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화. < 용이 왜 거기서 나와 (7) >
“왜 네가 혼자 와서 싸우고 있나. 저거 인형사잖아. 미쳤어? 회귀자라고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왔지.”
“회귀자 드립 재미 없어요……"
김혜성이 마력의 손으로 지수를 획 끌어당겨 부축했다.
“그래도, 잘 버텼다.”
오성화가 한 걸음 앞으로 나가 복도에 선 인형사를 노려보았다. 질기고 질긴 악연을 바라보는 눈빛이었다. 인형사 또한 오성화가 누군지 아는 눈치였다. 아니, 사실 이 나라의 각성자 중에 폭검 오성화를 모르는 쪽이 손에 꼽을 것이다.
인형사가 천천히 오성화의 상태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구겨진 셔츠와 급하게 걸치고 온 자켓. 머리는 지금까지 자다온 듯 떡져있었다. 적어도 주도면밀한 공략을 획책하고 온 것은 아니었다. 말 그대로 방금 연락을 받고 급하게 달려온 모습이었다.
“꼴을 보니 상당히, 허겁지겁 달려오신 모양이네요? 폭검. 제대로 된 준비 하나 안 해놓고 저와 싸우려 들다니.”
“준비 하나 안 해놨다고?”
오성화가 웃기고 있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그가 옆쪽의 허공에 손을 집어넣었다. 아공간 포켓이었다. 그리고 꺼낸 것은 몇 개의 반지와 가지각색의 물약들이었다. 마지막으로 손에 쥔 것은 오성화가 애용하는, 붉은 기가 감돌고 있는 대검.
“몇 년 동안 이 날만을 준비해왔다. 언제 어디서 너와 만나도 확실하게 박살낼 수 있도록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지.”
“글쎄요? 저 보고 무서워 죽겠다고 울면서 꽁무니를 뺀 게 엊그제 같은데. 또 도망치고 싶으면 도망쳐도 돼요.”
그리고 인형사가 획 손을 휘둘렀다. 뒤에서 부축을 받고 있던 지수가 흠칫 눈을 크게 떴다. 마력사(絲)에 의한 절삭. 파사의 마력을 가진 자신에게는 별 위협이 안 되지만, 저 실의 살상능력은 장난이 아니다. 아무리 오성화라도 저걸 정면에서 받았다간 팔다리가 찢어져버릴 것이다.
“오성화 씨! 실이…!”
“그래. 보여.”
하지만 오성화는 아무 걱정 없다는 듯이 선글라스를 치켜올렸다. 선글라스는 시야를 크게 방해한다. 상식적으로 전투 중에 그런 도움이 안 되는 물건을 끼고 있을 리가 없었다.
아무 기능도 없는 평범한 선글라스라면 말이다.
오성화가 언제나 익숙해지려 끼고 있던 선글라스는, 마경(魔鏡)의 렌즈로 만든 특제품이었다. 마치 적외선 카메라처럼, 마력에 대한 감지능력이 부족해도 색으로 구분할 수가 있다. 그리고 오성화는 현역 헌터 중 최강이라고 불리는 남자. 보이기만 한다면 대응하는 것 따위 문제도 아니었다.
오성화는 쇄도하는 실들을 가볍게 피해냈다. 사실 선글라스를 쓰고 있지 않았어도 대응 자체는 가능했을 것이다. 인형사의 손만을 보고 예측해서 피할 수 있도록 연습해왔으니까. 시시해 죽겠다는 듯 한숨을 흘린 오성화가 말했다.
“삽질하지 말고 인형 꺼내.”
소름 끼치도록 차가운 목소리였다. 오성화는 지금 공격하는 게 유리할 텐데도 일부러 인형사의 준비를 기다리고 있었다. 인형사가 가진 모든 인형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다 박살내버릴 거라는 듯이. 그건 방심이나 자만 같은 게 아니었다. 반드시 그렇게 하겠다고 맹세한, 광기에 가까운 각오였다.
그런 오성화의 등을 바라보며 지수가 입을 열었다.
“……안 도와줘도 되는 거예요?”
“안 도와줘도 되냐고?”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꺼낸 지수의 질문에, 팔짱을 낀 김혜성은 그것 참 재미있는 농담이라는 듯 낄낄대며 웃었다.
“너, 저기 서있는 사람이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냐. 인형사를 조지겠다는 일념만으로 국내 최고의 헌터까지 올라간 남자야. 우린 어떻게 하면 말려들지 않을지를 생각해야지.”
그 귀기마저 깃들어있는 기백에는 확실히 위축될 만한 것이 있었는지, 인형사가 꿀꺽 침을 삼켰다. 하지만 이내 무언가를 깨달은 인형사가 유쾌하다는 듯 웃기 시작했다. 아주 멋진 아이디어가 생각났다는 얼굴이었다. 지금부터 시작될 무대가 기대돼서 어쩔 줄 모르겠다며 인형사가 양팔을 벌렸다.
