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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잡고 폭렙업-152화 (152/166)

152. 영체화

쾅! 콰쾅!

그렇게도 안 열리던 길이 어느덧 뚫리기 시작했다.

“크아아악!”

“아악!”

유럽 쪽의 각성자들은 이미 패색이 짙은 표정으로 뒤로 밀려났고, 한국의 알파 팀을 비롯한 연합 병단은 계속해서 그들을 압박했다.

덕분에 그들은 동부 유럽의 전선에서 단숨에 서부 유럽까지 밀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아틀란티스 대륙.

“우리가 왔네!”

그 때, 저 뒤에서 일단의 각성자들이 유럽 쪽의 각성자들을 공격하는 것이 보였다.

박성진은 그쪽을 보고는 피식 웃었다.

“영감님이 오셨군.”

그 쪽에는 조슈아를 비롯한 영국 쪽의 각성자들이 무리를 지어 달려오고 있었다.

“우리의 힘이 필요하다고 들었지! 정부에서는 필사적으로 막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닌 것 같아서 말이네. 하하!”

조슈아를 비롯한 영국의 각성자들은 하나 같이 유명한 자들이었다.

그들의 면면을 살펴보던 박성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백만대군을 얻은 듯한 든든함이 느껴졌다.

양방향에서 공격을 당하게 된 유럽의 각성자들은 그야말로 궤멸 상태로 빠져들었고, 모든 것은 빠르게 정리가 되어갔다.

“우리도 함께 하겠소!”

그런데 엉뚱하게 다른 쪽에서 소수의 각성자들이 합류하기 시작했다.

“우린 프랑스의 각성자들이오. 당신들을 막아야 한다는 정부의 지침에 강력 반발하여 숨어 있다가 이제 온 것이오. 늦어서 미안하오!”

“우리는 이탈리아에서 왔습니다. 내 자식과 가족을 지킨다는 데 다른 생각을 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저희도 한 손 거들겠습니다.”

다행히 유럽 전체가 망유계의 농간에 놀아나진 않은 모양이었다.

“정말 반갑습니다. 어서 갑시다!”

사방에서 몰려든 소규모의 각성자 집단이 모이니 그 수도 꽤 되었다.

그들은 처참한 사방의 광경을 침중한 얼굴로 바라보았지만, 이내 안색을 회복하고는 앞으로 전진했다.

이런 일에는 어쩔 수 없는 희생이 필요한 법이었으니까.

그 수는 계속 늘어나 이제 몇 만 단위가 되었다.

겨우 여섯 명의 팀원에서 이제 몇 만 단위를 헤아리는 병력이 된 것이다.

“일단 지휘부를 결성합시다! 그 후에 움직이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영국의 조슈아를 비롯한 인망 높은 각성자들이 의견을 내놓자, 다른 각성자들도 수긍하는 표정이 되었다.

사실 한국 정부에서 보낸 협조문에 응해서 모인 것이긴 하지만, 그들은 아직 제대로 된 것은 아무것도 몰랐다.

아틀란티스 대륙에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것밖에.

하지만 오직 자신들의 가족과 세계를 구하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모여든 것이었다.

“총지휘부는 대한민국 팀에서 맡아 주십시오! 뭔가 방법이 있으니 우릴 소집하지 않았겠습니까?”

“찬성합니다. 어차피 우리도 그 말에 따라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모였으니, 이의 없이 따르겠소!”

“그럼 좋습니다. 각 팀의 대표들만 모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제부터 모두가 할 일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알파 팀의 팀장, 박성진이 각성자들을 바라보며 상황을 정리했다.

각국의 수많은 각성자들 중 그들을 대표하는 자들이 앞으로 나섰다.

그들은 한쪽에 서 있는 빌딩 쪽으로 들어가서 자리를 마련하고 앉았다.

“자, 인원 파악을 해보니 서른 다섯 개의 나라에서 사만 오천 명 가량의 각성자들이 모인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더 많은 각성자들이 같이 해준다면 좋겠지만, 지금 상황으로서는 이것으로도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그들을 보며 박성진이 말했다.

이미 이런 일에 도통해 있는 각성자들이 그를 도와 빠르게 회의 진행을 도왔고, 덕분에 박성진은 금세 인원파악을 마칠 수 있었다.

