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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잡고 폭렙업-160화 (160/166)

160. 흑색의 망자향이 닿은 곳

“어엇! 저게 뭐야!”

“전투태세를 갖춰라!”

갑작스런 존재들의 등장에 각성자들 사이에서는 소란이 일어났다.

노란 눈알을 뒤룩거리며 등장한 놈들은, 매우 끔찍한 몰골을 하고 있었고 그와 비례해 상당히 난폭해 보였다.

“엇, 그런데 저 앞에 백유현 아니야?”

“그렇네? 백유현이 왜 저 괴물들과 같이 있는 거지?”

그런데 그들은 갑자기 행동을 멈췄다.

그들 눈에 백유현이 괴물들과 같이 있는 것이 보였던 것이다.

“백유현! 왜 거기 있는 것인가!”

“저기 있다가 큰 일 나는 거 아니야?”

각성자들은 백유현을 걱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들은 곧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백유현과 괴물들의 관계.

척-

백유현이 손을 올리니, 괴물들이 섰다.

망유계의 망자들보다 훨씬 포악해 보이는 놈들이 놀랍게도 백유현의 손짓 한 번에 선 것이다.

“뭐야...?”

각성자들은 그 광경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런 경우도 있다니...

그 때, 백유현이 그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놀라지 마세요. 우리 편입니다.”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저 놈들이 우리 편이라니?”

“엇, 그게 가능해?”

각성자들이 웅성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은 지구가 아니다.

각성자들이 충원될 수도 없는 곳인데다가, 저런 흉측한 마물들을 도대체 어디서 구해왔단 말인가?

“이들의 이름은 야차(野次)라 부릅니다. 제가 기연을 얻어, 망자들을 야차로 바꾸어 부릴 수 있게 되었지요. 이들이 그 동안 싸우다 장렬하게 전사한 각성자들의 자리를 대신하게 될 겁니다.”

“야...야차!”

“야차라면 그 전설상의 귀신?”

“와, 대박인데? 야차라니!”

그제야 각성자들이 얼굴 가득 놀란 빛을 떠올렸다.

야차의 등장에 상당히 반가운 얼굴이 된 각성자도 있었다.

“그럼, 저 녀석들만 있으면 우리도 꽤 수월하게 싸울 수 있겠어!”

“그러게! 야차라니! 지옥의 귀신이 우리 편이라니 이거 생각지도 못했는데?”

백유현이 그런 그들을 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그도 사실 이렇게 많은 야차를 거느릴 수 있게 될 줄은 몰랐다.

지장보살이 전해준 연심은, 망유계의 망자들을 상대하는데 있어 최강의 권능이었다.

연심이 발동되면, 망자들은 감히 백유현에게 접근하지도 못하는데다가 바로 소멸되기도 하고, 그 중 일부는 전투력이 뛰어난 야차가 되어 백유현을 돕기도 하니까.

“아무튼 대단한 일이야! 역시 백유현인데?”

“그래도 놈들이 우리의 적이 아니라고 하니 안도가 되는군.”

“아씨, 그래도 옆에는 가지 말아야지. 보기만 해도 겁이 나는데?”

각성자들은 저마다 한 마디씩을 내뱉으며 야차들을 바라보았다.

“와우, 이게 뭐야? 난리가 났다고 해서 와 봤더니 이건 뭐 스펙터클하네.”

주세광이 야차들을 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무시무시하게도 생겼군. 그래, 이 놈들은 어디다 써먹을 생각이지?”

박성진의 말이었다.

백유현이 그 말에 대답했다.

“탱커 겸 딜러라고 할까요? 공격도 잘 받아낼 거고, 공격도 잘 할 겁니다.”

박성진이 웃었다.

“생각지도 못한 아군이군. 든든하다. 유현아.”

“그래도 가까이 가기에는 영 좋지 못한 생김새들이네. 나는 이 녀석들 사양하겠어.”

김수향이 자리를 피했고, 천무현이 그녀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런! 평소에는 그렇게 쿨한 척은 다 하더니 누나, 비겁한데요?”

“어서 이 놈들을 써먹어 봤으면 좋겠군. 재미있겠어.”

그리고 김현성도 한 마디 보탰다.

백유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곧, 그렇게 될 겁니다. 흑색의 망자향이...짙어지고 있어요.”

