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잡고 폭렙업-155화 (155/166)

155. 협곡 방어 전쟁

정보가 오염되었다는 정보는 빠르게, 그리고 은밀하게 공유 되었다.

“그게 정말입니까? 어떻게 그런 일이...!”

“후우, 그게 사실이라면 이건 정말 큰일인데요?”

각 팀의 팀장들은 어두운 표정이 되었다.

이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였다.

척후조들이 군소에게 조종을 당해서 오염된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는 것을 이제라도 알게 되어서 망정이지, 그 정보만 믿고 놈들이 치고 들어올 때까지 몰랐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서 다행입니다. 대비책을 세울 수 있게 되었으니...”

“그러게 말입니다. 백유현 군이 큰 일을 해냈네요.”

“자 그럼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논의를 해봐야겠군요. 백유현 군.”

박성진이 백유현을 바라보았다.

“예, 백유현입니다. 사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들은 우리에게 매우 어렵고 불리한 상황임은 틀림없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는 잠시 말을 끊고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일단 우리는 놈들이 오고 있다는 것을 파악했고, 다행히 대비할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매우 빠듯하지만 그래도 기회가 있다는 것이 크겠지요.”

“후우, 지금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있겠습니까? 여긴 적진이고, 우리는 아직 베이스캠프도 세우지 못한 상황인데...”

사람들의 얼굴에 고민이 떠올랐다.

요새가 없이 적진에서 싸우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긴 했으니까.

“요새는 포기하죠.”

그 때 백유현이 대답했다.

사람들이 그를 바라보았다.

“살펴보니 유리하게 써먹을 수 있을만한 협곡이 몇 군데 보였습니다. 거길 이용하면 될 것 같습니다.”

“협곡이라...! 그렇지요. 협곡이 있다면 그나마 적은 병력으로도 적들을 막아낼 수 있으니까!”

협곡의 입구를 단단하게 틀어막고 수비에 전념을 한다면, 적을 막아내는 데는 무리가 없다. 다만 그 방어력을 넘어서는 적들이 몰려온다면 얘기가 달라지지만.

“그래도 지금 상황에서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겠군요. 시간이 없으니 다시 전략을 짜봅시다.”

팀장들은 머리를 맞대고 전략을 짜기 시작했다. 기존의 척후조는 안타깝지만 모든 것을 속이고 다시 수색을 보내기로 결정이 났다.

그들을 완전히 배제하고 움직이려는 것이었다.

“그리고 군소의 정신 지배에서 벗어나려면 개개인이 상당한 노력을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척후조는 정보가 없이 순간적으로 당한 것이라...”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특이하게도 영체 상태가 되자, 정신 지배나 정신 감응에 대한 저항력은 육체를 가지고 있을 때보다 훨씬 높아져 있었다.

그러니 제대로 대응만 한다면, 군소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는 있는 것이었다.

그 점은 그래도 인간들에게는 매우 좋은 상황이었다.

“그렇겠군요. 그 부분도 단단히 일러두겠습니다.”

일단 방향이 정해졌다.

백유현의 정찰로, 모든 것이 확연해졌고 분명해졌다. 그것은 매우 중요한 사실이었다.

“저희는 이쪽 협곡으로 가죠.”

“저희는 이쪽...”

팀장들은 최선의 동선과 효율적인 전투를 위해 각자의 구역을 정했다.

그리고 얼마 후, 그들은 빠르게 베이스캠프를 비웠다.

당연히 척후조는 미리 빼놓은 뒤였다.

척후조의 동선을 교묘하게 피해, 그들은 사방에 위치한 협곡과 유리한 고지를 선점해 나갔다.

저 멀리 수도 없는 망자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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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조, 적들의 움직임 감지! 대응 태세로 전환합니다.

- 3조, 매복 완료! 적들은 아직 눈치를 채지 못한 것으로 예상. 1조와 2조가 전면전을 벌이면 옆쪽에서 빠르게 치고 나가겠습니다.

- 8조 대기 중 이상 없음. 적들의 움직임 파악 안 됨.

- 10조...

수많은 보고가 올라왔다.

영체가 되어서 또 다른 좋은 점은, 마치 무전처럼 자신의 생각을 전달해줄 수 있다는 점.

