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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잡고 폭렙업-162화 (162/166)

162. 골짜기

화르륵-

주변에 불길이 솟았다.

숲은 불길에 휩싸였고, 그 안에서 기괴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꺄아아아아아-”

마치 원한이 서린 귀신이 울부짖는 듯한 끔찍한 비명.

자세히 살펴보니, 정말로 나무의 몸통에는 비명을 지르는 사람의 얼굴이 각인된 듯 떠올라 있었다.

‘이런!’

백유현을 비롯한 원정대는 그것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그럼 숲을 이루는 나무 하나, 하나가 망자들이었단 말인가?

그런데 나무에는 사람 하나의 얼굴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비명을 지르고, 끔찍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놈들을 가만히 놔뒀다간, 각성자들이 다칠 테니까.

박성진은 원정대를 바라보며 말했다.

“모조리 태워버리며 전진합시다!”

“예! 알겠습니다!”

원정대 역시 주변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광경에 눈살을 찌푸렸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군들도 이 숲에 의해 피해를 입은 상황이었으니까.

“모조리 태워!”

각성자들은 다시 한 번 주변을 태우며 전진하기 시작했다.

흑산은 금세 불길로 뒤덮였다.

--------

하지만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하...이거야 원.”

이번에는 엄청나게 깊은 골짜기가 원정대를 맞이했다.

골짜기 사이에는 칼날 바람이 불고 있었고, 날개가 달린 수많은 망자들이 그 가운데서 날고 있었다.

놈들은 원정대를 주시하면서 당장이라도 달려들 듯 주변을 날고 있었다.

“건너갈 수가 없군.”

박성진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놈들 때문만이 아니었다.

애초부터 골짜기를 건너갈 수 있는 수단이 전혀 없었으니까.

“옆에 나무들이 있습니다.”

그 때, 백유현이 옆의 나무들을 가리켰다.

그 나무들은 망자들이 깃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나마 다행이었다.

“하지만 골짜기의 폭이 너무 넓어. 그걸 어찌...”

“나무를 엮으면 제가 가서 이어 놓도록 하죠. 무현 형도 비행이 가능하니까 둘이서 하면 빠르게 진행될 거 같아요.”

“그런데 저 놈들이 가만히 있을까?”

박성진은 골짜기 가득 날아다니는 망자들을 가리켰다.

“캬아악!”

“캬악!”

놈들은 이쪽을 바라보며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위협을 가하듯 날고 있었다.

“일단 나무들을 엮어주세요. 그 뒤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박성진이 짧게 한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네 말대로 하마.”

그는 바로 등을 돌려 각성자들에게 말했다.

“모두들, 근처의 나무를 베어서 단단하게 엮어 주시기 바랍니다! 골짜기의 폭을 넘어설 정도로 엮어 주시면 유현이가 저쪽으로 나무를 걸칠 겁니다.”

“엇, 그것이 가능합니까?”

“저렇게 놈들이 많은데...”

박성진은 굵직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유현이라면 가능합니다. 걱정 하지 마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럼 저희들도 최선을 다해야지요!”

“자자, 어서 해봅시다!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럽시다! 움직입시다!”

각성자들은 서로를 돌아보며 격려하며 재빨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주변의 나무를 베고, 그 나무를 단단하게 엮어 나갔다.

애초에 인간의 한계를 완전히 벗어난 자들인지라 그 속도는 매우 빨랐다.

“다녀오겠습니다.”

“조심해라. 공중전이라 위험할 수도 있어.”

백유현이 씩 웃었다.

폭풍 날개가 있는 이상, 그가 공중전에서 밀릴 이유는 단 하나도 없다.

공중전이야말로 그가 가장 좋아하는 싸움.

“걱정 마세요.”

펄럭-

그는 바로 절벽으로 몸을 던졌다.

그리고 그의 등 뒤에서 거대한 날개가 펼쳐졌다.

폭풍의 칼날 바람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날개가.

“캬아아아!”

“캬아악!”

그런 그를 향해 수많은 망자들이 이빨을 드러내고 덤벼들었다.

그 수는 셀 수 없었고, 백유현은 금세 놈들에게 포위당할 듯 둘러싸였다.

하지만 백유현은 웃었다.

그 안에서 그는 여유가 넘쳤고, 이 모든 상황에서 홀로 오롯하게 벗어나 있는 모습이었다.

- 라이플, 반가운 환영 인사 한 방 간다!