“먼저 아틀란티스 대륙으로 가야 하는 이유부터 말씀드리죠. 집중해 주십시오.”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박성진에게 집중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 그리고 이어질 세계의 혼란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저희 알파 팀의 각성자, 백유현 군이 해줄 것입니다. 중요한 얘기니 잘 들어 주시길 바랍니다.”

박성진은 백유현을 불렀다.

백유현이 박성진에게 고개를 살짝 숙여 보이더니 좌중을 보며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백유현입니다.”

“오, 저 소년이 백유현이래!”

“와...생각보다 어려 보이는데 대단한데?”

그 말에 좌중에서는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백유현이 그 동안의 활약은 대부분은 비밀리에 이뤄진 것이 많았지만, 몇 개의 활약은 이미 세상에 널리 알려져 있었던 것이다.

특히 이번에 일본과의 전쟁에서 그의 존재가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 알게 된 세계는 경악에 빠져들었다.

그래서 지금 사람들도 백유현의 등장에 웅성거리는 것이었다.

“본론만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일어나는 모든 기현상은 망유계라는 다른 차원의 존재들이 이 세계로 넘어와서 생기는 일들입니다. 각성자들이 자꾸 정신착란이 되어 자살하는 것도, 지금 서로가 서로를 공격하는 것도 다 그 때문이지요.”

“그래, 맞아! 요새 그런 일들이 부쩍 많이 일어나던데...그게 그런 이유구먼?”

“질문 있습니다. 그 망유계라는 것은 뭐고, 거기서 넘어왔다는 존재들은 또 뭡니까?”

당연한 의문이었다.

백유현은 그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망유계는 이 세계의 지옥이나 저승과는 다른, 다른 차원의 영체들이 죽어서 가는 곳을 말합니다. 하지만 거기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는 저 역시도 가지고 있진 않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온 존재들은 망자...즉, 악령들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어허, 악령이 이 세상에 넘어와서 이런 일을 벌이고 있다니...큰일이구먼!”

몇몇 각성자들이 근심 어린 표정으로 서로를 돌아보았다.

“이 사태를 막을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망유계의 본격적인 침투가 일어남과 동시에 솟아 오른 아틀란티스 대륙을 통해 망유계로 넘어가는 것뿐입니다. 아틀란티스는 이쪽 세계와 망유계를 연결하는 중간 다리라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말씀 중에 죄송한데...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망유계라는 곳을 들어보니, 말하자면 영혼만 갈 수 있는 곳이라 생각이 드는데 맞습니까?”

백유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영체 상태로만 건너갈 수 있는 세계지요.”

“음...그러면 육체 상태로는 갈 수가 없다는 얘기가 되는데...이해가 잘 되질 않는데요? 죽어야 갈 수 있다는 생각 밖에 안 들어서...”

그 말에 각성자들이 근심 어린 표정으로 백유현을 바라보았다.

그들도 그런 의문이 들었던 것이었다.

“운이 좋게...얼마 전 고대의 지혜를 간직한 불멸자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 분의 이름은 나가르주나. 아시는 분은 아실 겁니다. 지혜의 구도자라 불리기도 하시니까요.”

“아...! 나가르주나 선사라면...!”

역시 밀교에 소속된 각성자들이 있었는지 몇몇이 알고 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놀랐다.

“그 분께서 죽음에 이르지 않고 영체 상태가 되는 법을 알려주셨으니 걱정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육체에서 영체가 빠져나가면 무방비 상태가 되기 때문에 이를 보호해줄 병력들이 필요합니다.”

“이런...그렇다면 저쪽으로 건너갈 수 있는 병력의 수가 확 줄어들게 되겠군. 아까 보아하니 유럽 쪽이나 중동 쪽의 각성자들 중에서도 꽤 세뇌가 진행된 자들이 많아 보이던데.”

“맞습니다. 우리가 망유계로 건너간 것을 알게 되면, 그들 또한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어떻게든 훼방하려 할테죠. 그러니 이번 계획은 상당히 위험하며, 또 동시에 매우 어렵습니다.”

좌중에 침묵이 흘렀다.

