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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격외 등급 해석사-27화 (27/176)

27화.  무슨 뜻인지 쯤이야 (2)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확인하던 지수가 완전히 질렸다는 듯 침음을 흘렸다.

"진짜 난리도 아니네…."

다름이 아니라 척척박사의 일이었다. 몇 가지 이득을 볼 계산을 하고서 들어간 행동이기는 했지만, 고깔에서 척척박사의 활동은 생각한 것보다 훨씬 거센 호응을 얻고 있었다. 이제는 척척박사가 글을 올리지 않아도 카페의 사람들끼리 척척박사의 예전 글들을 재해석하며 쉴새없이 토론하고 있을 정도였다.

척척박사를 추종하고 고깔 카페에서 가열찬 논쟁을 계속해가며 마법 그 자체의 이해에 힘쓰는 유능한 신예 마법사들. 그들은 척척박사의 프로필 이미지인 땡글이 안경을 상징으로 내걸며, 자신들을 스스로 '척척박사 학파'라고 칭하고 있었다.

고깔이 워낙 마법사들만이 접근할 수 있는 폐쇄적인 카페인 터라 아직 소문이 넓게 퍼지지는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이것이 '척척박사'라는 닉네임을 쓰는 정체불명의 마법사의 노림수였던 것이라며, 이후 업계에 새로운 세력이 등장하는 게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하고 있었다.

"으으음…."

지수가 검지로 볼을 툭툭 두드리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분명 나쁜 일은 아니었다. 이 흐름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는 차차 생각해보면 될 일이다. 지수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집행부의 새까만 코트를 걸쳤다. 이제부터는 일할 시간이었다.

같은 집행부라고 해도, 소개를 받아 온 아르바이트는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는 임시 인력인 탓에 제대로 된 전력 취급을 해주지 않았다.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 그런 식의 덤으로 취급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이것은 역량이나 능력 이전의 문제였다. 지수라도 언제 이탈할지 모를 변수를 작전의 중요한 톱니바퀴로 삼지는 않을 것이다.

가볍게 한숨을 쉰 지수가 옆쪽에 알림창을 띄웠다. 표시된 내용은 해주의 비술의 첫 번째 시련이었다. 정유현의 업무를 견학하는 과정에서 마력에 감정을 담는다는 첫 번째 조건은 달성했지만, 지금 당면한 벽은 바로 두 번째 조건이었다.

[해주의 비술 : 첫 번째 시련]

해주의 비술에 입문하기 위해서는 첫째로, '파사의 마력'을 체내에서 정제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반(反) 마력이라고도 불리는 이 특수한 마력은 같은 마력을 튕겨내고 상쇄하는 성질을 지니며, 활용하는 것으로 온갖 주문의 증폭에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 <조건 1. 마력에 감정을 흘려보내는 데에 성공. (달성)>

- <조건 2. ??? 1체를 제압할 것. (미달성)>

<보상 스킬 : 파사(破邪)의 마력>

지수는 앞이 꽉 막힌 듯한 답답함을 느꼈다. 조건이 무엇인지 갈피를 못 잡겠어서 느끼는 초조함이 아니었다. 읽지 못하도록 기묘하게 일그러진 ??? 부분의 문자. 아마 조건을 숨기기 위해 상태창이 번역해주지 않은 거라 생각하지만, 지수의 해석 스킬은 그것조차 간파할 수 있었다. 문제는 바로 그 부분에 있었다.

<조건 2. '악마종’ 1체를 제압할 것 (미달성)

'악마종은 또 뭐야?'

사실은 이미 조사를 해보았다. 악마종(惡魔種). 일반적인 괴수의 카테고리 중에서는 거의 정점에 위치한 놈들이었다. 예를 들어 데몬이나 가고일, 뱀파이어. 전부 최소 B급 던전의 보스, 아니면 A급 던전 안에서나 마주칠 수 있는 괴수들이다.

그런 괴물들을 지수가 만날 수 있을 리가 없고, 만난다 해도 제압할 수 있을 리 없었다. 딱히 지수가 약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 시련에 너무 빨리 도달한 게 문제였다.

'급성장의 부작용이라는 건가….'

평범한 마법사가 경험을 쌓고 정상적인 성장을 거쳐 시련을 해금했다면, 악마종 1체 제압이라는 조건 또한 '적당히 어려운 난이도'겠지만, 지수는 거의 각성을 하자마자 비정상적인 속도로 열어버렸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견실하게 경험을 쌓아 성장하는 수 말고 다른 방도가 없었다. 하기는 집행부에 온 것 또한 최단속도로 B급을 따기 위함이기도 했고, 원래의 목적대로 일에 전념하며 실적을 따내기만 하면 된다. 그 이후 던전에 들어가 악마종이든 뭐든 쓰러뜨리면 그만이었다. 지수는 코주부안경을 쓰고 일감들을 확인했다.

