존재하지 않는다.
회랑의 각 방을 지나갈 때마다, 여태껏 쓰러뜨려 온 적수들이 최악의 형태로 구현된다. 필요한 역량은 스스로의 한계를 돌파하는 것. 보스 몬스터는 악몽을 그리는 자.
그 특성상 내가 직접 들어간다면 참사가 일어날 것이다. 그렇다고 약해빠진 각성자를 투입했다간 보스에게 순살당한다. 용사 김유성과 동행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겠지만, 그에게는 이미 여왕을 봉인하는 말뚝이 된다는 중요한 역할이 있다. 거기서 나올 수 없으니 협력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특기할 점은, 패배할 시 죽지도 못한 채로 그림 안에 영혼이 속박된다는 것이다. 이후 누군가가 보스 몬스터를 격파해도 영원히 그림인 채다. 되돌릴 방법은 확인된 바 없슴.
나는 이를 역발상해 여왕의 위협을 피해 세상을 통째로 그림 속에 피난시키는 것에 대한 구상을 해보았으나, 얼마 안 있어 불가능함이 판명되었다. 환상의 회랑에 걸려있는 ‘그림’은 아공간이 아니라 영혼을 속박해두는 저주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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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는 크게 어렵지 않아 보이는데….'
지수는 입맛을 다셨다. 알고 있다. 이렇게 글로 쓰여있는 걸 보는 것과 직접 들어가서 경험하는 건 완전히 다르다는 걸. 하지만 그걸 감안하고서라도, 이것이 그렇게까지 무시무시한 던전인가 하면 실감이 들지 않았다. 여태껏 쓰러뜨려 온 적수들이 세져서 나타난다고 해봐야 크게 고전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생각하던 지수가 한 가지를 깨달았다.
‘그런가. 내가 S급 던전의 보스 몬스터들을 죽이면 죽일수록 이 던전의 난이도가 점점 올라가는 셈인가?’
지금까지 쓰러뜨려온 적수들이 다시 나타나는 거라면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다. 지수는 턱을 쓰다듬었다. 미리 알고 있지 않았다면 대응조차 불가능할 함정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지금 알 수 있었다. 환상의 회랑에서의 전투를 생각한다면, 지금부터라도 보스 몬스터들을 여러 사람의 손으로 나누어 잡을 필요가 있었다. 이미 거의 모든 던전의 공략법을 숙지한 상태니 불가능할 것은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최후의 세 던전 중 두 번째. 이 다음 페이지의 내용이야말로 지수가 정말로 경악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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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들의 묘소>
공략법은 모른다.
안의 구조나 정보 또한 일절 파악하고 있지 않다. 단지 알고 있는 사실은, 입장을 위해선 어떤 방식으로든 용왕 아그리올라를 이용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왕들의 묘소를 공략하기 위해선 섣불리 아그리올라를 죽일 수는 없다.
하지만 날뛰는 아그리올라는 방치해 두기엔 너무 커다란 위험요소다. 우선은 한 번 죽일 필요가 있지만, 이후를 위해 언제든지 부활시킬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우선 용의 핵인 심장을 훼손되지 않게 적출하고, 약화될 만큼 약화된 사념 상태로 남아 있게 하는 것이 최선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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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는 얼굴이 창백해지며 소름조차 느꼈다.
‘완전히 미쳤어.’
이 수기의 내용이 암시하는 바는 명확했다. 아그리올라가 심장이 뽑힌 채 육영웅에게 토벌당한 것도, 사실 부활의 안배를 남겨두고서 사념체로 살아남아 있었던 것도, 처음부터 끝까지 이 자의 계산 아래에 있었던 것이다. 루드비히 베리야에프는 역사를 마음대로 주무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세계의 흑막은 따로 있었다.
역사 같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지수 본인의 이야기만 살펴봐도 그랬다. 용왕의 심장을 얻은 협회장의 미친 실험. 그것에 말려들어가 몸에 몬스터의 인자를 이식당한 서민하. 뒤쪽에서 부활의 기회를 노리던 아그리올라의 사념체. 사념체에게 이용당하고 있던 인형사. 협회장과 정유현의 내전….
