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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잡고 폭렙업-148화 (148/166)

148. 격전

위이이이잉-

“사람 살려!”

고요했던 베이징의 밤은 어느 순간 악몽으로 뒤덮여 있었다.

사방에서 불길이 치솟고, 연신 폭발이 일어나 지옥이 따로 없었던 것이다.

급히 사태 수습을 위해 관에서 나섰지만 한 군데 집중하는 사이, 두 군데, 세 군데서 사고가 터져 나오는 바람에 정신이 없었다.

“해킹으로 인한 사고로 보입니다!”

가스저장탱크가 폭발했다는 뉴스와 함께, 갑자기 전기 시스템이 끊어지고 모든 보안 시스템이 가동 중지되었다.

시 당국에서는 이미 이것을 일상적인 사고가 아니라고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

“어서 백색 부대에 연락해서 막아!”

백색 부대.

예전부터 중국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든 해킹 대응 부대였다.

중국에서 해커들을 대규모 양산한다는 것은 매우 유명한 얘기였다.

그래서 이런 쪽의 대응책은 매우 잘되어 있었다.

“도대체 어떤 놈들이 감히 중국을 건드려!”

중화인민공화국.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나라.

그 중국을 누군가 건드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죽음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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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수진 누나! 그쪽 컨트롤 잘되고 있지? 꼬리 붙은 건?”

“응, 떼어 냈다. 한국에서도 지원 중이니 좀 더 여유가 있을 거 같아. 그나저나 이 자식들 실력도 보통은 아닌데? 진짜 제대로 안 했다간 바로 추적당하겠어!”

“조금만 버텨 줘! 지금 방공시스템 무력화 중이야. 이걸로 시간 좀 벌자!”

“그래! 최선을 다해볼게!”

다른 요원들은 기간 시설 폭파 및 공작을 위해 나가 있었고, 김중현과 윤수진은 온 힘을 다해 북경의 시스템을 공격하는 데 온 정신을 집중했다.

그들을 잡기 위해 수천 명의 화이트 해커 부대가 추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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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빅-

E-와치에 현재 상황이 떴다.

- 시스템 해킹 유지 예상 시간 : 42분

이제 5분이 지났으니 원래의 한 시간보다 훨씬 짧아져 있었다.

하지만 덕분에 백유현은 베이징 깊숙한 곳에 잠입할 수 있었다.

국정원 요원들이 아니었다면 입구부터 엄청난 격전을 벌이며 왔어야 했을 것이다.

베이징에는 터미널 쇼크를 기점으로 강력한 방공 무기체계와 육상전 전력, 그리고 각성자들이 상주하고 있었다.

그들은 침공 전쟁 중에도 이 곳 베이징에 상주하며 주석을 지키고 있었던 것이었다.

전력의 차이가 커서 그런 것도 있지만, 그만큼 중국이 만만치 않다는 뜻이기도 했다.

‘저기가 주석궁...’

백유현은 저 멀리 보이는 건물을 바라보았다.

주석궁.

“강효.”

“예, 소주.”

백유현은 강효를 불렀다.

“저쪽, 인원 파악 되겠어?”

“예.”

강효가 순간 사라졌다.

그런데 그는 금세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소주...! 저긴 결계가 쳐져 있어 들어갈 수가 없사옵니다.”

백유현이 인상을 썼다.

“결계? 결계라니?”

“축귀(逐鬼)부로 사료되옵니다. 축귀부 뿐만 아니라 모든 영적 존재를 막는 결계가 주석궁 가득 둘러져 있사옵니다.”

“뭐?”

백유현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를 악물었다.

“그럼 저 자식들...제 정신으로 전쟁을 시작했다는 거야? 미친 새끼들...!”

일본은 망자의 계략에 속아 정신이 홀렸다는 핑계라도 있지만, 중국은 달랐다.

아마 망자들을 막기 위해 주석궁을 둘러싸며 결계가 쳐져 있는 모양인데, 그렇다면 지금 중국 주석은 제 정신인 상태로 북한과 한국에 전쟁을 걸어온 것이다.

“그랬단 얘기지...?”

돌연 백유현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이렇게 된 순간 놈들을 용서할 수가 없게 되었다. 제 정신인 채로 남의 나라를 침공하는 저 악독한 심보라니.