백유현의 말대로 지금 상황은 전혀 좋지 않았다.

그런데 짧은 시간이 흐른 후 누군가 손을 번쩍 들었다.

독일의 귄터라는 각성자였다.

“호위를 서든, 전장에 가든 우리는 준비 되었소! 게르만의 용맹함을 저들에게 보여줄 준비 말이오!”

“우리도 지지 않소! 우리 조상과 후손의 운명을 걸고 가는 싸움에 물러서서 손가락이나 빨고 있는 건 웃기는 일이니까!”

“맞소! 우리 가족과 우리 나라는 우리 손으로 지킬 것이오!”

각성자들이 분분히 손을 들었다.

그들의 표정에는 결연함이 가득 떠올라 있었다.

백유현은 그런 그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좋습니다. 이제부터는 총지휘관 박성진 대장께서 진행하실 테니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이미 박성진은 총지휘관으로 위임이 된 상태. 각 나라의 책임자들은 이어지는 박성진의 브리핑을 신중하게 경청했다.

이번 작전만큼 위험하고도 또 긴장되었던 적은 없었다.

일단 거짓이긴 하지만 ‘죽음’을 경험해야 하는 매우 위험한 작전.

그들은 바로 그 시작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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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력들의 배치는 오래지 않아 되었다.

총 병력의 삼분의 일을 나누어 영체가 떠난 육체를 지키는 역할을 맡았고, 그 총대장은 영국의 조슈아가 위임되었다.

아무래도 그 동안 각성자들에게 매우 좋은 인상을 심어준 이유가 가장 컸다.

그리고 원정대의 총대장은 역시나 박성진.

그 뒤를 알파 팀이 받치며, 수많은 각성자들이 팀을 이뤄 강력한 군세를 갖추게 되었다.

디데이가 정해지고, 원정대로 뽑힌 각성자들은 아틀란티스 대륙 앞에서 긴장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지금 역시도 망자들에게 빙의당한 각성자들이 계속해서 습격해오고 있었지만, 조슈아가 이끄는 호위대가 적절하게 잘 막아내고 있었다.

“육체를 떠나는 구결과 호흡법은 이미 알려드렸습니다. 본래대로라면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방법이지만, 나가르주나 선사의 특수한 방법을 이용하면 바로 가능합니다.”

백유현의 말에 각성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백유현이 가르쳐준 방법은 이렇게 해도 되나 싶게 간단했고 단순했다.

하지만 그게 핵심이었다.

지혜의 구도자인 나가르주나는 어렵고 난해한 구결을 풀어 재해석한 구결을 백유현에게 알려주었던 것이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어리석은 자도 계도가 되는 지혜의 구도자, 나가르주나의 구결.

다들 조용히 바닥에 앉아 구결 암송과 함께 호흡이 시작되었다.

파앗-

그 중 가장 먼저 영체화 한 것은 역시 백유현. 그 뒤를 이어 박성진을 비롯한 알파 팀이 바로 영체가 되었다.

“와, 이거 신기한데?”

“그러게요! 이거 완전 장난 아닌데요? 몸이 날아갈 것 같아요. 근데 대장, 뭘 그렇게 보세요?”

영체 상태가 되어 뭔가를 뚫어져라 보고 있는 박성진을 보며 천무현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 내가 이렇게 생겼구나 하고...하하!”

“근데 그 자랑스러운 표정은 뭡니까?”

“아니, 뭐 내가 좀 멋지잖아?”

“대장은 가끔 이해못할 때가 있다니까...”

주세광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고, 다른 팀원들도 웃음을 터뜨렸다.

“그나저나...”

김현성이 각성자들 쪽을 보며 말을 꺼냈다.

“다들 모이고 있군요.”

장관이었다.

육체에서 영체가 빠져나와 한쪽으로 도열하는 모습은.

백유현은 그것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전투가 준비되었다.

이제는 눈앞에 보이는 대륙으로 건너갈 차례였다.

망유계라는 또 다른 세상으로 연결된.

박성진은 각 팀의 팀장들에게 보고를 받고 말했다.

“선두, 출발!”

모든 이의 영체화가 완료되었고 원정대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틀란티스.

신비의 대륙이 그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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