지수가 각성자가 된 것. 그 모든 것이 시작된 이유가 루드비히 베리야에프였다. 또한 그 모든 것을 매듭짓기 위해 이런 공략집을 손에 쥐여준 것 또한 루드비히 베리야에프였다.
루드비히가 지수를 스나크라 부르며, 지금까지 죽이지 않은 것 또한 그러한 이유에서일지 몰랐다. 열쇠인 아그리올라가 죽은 지금, 왕들의 묘소를 공략하기 위해선 같은 용왕의 이름을 계승한 지수를 이용해야 할 필요가 있으니까.
다음 장에 적혀있는 건 마지막 S급 던전의 정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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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부수는 망치>
공략법은 의미가 없다.
글로 적을 필요 또한 없을 것이다.
여기까지 도달한다면, 그곳에는 반드시 내가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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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는 루드비히의 수기를 조용히 덮었다.
분명 가지고 있던 의문들은 거의 모두 해소됐을 텐데, 더욱 커다란 의문들이 솟아나 지수를 짓누르고 있었다. 모든 질문들이 가리키는 대상은 한 명 뿐이었다. 마왕, 루드비히 베리야에프. 단순히 그의 정체뿐만이 아니다. 따지고 싶은 일들이, 추궁하고 싶은 사실들이 산더미 만큼 있었다.
그리고 자신을 만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또한, 루드비히의 수기는 손수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었다.
S급 던전의 끝에 도달해라.
“원하는 대로 해주지.”
지수가 이를 악물었다. 용왕의 둥지에서 나와 집결 장소로 향하자, 원정대가 진열을 갖춘 채 지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수의 눈동자에선 황금빛 안광이 잔향이 은은히 흐르고 있었다. 헌터들의 시선을 받은 지수가 조용히 대답했다.
“전부 알았습니다.”
한 박자 쉰 지수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이 다음 게이트가 나타날 위치도, 안에 있는 던전의 지형과 구조도, 등장하는 몬스터와 보스의 공략법도 모두 다.”
헌터들은 놀라는 기색조차 없었다. 용궁의 길드장. 모든 S급들을 불러모아 역사상 전무후무한 원정을 진행시키고 있는 저 청년. 그는 말 그대로 규격외였다. 상식을 몇 번 깨부수는 것 정도야 이미 익숙했다. 그가 알아냈다면 알아낸 것이겠지. 별명부터가 척척박사니까. 고개를 든 지수가 선언했다.
“지금부터는 강행군입니다. 휴식할 틈도 없을 거예요.”
이미 완전히 사기가 오른 S급 헌터들은, 전원이 아그리올라의 비늘과 뼈, 이빨과 발톱으로 만들어진 무장들을 장비한 채였다. 정유현과 오성화가 지수를 쳐다보았다. 이미 모든 준비는 끝났고, 언제든지 말만 하라는 시선. 용궁 길드의 S급 던전 원정대는 이미 온 세상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다시 한번 세상을 구해낼 영웅들. 끔찍한 재앙이 잠들어있는 던전들을 공략하기 위해, 사적인 원한이나 이해관계는 내버려 두고 하나로 결집한 인류 최강의 전사들. 새까만 용린의 갑주를 걸친 그들을 사람들이 일컫기를, 용궁 기사단.
더럽게 촌스럽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정착해버린 이름이기에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영웅들을 지휘하는 용궁 길드의 길드장 지수는, 그 자신의 본질에 한없이 가까운 별칭으로 불리고 있었다. 조용히 서있는 허다인과, 옆에서 팔짱을 끼고 있는 백묵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사기를 북돋아 주는 것도 리더의 역할이야.”
“멋지게 한마디 해주시지, 용왕님.”
모든 영웅들이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제는 게이트에 진입해야 할 시간이었다. 지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지수가 마력을 끌어올리자, 머리에선 뿔이 솟아나고 재버워키의 망토가 어깨를 덮었다. 한쪽 손에는 모든 던전의 공략집이 들려있었다. 아찔한 마력이 폭풍처럼 헌터들 사이를 한 번 휩쓸고 지나갔다. 지수의 망토가 깃발처럼 펄럭였다.
"나를 따라서, 진격하고 또 진격하라.”
그 말에 S급 헌터들이 다 함께 함성을 내질렀다. 최후의 S급 던전에 도달할 때까지, 해야 하는 건 그것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