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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잡고 폭렙업-146화 (146/166)

146. 베이징

콰콰쾅!

“크아아악!”

전장에 피바람이 불어 닥친다.

역겨운 피 비린내가 덮쳤지만, 그것을 느끼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콰직- 와드득!

이곳은 죽음만이 지배하는 참혹한 현장.

악취 따위를 신경 쓸 여유는 없었으니까.

“마, 막아!”

아마테라스의 수장, 쿄헤이가 일갈을 내질렀지만 이미 상황이 완전히 기울었음을 그도 직감하고 있었다.

콰앙!

“크악!”

아마테라스의 메인 탱커, 쇼타가 허리를 꺾었다. 그는 근력에 모든 스탯을 집중한 엄청난 맷집의 소유자임에도 불구하고 상대, 백유현의 공격을 버텨내지 못한 것이다.

아니, 애초에 날아든 첫 공격에 쇼타는 이미 검은 피를 토하고 쓰러지기 직전까지 몰렸었다.

금강불괴라는 희대의 권능을 발동시켰음에도, 백유현의 파괴력은 그것을 순식간에 부숴버리고 뚫고 들어온 것이다.

“흐윽!”

쇼타는 다시 한 번 검은 피를 쏟아냈다.

그 어떤 싸움에서도 뒤로 물러선 적이 없는 쇼타다.

그런 그가 지금 무릎을 꿇고 헐떡이고 있었다. 겨우 어깨로 숨을 몰아쉬는 그를 보며 나머지 아마테라스 각성자들은 절망에 물든 표정이 되었다.

그들의 눈동자에는 깊은 절망과 불신의 빛이 떠올라 있었다.

“뭐...저런 괴물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력한 각성자가 있다면 바로 치우 소속의 알파 팀이다.

최강의 탱커 박성진, 그리고 최강의 딜러 김현성이 버티고 있는 팀.

하지만 아마테라스는 그들을 자신의 발 아래로 보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몇 번의 팀-엑스 대회에서도 그런 결과가 그러났었고, 아마테라스는 알파 팀에게 있어서 벽과 같은 존재였으니까.

그런데...

그 벽이 깨지다 못해 가루가 되어 와스스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백유현.

가장 마지막에 합류한 저 소년 하나 때문에.

콰쾅!

“크헉!”

콰당탕!

지시를 내리던 쿄헤이조차 갑작스레 몰아친 폭발에 휘말려 뒤로 날아가 처박혔다.

“크으윽!”

검의 달인이라 불린 그였지만,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를 정도로 상황이 급히 기울어 버렸다.

“이 새끼를...!”

쿄헤이는 검을 쥐고 힘겹게 일어났다.

앞에서 악귀처럼 걸어오고 있는 백유현이 보였다.

저 놈만 없앨 수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죽어 버려어어!”

콰콰쾅!

쿄헤이는 온 몸의 힘을 폭발시켰다.

그가 가진 모든 잠재력을 일거에 폭발시키는 최후의 각성이라는 권능이었다.

어찌 보면 백유현의 사력과 비슷한 효과를 가졌지만, 최후의 각성은 제한 시간이 없다.

그리고 그 위력은 훨씬 강했다.

하지만 문제는, 쿄헤이의 생명이 줄어든다는 것.

그래서 최악의 경우가 아니면 절대 발동시키지 않는데 지금은 어쩔 수 없었다.

자신이 밀려 버리면 끝이다.

아무리 일본 해자대가 강하다 해도, 육상전에서 이렇듯 묵사발이 나 버리면 끝장이다.

게다가 슬슬 한국군 병력과 각성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이제 곧 기회가 사라진다는 뜻이다.

“칙쇼!”

쿄헤이는 거대한 힘을 뿜어내며 백유현에게 달려들었다.

“쿄헤이!”

최후의 각성까지 발동시킨 쿄헤이를 보며 동료들은 표정을 잔뜩 굳혔다.

최후의 각성을 발동시킨 이상 상대는 반드시 죽겠지만, 쿄헤이의 수명이 줄어들기 때문이었다.

“크으!”

아마테라스의 다른 각성자들은 백유현을 향해 내달리는 쿄헤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

이제는 쿄헤이가 엄청난 패널티까지 감수하면서 백유현을 베어버리는 장면을 지켜보면 될 일.

콰콰콰콰쾃!

