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규격외 등급 해석사-38화 (38/176)

38화.  < 그놈의 척멘은 진짜 (4) >

“미역 씨… 심각하네.”

지수의 방을 슥 훑어본 서민하의 감상이었다.

책상 위는 쌓여있는 온갖 책들과 종이들, 설거지하지 않은 찻잔들로 난장판이 된 채였다. 지수는 하고자 하면 수많은 변명을 늘어 놓을 수 있었다. 요즈음 차분히 집에 있을 때가 없었어서 정리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 이게 자신에게는 딱 알맞게 정리된 상태라는 것 등등. 하지만 입을 열려고 하자마자 째려보는 서민하의 눈빛 탓에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대체 방구석이 이런데 어디서 자는 거야?”

“음……저쯤?”

지수가 손가락으로 책상 옆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바닥에 깔려있는 요와 구부러진 스탠드 하나, 그리고 누워서 읽다 잔 두세 권의 책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저쯤이 지수의 잠자리였다. 눈썹을 찌푸린 서민하가 다시 고개를 돌려 이쪽을 바라보았다. 무슨 외계인이라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청소를 해야겠어.”

거의 대한민국을 독립시키겠다 수준의 결연한 의지가 느껴지는 한 마디였다. 하긴 매일 라이브 하우스의 잔들과 테이블을 똑바로 맞추고, 시도 때도 없이 바닥에 대걸레질을 하던 서민하에겐 버틸 수 없는 광경이었을지도 몰랐다.

“다 좋은데 펼쳐져있는 건 건들지 마라.”

지수가 주전자에 물을 끓이며 말했다. 방이 더럽다기보단 그냥 책들이 이리저리 놓여져있을 뿐이니, 대충 차를 내올쯤엔 끝나있겠다 싶었다. 그 생각대로, 지수가 녹차 두 잔과 과자를 접시에 담아오자 방은 상당히 깔끔해져있었다.

두 손으로 찻잔을 들고 차를 홀짝이던 서민하가 말했다.

“집에 먹을 건 없는데 접대용 찻잎이랑 과자는 있고. 이상하네. 손님들이 많이 찾아오나봐.”

“손님‘들’은 아니고. 일 때문에 만나는 사람이 있어서.”

서민하는 그 손님이 누군지 상당히 신경쓰이는 눈치였지만, 더 이상 캐묻는 것도 그렇다는 듯 조용히 차를 홀짝였다.

차 한 잔을 마시는 동안 지수는 네 팬덤이 생기고 있다느니 네 영상 조회수가 엄청 올라가고 있다느니 하는 잡담을 떠들었다. 서민하는 그런 이야기가 부끄러운지 정색한 채 들은 척 만 척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야기의 본제에 들어갔다.

“그래서, 흡혈충동 사라진 거 아니었어?”

지수는 어제 피를 빨겠냐는 말을 꺼내자마자 눈빛이 달라지던 서민하의 모습을 떠올렸다. 눈동자까지 새빨갛게 변해서는, 생각한 것보다 훨씬 격렬한 반응이었다. 혹시 흡혈충동이 아직 그대로 남아있는 게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로. 그렇다면 큰일이었다. 그러자 서민하가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예전처럼 피를 안 빤다고 몽롱하고 갈증이 느껴지고 하는 건 아닌데……달콤한 걸 먹고 싶은 느낌이라 해야 하나.”

서민하가 인상을 찌푸리며 열심히 설명했다. 팔짱 낀 지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먹지 않는다고 죽는 것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먹을 기회가 없으면 불만이 쌓여가는. 그리고 지수가 또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수혈팩으로 해결하는 건 상관없어?”

“그건…냉동 치킨이랑 그냥 치킨의 차이라고 해야 하나.”

“생각보다 엄청난 차인데.”

지수가 콧숨을 쉬며 납득했다. 일단 흡혈충동이 사라진 것은 확실한 것 같았다. 다만 오랫동안 피를 빨지 않으면 참을 순 있어도 불만이 쌓이기에, 지수 쪽에서 먼저 그런 말을 꺼내자 정말이냐고 격렬하게 반응한 것이었다. 어깨를 으쓱인 지수가 손가락으로 자신의 목을 두드렸다.

“그럼 빨아.”

“어?”

눈을 동그랗게 뜬 서민하가 한 걸음 움찔 뒤로 물러났다.

“그러고 싶어서 온 거 아니야? 이게 뭐 별 것도 아닌데. 헌혈 같은 거라 생각하면 뭐.”