흑색의 망자향.

군소를 추적하기 위한 최강의 비기.

그것이 짙어졌다는 것은, 광소가 있는 곳과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우린 이제 마지막 전쟁을 준비해야 될 때라는 뜻이죠.”

“으음...”

알파 팀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의 말이 맞았다.

이제 망유계도 상당히 깊은 곳까지 들어왔고, 그들은 전쟁의 마지막을 준비해야 될 때가 된 듯했다.

“나쁘지 않아. 우리, 이 때만을 바라보며 달려왔잖아.”

“그래. 끝장을 볼 때가 왔다는 거, 바라던 바지.”

알파 팀은 서로의 얼굴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들이 바라는 상황은 곧 벌어졌다.

“저 쪽, 망자들이 몰려옵니다!”

한 각성자가 가리키는 곳에서는 거대한 물결이 밀려오듯 들이닥치고 있었다.

“저런...”

그리고 각성자들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곳에는 마치 망자들로 이뤄진 해일이 들이닥치는 듯, 거대한 물결이 밀려 오고 있었던 것이었다.

“크르르!”

그런데 그런 망자들을 향해 야차들이 이를 드러내며 살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엇? 이 놈들 왜 이래?”

“그러게? 살기가 장난이 아닌데!”

야차들이 본격적으로 살기를 뿜어내기 시작하자, 주변이 온통 살기로 가득 찼다.

백유현도 이런 광경은 처음 보는 것이라 호기심 어린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크와아앗!”

그런데 망자들이 가까이 다가오는 순간, 야야차들이 미친 듯 망자들에게 덤벼들었다.

그 모습은 마치, 집을 지키는 사나운 개가 도둑에게 덤벼드는 것처럼 보였다.

콰짓!

“끄아아아아!”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망자들에게 덤벼든 야차들은 맨손으로 망자들을 잡고 그대로 찢어 버린 것이었다.

“크와아아악!”

놈들은 망자들을 찢어발길 때마다 더욱 흥분했다.

망자들이 소멸되면 검은 색의 연기 같은 것이 피어오르는데, 야차들은 그 때마다 두 눈을 완전히 뒤집고 발광을 했다.

콰직, 와직!

수도 없이 많은 망자들이 야차들의 맨손에 찢겨 나갔다.

“뭐, 뭐야!”

“와, 장난 아닌데?”

그 광경을 바라보던 각성자들은 저마다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니, 이럴 때가 아니지! 우리도 어서 가자고!”

“그래, 지금이 기회야!”

각성자들은 분분히 무기를 들고 앞으로 달려 나갔다.

야차들은 망자들의 급습에서 훌륭한 탱커의 몫을 해주었고, 강력한 딜러의 몫까지 동시에 해주고 있었다.

파앗!

그 순간, 망자들을 향해 백유현도 허공 높이 몸을 솟구쳤다.

콰앙!

그리고 그는 그대로 내리꽂혔다.

거대한 힘이 주변을 모조리 휩쓸었고, 망자들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소멸되었다.

“크르르르...”

그 중 몇은 천상의 인도를 받아 승천했고, 몇은 다시 되살아나 사나운 눈빛을 발했다.

야차.

백유현이 연심의 권능을 발동시킨 채 망자들을 공격한 결과로 야차들이 사방에서 생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에게 달려드는 망자들을 두 팔로 잡아 갈기갈기 찢어 놨다.

그 사이 늘어난 야차들의 숫자는 이제 백 단위를 헤아렸고, 덕분에 각성자들은 훨씬 수월하게 망자들을 상대할 수 있었다.

“전군, 돌격!”

망자들이 몰려든다.

하지만 원정대도 물러나지 않고 그에 맞섰다.

망자들과 원정대, 그들은 미친듯 엉켜 붙어 싸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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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이제야 좀 여유가 생겼군.”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각성자들은 겨우 쉴 틈을 찾아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그들 주변에는 망자들의 잔해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각성자들도 영체 상태인지라 피를 흘리거나 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몸 이 곳 저 곳이 뜯겨 나가거나 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만큼 싸움은 치열했다.

그런데 그 와중에서도 야차들은 우뚝 서서 경계병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었다.

“대단하네...저 녀석들!”

“그러게, 정말 든든해!”