- 좋지요.

콰앙-

퍼퍼퍼펑!

“캬아아악!”

“끼아아악!”

그 순간, 천무현의 총구가 불을 뿜었고 망자들이 우수수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놈들은 비명을 내지르며 사방으로 날아다녔고, 백유현은 다시 혼자 허공에 떠 있었다.

- 감사합니다.

이거면 됐다.

“몰아쳐라, 이 모든 것을 죄다 갈기갈기 찢어 버려라!”

부아아아앗-

백유현이 외치는 순간, 허공에 수많은 벌들이 떠올랐다.

지옥철갑벌.

놈들은 강철과도 같은 턱을 가지고 정면에 있는 모든 망자들을 향해 미친 듯 달려들었다.

“쓸어 버려!”

백유현의 외침에 놈들은 더욱 날뛰었다.

망자들의 날개를 찢어 버리고, 살을 베어 씹었다.

피가 떨어지고, 살점이 사라졌다.

부아아앗-

지옥철갑벌의 무시무시함이 극대화되어 모든 것을 쓸어 버리고 있었다.

번쩍-

그리고 그 순간, 망자들 사이로 검은 광채가 뿜어졌다.

간장과 막야.

두 자루의 검으로 만들어낸 황홀한 빛!

금환식이 펼쳐진 것이다.

“캬아아악!”

금환식의 힘에 휩쓸린 망자들이 수도 없이 골짜기 아래로 추락해 떨어졌다.

“얼른 서두르자고!”

“좋았어, 우리도 힘을 내보자!”

그 모습을 보며 각성자들도 더욱 빨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백유현이 망자들을 소멸시키는 모습은 그들에게 좋은 자극제가 되기 충분했던 것이었다.

쾅- 쾅-

그들은 나무를 베고, 나무를 다시 넝쿨로 엮었다.

단단하게 엮인 나무다리는 순식간에 서너 개로 불어났고, 또 다시 수십 개로 늘어났다.

“자, 준비됐다고!”

“이쪽도 준비됐어!”

수많은 각성자들이 건너야 하는 다리다.

영체(靈體)라고는 해도, 낭떠러지로 떨어지면 소멸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졌다.

무게는 상관없어도, 중간에 다리가 끊어지면 큰일이니까.

각성자들은 다시 한 번 다리를 확인하고는 박성진에게 보고했다.

박성진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크게 외쳤다.

“자, 다리 놓을 준비를 합시다! 유현이가 길을 뚫고 있으니, 바로 타이밍 잡아서 건너갈 겁니다!”

“알겠습니다!”

백유현이 망자들을 처리하는 사이, 다리를 놓고 골짜기를 건너겠다는 계산이었다.

번쩍-

그 순간에도 골짜기에서는 백유현이 계속해서 망자들을 베어내고 있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골짜기에서 날아다니는 망자들의 수는 줄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더욱 많아지는 느낌...

이런 상황에서 백유현은 끊임없이 놈들과 전투를 벌였다.

“원거리 딜러들은 유현이를 도와주십시오! 나머지는 다리를 건너 넘어갑니다!”

“서둘러!”

각성자들은 단단하게 고정된 나무다리를 들고 골짜기 앞으로 달려갔다.

“준비!”

“캬아아악!”

각성자들이 골짜기로 다가들자, 망자들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달려들었다.

타앙-

그 순간, 놈들의 이마에 구멍이 뚫리며 시커먼 연기가 솟아올랐다.

“명중! 뒤는 우리에게 맡기고 얼른 건너가라고!”

원거리 딜러들의 지원이었다.

다리를 들고 있던 각성자들이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타앙- 탕-

“으야아앗!”

파가가각-

각성자들이 힘을 합쳐 나무다리를 던졌다.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그들의 힘에, 나무다리는 순식간에 반대쪽을 향해 날아갔다.

“어엇! 조금 부족한데...!”

하지만 골짜기의 폭이 워낙 넓어서 나무다리가 아슬아슬하게 골짜기 저편에 닿지 않을 것 같아 보였다.

파각-

그 순간, 백유현이 날아오르며 다리의 끝을 잡았다.

콰득-

그리고 그는 순식간에 나무다리의 한쪽 끝을 반대편에 걸쳐 놓았다.

“캬아아아!”

그런 그를 향해 또 다시 망자들이 달려들었다.

“어딜!”

콰앙-

퍼퍼펑!