지수에게는 확신이 있는 상태였다. 자신은 이미 서민하의 계약자로 성립된 상태이기에, 피를 빨린다해서 딱히 악영향을 받는 일은 없다. 애초에 그녀는 권속을 만드는 타입의 흡혈귀가 아니었다. 하지만 서민하는 막상 빨라고 하자 오히려 망설여지는 듯 했다. 망설인다기보다는 무서워하고 있었다.

한참동안 침을 삼키며 이쪽을 바라보던 서민하는, 결국 못하겠다며 방구석에 가 무릎을 껴안고 주저앉았다. 그런 서민하를 본 지수가 한숨을 쉬었다. 답답해서 미치겠네. 서민하의 팔목을 잡고 끌고 온 지수가 그녀를 다시 의자 앞에 앉혔다.

“아 괜찮으니까 빨리 좀 빨아주시라고요 서민하 씨. 주사맞기 전에 뜸들이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뭐하는 거야?”

“…정말로 괜찮아.”

“안 괜찮으면 이러고 있겠냐.”

“무섭지 않아…?”

지수는 질렸다는 얼굴로 서민하를 바라보았다. 사실대로 말하면 무섭지 않은 수준이 아니라 제발 좀 빨아달라 부탁해야 할 판이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인 서민하는, 양손을 지수의 어깨에 올리고 목덜미 쪽에 입을 가져갔다.

그리고 흡혈이 시작되었다.

어찌됐든 송곳니가 살갗을 뚫고 들어오는 것이다. 상당한 고통이 느껴질 거라 생각했는데, 기묘하게도 아픔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쯤 몽롱한 기분이었다. 흡혈귀 특유의 무언가가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리고 서민하가 지수의 목덜미에서 입을 떼어냈을 때, 지수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계약자와의 직접 흡혈로 인해 ‘뱀파이어 프린세스의 계약자’의 효과가 활성화되었습니다! 계약한 뱀파이어의 능력치에 비례해 모든 스탯이 반영구적으로 증가하고, 모든 감각과 마력 감지 및 야시(夜視) 능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오."

알림창의 내용을 확인할 것도 없이, 지수의 체내에서 커다랗게 몸뚱이를 불린 마력이 느껴졌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시각이나 촉각을 포함해, 주변 상황을 인지하는 능력 역시 훨씬 뚜렷해졌다. 저기 구석에 펼쳐져있는 책의 아랫글자도 선명하게 읽히는 수준이었다.

나중에 제대로 확인해봐야겠지만 근력 또한 크게 증가한 상태일 게 틀림없었다.

“이제 됐어?”

지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목덜미에는 송곳니 자국 대신 기묘한 모양의 각인이 남아있었다. 아픔이 느껴지지 않는 것도 그렇고, 상위 뱀파이어는 단순히 깨물어 피를 짜내는 게 아니라 특수한 흡혈 방식을 취하는 듯 했다. 그러자 모자를 푹 눌러쓴 서민하가 한쪽 검지를 세운 채 이쪽으로 내밀엇다.

“조, 조금만 더……"

지수가 한숨을 쉬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아까까지만 해도 못 빨겠다고 하더니, 한 번 빨고 나니까 단숨에 태도가 바뀌어있었다. 이러다가 빈혈 일어나는 거 아냐? 피를 빨리는 지수에게 조금쯤 진지한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

정유현은 지하를 뚜벅뚜벅 걷고 있었다. 김도형이 서민하와의 대화로 알아낸 실험 시설. 그곳에는 확실히 커다란 설비들이 존재했지만, 한 발짝 늦었는지 이미 거의 모든 시설이 폐기되어 증거다운 증거를 찾을 수가 없었다. 걷고 있던 정유현의 앞에서부터 짝짝짝 단조로운 박수소리가 들려왔다.

우뚝 걸음을 멈춘 정유현이 앞을 바라보았다.

"……날 기다리고 있었던 건가?”

“당연히 여길 찾아낼 거라 생각했지. 선배는 개코니까.”

그곳에서 정유현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같은 집행부였던 남자였다. 얼굴에 쓰고 있는 가면은 검도에서 사용하는 호구(具)였다. 코드네임은 검호. 그는 언제나 정유현을 라이벌시하고 쫓아오려 했기에, 정유현 또한 집행부의 선배로서 그의 목표점에 걸맞은 인간으로 존재하려 노력하고 있었다.