“그럼 나도 거리낄 것이 없겠어! 알았어, 강효. 고생했다!”

“도움이 되어 드리지 못해 송구하옵니다.”

“아니야, 도움 되었어. 너희들은 밖에서 있어.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까. 니그로르. 너희들도 마찬가지야.”

“예, 소주.”

“알겠습니다. 로드.”

강효와 니그로르는 공손히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럼 저긴 내가 봐줄게! 우리 한 번 해봤잖아? 히히!”

그 때 제피가 불쑥 얼굴을 들이밀며 말했다.

“좋아, 시간이 없으니 빠르게 부탁한다. 제피.”

제피가 씩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마! 금방 돼!”

그러더니 제피는 두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자 사방에서 동물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야옹-”

“컹! 컹!”

“찍찍!”

고양이며 개, 쥐...

하다못해 박쥐들까지 몰려들었다.

“자, 너희들이 보고 들은 걸 어서 전해 줘. 시간이 없어.”

제피의 명령을 따라 모였던 동물들이 재빨리 주석궁 안쪽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제피가 두 눈을 감은 채 말했다.

“입구...열다섯 명 정도의 어른들이 보여. 모집이 굉장해! 그리고 문 안 쪽으로 서른 명 정도...와...지하로 가는 길은 더 대단한데? 엇! 이거 뭐야?”

“무슨 일이야?”

제피가 눈을 뜨고 이해가 가질 않는다는 듯 말했다.

“지하로 향하던 애들의 기척이 순간적으로 사라졌어...! 죽은 것 같아. 그런데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죽으면 내가 어느 정도 아이들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데...이번엔 그런 것도 없었어.”

“음...”

백유현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런 경우는 딱 하나 밖에 없다.

즉사(卽死).

뭔가에 의해 동물들이 즉사한 것이다.

‘강한 놈이 있다는 거군. 지하에. 그것은 곧...’

백유현의 두 눈이 빛났다.

‘주석이 거기에 있다는 거다.’

지하에 중요한 사람이나 물건이 있지 않는 한, 그렇게 강한 존재를 배치했을 리가 없다.

“제피, 고생했어. 동물들 고생하기 전에 얼른 빼내. 다음은 내가 할 테니까.”

“응! 형, 조심해! 저 자식들 엄청 쎄 보여.”

“그래. 여기서 좀 기다리고 있어라.”

제피가 백유현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고, 백유현은 심호흡을 한 번 한 뒤 주석궁 쪽으로 몸을 날렸다.

쿠쿵-

그 때, 저 멀리서 뭔가 폭발하는 소리가 들렸다. 베이징 근처에 주둔하고 있는 부대의 탄약고를 폭발시킨다더니 그 소리인 듯했다.

아마 이목은 그쪽으로 다 몰렸을 것이다.

소중한 시간이 또 한 번 주어졌다.

콰앙-

백유현은 거칠 것 없이 주석궁의 문을 발로 걷어찼다.

“웬 놈이냐!”

그 소란에 건장한 사내들이 몰려 나왔다.

총을 들고 있지 않은 것을 보니, 놈들은 각성자로 보였다.

백유현은 아무런 대꾸도 없이 그 안으로 파고 들었다.

콰쾅-

“크악!”

“으아악!”

상당한 실력자들로 보이는 그들이었지만, 백유현의 공격은 그들을 훨씬 웃도는 것이었다.

백유현의 몰아치는 공격에 각성자들이 순식간에 드러누웠고, 또 하나의 문이 박살이 났다.

“적이다!”

투타타타타타-

이번에는 군인도 섞여 있었는지, 총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스스슥-

하지만 백유현의 속도에는 전혀 미치지 못했다.

서걱-

오히려 백유현이 내리 그은 검에 소총들이 모조리 잘려 나가고, 그 주인들까지 두 동강이 났다.

“이 놈, 꽤 하는 구나! 하지만 여기까지다.”

군인들이 속절없이 죽어가는 순간, 안쪽에서 거구의 대머리 사내 하나와 스무 명 남짓의 각성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나같이 육체의 단련을 극한까지 한 모습이었다.

특히 관자놀이 쪽이 불룩한 것으로 보아, 도가(道家)쪽의 내가중수법까지 익힌 자들 같아 보였다.