집행부 아르바이트의 업무는 각성자의 난동을 진압하라는 등의 긴급호출을 제외하고는, 리스트업 된 몇 가지 일감들 중 하나를 픽업하는 식이었다. 현장의 일이라고는 해도 대부분은 순찰이나 조사 같은 비교적 온건한 업무들이었다.

하기야 늑대탈…, 정유현이 하던 것 같은 위험한 업무들만 있었다가는 집행부 사람들이 다 죽어나가서 남아나질 않을 것이다. 종이를 펄럭대며 내용을 살펴보던 지수의 눈동자가 멈췄다. 벌떡 일어난 지수가 내용을 다시 한 번 읽어보았다.

B지구 거리에서 목이 물어뜯긴 채 피를 빨린 동물들의 시체가 몇 구 발견됨. 큰 소란이나 실종사건은 보고되지 않았지만, 요즈음 일어나는 괴수 이상발생 사건들과 연관성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음. 단서를 찾을 시 개입하지 말고 즉시 연락.

'피를 빨렸다…?'

그 표현에서 연상되는 건 한 종류의 괴수였다. 뱀파이어. 흡혈귀라고도 불리는 악마종. 물론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고, 아마 해봐야 흡혈고양이나 박쥐 수준의 괴수일 것이다. 단순한 엽기사건일 뿐 괴수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사안일지도 모른다. 오히려 정말로 괴수가 연관되어있을 가능성이 더욱 희박했다.

하지만 어쩌면, 일이 정말 정말 잘 풀린다면, 생각보다 빨리 두 번째 조건을 클리어할 수 있을 지도 몰랐다. 그런 기대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지수의 마음이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단숨에 종이를 뜯은 지수는 일감의 접수를 위해 본부의 복도를 걸어나갔다.

***

인적 드문 골목, 다른 집행부원과의 접선 장소.

그곳에 서있는 것은 멋을 한껏 내고 있는 20대 후반 정도의 남자였다. 그는 세심히 관리하고 있는 게 분명한 턱수염을 매만지며, 길게 기른 머리를 뒤에서 묶고 있엇다. 약속장소에 지수가 나타나자 남자는 한눈에 동료인 걸 알아보고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오, 그쪽이 박사인가. 만나서 반가워. 김도형이다. 집행부의 코드네임은 병정. 일하는 중에는 병정 씨라고 불러주면 돼."

웃는 얼굴의 남자는 지수의 손을 잡고 힘차게 위아래로 흔들었다. 상당히 붙임성 좋은 성격이었다. 하지만 지수는 악수를 하면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한 가지 의문에 눈썹을 찌푸리고 있었다. 인상을 쓴 지수가 이상하다는 듯 질문했다.

"저기… 제복이랑 가면은 안 쓰고 오신 겁니까?"

지수의 질문에 남자는 파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현장에 제대로 제복이랑 가면을 딱 갖춰서온 게 신입다워서 귀엽다는 투였다. 웃음을 그친 남자가 지수에게 되물었다.

"친구, 그런 차림으로 조사를 어떻게 해? 척 봐도 수상해보여서 사람들이 다 경계할 거 아니야. 될 일도 안 되지."

”아아…"

지수가 확실히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가 있는 지적이었다. 지수라도 새까만 제복에 가면을 쓰고 있는 남자가 갑자기 다가와서 뭔가를 물어보면 알려주기 꺼려할 것이다.

김도형의 말을 빌리자면, 가면의 착용은 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집행부의 규칙이 아니라 집행부원들 나름의 생존 전략 비슷한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이렇게 길거리 조사 같은 업무를 볼 땐 일의 효율을 위해 사복 차림으로 근무하는 게 비일비재하다고.

"그러면…."

지수는 코트를 벗어 한쪽 팔목에 걸쳤다. 지금 다시 집에 가서 갈아입고 오는 것도 일이 복잡해지니 이쯤이 적당한 타협점이었다. 코주부 안경은 그냥 쓰고 있기로 했다. 안경은 친근하고 멋진 디자인이니 사람들도 수상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지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김도형이

어깨동무를 걸치며 말했다.

"우리 박사 군. 클래스는 마법사라고 했지? 나는 사냥꾼이야. 회복 주문도 쓸 수 있다고 했었나. 그런 거 하나 있으면 엄청 든든하지."

그 말대로 마법사 자체가 희귀한 클래스였지만, 회복 주문을 사용할 수 있는 건 그 중에서도 수가 적었다. 아마 그 점 때문에 지수에게 이번 일감이 들어온 것일 것이다. 지수의 능력은 일을 보조하는 데에 있어서 만능이니까. 인적 없는 거리를 걸으며 김도형이 이번 임무의 개요를 브리핑해주었다.

