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화. < 왕위를 계승하는 중입니다 (8) >
서민하가 나타났다.
강렬한 현기증 속에서 지수는 헛웃음을 지었다.
어떻게 해야 아그리올라를 쓰러뜨릴 수 있을지 수십 번의 미래를 엿보았다. 하지만 그 어떤 방법을 써도 죽음을 회피하지는 못했다. 남은 선택지는 이 악물고 시간을 끌며 늘어지는 것 정도밖에 없었다. 그런데 설마 그것이 정답일 줄이야.
지수가 휘청거리자 서민하가 달려와 지수의 몸을 부축했다. 지수를 한쪽 어깨에 안은 서민하는, 아그리올라가 내뿜은 마력의 칼날을 한 손으로 전부 쳐냈다. 누군가가 앞에서 공격을 막아준다는 게 이렇게 든든한 일일 줄은 몰랐다.
“…너.”
두통에 눈썹을 찌푸린 지수가 입술을 달싹였다. 도와주러 와줘서 얼마나 다행인지, 얼마나 기쁜지. 수많은 생각이 교차했지만 정작 입에서 나온 것은 깐족대는 한 마디였다.
“여긴 어떻게 알고 왔대.”
“미역 씨가 도망쳐봐야 내 손바닥 안이지.”
서민하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미역 씨는 그게 탈이야.”
그리고 부축하고 있던 지수를 오성화에게 맡겼다. 서민하는 치료 좀 시키라는 시선을 보냈고, 던전행에 이골이 난 오성화는 그것을 찰떡같이 알아들었다. 오성화가 아공간 포켓에서 마법 붕대와 포션을 꺼냈다. 앞에서 서민하가 말했다.
“남 일엔 마음대로 참견하면서 자기 일은 뭐든 혼자서만 해결하려고 하지. 바보 아냐? 그렇게 살면 재미있어?”
“잔소리 좀 그만해.”
“어디 사라졌다 싶어서 따라왔더니 또 이 꼴이잖아.”
지수는 대답하지 않고, 오성화에게서 받아든 포션을 꼴깍꼴깍 들이켰다. 사실 대답할 말이 궁했다. 혼자서 다 해보겠다고 뻗대다가 정말로 죽을 뻔한 것이 방금 전의 일이었다. 포션을 다 마시자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리고 앞을 바라보았다. 이쪽은 폭주의 후유증으로 꼴이 말이 아니었고, 흑룡은 상처 하나 없이 건재했다.
“인간, 설마 아직도 싸울 생각인가? 자신만만하게 겨뤄보자 하더니, 아무 것도 못하고 나가떨어진 주제에.”
“알지도 못하면서….”
해석 스킬의 폭주로 엿본 미래에서, 지수는 자신이 쓸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사용했다. 단지 그것들 전부가 실패해 지수의 죽음으로 끝났을 뿐이다. 아마 아그리올라의 눈에는 지수가 뭘 할 새도 없이 갑자기 자멸한 것으로 보였을 것이다.
이쪽이 세 명으로 불어났음에도, 아그리올라에게선 여유마저 느껴졌다. 가장 큰 이유는 지수의 약화였다. 이제 슬슬 적막을 유지하는 것도 힘에 부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그리올라에게 다시 주문이 돌아온다면, 압도적인 화력으로 내리찍히고 끝장이었다.
“설마 잡졸 두 명이 따라왔다고 해서 날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건 아니겠지?”
"...그런 생각 안 해."
지수의 눈동자가 다시 황금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현상해석’ 스킬이 발동됩니다.]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르는 게 아니라, 반드시 이겨.”
지수 혼자 싸울 때처럼 앞에 나서서 공격할 필요는 없었다.
손에 서민하와 오성화라는 체스말이 쥐어졌으니, 이제는 수싸움에 임할 수 있다. 겁쟁이라고 놀림받을 정도로 신중하게, 최선의 수를 계속해서 둘 뿐이다. 팔다리를 묶어둔 채 조금씩 살점을 갉아먹다 보면 용왕도 반드시 쓰러진다.
이쪽 편이 세 명이 됐다는 건 그만큼 상황의 변수도 많아진다는 것. 그런 변수들을 전부 통제할 수 있는 지수에게 있어서 이것은 해볼만한 싸움이었다. 지수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움직이며 상황을 살폈다. 변수들이 해석되어 지수의 머리에 다이렉트로 꽂혔다. 어떻게 해야 할지 대충 감이 잡혔다.
지수는 주변 공간을 휘감고 있던 적막을 해제했다.