그런데,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곳까지 가버린 모양이었다. 이곳에서 정유현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은 곧 그런 뜻이었다. 늑대탈을 쓴 정유현은 씁쓸한 한숨을 쉬었다.

“다 들었다고. 우리 쪽에 한 발 앞서서 도망친 실험체를 찾아나섰다가, 오히려 선배 쪽이 상처입고 놓쳐버렸다지?”

텅 비어있는 지하 시설에 킥킥대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호구의 그림자에 가려 보이지 않았지만, 안쪽의 얼굴이 비웃음으로 물들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가 한 손에 들고 있는 검을 위협하는 듯, 몸을 푸는 듯 옆으로 붕붕 휘둘렀다.

“아깝게 됐네, 비장의 한 수였을 텐데. 아무리 그래도 그 따위 실패작 하나 못 잡고 당하다니. 명색이 집행부의 사천왕 중 하나라 불리는 인간이 부끄럽지도 않아?”

“사천왕이니 뭐니 꼴값을 떠는 게 더 부끄럽지 않나.”

마른 체구의 늑대탈… 정유현은 재미없다는 듯이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 말에 검호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사천왕이라는 자리를 동경하고 있던 그에게 있어, 당연하다는 듯 그 자리에 들어가 놓고도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태도로 일관하는 정유현은 상당히 얄밉게 보였을 것이다.

검호가 숨기고 있던 마성(魔性)을 온전히 해방했다.

“집행부 사천왕. 선배 말고 다른 세 명이 얼마나 괴물인지는 알고 있지? 그리고 오늘 거기에 한 명이 더 추가되겠지.”

검호의 온몸에서 단단한 바위의 가시 같은 것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결코 일반적인 스킬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고, 피부와 동화되어 있는 암석은 마치 몬스터의 그것이었다. 몸집을 두 배 가까이 불린 검호가 대검을 옆으로 휘둘렀다. 엄청난 완력과 속도에 벽이 우르르 무너졌다.

“늑대를 사냥하고, 내가 새로운 사천왕이 된다!”

일반적인 헌터의 수준을 명백히 넘어선 위력이었다. 몸에 두르고 있는 암석의 가시들 또한 웬만한 공격으로는 흠집 하나 나지 않는 수준의 갑옷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또한 협회가 실행한 모종의 ‘실험’에 관련되어 있었다. 하지만 정유현은 천천히 고개를 떨구더니, 그저 조용히 속삭였다.

“…짜증나는군. 뭐가 잘났다고 뻔뻔히 고개를 들고 있지.”

주머니에서 뺀 한 손에, 연보라색 소용돌이가 휘몰아쳤다.

분명 정유현은 그 날, 서민하의 팔다리를 분질러놓겠다는 각오로 구속에 나섰다. 흡혈귀의 능력을 이식당한 그녀가 옴짝달짝도 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압박을 가했다. 누르는 힘만으로 콘크리트 바닥에 금이 가기 시작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건 돌려서 말하면, 어디까지나 바닥에 금 정도만 갈 수준으로 힘조절을 하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죄인은 죄인답게, 바닥에 머리를 처박고 있어라.”

철퇴가 내리찍힌 건 순식간이었다.

단순히 일어설 수 없는 수준이 아니라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검호의 몸에 솟아나있던 암석의 뿔갑옷이 뿌득뿌득 소리를 내며 부서져갔다.

호흡조차 할 수 없이 내장이 뒤틀린다. 검호는 경악에 빠졌다. 자신의 힘은 예전에 비해 몇 단계나 위로 올라섰을 텐데, 아직도 이만한 격차가 있다고?

“컥……그, 만….”

한 때 집행부의 후배였던 남자가 필사적으로 정유현을 올려다보았다. 반쯤 목이 꺾인 채 기묘한 각도로 비틀려있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이미 정유현은 남자에게 관심 한 조각조차 주고 있지 않았다. 무언가의 위화감을 느낀 정유현은 검호의 몸을 더욱 구겨버리며 위쪽의 저편을 바라보았다.

“힘을 가늠당한건가.”

조금 멀찍이서, 이쪽의 전력을 파악하고 있는 누군가가 있었다. 하긴 이런 얼간이를 정유현의 처리역으로 보낼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놈은 단순히 쓰고 버리는 측정기였다.

정유현이 앞으로 뻗고 있던 손을 거뒀다. 재생이고 뭐고, 검호의 몸은 이미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비틀려있었다. 지금 욱해서 내버린 출력은 누군가에게 관찰되었다. 이제 협회 측에선 정유현의 전투력에 대한 평가를 재조정하겠지.