"원래대로라면 이런 거에 따로 순찰을 돌라는 지시가 내려오지는 않지만, 요즘 상황이 좀 흉흉해서 민감하거든."

괴수의 이상발생. 요즈음 협회 안에서 돌고 있는 이슈였다.

조용히 처리한 덕분에 상황근거도 거의 없고, 혼란을 방지한다는 이유로 철저히 정보통제가 이루어지고 있기에 보통 사람들은 거의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협회 내부의 사람들이나 그들과 라인이 있는 유력자들, 특히 실제로 작전을 실행한 집행부의 부원들은 다들 알음알음 알고 있는 이야기였다.

이슈의 요지는 몬스터가 시가지 근방에서 불쑥 나타난다는 것이다. 예전에 던전이 있었던 장소라면 그나마 납득할 수 있다. 하지만 던전이 출현한 적도 없었던 장소에서 괴수가 출몰하는 것은 말 그대로 '이상발생'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거의 다 한 마리나 두 마리고, 확인되자마자 집행부가 곧바로 처리해서 인명 피해는 하나도 없긴 하지만. 그것도 다 우리 정보부가 우수한 덕분이지."

김도형의 말대로 협회는 괴수의 이상발생을 미리 알고 있기라도 했던 것처럼 나타나자마자 집행부를 내보냈고, 사소한 트러블도 일으키는 일 없이 완벽하게 진압했다.

그리고 지금 두 사람이 하고 있는 조사 업무는 사실 집행부보다 정보부에 어울리는 일이었다. 무언가 실마리를 찾아낸 뒤 그걸 이용한 작전행동을 취하는 것이 집행부의 역할이다. 이렇게 단서도 뭣도 없는 막연한 조사는 정보부의 일이었다.

"그러니까 정리하면,"

위쪽도 사실 두 사람이 제대로 뭔가를 찾아내는 걸 기대하는 게 아니라, 위험한 낌새가 엿보이니 혹시 모를 경우를 대비해 순찰을 돌며 가까이서 대기하고 있으라는 의도일 것이다. 김도형은 협회 내부의 정세를 끌고 오며 이번 업무의 본질에 대해 능숙하게 이야기를 끝맺었다.

지수는 흥미롭게 이야기를 경청했다. 직장 선배에게 이렇게 이슈를 해설받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이점이었다. 협회 내부의 사람이 되어서야 알 수 있는 정보들이 있다…. 솔직히 말해 지수는 그런 업계의 동향에 관해선 하나도 모르는 얼뜨기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점에서도 집행부의 아르바이트는 썩 괜찮은 선택이었다.

"그러면 이제 일하자고, 일."

짝짝 박수를 친 김도형이 땅바닥에 손바닥을 짚었다. 그러자 터져나온 빛과 함께, 삐걱이며 팔다리를 움직이는 무언가들이 나타났다. 그건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 병정이었다. 병정들은 음료수 페트병 하나 정도 크기를 하고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김도형이 손바닥을 툭툭 털며 말했다.

"이게 내 주력이야.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장난감 병정을 여섯 개까지 만들 수 있지. 병정들의 시야는 나랑 연결되어 있고, 전투능력은 대단치 않지만 엄호 정도는 가능해. 충격을 받아서 파괴되면 커다란 경보음이 울리고."

지수가 스스로 끼릭끼릭 움직이며 대열을 맞추고 있는 병정들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코드네임도 '병정'인가. 말 그대로 사냥꾼 클래스에 걸맞은 능력이었다. 전투보다는 정찰과 수색, 견제에 특화된 스킬. 이런 조사 임무 뿐만이 아니라 던전 안에서도 충분히 활약할 수 있는 범용성이 있었다.

"일단 하나는 너를 따라다니라고 명령해둘게."

김도형이 손가락을 튕기자, 작은 머스킷을 맨 장난감 병정 하나가 성큼성큼 절도 있는 걸음걸이로 다가와 지수의 바짓단을 잡았다.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듯 결연한 몸짓이었다. 쬐끄만 것이 삐걱거리며 움직이는 게 로봇 같아서 신기했다.

"그러면 저도 병정 씨 위치 알 수 있게 주문 하나 걸어놓을게요."

"오, 들은 것처럼 재주가 많네."

끄덕인 지수가 손가락을 휘적여 추적의 룬을 발동했다. 빛나며 날아간 룬이 김도형의 몸에 스며들었다. 이걸로 지속시간 동안은 어디에 있든 김도형의 방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주변 동네의 지도를 펼친 김도형이 순찰을 돌 구역을 나누었다.

"그리면, 합류 시간에 다시 여기서."

병정들이 여러 방향으로 흩어지고, 김도형이 반대쪽으로 떠나갔다.