“왜곡이 사라졌군! 이제야 힘이 달리는 모양이구나!”
아그리올라는 적막이 사라진 것을 곧바로 눈치챘다. 흑룡의 머리 위에서 극대의 주문들이 발동되기 시작했다. 하나하나가 지수의 용언 마탄 수준의 파괴력을 지니고 있는 주문들이었다. 이것이 용왕 아그리올라의 마법. 단순히 마력을 쏘아내던 것일 뿐인 칠흑의 칼날과는 비교할 수도 없었다.
심장도 없는 주제에, 저런 걸 동시에 몇 개나 발동시키려 한다고? 지수는 다시금 깨달았다. 저 용왕과 정면승부를 하려는 것은 미친 짓이었다. 아무 것도 하지 못하게 쇠사슬을 칭칭 감아두고 싸울 수밖에 없었다. 지수가 조용히 읊조렸다.
“당황하지 마시고. 갑주 쓸 수 있죠.”
서민하와 오성화는 순간 전멸을 예상하고 당황했으나, 침착한 지수의 목소리가 그들을 혼란에서 되돌아오게 했다.
‘갑주?’
오성화가 자신이 입고 있는 갑옷을 내려다보았다. 흑기사 우진에게 빌려온 갑주. 이것에 내장되어있는 능력을 사용하라는 뜻일 것이다. 오성화가 투기를 돌려 흑기사의 갑주를 발동시키자, 또다시 적막의 왜곡장이 주변의 공간을 장악했다.
발동되고 있던 아그리올라의 주문들은 불발되어 증발해버렸다. 적들을 단숨에 일소하기 위해 주문에 쏟아부었던 마력은 그대로 아그리올라의 손해가 되었다. 지수가 상쾌함을 느끼며 웃었다. 미리 생각했던 대로 상황이 풀려가는 건 대단히 기분이 좋은 일이었다. 아그리올라가 격노하며 외쳤다.
“하찮은 술수를!”
“하찮은지 아닌지는 끝까지 봐야 알지.”
지수가 만전의 상태가 아니라고 해서 안심하고 있었다면 정말 큰 착각이었다. 마법사의 진가라는 것은 보호해줄 전열이 있을 때 나타난다. 만년필을 꺼내든 지수가 악단을 지휘하듯이 손을 움직였다. 수많은 룬들이 오성화와 서민하의 몸에 붙어 능력을 강화시켰다. 두 사람이 앞으로 달려 나갔다.
바로 이 점이 훌륭했다. 모든 주문을 불발시키는 적막의 단점은, 그 영향권 안에서라면 동료의 마법까지도 쓸 수 없게 된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파사의 마력을 통해 적막의 왜곡장을 원래대로 돌려놓을 수 있는 지수는 그 단점을 완벽하게 커버할 수 있었다. 이쪽만이 일방적으로 마법을 사용한다.
“보팔의 검.”
지수의 그림자에서, 룬이 각인되어 있는 네 자루의 검이 튀어나갔다. 검들은 의지를 가진 것처럼 오성화의 주변을 날아다니며 보조하기 시작했다. 오성화는 곧바로 이쪽의 의도에 맞춰왔다. 공격과 공격 사이에 존재하는 빈틈을 메꾸기 위해, 오성화는 허공에 떠있는 검을 잡아 그대로 내리찍었다.
‘무슨 이렇게 단단해?’
오성화가 경악했다. 그동안 지수는 체셔 고양이의 정령무장으로 계속해서 룬의 마탄을 쏘아보내고 있었다. 제대로 된 손상을 입히진 못해도 밀쳐내 움직임을 견제하는 정도는 할 수 있었다. 서민하는 지수를 지키고, 지수는 오성화를 지켰다.
“한낱 벌레새끼들 주제에…!”
아그리올라가 포효하자, 또 수십 개의 칼날이 나타났다.
“내 뒤에 딱 붙어있어.”
서민하의 경우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이 칼날들을 쳐내거나 피했지만, 문제는 오성화였다. 능동적으로 비행할 수 있는 서민하와 달리, 폭발을 일으켜 추진력으로 공중을 날아다니는 오성화는 비교적 움직임이 불안정할 수밖에 없었다.
“우선은 한 놈부터 찢어발겨주마!”
칼날들이 오성화를 집요하게 노리며 유도탄처럼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지수에게 그랬던 것처럼, 아그리올라는 지능적으로 오성화를 피하지 못할 위치까지 몰아넣고 있었다.
