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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잡고 폭렙업-154화 (154/166)

154. 정보가 오염됐다

망유계의 전경은 절로 욕이 나올 정도로 끔찍했고, 추악한 것이었다.

사방 어디를 둘러보아도 죽어가는 망자들이 득시글거렸고, 놈들은 서로 피터지게 싸우며 독기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서로 싸우는 망자들을 향해 몰려드는 괴 망령들이 있었던 것이었다.

퍼억- 퍽-

그 망령들은 서로 다툼을 벌이는 망자들을 무자비하게 폭행하고 짓밟았다.

그 후에는 다툼을 벌이던 망자들은 거의 망령들에게 복종을 하게 되는 모습이 보였던 것이었다.

이런 현상은 망유계 곳곳에서 목격이 되었다.

척후조들은 거의 비슷한 정보를 가지고 돌아왔다.

다행히 그 중에 상하거나 실종된 자들은 아무도 없었다.

백유현은 잠시 그들을 살피며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두 눈빛은 묘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척후조가 가져온 정보를 가지고 박성진은 회의를 진행했다.

지금 상황에서는 그들이 가져온 정보밖에 믿을 것이 없었다.

“열 개의 척후조가 가져온 정보들이 거의 대동소이할 정도로 비슷한 정보들입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들 생각하십니까?”

“아무래도...집단을 이루었다고 봐야겠죠.”

열 개의 척후조가 가져온 정보를 가지고 회의를 하는 시간, 백유현은 날카롭게 사태를 간파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현재 망유계에서 벌어지는 상황이나, 지구에서의 모습을 설명할 수가 없다.

누군가 망유계를 접수했고, 놈은 강력한 힘으로 이 세계를 다스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백유현이 생각에 잠기려는 찰나, 박성진이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갈수록 태산이군...”

애초에 예상은 하고 있었던 바다.

하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이건 너무 심각했다.

놈들은 결코 오합지졸이 아니었다.

오히려 매우 심각하게 걱정해야 할 정도로, 강력한 집단을 이루고 있었다.

누군가 이들을 한 손에 꽉 쥐고 흔들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정보가 아직은 너무도 없었다.

겨우 단 한 번의 수색의 결과였기에 당연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정보가 너무도 없다는 것은 뼈아팠다.

그 때 백유현이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히려 잘 됐네요. 목표가 확실히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방금 전만 해도 뭔가 생각에 잠겨 있던 그였지만, 지금은 생각이 정리되었는지 크게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런 그를 보며 미국 각성자 대표, 스티븐스가 침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후우, 지금 지형도, 상황도 우리에게 좋지 않은데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아무리 적이 정해졌다고는 하지만, 우리는 이곳이 처음이고 적들은 홈 그라운드인데...너무 불리합니다.”

그 말에 박성진이 대답했다.

“애초에 답은 정해져 있지 않습니까? 그러기에 여러분들도 이곳에 온 것이고. 물러서지 않습니다. 그럴 이유도 없고.”

‘하지만...역시 뭔가 이상해.’

그 때, 백유현은 골똘하게 다시 생각에 빠져 들었다.

너무 조용하다.

난리가 난 지구와는 달리, 강력한 병력이 여기까지 왔는데도 망유계의 망자들은 조용했다. 그게 너무 마음에 걸리는 백유현이었다.

그 와중에도 회의는 진지하게 진행이 되고 있었다.

“척후를 좀 더 보내 상황을 확실하게 파악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그러는 게 좋겠습니다.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요새화를 해두는 것이 좋겠군요.”

박성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합시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는 해둬야 하니 말입니다. 그럼 척후조를 다시 보내 지금까지 접수된 정보 외에, 좀 더 많은 정보를 취득하는 것이 필요하겠군요.”

“예, 동의합니다.”

각 팀장들은 박성진의 의견에 동의하고 나섰다.

“그럼 팀을 나누어 한쪽은 베이스캠프를 세우고, 한쪽은 척후, 또 다른 팀은 경계 및 지원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박성진의 정리에 다른 팀장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이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조치였다.

