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 사대천왕
흑산의 음산한 절.
그 곳을 향해 알파 팀은 천천히 접근하고 있었다.
- 이상해...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숨을 못 쉴 정도로 짓눌리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
앞장 서서 걸어가던 박성진이 의중을 전해왔다.
이상할 정도로 강력하게 느껴지는 압박감...
- 예, 저도 그래요. 이상할 정도로...암도적인 힘! 이것은 마치...
- 거대한 바위가 나를 누르는 듯한 그런 느낌이야. 다들 조심해!
팀원들은 서로에게 의중을 전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슥-
그 때 백유현이 손을 내밀었다.
- 왜 그래, 유현아...?
파각!
김수향의 물음에 대답도 없이 백유현은 갑자기 허공으로 치솟았다.
부아아아앗!
그런 그를 향해 뭔가 쏜살같이 덮쳐들고 있었다.
“저건!”
“유현아!”
콰앙-
허공에서 거대한 폭발음이 들리더니, 허공에 떠 있던 백유현의 몸이 크게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척-
간장과 막야를 두 손에 나눠 든 그는 그대로 바닥에 내려앉았다.
“유현아!”
“위험합니다!”
일행이 그에게 달려들려고 했지만, 백유현은 다시금 손을 내밀어 그들을 제지했다.
쐐애애앳!
콰앙-
그리고 또 한 번 그에게 뭔가 날아들었다.
“뭐, 뭐야!”
박성진이나 주세광이 채 반응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공격!
“이런!”
천무현도, 김현성도 이를 악물고 그 광경을 바라만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백유현이 움직였다.
파앗-
그의 손에 들린 두 자루의 검이 매서운 빛을 뿜어냈다.
엄청난 충격을 받았음에도 그 충격을 버텨낸 것이다.
그리고 백유현은 다시금 허공으로 솟구쳤다.
“저, 저거!”
그 때 김수향이 허공을 가리켰다.
“음?”
그리고 천천히 쏟아지는 달빛에 뭔가 모습이 드러나고 있었다.
“마...말도 안 돼!”
일행은 경악했다.
“사...사천왕!”
그곳에는 네 기의 거대한 사천왕들이 두 눈을 부릅뜬 채 서 있었다.
불법을 수호한다는 동서남북의 강력한 왕들...
북쪽의 다문천왕, 남쪽의 증장천왕, 동쪽의 지국천왕, 서쪽의 광목천왕...
지국천왕은 큰 칼을 쥐고 있었고, 광목천왕은 삼차극과 함께 하나의 커다란 탑을, 증장천왕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다. 그리고 다문천왕은 비파를 든 채 이쪽을 무섭도록 노려보고 있었다.
어째서 불교의 수호신이 여기에 있는 것일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곧 찾을 수 있었다.
“저들은...진짜 사대천왕이 아니야...!”
주세광의 말에 박성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검은 피부에 혈안을 뜬 천왕은 있을 수가 없지. 놈들은 가짜다.”
그들은 사대천왕을 본따 만들어진 거짓 사대천왕.
하지만 그 위력만큼은 진짜였다.
콰앙!
그 와중에 백유현은 광목천왕의 삼차극을 막아냈지만, 그대로 땅바닥에 처박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냥 마물도 아니고 불법을 수호한다는 사대천왕이었으니 당연한 일이라 볼 수도 있었다.
“저걸 어떻게 잡는단 말이야?”
박성진이 이를 으득 갈며 내뱉었다.
이제까지의 마물들과는 격을 달리하는 존재들...
그런 놈들이 하나도 아닌 넷이나 되었으니...
“저러다 유현이 죽겠어요!”
철컥-
그 때 천무현이 장전을 하며 앞으로 나섰다.
“무현아!”
“뭐해요! 지금 유현이 죽는다니까요!”
박성진이 입술을 꽉 깨물고 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가자. 세광아!”
“예, 대장! 제가 저쪽을 맡겠습니다!”
그는 광목천왕을 가리키며 외쳤다.
“조심해라.”
주세광이 씩 웃어 보였다.
“제 걱정 말고 대장이나 몸 조심 하십쇼! 자, 갑니다!”
둘은 빠르게 두 기의 사대천왕에게 달려들었다.
현재 백유현에게 집중된 공격을 분산시켜 주려는 의도였다.
끼릭-
콰앙!
그 때, 천무현이 노리고 있다가 방아쇠를 당겼다.
엄청난 폭음이 일며 탄환이 광목천왕에게 날아갔다.