정확하게 그 사람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그에게 바로 의지를 보낼 수 있는 것이다.

덕분에 박성진은 엄청나게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노련하게 수집된 정보를 조합하고, 정리해나갔다.

“좋아...모두 제대로 포진해 있군. 그리고 적들의 움직임은 아마도 이쪽에서 이렇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전달된 정보들은 알파 팀 모두가 공유했다.

그들은 박성진의 브레인이 되었고, 눈이 되어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중에서도 백유현이 맡은 역할은 매우 컸다.

실질적으로 이 거대한 조직을 움직이는 것은 바로 그.

“좋습니다. 그렇게 가죠. 일단 1차 전선을 형성하고, 그게 뚫리면 2차 전선으로 다시 물러나고...그게 뚫리면...”

“그 땐 끝이지.”

주세광이 쓰게 웃으며 말했다.

백유현도 그를 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겁니다. 저는 바로 이쪽...이곳으로 파고 들 생각이니까요.”

백유현은 지도의 한 곳을 가리켰다.

지도라고 해봐야, 백유현이 작성한 조잡한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있어야 할 것은 다 기록이 되어 있었다.

그가 가리킨 곳은 쌍방의 병력이 충돌하는 제 1차 전선의 바로 옆쪽.

“여길...혼자서?”

가장 치열하고, 가장 위험한 전선.

그곳을 뚫어보겠다는 백유현의 말이었다.

백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변수를 만들어내야 할 의무가 제게 있으니까요.”

서로가 가장 강력한 힘으로 충돌 하는 그 순간, 백유현이 옆으로 파고 들겠다는 뜻이었다.

옛 전술로 따지면 중갑 기사단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우리가 지원을...”

백유현이 고개를 저었다.

“그래선 안 됩니다. 전면이 단단하게 버텨줘야 제 싸움도 의미가 있으니까요.”

박성진을 비롯한 일행들이 백유현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알겠다.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자.”

이번 싸움의 핵심.

바로 그 점을 백유현은 말하고 있었다.

가장 의외의, 그리고 가장 강력한 변수.

“내가 꼬맹이 따라가면 안 돼? 아무래도 이 누나는 너를 혼자 두는 게 너무 마음이 안 놓이는데.”

“그래, 수향이가 따라가주면 그래도 마음이 놓이겠다. 어차피 이쪽엔 힐러들이 많으니까.”

“수향 누나도 혼자 잘 살아 남으니까 무리는 아닐 것 같은데. 나도 찬성!”

김수향의 말에 일행들이 찬성을 표했고, 백유현도 멋쩍은 듯 웃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김수향이 있으면 훨씬 전투가 편해진다.

게다가 김수향은 멀리서도 치유가 가능하다.

은신한 후에도 백유현에게 치유 마법 지원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굳이 그녀의 호의를 무시할 이유는 없다.

“알겠어요. 누나.”

김수향이 빙긋 웃었다.

“귀여운 녀석. 네 뒤는 누나에게 맡겨.”

“네. 누나. 잘 부탁합니다.”

다른 팀은 이미 능선과 고지, 그리고 협곡에 도달해서 배치된 상태.

“우리도 얼른 가자고.”

그 병력을 총괄지휘 할 박성진과 그를 보좌할 일행들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유현아, 건투를 빈다.”

“아깝네. 너와 내기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주세광과 김현성이 백유현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인마, 어디 있든지 이 형이 지켜보고 있다는 거 잊지 마! 위험하면 오른 손 번쩍 들고! 알았지?”

천무현도 다가와서 백유현의 등을 툭 쳤다.

“크크, 알았어요.”

“가자, 우린. 수향이는 유현이 잘 부탁한다.”

“얼른 가, 대장. 늦는다.”

일행은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사라졌다.

김수향은 백유현을 보며 말했다.

“우리도 가볼까, 꼬맹아?”

“그래요.”

파앗-

둘은 일행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그들은 이 싸움의 승패를 결정지을 비수.

날카로운 칼끝을 앞세운 암살자의 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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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쾅!

“캬아아악!”

“키아악!”

사방이 미친 듯한 비명과 괴성으로 가득했다.