“제게 연출권을 넘겨준다면, 사양하지 않고! 당신이 가장 깊게 절망할 수 있도록…두 사람의 주연을 여기 초대할게요.”
끔찍한 정숙 사이에서 무언가가 끼리릭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오성화는 가만히 인형사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두 구의 인형이 저쪽에서 걸어왔다. 이런 미친 여자가. 걸어오는 두 인형의 모습을 확인한 김혜성이 입술을 깨물었다.
“이 비극의 주역 배우는 이 두 사람. 당신이 구해줬지만 죽어버린 친구와…. 당신을 구해줬지만 죽어버린 여자.”
인형사가 무슨 기분이냐는 듯 오성화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삐걱이며 더벅머리를 흔들고 있는 인형.
초보 헌터 시절부터 함께하던 친구. 재능 넘치는 오성화의 등을 지지 않겠다 열심히 쫓으며 언제나 노력하는 녀석이었다. 오성화 또한 친구는 언제나 자신의 옆을 따라와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언젠가는 둘이서 길드를 만들자고.
그 친구는 인형사에게 살해당해 인형이 되었다.
보석 같은 눈동자를 빛내고 있는 여성의 인형.
오성화가 집행부에 들어가 폭탄마라는 이름으로 증오를 불태우며 싸우던 시절. 죽을 뻔한 자신을 집에 데려와 치료해준 여자였다. 그녀에게 네가 하는 방식은 잘못됐다고 일갈당하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보다 훨씬 더 삐뚤어져버렸을 것이다.
그 여자는 인형사에게 살해당해 인형이 되었다.
두 인형을 바라보며 서있는 오성화를 인형사가 비웃었다.
“그거 알아요? 이 남자가 따라가도 따라가도 따라잡을 수 없는 당신의 등을 바라보며 무슨 기분을 느끼고 있었는지. 이 여자가 자기가 그토록 바란 힘을 가졌으면서 사람들을 죽이기만 하는 미련한 당신을 보며 얼마나 분함을 느꼈는지!”
인형사가 저주를 속삭이듯 오성화를 삿대질했다.
“둘 다 속으로는 당신을 원망하고 있었단 말이예-”
말이 끝나기도 전에 두 인형이 폭발했다. 인형사가 멍하니 입을 벌렸다. 방금까지 앞에 서있던 오성화는, 눈 깜짝할 사이에 인형사의 등 뒤에 서서 한숨을 흘리고 있었다. 팔다리가 박살난 두 인형의 파편들이 복도를 데구르르 굴렀다. 오성화가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인형사와 눈이 마주쳤다.
"대체, 방금 무슨…?”
인형사가 경악을 흘렸다. 준비 자세 따위는 보이지도 않았다. 가까스로 이해할 수 있던 건, 방금 오성화가 폭발을 이용해 자신의 움직임을 순간적으로 가속시켰단 것이다. 강해진 줄은 알았지만, 전에 만났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인간이었다.
하지만 인형사를 더욱 패닉에 빠지게 한 것은, 비장의 한 수라고 생각했던 두 인형이 오성화의 마음을 꺾어버리긴커녕 한 순간의 망설임마저 품게 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인형사가 소리쳤다.
“당신, 미친 거 아니예요? 모를 줄 알아요! 기억도 전부 읽어봤단 말이에요! 저 두 인형은 당신의 가장 소중한 사람이잖아요? 그런데 표정 하나 안 바꾸고 터뜨려버리다니!”
“이제야 해준 거지. 늦은 장례를.”
오성화는 오히려 후련하다는 표정이었다. 마음대로 모욕당하고 있던 친구와 연인의 시체를 이제야 해방시켜줬다. 그리고 턱짓으로 인형사를 도발하며 까닥였다. 빠짐없이 전부 다 박살내줄 테니까, 빨리 다음 인형을 가져오라는 뜻이었다.
“완전히 미쳤어……"
인형사는 지수를 상대할 때하고는 또다른 공포를 느꼈다.
아무리 그걸 머리로 이해하고 있다고는 해도, 눈앞에서 직접 소중한 사람의 시체로 만들어진 인형을 보면 흔들리는 게 인간이라는 생물이었다. 인형에게서 읽어낸 기억으로 그 흔들림을 조금만 크게 만들면 무너뜨리는 건 간단할 텐데. 오성화의 마음에는 파고들 틈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스테이지 3, 스테이지 4, 스테이지 5!”