“하아아아앗!”

쿄헤이는 한 번의 발 구름으로 단번에 백유현의 눈앞까지 도달하며 그대로 손에 쥐고 있던 검을 내리쳤다.

누가 봐도 너무 강력한 기세에 그의 눈앞에 있던 백유현이 둘로 쪼개질 것 같은 상황!

쩌엉-

검이 매섭게 떨어져 내렸고, 기이한 소리가 연이어 들렸다.

“...!”

그런데 아마테라스 소속 각성자들의 표정이 기괴했다.

그들은 절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천천히 젓고 있었다.

“아...아니, 어떻게 저...저럴 수가!”

“뭐...뭐지? 저 놈은!”

그들은 경악하다 못해 얼굴이 흙빛으로 변해 있었다.

그들의 눈앞에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장면이 연출되어 있었던 것이었다.

“너무...약한데?”

백유현은 손을 뻗어 쿄헤이의 검을 중간에서 막아낸 것이다.

그것도 한 손으로.

“끄으으으!”

쿄헤이는 두 눈의 실핏줄이 모조리 터져나갈 정도로 힘을 쓰며 이를 부득 갈았다.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새끼는...도대체...!’

전력을 다한 공격을 한 손으로 막아내다니!

이건 도대체 어느 정도의 실력 차이가 있단 말인가!

“넌...도대체 뭐냐? 도대체...뭐냔 말이다!”

쿄헤이는 이를 악물더니 크게 외쳤다.

백유현은 그를 보며 씩 웃었다.

“나? 나는 평범한 대한민국 고교생. 그리고...”

파칫-

동시에 그의 손이 번개처럼 움직였다.

“우웁!”

쿄헤이는 순간 목에서 따끔거리는 고통을 느끼고는 목을 부여잡았다.

주룩-

피가 흐르고 있었다.

쿄헤이는 다급하게 피를 막아보려 애썼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했다.

푸하아악!

목을 꽉 부여잡은 그의 손가락 사이로 핏물이 미친 듯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알파 팀의 백유현이다.”

“쿄, 쿄헤이!”

“대장!”

아르테미스의 각성자들은 물론, 일본의 다른 각성자들도 이 믿기 어려운 현실에 뒤도 주춤 물러났다.

백유현은 그들을 보며 씩 웃었다.

“다 준비 됐지?”

저벅.

그리고 그가 한 걸음 내딛었다.

“지옥으로 떨어질 준비가. 되도록이면 무간 지옥으로 떨어지도록 해. 내가 천 번이고 만 번이고 갈기갈기 찢어줄 테니까.”

파아앗-

“크아아악!”

그리고 다시 한 번 피의 폭풍이 몰아쳤다.

비명과 단말마가 부산항 가득 메아리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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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을 수성(守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일본의 함대가 퇴각 중입니다! 방어전이 성공하고, 오히려 역습을 가하고 있다는 정보입니다!”

“와아아아!”

상황을 전해 듣던 부관 하나가 붉게 상기된 얼굴로 외치자, 상황실 내부에서는 요란한 환호성이 울렸다.

“그게 정말입니까!”

“예, 맞습니다! 저도 확인해 보니, 일본 호위대군이 대한해협 너머로 기수를 돌리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우리 함대가 맹렬히 추격중입니다. 그나마도 육지에 상륙했던 전투 병력들을 10 퍼센트도 태우지 못한 채 빠져나가고 있어, 일본군은 대패(大敗)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의 육군 대 일본 육자대가 붙으면 우리나라 육군이 압도적으로 육자대를 이긴다는 시뮬레이션 보고가 있었다.

여기서 각성자들이 추가되면 결과가 혼란해지지만, 이미 알파 팀이 일본의 각성자들을 완전히 박살냈고, 부산과 경상 지역의 각성자들이 속속들이 전투에 참전하고 있는 상황.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는 뜻이다.

“후우! 정말 다행입니다!”

대통령은 이마를 감싸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일본이 대한해협을 건너온다는 보고를 들었을 때부터 얼마나 걱정이 심했던지, 흰 머리가 잔뜩 늘어나 있었다.

“하지만 아직 중국이 남아 있습니다. 그들은 어떻게 해야 할 지...”

불가능 중에 하나를 해결했다.

하지만 산 넘어 산이라고, 중국이라는 거대한 산이 남아 있는 이상 안심할 수는 없다.