회의는 그 뒤로도 꽤 오랜 시간 이어졌다.

그리고 많은 부분이 정해진 후, 팀장들은 각 팀을 통제하기 위해 흩어졌다.

“대장님.”

그 때까지 잠자코 회의를 지켜보던 백유현이 박성진을 불렀다.

“음? 무슨 일이야?”

“일단 저는 척후조와 따로 움직여 보려고요.”

“괜찮겠어? 너한테도 부담이 되는 일일 텐데.”

백유현이 희미하게 웃어 보였다.

“예, 괜찮아요. 정 위험하면 바로 돌아오거나 하면 되니까요.”

박성진은 잠시 백유현을 바라보다가 불쑥 물었다.

“뭔가 짚이는 것이 있구나?”

백유현이 이런 태도를 보일 때는 분명 뭔가 간파했을 때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박성진이다.

그의 질문에 백유현이 그저 말없이 웃어 보였다.

박성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하지만 조심해라. 위험하면 바로 빠지는 거 잊지 말고.”

“알겠어요. 대장.”

백유현은 싱긋 웃어 보이며 등을 돌렸다.

등을 돌리는 그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사라져 있었다.

‘아무래도 아직까지 조용한 게 너무 이상해...마치...일부러 그러는 것처럼.’

사실 망유계로 들어서자마자 치열한 싸움이 벌어질 거라 예상했다.

그런데 이상하도록 조용했다.

백유현의 판단으로는 베이스캠프를 세울 수 있을 정도의 여유가 주어지진 않을 거라 여겼는데 이건 확실히 이상했다.

‘내 눈으로 확인해야겠어.’

척후가 잘못된 정보를 가져온 것일까?

아니면...

파앗-

백유현은 폭풍 날개를 크게 펼치며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그는 한쪽으로 사라졌다.

---------

고요하다.

높은 하늘까지 올라가서 바라보는 망유계는 쥐 죽은 듯 고요했다.

그리고 보였다.

척후조가 출발하는 모습이.

‘음...’

백유현은 그것을 보고자 했다.

척후조의 움직임들.

그리고 그들이 과연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듣고 오는지.

그들의 보고대로라면, 너무 이상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으니까.

‘뭔가 있어.’

척후조를 이루는 팀원들도 보통내기들은 아니다. 갖은 카오스 터미널들을 공략하며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다.

그들을 믿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가져온 정보는 너무 평온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리고 눈앞에서 베이스캠프까지 구축하는데 아무런 움직임도 없다?

이건 누가 봐도 이상하다.

그 때, 백유현의 눈에 척후조의 이상한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저건?’

척후조.

그들은 어느 순간 멈춰 있었다.

멈춰서 주변을 살피거나 정보를 얻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그냥 말 그대로 ‘멈춰’ 있는 것이었다.

마치 뭐에라도 홀린 것처럼.

‘설마!’

백유현은 그 모습에 인상을 와락 구겼다.

“강효.”

“예, 소주.”

강효는 저승차사다.

그러니 이곳까지 따라올 수 있는 것이다.

그를 비롯한 문광과 수십 명의 저승차사들이 일제히 부복해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저 자들...정신감응 가능하겠어?”

차사들의 능력 중, 망자의 혼과 감응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혼이 빠진 망자들의 혼을 다시 되돌리기 위해 쓰는 방법인데, 그렇게 되면 대상 망자가 어떤 상황인지 바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강효에게 물은 것이다.

“곧 시행하겠사옵니다.”

“부탁한다.”

강효는 사방으로 자신의 기감을 퍼뜨렸다.

차사의 기감과 닿은 척후조의 각성자들이 잠시 움찔거렸지만, 그 뒤로도 역시 움직이지 않았다.

잠시 후, 강효의 음성이 들려왔다.

“소주.”

“말해.”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진 듯하옵니다. 이들의 혼백은 뭔가 검은 그림자에 갇힌 듯, 보이질 않습니다. 감응 또한 불가능, 이런 경우는 처음이옵니다.”