땡글이 안경을 쓴 지수는 장난감 병정과 함께 길거리를 터벅터벅 걸었다. 구석진 곳에 있어서인가 상당히 을씨년스러운 동네였다. 걷는 길마다 뒷 골목 같은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술집이 많은 걸 보면 밤이 되어야 활기를 찾는 거리일지도 몰랐다.

'일단은 방침을 정해야겠어.'

아무리 단서가 없다고 해도 목적도 없이 무작정 걷는 것은 지수의 성미에 맞지 않았다. 자료에 따르면 분명히 피가 빨린 채 발견된 건 길거리에 있던 동물들의 시체라고 했었다. 그렇다면 우선은 동물들이 모이는 곳을 중점으로 조사해보도록 하자.

지수가 혼자서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 계획이 입안되면 즉시 실행에 나선다. 지수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무작정 멈춰세우며 질문하기 시작했다.

"저기, 한 가지 물어볼 게 있습니다만. 이 근처에 들개나 길고양이들이 자주 나타나는 곳이 있을까요."

물론 긍정적인 대답은 쉬이 나오지 않았다. 죄송하지만 모르겠다고 대답해주는 사람들은 정말 양반이고, 그냥 아예 무시해버리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이게 21세기 각박한 현대인들의 실상인가. 정신적인 피로를 느낀 지수가 장난감 병정과 함께 잠깐 벤치에 앉아 쉬었다.

그런 그에게 다가오는 한 명의 인영이 있었다.

"저기 형아, 고양이들은 왜 찾아요?"

"응?"

"뭐 유튜브 인방 그런 거예요? 그 안경은 왜 끼고 있어요? 형 구독자수 몇이에요?"

앉아있는 지수에게 말을 걸어온 것은, 아까 전부터 이쪽을 힐끗힐끗 쳐다보고 있던 초등학생이었다. 아이는 옆에서 끼릭끼릭 움직이고 있는 장난감 병정을 보더니 신기하다는 듯 툭툭 만져보았다. 다행히 장난감 병정이 그걸 공격으로 인식하고 반격 하는 일은 없었다. 쓴웃음을 지은 지수는 안경을 고치며 말했다.

"그런 게 아니고, 사건 수사 중인데."

지수가 아이에게 협회의 로고가 달린 수첩을 슬쩍 보여주었다. 아이는 생각지도 못했는지 입을 쩍 벌리고 감탄했다.

"헐, 짱이다…. 이, 있잖아요! 형!"

눈동자가 초롱초롱해진 꼬맹이는 반쯤 흥분해서 자신이 곧잘 고양이들한테 먹이를 주곤 하는 장소를 알려주었다.

놀이터 옆의 구석길로 빠지면 나오는 벤치. 슬쩍 보면 아무 것도 없어 보이지만, 식빵을 들고 비닐을 부시럭대다보면 고양이들이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지수는 순순히 가게에서 산 빵을 들고 아이가 알려준 장소에 가보았다.

비닐을 부시럭대며 도착한 지수가 말했다.

"...아무래도 기다릴 필요는 없겠는데."

아이의 말대로 이곳이 고양이들이 자주 나타나는 장소인 것은 확실해보였다. 흙바닥과 나무에 길고양이들이 남겨놓은 온갖 의미를 담은 신호들. 그 모두가 지수의 눈에 해석되었다. 이 정도 단서가 있으면 길고양이들의 추적은 간단했다.

<해석 스킬이 발동됩니다.>

지수가 샛길을 따라 나뭇잎을 저벅저벅 밟으며 걸어갔다. 뭐라고 할까 탐정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지수는 온갖 건물들의 사이를 미로처럼 헤쳐나가, 마침내 목적지에 다다랐다. 그곳은 한 뒷골목의 막다른 곳에 있는 빈 공터였다.

"이건…."

그리고 지수는 경악에 눈썹을 찌푸렸다.

인적 없는 뒷골목의 공터. 확실히 이곳은 고양이들의 아지트인 듯, 담장 위에 올라서있는 몇 마리의 고양이들이 몸을 웅크린 채 경계하며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지수가 놀라고 있는 것은 노려보는 고양이들 때문이 아니었다.

골목 주변의 바닥과 벽에 커다란 손톱자국이 패여있었다.

부서진 형태를 보면 시멘트가 굳기 전에 만들어진 흔적은 아니었다. 괴물 하나가 날뛰기라도 한 것 같은 참상이었다. 지수는 그것을 보자마자 강렬한 기시감이 들었다. 이 커다란 발톱자국을 분명 어딘가에서 본 적이 있다. 어디서 봤지.

지수가 머리를 살짝 쥐어뜯으며 생각했다. 분명히 최근에 어디선가, 이것과 똑같은 흔적을 본 적이 있는데. 고민하던 지수가 침을 꿀껵 삼켰다. 그것과 동시에.

우우우우웅-!

주머니에 넣어둔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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