초조해진 인형사가 손뼉을 쳤다. 이내 천장에서 수많은 인형들이 쏟아져내렸다. 온몸이 암석 같은 근육질로 되어있는 인형. 팔다리에
그림자를 두르고 있는 인형. 커다란 일본도를 든 채 여우 가면을 쓰고 있는 인형. 어중이떠중이들이 아닌 하나하나 정말로 아끼는 컬렉션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한 순간 폭음과 함께 붉은 섬광이 이리저리 총알처럼 튀어나갔다. 종횡무진 난무하는 오성화는 복도의 바닥뿐만 아니라 벽이 나 천장까지도 발판 삼아 움직이고 있었다. 인형사가 눈으로 쫓기도 힘들다는 듯 이리저리 고개를 돌렸다.
폭음 사이에서 대검이 인형을 꿰뚫는 소리가 연이어 들렸다. 무슨 방법을 쓴 건지 오성화는 최소한의 폭발로 인형들의 핵만을 정확하게 박살내고 있었다. 아마도 대(對) 인형전을 위해 준비해둔 모종의 아이템들 덕분인 것 같았다.
폭음이 멎었을 때 서있는 것은 오성화 뿐이었다. 그 몸에는 상처 하나 없이, 모든 인형은 작동을 멈추고 널브러져있었다. 가볍게 획 대검을 휘둘러 재를 턴 오성화가 말했다.
“끝이냐?”
차가운 눈빛이 시시하다는 듯 인형사를 노려보았다.
인형사는 초조해서 입술을 씹었다. 말도 안 된다. 폭검이 이쪽을 추적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생각하고 있던 수준을 한참 벗어났다. 저건 이미 A급 최상위 헌터라 하기에도 이상한 수준이었다. S급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저걸 죽이려면 이쪽도 각오를 해야만 했다.
인형사가 힐끗 뒤쪽에 있는 지수를 쳐다보았다. 동료에게 부축을 받고 있는 걸 보니, 인형들을 한꺼번에 무력화한 그 무시무시한 기술은 사용할 때마다 상당히 무리가 가는 듯 싶었다. 그렇다면 해볼 만하다. 아니, 할 수밖에 없다.
"이건, 때가 될 때까지는 절대 쓰지 말라고 명령받았는데."
인형사가 체념한 듯이 중얼거렸다. 그만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는 게 알려지면 주목을 받게 된다느니 하면서 꽁꽁 숨겨놓고 있으라 몇 번이고 당부받았다. 하지만 그 빌어먹을 도마뱀이 머릿속에 얼마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건지는 몰라도, 이런 상황에서는 사용할 패를 가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제가 지금껏 자취를 감추면서…뭘 하고 있었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추적을 피해 숨어지내려고 종적을 감추고 있었다 생각한 거예요? 다른 누구도 아니고 이 인형사가?”
인형사가 손가락에 걸려있는 반지의 실매듭들을 뜯어냈다. 마치 결계의 봉인을 해제하는 것처럼. 그와 동시에 오성화와 김혜성, 둘 모두 눈을 크게 뜨며 경악했다. 온몸이 찌릿찌릿하게 경고를 내뿜었다. 이런 거대한 존재감들을 어째서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지. 이건 정말로, 정말로 위험했다.
“그 유명한 육영웅 말고도, 대전쟁에서 활약한 전사들은 수도 없이 많았죠. 지금의 헌터들과는 격이 다른 각오와 힘을 가지고, 목숨을 걸며 괴물들과 싸운 구세대의 전사들. 누구도 그들을 ‘헌터’라고 부르지 않았습니다. 그 시절 공격받는 쪽은 이쪽이었으니까. 그래요. 사람들은 그들을 이렇게 불렀죠….”
한 순간 호텔 안의 분위기가 일변했다. 진짜 인형극이 시작된다. 끔찍한 존재감들에 공기의 맛까지 달라진 것 같았다. 동시에 어딘가에서 들려온 것은 불길한 아카펠라였다.
“가디언.”
세상 모든 걸 저주하는 듯한 선율. 마치 예전 서민하의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느꼈던 거북함을 안 좋은 부분만 극대화시킨 것 같았다. 단순히 듣기 싫다거나 초조해지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속이 메스껍고 어지러워질 수준이었다
"그 사람들의 시체들을 수집하는 건 즐거웠죠. 대부분의 가디언들은 전쟁통에 사지가 뜯겨 죽어나갔지만, 비교적 멀쩡한 상태로 매장 당한 이들도 분명히 존재했거든요. 강한 마력을 품고 있던 육체는 쉽게 썩지 않는다는 말이 사실이었나 봐요. 인형으로 만드니 골동품다운 품격이 느껴졌어요.”
기척도 없이 나타난 인형들은 총 열두 구였다.