콰콰쾅!
그리고 잠시 후 거센 불길이 치솟았고, 광목천왕은 충격을 받은 듯 뒤로 한 걸음 밀려났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죽어, 죽어, 죽어!”
콰쾅! 쾅!
천무현의 총구는 계속 해서 불을 뿜어냈다.
그는 권능을 모조리 끌어다 쓰면서 공격을 퍼부었고, 덕분에 백유현에게 집중되던 공격이 차츰 분산되기 시작했다.
그 틈을 타서 박성진과 주세광이 천왕들 사이로 파고드는 데 성공했다.
“막아!”
콰앙-
“크으으윽!”
자신들에게 달려들며 도발하는 두 사람에게 천왕들이 무자비한 공격을 퍼부어댔다.
퍼엉-
그 순간, 시기적절하게 힐링 구체가 날아와 터졌다.
다리가 순식간에 땅바닥에 박힐 정도로 강력한 타격을 받은 둘은 구체의 지원에 겨우 버텨낼 수 있었다.
“끄으으...!”
하지만 지국과 증장천왕의 공격은 무시무시할 정도로 미친 듯 몰아쳤다.
콰앙- 쾅!
모든 힘을 끌어다 펼친 쉴드가 크게 흔들렸고,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천왕들의 힘은 그들이 쉽게 막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자신들이 물러서면 백유현이 다치게 될 테니까.
그러니 그들은 그 자리에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물러설 수가 없었다.
쿠웅-
두 기의 천왕이 번갈아 가며 탱커들을 내리쳤다.
- 크으으으! 유, 유현아 어서!
하지만 갈수록 강력해지는 힘에 박성진과 주세광은 계속 뒤로 밀려났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천왕들의 공격에 겨우겨우 버텨내는 것뿐.
퍼엉-
김수향의 힐링 포션도 계속 해서 그들 위에서 터졌지만, 그것도 역부족이었다.
- 하아, 하아! 이, 이거 정말 짜릿한데? 정말...죽어 버릴 것 같아. 제기랄!
김수향조차 안색이 창백해졌을 정도로, 싸움은 극에 달해가고 있었다.
‘...’
백유현은 일행들의 모습을 흘끗 바라보며 표정을 굳혔다.
지금 이 순간, 그가 뭔가를 해내지 못하면 모든 것이 끝이었다.
그는 눈을 돌려 천왕을 바라보았다.
다문천왕과 증장천왕.
둘은 무서운 얼굴로 그에게 달려들었다.
파각-
순간 백유현은 몸을 튕겨내며 뒤로 빠졌다.
그들의 공격을 흘려낸 것이다.
촤앗!
그리고 폭풍 날개를 펄럭여 눈깜빡할 속도로 천왕들에게 달려 들더니 다문천왕 하나의 다리를 베어냈다.
파가가각!
그런데 살을 베어내는 느낌이 아닌, 강철을 긁는 기괴한 소리가 울렸다.
간장과 막야의 예리함으로도 천왕의 피부를 겨우 베어낼 정도로 놈들의 피부는 마치 강철과 같이 단단했다.
“크워!”
하지만 그 공격은 제대로 먹힌 듯했다.
공격을 받은 다문천왕이 몸을 크게 휘청였던 것이었다.
콰앙-
“쿠억!”
그 순간, 다문천왕의 고개가 크게 뒤로 튕겨났다.
천무현의 저격이 제대로 타격을 입힌 것이다.
“하아아앗!”
그를 틈타 김현성이 빠르게 달려들며 다문천왕의 다리를 베어냈다.
콰짓-
그 역시 모든 힘을 검에 집중해서 휘둘렀고, 다문천왕은 다시 한 번 비틀거렸다.
촤앗! 촷!
그리고 바로 백유현이 칼춤을 추며 그의 온 몸에 난도질을 가했다.
그 후, 다시 김현성이, 다시 백유현이 번갈아가며 다문천왕을 공격했다.
“크어어!”
결국 단단히 버티던 천왕이 허리를 꺾었다.
- 파이널 샷!
콰앙-
그 때 한 발의 탄환이 매섭게 다문천왕의 가슴을 향해 날아들었다.
쿠웅-
콰콰콰쾃!
가슴을 보호하던 호심갑에 탄환이 막혀 미친 듯 회전하다가, 급기야 호심갑을 뚫고 천왕의 가슴팍을 파고들었다.
콰콰콰쾅!