“더러운 방식만 골라서 써주시는군….”

정유현이 본격적으로 협회와의 전쟁을 시작하려는 것처럼, 협회 또한 본격적으로 늑대 사냥에 나서기 시작하려는 듯 했다. 하지만 그것에 위축되는 기색도 없이, 정유현은 피식 웃음을 지었다. 이쪽에 이목이 집중되는 건 오히려 환영이었다.

조사니 뭐니 하는 건 정유현과 어울리지 않았다.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전쟁이었다. 방해물을 전부 다 부숴버리면 남은 동료들이 알아서 일을 끝마쳐줄 것이다. 게다가 지금은 마음 속 깊이 의지가 되는 인간이 한 명 더 늘었다.

그렇게, 정유현은 단 혼자만의 전쟁을 결심했다.

***

“제발 말씀해주세요. 어디서 구하셨습니까.”

테이블에서 녹차를 홀짝이던 남자가 진지한 표정으로 여주인을 바라보았다. 이건 반드시 추궁해야겠다는 얼굴이었다.

“사장님. 저도 꽤나 애호가입니다. 다도에 관해선 정통하다고요. 이 가게를 폄하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지만, 이건 이런 가게에서 나와도 되는 찻잎이 아니에요……!"

남자는 어떻게 해서든 찻잎의 출처를 알아내고 싶다는 눈치였다. 여주인이 어떻게 하냐는 듯 이쪽을 바라보았다. 구석자리에 앉아 있는 지수는 고개를 휙휙 흔들었다. 여기서 더 이상 귀찮은 일에 휘말리는 것은 지수의 수용범위를 넘어섰다.

고개를 끄덕인 여주인이 살가운 웃음으로 질문을 흘려넘기자, 중년의 남자는 그래요, 간단히 알려주실 수는 없겠죠… 하고 씁쓸한 표정으로 꽉 주먹을 쥐었다. 알아낼 때까지 몇 번이고 이 가게에 찾아와 녹차를 마시겠다는 얼굴이었다.

“저번에 말한 출자 건도 꼭 생각해주십시오.”

라이브 하우스의 장사는 크게 번창하고 있었다. 본업인 밤의 공연보다, 오후 찻집으로서의 영업이 더 잘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었다. 가게 주인으로서는 당연하겠지만, 여주인 또한 대낮을 한가하게 보내는 것보다 이쪽이 좋은지 손님을 맞이하는 것에 활기를 띠고 있엇다.

그리고 또 한 사람이 또각또각 구두소리를 내며 계단을 걸어내려왔다. 여자는 상당히 특이한 차림이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흑단 같은 머릿결에, 코스프레라도 하고 있는 것 같은 프릴이 치렁치렁한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구석자리에 앉은 지수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생긋 웃은 여자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지수는 당황해서 눈썹을 찌푸렸다. 본 적도 없는 사람인데 여자아이는 이쪽을 알고 있는 것처럼 기묘한 눈웃음을 짓고 있었다. 지수는 당황해서 눈썹을 찌푸렸고, 저쪽에서 대걸레질을 하고 있던 서민하가 그녀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다가온 여자가 말했다.

“이상하네. 땡글이 안경 안 쓰세요?”

그 말에 지수가 흠칫 놀랐다. 왜 여기로 다가오나 했더니 이쪽이 마법사라는 걸 한 눈에 간파한 모양이었다. 그건 소름이 돋는 역량이었다. 명경지수라는 마력 탐지 기술을 개발해낸 지수이기에 알 수 있었다. 전투 중도 아닌데 한 순간에 남의 마력을 간파해내는 건 거의 불가능한 수준의 묘기였다.

어쩌면 지수의 마력이 그만큼 강해져서 그런 것일지도 몰랐다. 원래부터 마도 명상을 통해 꾸준히 늘려오던 마력량이 이번에 계약자로서 각성하는 것으로 확 증폭됐으니까. 갈무리하지 못한 마력이 밖으로 넘실대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지수는 그런 식으로 납득하려고 했지만. 마법사인 걸 알아챘느니 뭐니 하는 그런 문제가 아니라는 듯이, 자연스럽게 옆자리에 앉은 여자는 은은하게 웃으며 폭탄 발언을 던졌다.

“선물받은 책은 잘 보셨나요?”

작게 속삭여진 말에, 지수의 얼굴에 식은땀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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