오성화가 힐끗 이쪽을 쳐다보았다. 지수는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오성화가 완전히 구석에 몰린 순간, 날개를 편 아그리올라가 스스로 불길에 휩싸인 채 달려들기 시작했다.
완전한 직격 궤도였다. 이제 와서 움직여봤자 거대한 흑룡의 몸통박치기를 피할 수는 없었다. 어떻게든 한 명 숫자를 줄인다. 적막을 펼치고 있는 오성화만 처리한다면, 곧바로 주문의 폭격으로 나머지를 싹 쓸어버릴 수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겠지.”
그것은 적절한 판단이었다. 그리고 적절한 판단이었기에, 당연히 지수 또한 그것을 읽어낼 수 있었다. 지수의 뒤에서 모자장수로 변한 재버워키가 나타났다. 지수가 읊조렸다.
“실크햇.”
지수가 휙 손을 돌리자, 부서져 날아가던 바위 하나와 오성화의 위치가 단숨에 뒤바뀌었다. 아그리올라의 거친 쇄도는 아무 것도 없는 암벽만을 헤집었다. 소모를 감수한 특공은 또다시 수포로 돌아갔다. 지수가 아그리올라를 향해서 말했다.
“또 손해를 봤군, 아그리올라.”
지수가 아그리올라를 조롱했다. 아마 지금쯤 답답해 죽을 듯한 기분일 것이다. 제대로 싸우면 한 주먹거리도 안 될 녀석들이 하필이면 심장을 빼앗겼을 때 쳐들어와서, 특기인 마법도 쓰지 못하게 봉인한 채 비늘을 야금야금 좀먹고 있다니.
우르르 바위가 무너지며 흙먼지가 솟아올랐다.
“...그래서 어쨌다는 거냐.”
확실히 인정해야 했다. 저 마법사는 혼자 싸울 때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다. 바로 저 눈동자가 문제였다. 모든 상황과 이후의 전개가 훤히 들여다보인다는 듯 통찰하는 황금색 눈동자. 마법사는 전황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마치 이 용왕을 상대로 체스라도 한 판 두고 있는 것처럼.
하지만 현실은 체스처럼 폰으로 킹을 잡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몰아붙여서 체크메이트를 선언해봤자 잡병의 창은 왕의 갑옷을 뚫지 못한다. 그것이 압도적인 격의 차이였다.
“예측이 맞아떨어지니 기분이 좋더냐? 공격을 피해 우쭐하더냐! 몇 번을 공격해도 내게 상처 하나 입히지 못하는 주제에! 평생 동안 이 용왕의 비늘이나 긁고 있도록 해라, 한 번이라도 내 발톱에 긁힌다면 그 때가 너희들이 종언이니!”
고개를 돌린 아그리올라가 도발하며 소리쳤다. 확실히 화가 나기는 한 것 같았다. 지수가 피식 웃으며 얼굴에 손바닥을 가져다댔다. 허주화의 술. 그림자가 들끓는 것과 동시에 지수가 재버워키와 융합했다. 상황은 갖춰졌다. 지수의 주변에는 지금까지 그려놓은 수많은 룬 문자들이 떠있었다.
“걱정 마. 슬슬 나도 회복이 된 것 같거든.”
서민하와 오성화의 공격으로 아그리올라를 쓰러뜨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지금까지의 모든 공격은 결정적인 한 수를 확실하게 두기 위한 밑작업일 뿐이었다. 지수 뒤에 나타난 밴더스내치가 룬 문자들을 손에 모았다.
<여기 나의 왕에게, ‘파열’의 용언을 바친다.>
밴더스내치의 손 위에서 용언 문자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동안 지수는 무방비 상태였지만 이전과 달리 지금은 앞에 서민하가 있다. 룬을 두르고 있는 서민하는 아그리올라가 뿜어낸 불길을 정면에서 막아냈다. 그리고 용언 문자를 정령무장에 장전한 지수가, 아그리올라에게 마탄을 겨누었다.
“이런 걸 할수 있을 줄은 몰랐겠지.”
처음부터 끝까지 짜여있던 싸움이었다. 이쪽은 손발이 묶인 아그리올라의 공격을 전부 피하고 막아낼 수 있지만, 아무리 공격해봤자 아그리올라의 비늘을 뚫고 피해를 입힐 수는 없다. 그런 인식을 계속해서 아그리올라에게 심어주었다.
그 결과 아그리올라는 자신의 비늘의 방어력을 믿고 공격에 온 힘을 쏟아부었다. 어떻게든 한 번의 공격만 제대로 맞춘다면 그때부터는 아그리올라가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었으니까. 그것은 합리적인 선택이었지만 완전한 실책이었다.