그리고 그 안에서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천무현이 날린 탄환은 지구에서도 최고의 기술로 만들어진 대 거대 몬스터용 탄환으로, 다른 각성자들의 권능까지 불어 넣은 최강의 탄환이었다.
- 크으, 이건 마지막 싸움에 쓰려고 했는데...이제 딱 한 발 남았습니다!
다문천왕이 그대로 무너져 내렸고, 백유현과 김현성은 재빨리 다른 천왕에게 달려들었다.
쾅! 쾅! 콰쾅!
그 순간에 박성진과 주세광은 거의 박살 직전까지 몰려 있었다.
그들의 쉴드는 완전히 박살이 나 있었고, 너덜너덜해진 둘의 모습에는 처절함까지 느껴졌다.
퍼펑! 펑!
힐링 구체가 미친 듯 터져 겨우 버티고 있는 형국...
그 둘을 구하기 위해 백유현과 김현성이 검을 휘두르며 파고들었다.
- 뒤에 놈은 내게 맡겨!
콰앙-
또 한 번 폭발음이 일었고, 뒤에 있던 지국천왕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크워어!”
지국천왕이 천무현 쪽을 노려보았다.
- 이런, 저 자식 이쪽을 보고 있어! 다들 서두르세요!
슈아아아!
- 이런 빌어먹을!
콰쾅!
천무현의 총구가 불꽃을 토해냈지만, 맹렬하게 달려드는 지국천왕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무현아!
그 때 주세광이 그 쪽을 바라보며 날카롭게 외쳤다.
콰앙!
천무현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지국천왕을 향해 미친 듯 총을 갈겼지만, 그는 절대 멈추지 않았다.
- 비, 빌어먹을!
천무현의 목소리가 크게 떨렸다.
쿠우웅-
그리고 그는 두 눈을 질끈 감고는 두 팔로 얼굴을 가렸다.
그런데 그는 잠시 후 놀란 얼굴로 눈을 뜨고 앞을 바라보았다.
“세...세광이 형!”
그는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하아, 하아...”
그의 눈앞에는 주세광이 방패를 들고 지국천왕의 공격을 막아낸 채 서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주세광의 상태는 매우 좋지 않았다.
그가 들고 있던 손방패는 완전히 깨져 나갔고, 오른팔은 부러진 듯 축 늘어져 있었다.
더욱 치명적인 것은 그의 등을 뚫고 나온 허연 뼈들이었다.
“형...아, 안 돼! 세광이 형 안 돼!”
“주, 주세광!”
김수향조차 안색이 하얗게 질려 주세광에게 달려들었을 정도였다.
늑골이 부러져 폐를 찔렀는지 그의 입가에서는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고, 아예 박살난 뼈가 등을 뚫고 나와 상태가 매우 위중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누가 봐도 살아나기가 불가능한 정도의 상태...
“안 돼! 조금만 기다려, 조금만!”
김수향이 이를 악물고 외쳤지만, 주세광의 안색은 갈수록 창백해졌다.
“허윽...허윽...”
주세광의 숨소리가 거칠어져갔다.
“아...안 돼!”
김수향이 미친 듯 외쳤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지금 주세광의 숨소리는 산자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는 이미 죽음의 저 너머에 한 걸음 내딛은 것이었다.
“수, 수향 누나!”
콰앙-
쿠쿠쿵!
그 때 천무현이 크게 외치며 방아쇠를 잡아 당겼다.
“크워어어!”
주세광을 죽음으로 이끈 지국천왕이 다시금 김수향과 천무현을 향해 덮쳐 들었던 것이다.
쿠웅-
그 때 그들을 가로막는 자가 있었다.
“크으으...”
“대장...!”
그는 바로 박성진이었다.
하지만 그 역시 안색이 좋지 않았다.
입에서는 선혈이, 온 몸의 피부는 쩍쩍 갈라져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의 두 눈빛은 달랐다.
“내....내가 버텨 주마...놈들을 쳐라!”
쿠아아앗!
그의 일갈과 함께 거대한 기운이 그의 몸에서 뿜어졌다.
천무현과 김수향은 이를 악물고 그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철컹-
“예...대장! 명을 따르겠습니다.”
끼릭-
그리고 그는 총구를 들어 지국천왕을 겨누었다.
‘한 방...이 한 방에 모든 것을 건다!’
거대 몬스터를 잡기 위한 특수 탄환.
그리고 그가 가진 최강의 권능...
‘가라!’
콰앙-
그의 총구가 불을 뿜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