그 순간, 또 다시 천무현의 라이플이 불을 뿜었다.

망자들은 불꽃에 휩싸여 골짜기 아래로 추락했다.

그리고 백유현의 주변에도 지옥철갑벌들이 모여들며 망자들의 접근을 원천봉쇄했다.

놈들은 망자들을 갉아먹으며 더욱 성장했고, 더욱 흉포해져 있었다.

“자, 건널 사람들은 어서 건너고! 다음 다리!”

각성자들이 빠르게 조를 이루어 다리 위를 내달렸다.

그들은 또 다른 다리의 한쪽 끝을 들고 뛰고 있었다.

쿵-

그리고 나무다리 하나가 또 놓였다.

그 다음 또 하나, 또 하나...

나무다리는 순식간에 골짜기 가득 놓였고, 각성자들은 빠르게 그 위를 통과했다.

망자들이 그들을 향해 덤볐지만, 발판이 생긴 각성자들에게 놈들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촤앗!

“캬아악!”

각성자들의 칼질에 망자들은 수도 없이 소멸되었고 사라져갔다.

촤아앗!

그 순간에도 백유현에 의한 학살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뒤에서 지원하던 원거리 딜러들까지 무사히 다리를 넘어오자, 그제야 백유현도 마무리 하고 반대편으로 건너왔다.

“후우! 겨우 건넜군! 유현이 네 덕분이다!”

박성진의 말에 백유현이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자,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어서 갑시다! 아직 갈 길이 먼 듯하니!”

거의 인원 손실 없이 골짜기를 건넌 각성자들이 다시금 움직였다.

흑산.

이곳 어딘가 군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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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신만고 끝에 골짜기를 넘어온 각성자들이었지만, 그들에게는 새로운 고난이 기다리고 있었다.

흑산의 깊은 곳으로 갈수록 나타나는 마물들이나 망자들의 힘은 더욱 더 강해졌고, 중간에 낙오하는 각성자들이 속출했다.

낙오한다고 해서 죽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하지만 힘이 부족해 쓰러지거나, 탈진해 쓰러지는 인원이 많아져서 각성자들의 수는 점차 줄어들고 있었다.

박성진은 그런 상황에서 모든 것을 냉정하게 통제했다.

각성자들이 낙오한다고 해서, 전체가 그들을 위해 희생할 수는 없었다.

누군가는 앞으로 나가야 했고, 그래서 이를 악물고 낙오된 소수를 뒤에 놔둘 수밖에 없었다.

“전진합시다!”

벌써 흑산의 깊숙한 골짜기로 접어든지 몇 시간이 흘렀다.

수많은 망자들의 공격에 절반 이하로 줄어든 각성자들...

그런 그들의 눈앞에 뭔가가 나타났다.

“대장! 이쪽에 이상한 것이 있습니다!”

선발대로 나갔던 알파 팀이 되돌아와서 뭔가를 보고했다.

“저 앞에 거대한 절 같은 것이 있는데...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요사스러운 것이 분명 뭔가 있는 것 같아요.”

주세광의 말에 김현성이 꼬리를 달았다.

“아무리 봐도 거대하고도 음산한 기운이 그 절을 가득 짓누르고 있는 것이 느껴집니다. 제 판단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은 절대 아닙니다.”

“조심해야 된다는 소리로 들리는군. 유현이 네 생각은 어때?”

선발대와 같이 갔던 백유현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무래도...저 곳이 이 모든 것의 시발점이 아닌가 싶어요. 불상, 나한상...모든 것에 요사스러움이 깃들어 있어요. 절대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박성진이 입술을 꽉 물었다.

“그래...아무래도 그럴 것 같다. 하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안 들어갈 수도 없지. 일단 선발대를 재투입하도록 하자. 이번에는 규모를 좀 늘려서.”

일행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 앞에는 당연히 우리가 서고.”

“그래, 그러자.”

박성진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저 앞에 기괴한 절이 있는데, 우선 선발대가 가서 다시 살펴 볼 겁니다. 선발대를 다시 구성할 예정이니, 선발대에서 제외된 각성자들은 여기서 대기하시길 바랍니다.”

“알겠소!”

선발대는 곧 짜였다.

알파 팀을 비롯해 이천 명 정도의 각성자들이 차출이 되었고, 여기까지 오면서 회심(回心)한 야차들이 합류했다.

“자, 가자.”

요사스러운 느낌을 물씬 풍기는 절...

그들은 그곳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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