원정대가 제 1협곡이라 이름 붙인 거대한 협곡 아래에서는 엄청난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뚫으려는 자, 그리고 막으려는 자간의 싸움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곳은 수비에 월등히 압도적으로 유리한 협곡이라는 점.

그리고 그 협곡의 호리병처럼 생긴 주둥이 입구를 단단하게 틀어막고 있는 것이 최고의 실력을 가진 각성자들이라는 점이었다.

콰앙-

“죽어 버려!”

“죄다 부숴 버려! 사정 봐주지 마라!”

수도 없는 싸움에서 전투라면 이골이 난 자들이다.

그들이 휘두르는 철퇴가 망자들의 머리통을 무참하게 부숴버렸고, 온 몸의 뼈란 뼈는 모조리 박살냈다.

검이 망자들의 목을 베고 지나갔고, 몸통 깊숙하게 박혔다가 그대로 뒤틀렸다.

“크에에엑!”

망자들은 끔찍한 고통에 비명을 질러댔다.

하지만 망자들이 가진 최고의 장점은 바로 그 숫자.

죽여도 죽여도 몰려드는 망자들의 엄청난 숫자는 원정대로 하여금 질리게 하기 충분했다.

“크윽! 조금씩 밀린다!”

“전열을 가다듬어! 여기서 밀리면 다른 원정대들에게 크게 피해가 간다! 막아, 무조건 막아!”

원정대 지휘관들은 절규하듯 소리치며 각성자들을 다독였다.

콰앙-

“크에에에엑!”

“크에엑!”

그 순간 갑자기 망자들 뒤쪽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었다.

그 한 방은, 협곡 싸움을 무식하게 숫자로 밀어대던 망자들의 전열을 단 일순간에 무너뜨렸다.

“뭐야!”

“무슨 일이 벌어진 거냐!”

죽을 힘을 다해 협곡을 막아내던 각성자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마치 폭발할 듯한 압박감이 순식간에 사라졌고, 망자들은 크게 동요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뒤쪽에서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차린 각성자들이 놀란 외침을 터뜨렸다.

“백유현이다! 백유현이 뒤를 급습했어!”

“와아아! 백유현이 적들의 전열을 무너뜨렸다! 밀고 나가!”

“와아아아!”

단 한 순간, 전투의 흐름을 뒤바꾼 강력한 한 방!

그 한 방이 가져다준 소중한 기회를 원정대는 놓치지 않았다.

그들은 바로 백유현에게 화답하듯 강력하게 압박을 가했고, 망자들은 그 사이에서 무참하게 죽어나갔다

콰쾅-

콰아앙-

그 순간에도 백유현은 망자들 사이를 미친 듯 내달리며 놈들의 목을 베고, 뼈를 부수었다.

번쩍-

간장과 막야가 검은 광채를 뿜어내며 망자들을 집어삼켰고, 거대한 칼날의 바람은 주변의 모든 것을 갈가리 찢어 놓았다.

척후조의 눈을 속여 은밀하게 인간들의 원정대를 덮치려던 계략이 한 순간에 뒤집혀 버린 것이었다.

“적들이 후퇴한다!”

“따라가! 몰아쳐!”

어찌나 강력한 압박이 계속 이어졌던지, 제 1협곡을 두들기던 망자들이 우왕좌왕하며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누군가의 정밀한 통제에 의한 후퇴가 아니었다.

그것은 본능적인 공포에 의한 미친 듯한 도주!

즉, 전열이 완전히 무너졌다는 뜻이다.

뒤쪽에서 모조리 죽여 없애며 달려드는 한 소년에 의해 그들은 도주를 선택한 것이다.

“밀어붙여어어!”

그 틈을 원정대는 절대 놓치지 않았다.

강력한 추격이 계속 되었고, 제 1협곡의 방어는 성공하는 것처럼 보였다.

콰아앗!

그리고 하나의 인영이 허공으로 치솟았다.

옆에는 한 사람을 부드럽게 안은 채였다.

“갈까요, 누나?”

김수향이 미소 지었다.

“좋지.”

파아앗-

제 1협곡의 방어전은 일단 성공했다.

그들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는 제 2협곡으로 향했다.

모든 것이 불길에 휩싸여 있는 제 2협곡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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