합참의장은 그것을 지적한 것이다.

“북한 상황은 어떻습니까?”

“압록강 근처에서 격전 중이지만, 곧 뚫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워낙 중국의 힘이 강력하여...”

“후우...이것 참 문제로군요. 왜 다들 우리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인지...”

“그러게나 말입니다. 싸우려면 지들끼리나 싸우지...”

합참의장의 말에 대통령이 웃었다.

“하하! 말이 되는 군요. 하지만 일단 일이 벌어진 이상,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해야지요. 전 병력을 돌려 인천항과 휴전선 부근으로 올립시다.”

“예, 이미 지시는 해두었습니다. 노블레스 멤버스에서도 빠르게 대처 중입니다.”

“좋습니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봅시다. 국민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홍보수석께서는 언론과 긴밀하게 협조해주시고요. 각 기관마다 최선을 다해 이 위기를 벗어납니다.”

“예, 대통령님!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전군에도 정신무장을 바짝 시키겠습니다.”

합참의장의 말에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부탁합니다. 합참의장.”

상황실 안은 또 다시 바빠지기 시작했다.

남해의 상황은 이제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빠르게 정상을 회복하고 있었기에, 그들은 북쪽과 서쪽에 모든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 순간 중국의 함대가 동진을 시작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상황실에 또 한 번 찬바람이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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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직!

콰당탕!

부산항은 빠르게 정리되어가고 있었다.

일본군도, 일본의 각성자들도 이제 더 이상 없었다.

도망가는 자들은 끝까지 추격해 섬멸했고, 끝까지 항거하는 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상당히 오랜만에 차사 총동원령이 내려졌사옵니다. 소주.”

수많은 시신들이 널린 광경을 바라보던 백유현에게 강효가 다가와 말했다.

백유현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나직이 말했다.

“그래...하지만 어쩔 수없는 일이었어.”

“이것은 업보(業報)에 의한 것. 불가피한 살생인지라 대왕께서도 이미 정상을 참작하고 계시옵니다.”

“죄 없이 죽은 사람들의 명복을 빌 뿐이야...보통 시대였다면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았을 사람들일 텐데...”

“너무 상심치 마시옵소서. 더 좋은 환경에서 환생(還生)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백유현이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래...그렇게 생각하자. 차사들보고 고생하라고 전해줘.”

“예, 소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으면, 차사들이 이토록 사방에 바글거리는데도 아직 처리가 안 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불가피한 싸움.

‘이렇게 만든 놈들...가만히 안 둬!’

망유계의 망자.

그들의 간계에 넘어가 지구의 인간들끼리 싸움이 벌어졌다.

이것이 무서운 점이었다.

자신들의 손에는 피를 묻히지 않으면서, 최소한의 피해로 인간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히는 것.

그 때, 박성진에게 연락이 날아들었다.

“네, 박성진입니다. 네. 네? 중국이 동진을 시작했다고요? 음...알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돌아가겠습니다.”

박성진은 짤막하게 통화를 하고 전화를 끊었고, 일행은 그 소리를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아...중국이 있었지?”

“후우, 산 넘어 산이네. 그 자식들은 어떻게 막아야 하나? 물량이 장난이 아닐 텐데.”

그 때 백유현이 입을 열었다.

“그 사태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딱 한 사람밖에 없죠.”

“음? 그게 무슨 소리야?”

백유현이 북서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중국의 주석. 이번 침공도 그 자의 판단에 의해 이뤄진 것이니, 거두는 것도 그 자의 명령이 있으면 되지 않을까요?”

그 말에 일행이 고개를 끄덕였다.

“음...그건 그렇지. 그런데 그가 그럴 리가 없잖...아! 너 혹시?”

천무현이 백유현을 바라보자 백유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베이징. 전 그곳으로 갑니다.”

“...!”

“뒤를 부탁해요. 다들.”

“너...그건...”

‘자살행위야’ 라고 말하려던 것을 애써 삼키는 주세광을 보며 백유현이 희미하게 웃었다.

“걱정 마세요. 반드시 성공시키고 돌아올 게요.”

백유현의 미소에 일행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의 말대로 지금 방법은 단 하나.

중국의 주석을 움직이는 것밖에는 없었으니까.

베이징.

새로운 격전지가 선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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