각성자들은 그런 야차들을 바라보며 감탄했다. 각성자들도 사실 인간의 한계를 훨씬 벗어난 존재들이긴 했지만, 야차들은 그보다 더 했다.

심각한 치명상만 입지 않으면 어느 정도 버텼고, 더 신기한 것은 스스로 상처를 치유한다는 점이었다.

가만히 살펴보니, 놈들은 망자들이 죽이면서 내뿜는 검은 기운을 흡수해서 스스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듯했다.

“무섭다...저런 놈들이 적이었다면 아주 등골이 오싹할 정도야.”

“후우, 그러게나 말이야.”

무적(無敵).

단박에 목이 잘리거나, 절명에 이를 정도의 공격을 받지 않으면 놈들은 죽지 않는다.

그리고 백유현이 있는 이상, 그리고 망자들이 있는 이상 야차의 숫자는 계속해서 늘었다.

이건 원정대에 너무 좋은 소식이었다.

그 때, 백유현은 허공에 떠올라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흑색의 망자향이...닿았다!’

드디어 망자향이 저쪽에 보이는 거대한 산에 닿아 있었다.

검은 기운이 물씬 피어올라 산에 흡수되듯 빨려 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저곳에 군소가 있어!’

군소.

이 모든 것의 흑막.

그 말은 놈을 잡아야, 이 모든 것이 끝난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척-

한참을 둘러보던 백유현은 그대로 땅 위로 착지했다.

“뭘 좀 발견했어?”

그런 그를 기다리고 있던 박성진이 불쑥 물어왔다.

“예, 대장.”

백유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바로 말을 이었다.

“어쩌면...전쟁이 바로 끝날 수도 있겠어요.”

“그래?”

일행들은 백유현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저쪽에 보이는 저 산...저 산에 놈이 있습니다.”

백유현은 거대한 산을 가리켰다.

온통 암흑 속에 갇혀, 그 크기가 감히 가늠되지 않는 산.

“군소, 이 모든 일의 원흉이 저 안에 있다는 뜻입니다.”

“놈을 잡으면 이 전쟁이 끝난다는 것이고.”

“맞아요.”

박성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소식이군.”

“하지만 더 단단히 각오하셔야 할 겁니다. 놈은...만만한 상대가 아니에요.”

“그래, 그렇겠지.”

이제까지의 싸움도 버겁고 치열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그 기억이 아예 떠오르지도 않을 만큼 힘들어질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물러날 수는 없었다.

이제, 저곳에 도착하면 전쟁은 끝이기에.

“자, 여기까지 왔는데 물러설 순 없잖아? 우리...잘해보자고! 대장, 그리고 모두들! 다시 화이팅합시다!”

주세광의 말에 천무현도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우리, 잘해낼 수 있어요! 다시 해보자고요!”

“호호, 역시 이래야 알파 팀이지. 그러니까 내가 당신들을 좋아한다니까? 떨어지고 싶지가 않아.”

김수향의 말에 일행이 인상을 찡그렸다.

“뭐? 그래서 싫어?”

“윽, 그런 말은 좀 삼갑시다! 우리! 예의를 좀 지키자고요!”

“그러게! 하마터면 전의를 상실할 뻔했네. 크크!”

일행이 웃자, 김수향도 피식 웃었다.

“자기들, 힘내.”

“윽, 누나!”

“크윽, 나 돌아가면 안 돼?”

박성진도 그런 그들을 보며 웃더니 백유현에게 다가왔다.

“괜찮겠어?”

그는 이미 백유현의 표정에서 뭔가를 읽어낸 것이다.

정말, 만만치 않다는 것을.

백유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여기까지 왔는데 포기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우리는 그런 존재니까. 우리가 포기하면...세상이 끝나니까.”

“막을 수 있어요. 우리가 가진 것을 떠올려 본다면, 힘들긴 해도 막을 수 있어요.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박성진이 백유현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 유현아. 가보자. 우리. 우리 끝까지, 가보자.”

“예, 대장.”

백유현도 고개를 끄덕였다.

저 산.

상당한 마기가 흐르고 있는게 느껴졌다.

하지만 백유현은 멈출 생각은 없었다.

저 산만 넘어서면, 엄마를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기니까.

그는 그것 하나만 보고 달릴 생각이었다.

군소.

이제부터 그는 놈을 잡는 것만 생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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