차사의 감응을 차단하는 뭔가가 있다는 얘기다.

‘염라가 직접 내린 권능을 차단할 정도의 강력한 힘에 노출된 거야.’

각성자들이 육체가 있었다면, 이 상황을 빙의라 불렀을 것이다.

하지만 육체가 없기에, 그들은 아마 강력한 힘에 제압당한 듯했다.

‘역시 그랬어...척후조의 정보는 오히려 이쪽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오염된 정보다.

이미 척후조는 죄다 적의 손에 넘어간 상태고, 원정대는 그들의 정보에만 의지할 수밖에 없는데 그 정보를 믿었다간 몰살을 할 수도 있게 된다.

전장에서 오염된 정보라는 것이 이리도 위험한 것이다.

그래서 백유현은 그것을 확인하고자 했다.

“강효.”

“예, 소주.”

“그리고 니그로르, 듣고 있어?”

“예, 로드. 말씀하십시오.”

니그로르와 사신들까지 이번 원정에 참전했다. 차사들과 사신들만 해도 상당히 힘이 되어 주었다.

“저들을 잘 감시해.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보고하고. 난 따로 다녀와야 할 곳이 있으니까.”

“존명.”

“알겠습니다. 로드.”

사신과 차사들에게 척후조의 감시를 맡긴 백유현은 주변을 면밀히 살폈다.

하늘 높이 솟아올라 있는지라, 그의 모습을 본 자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문득 기이한 장면들을 목격할 수 있었다.

‘움직인다!’

어둠 속 저 너머, 뭔가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검은 물결이 넘실거리듯, 땅을 시커멓게 뒤덮은 채로.

그것의 정체가 망자들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은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놈들이 이쪽으로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는 것 또한.

‘놈들이 여기까지 당도하기까지 대략 이틀!’

어찌나 수가 많은지, 땅 전체가 시커멓게 물들어 있었다.

하지만 그 움직임은 너무도 은밀했고 고요했다. 산 자만 보면 미쳐 날뛰는 망자다.

그런데 저런 움직임이라니...!

‘역시...궁소의 지배력이 이곳 전체를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는 거야. 제길...이 정도일 줄이야!’

미친 듯 달려드는 적들보다, 저렇듯 은밀하게 자신의 의중을 숨기고 움직이는 적들이 더욱 무섭다.

놈들은 냉정하게, 이쪽의 숨통을 확실하게 끊을 각오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 틀림없으니까.

‘이틀 후면 지옥이 펼쳐진다! 베이스캠프를 세우기도 전에...모조리 휩쓸려 버려.’

베이스캠프를 세우는데 이틀은 너무 짧다.

아마 궁소는 이쪽이 방심하고 있는 틈을 타서 한 번에 몰아치려는 속셈인 듯했다.

그러니 척후조의 눈을 가리고, 그들의 입을 조종해 오염된 정보를 흘린 것이겠지.

그저 조금의 여유가 생겼다고 오판하게 하기 위해.

‘그렇게 놔둘 줄 알아? 이미 간파된 이상, 너희에겐 기회가 없다.’

혼자서 저 놈들 모두를 당해내기에는 무리다.

하지만 대책을 세울 수는 있다.

일단 가장 심각한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백유현은 바로 숙영지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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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백유현의 말에 박성진이 놀란 눈을 뜨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정보가...오염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의 박성진이었다.

그 앞에는 백유현이 차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이미 척후조들이 놈들에게 현혹된 것을 확인하고 왔어요. 이에 은밀하게 움직여서 대비를 해야 합니다.”

“음...그래, 그래야겠지.”

박성진은 입을 한 일자로 다물었다.

산 넘어 산이었다.

이렇듯 힘든 상황이 벌어지다니...

“그래도 할 건 해야지. 알겠다. 유현아.”

박성진은 굵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놈들, 후회하게 해주자.”

백유현의 입가에도 미소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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