“말도 안돼……이건 반칙이잖아.”
김혜성이 헛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연신 호텔 안에 저주받은 선율을 노래하고 있는 건, 수녀복을 입고 있는 성녀의 인형이었다. 후드를 걸친 채 낫을 들고 있는 사신도. 해적 모자를 쓴 채 유령들을 거느린 애꾸눈의 선장도. 전부 한 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역사 속의 영웅들이었다.
마치 과거 대전쟁의 재현이다. 백묵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대전쟁에서 현역으로 싸우던 가디언들은 전원 지금의 헌터들 따위는 우습다며 어린애 취급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고작 세 명이서 이 모두를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김혜성이 이를 악물었다. 성녀의 시체를 훔쳐갔다고 들었을 때 눈치챘어야 했다. 이것이 인형사가 준비하고 있던 노림수였다. 하지만 어떻게? 대전쟁 당시의 일을 알고 있는 존재가 아니면 이 많은 유해를 수집하는 건 불가능할 텐데.
“엑스트라 스테이지. 시작합니다.”
인형사가 잘 부탁드린다는 듯이 치마를 치켜세우고 인사했다. 확실히 비장의 수단이라고 할 만했다. 이건 말 그대로 일인군단이다. 지금 이 가디언들만 대동해도 웬만한 대형 길드쯤은 인형사 혼자서 궤멸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양날의 검. 인형사가 이런 전력을 지니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 모든 길드가 협력해 인형사 토벌에 나서겠지.
인형으로 전락한 과거의 영웅들이, 흉흉한 눈빛으로 오성화와 김혜성, 그리고 지수를 쳐다보았다. 저쪽은 인형사를 포함해 열셋, 그에 반해 이쪽은 고작 세 명. 그것도 지수는 탈진해서 마력을 회복하고 있는 채였다. 너무나 불리하다.
“대장, 지원이 없으면 승산이 없어. 여기서는…”
김혜성은 일단 도망쳐야 한다고 판단했다. 견제하는 데에 전력을 다한다면 어떻게든 도망치는 것까지는 가능할 것이다. 그렇게 김혜성이 싸움을 준비하는 오성화를 만류하려고 할 때, 뒤쪽에서 찰칵 찰칵! 카메라 플래시가 연신 울려퍼졌다.
“뭐야?”
“응!?”
마치 기자들이 특종을 찍을 때 같은 플래시의 세례였다.
오성화도, 김혜성도, 심지어 인형사까지 놀라서 뒤쪽을 바라보았다. 사정을 알고 있다는 듯이 안도의 한숨을 쉰 것은 지수 한 명 뿐이었다. 이건 진짜 대박이라며 카메라로 호텔 복도의 풍경을 찍고 있는 건 한 명이나 두 명이 아니었다.
호텔에 들어서기 전 지하 주차장. 지수는 스마트폰으로 ‘두 곳’에 호텔의 주소를 첨부했다. 하나는 당연히 오성화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연락.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부탁이 아니라 제안이었다. 카페의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하나의 거래.
고깔의 의뢰 게시판에 올라온 하나의 게시글.
제목은 ‘인형사 토벌 협력 인원을 구합니다’.
작성자 아이디는… 척척박사.
사진을 찍고 있던 마법사들이 말했다.
“크…이거 사진 올리면 조회수 1만은 나올듯.”
“야. 내가 낚시글 아니라고 했지? 척척박사 님이 이런 거 가지고 거짓말하실 분이냐? 벌써 레이드 시작됐네!”
“와, 저기 있는 거 김혜성이랑 오성화 아니야?”
“그럼 저 여자가 그 인형사……"
십수 명의 남자들이 웅성댔다. 지수를 제외한 세 사람 모두,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겠다는 듯 멍하니 입을 벌렸다. 이내 땡글이 안경을 쓰고 있는 십수 명의 정예 마법사들이, 사진을 찍던 스마트폰을 집어넣고 각자의 지팡이를 꺼내들었다. 중요한 건 한 가지, 위대한 척척박사께서 토벌에 참여한 모든 마법사에게 인터넷 강의를 약속해주었다는 것.
“척-멘.”
“척멘.”
“척-멘.”
지팡이 끝, 빛나는 마법진들이 격렬하게 회전했다. 이내 가지각색의 주문들이 복도를 달려나가 인형들에게 작렬했다. 고깔 카페의 마법사 십수 명이 인형사 토벌에 참전. 이걸로 숫자의 우위는 이쪽이 가져갔다. 외벽이 반쯤 무너진 호텔의 복도에서, 작은 전쟁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이래서 인맥 인맥 하는 거구만.’
김혜성에게 부축받고 있던 지수는, 안주머니에서 코주부 안경을 꺼내 쓰고선 쓴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