불멸자들과의 계약이 아니더라도 육체적 능력치는 보통 사람을 완전히 압도한다는 뜻이다.

터텃-

그것을 증명하듯, 사내들이 재빠르게 짓쳐들며 백유현을 순식간에 둘러쌌다.

그 동작도 매우 매끄러운 것이, 한두 번 맞춰본 것이 아닌 듯싶었다.

“갈!”

그 중에서 누군가 일갈을 내지르며 주먹을 뻗었다.

스스스스슷!

그 순간, 갑자기 기이한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가위로 천을 베는 듯, 뭔가 서걱거리는 소리가 연이어 들려 왔던 것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광경...

푸하아아악!

백유현을 둘러싸고 있던 스무 명의 사내의 목이 동시에 허공에 떠오르며 피 분수가 뿜어졌다.

“막으면 죽어.”

백유현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너도.”

“이 놈이...!”

쿠오오오오-

대머리 사내가 진노하며 두 주먹에 힘을 모았다.

콰쾅!

그리고 거대한 기운이 그의 주먹에서 발출되었다.

하지만 그는 두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다음 순간, 그는 검게 물든 피를 토해냈다.

“커허억! 우웨엑!”

언제 생겼는지 그의 가슴팍에는 긴 검상이 나 있었다.

‘도...도대체 어...언제!’

그는 주먹을 꽉 쥐며 일어서려 했지만, 두 다리에 도저히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점차 멀어지는 침입자의 발소리를 듣는 것 뿐.

하지만 그것도 어느새 희미해져 가고 있었다.

쿠당탕!

중국 정부에서 심혈을 기울여 키워낸 내가중수권의 고수들, 그 중에서 정점을 찍었다 알려진 사내들이 무력하게 쓰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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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없어! 중국 애들 복구 속도가 장난이 아냐! 이건 완전 물량으로 밀어붙이는데?”

김중현이 미친 듯 타자를 치며 외쳤다.

“으...! 이러다가 가디언까지 뚫리겠어! 디펜더는 이미 폭파되었고, 아이스 월이 겨우 막고 있어! 가디언까지 뚫리면 바로 본진이야. 우리 위치가 발각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보통 역추적을 막는 것은 디펜더로 가능하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실력자는 디펜더를 무력화하고 아이스 월까지 접근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은 아이스 월에서 막힌다.

워낙 김중현과 윤수진의 실력이 대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이스 월이 무너지기 일보직전이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최후의 방벽이라 불리는 가디언 뿐.

가디언이 뚫리면 역추적을 막을 방법이 없게 된다.

김중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렇게 되면 시스템 해킹을 버틸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

“누나! 걱정 마!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고 했으니까. 러블리 스파이더 출격이다!”

윤수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김중현이 만든 가장 강력한 해킹툴인 러블리 스파이더는 세계에서도 따라 올 수 없는 성능을 가졌다고 알려져 있다.

그게 한 번 적의 시스템을 공격하기 시작하면 엄청난 이목을 끌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자연스레 이쪽을 공격하려는 시도가 줄게 된다.

즉, 서로 누가 먼저 체크 메이트를 외치느냐의 싸움.

“자, 가랏!”

삐빅-

최종 병기, 러블리 스파이더가 적의 시스템을 향해 출격했다.

그리고 아이스 월은 빠르게 정상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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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쾅-

화르르륵!

사방에서 불이 붙었다.

인민해방군 부대에서는 완전히 난리가 났다.

난 데 없이 탄약고가 폭발하는 바람에 대형 화재가 났고, 그것을 진압하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국정원 요원들은 두 눈을 빛내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들을 쫓는 사이렌 소리와 군견들의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검은 복면으로 얼굴을 감싼 요원들은 서로의 눈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내달렸다.

그것이 그들이 죽음을 준비하는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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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벅.

백유현은 지하실 입구에 이르렀다.

여기까지 오는데 수많은 각성자들과 군인들이 죽음을 맞이했다.

그런데 이 아래, 기이한 느낌이 올라오고 있었다.

‘위험해...’

백유현조차 오싹해질 정도의 느낌.

뚜벅.

하지만 백유현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바로 어두운 지하로 들어섰고, 곧 그의 모습은 완전히 사라졌다.

공허한 적막만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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