“너, 심장도 없는 주제에 마력을 너무 썼어. 그런 비효율적인 공격을 계속하면 적한테 좋은 일 해주는 거밖에 더 돼?”
주문을 구성하지 않고 마력을 직접 쏘아보내는 건 비효율의 극치였다. 웬만한 주문과 비교해도 위력이 떨어지지 않는 수준의 새까만 칼날. 그런 걸 수십 개나 계속해서 날려대면 마력이 펑펑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아그리올라에게 흐르고 있는 마력량은 상당히 반감되어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파사의 마력으로 코팅을 해도 상당히 위력이 상쇄되었을 것이다. 그 무지막지한 마력을 온몸에 칭칭 두르고 있으니. 하지만 지금이라면 분명히 관통할 수 있다. 전부 여기까지 상황을 끌고 오기 위한 기만극일 뿐이었다.
“용언마탄.”
확실히 아그리올라의 생각이 맞았다. 현실은 체스 따위가 아니었다. 폰이 킹을 구석에 몰아붙여 체크메이트를 선언해봤자, 창날이 갑옷을 뚫지도 못하고 역으로 죽임당할 뿐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킹이 킹에게 선언하는 체크메이트였다.
정령무장에서 터져나간 파괴의 광선이 아그리올라의 비늘을 꿰뚫고 살점을 터뜨렸다. 고통스러운 포효가 울려퍼졌다. 마탄은 아그리올라의 숨을 끊기는커녕 치명상을 입히지도 못했지만, 큰 상처가 생긴 시점에서 이미 결착은 나있었다.
방심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지수는 다음 용언 마탄을 준비했고 또다시 발사했다. 그것을 두세 번 반복하자, 아그리올라의 은신처를 차단하고 있던 용왕의 결계가 해제된 것이 느껴졌다. 최강의 용왕인 아그리올라는 허무하게 절명했다.
<……정말로 해냈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밴더스내치가 중얼거렸다. 그리고 지수는 숨을 헐떡이며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욱신거리는 감각이 느껴졌다. 밴더스내치를 경유해서 사용하고 있던 용왕의 힘이, 확실한 자신의 것으로 녹아들고 있었다.
바닥에는 거대한 흑룡의 시체만이 남아있었다. 이것 또한 어떻게 수습을 하긴 해야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튼 지금은 쉬고 싶었다. 해석 스킬을 폭주시킨 후유증이 가시지도 않은 상태에서 필살기를 남발한 탓에 정말로 쓰러지기 직전이었다.
“미역 씨, 녹초가 됐네. 하긴 미역은 녹초니까. 풋.”
옆에서 서민하는 웃기지도 않은 개그를 치고 있었다. 지수가 헛웃음을 지었다. 뭔가 서민하를 보고 있으니 용왕이니 뭐니 하기 전 예전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지수가 그렇게 생각했을 때, 다가온 오성화가 지수에게 칼을 들이댔다.
“무슨 짓이야!”
정색한 서민하가 소리쳤지만 오성화 또한 양보할 기색은 없었다. 방금까지 공투하고 있었지만, 이건 이거고 그건 그거였다. 오성화는 지수에 대해 아무런 기억도 가지고 있지 못했다. 그리고 지수는 방관하기엔 너무 위험한 존재였다. 도저히 감당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 뿔을 보니 평범한 인간 같지는 않은데. 너. 몬스터냐?”
대답 여하에 따라 지금 여기서 싸우는 것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듯이, 냉정한 눈동자가 지수를 내려다보았다. 오성화를 빤히 바라본 지수는, 고개를 내려 영혼시로 자신의 영혼을 바라보았다. 밴더스내치의 혼은 이제 결합을 넘어 완전히 지수와 동화해있었다. 지금이라면 분명 조작할 수 있었다.
“뭘 하려는 거지? 내 말에 대답…!”
말하던 오성화가 움직임을 멈추고 멍하니 입을 벌렸다. 지수는 방금 자신의 영혼에 걸려있던 이름 지우기를 해제했다. 아그리올라를 쓰러뜨리고, 용왕의 힘을 자유자재로 제어할 수 있게 된 지금에 와서는 비교적 간단한 일이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잠겨있던 지수에 대한 기억들이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정확히 오 초 후.
구석의 바위에 앉은 오성화는 죽고 싶다는 듯 양손바닥으로 얼굴을 덮고 미안해만을 남발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