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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잡고 폭렙업-139화 (139/166)

139. 지하 벙커

짐승의 광체.

모든 능력이 순간적으로 올라가는 매우 뛰어난 권능이었다.

지금 시간이 필요한 이 순간, 가장 필요한 권능이기도 했다.

콰콰쾃!

백유현의 전신에서 거대한 기운이 뿜어짐과 동시에, 그는 바로 청와대 본관으로 몸을 날렸다.

파아앗-

주변을 지키던 각성자들이나 군 병력은 그의 움직임을 눈치 채지도 못했을 정도였다.

영체(靈體)인지라 그 움직임이 눈에 띄지도 않았지만.

그런데 마검이 있는 것으로 예상되는 청와대 지하 벙커까지의 여정은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캬아악!”

“키아악!”

청와대의 본관에 진입하자 이제까지 보이지 않았던 수많은 망자들이 백유현의 앞을 가로막으며 달려 들었다.

‘결계가 쳐져 있었어?’

백유현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바로 간장과 막야를 꺼내들었다.

영체 상태였지만, 간장과 막야의 영체를 끌어 내어 쓸 수 있었던 것이었다.

파지직!

순간 간장에서 엄청나게 많은 뇌전들이 솟구쳐 올랐다.

그리고 사방으로 뇌전을 머금은 칼날들이 뻗어 나갔다.

콰콰콰콰쾃!

이것이 바로 뇌분검(雷分劍).

뇌전을 머금은 수많은 칼날들이 사방으로 휘저었고, 망자들이 그 칼날에 휩싸여 모조리 쓰러졌다.

파파팟-

애초에 망자들은 백유현에게 있어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그가 노리는 것은 지하 벙커에 있는 마검 뿐.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캬아악!”

망자들의 움직임이 이상해진 것이다.

놈들은 백유현에게 덤벼드는 대신 오히려 몸을 돌려 지하 벙커로 향했다.

그 움직임을 보고 백유현은 바로 놈들의 의도를 간파했다.

놈들은 마검을 지키러 간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백유현이 청와대 내부로 침입했다는 것이 주변에 쫙 퍼졌을 것이다.

백유현이 영체인 상태라 보지는 못하고 있겠지만, 망자들이 산 자의 몸속에 들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들은 보지 못하는 것을 보게 되고, 베지 못하는 것을 벨 수 있게 될 테니까.

그 때였다.

파가가각!

“캬아아악!”

“끼아악!”

갑작스레 앞쪽에서 혼란이 일어났다.

“차사, 강효! 적의 퇴로를 막겠나이다! 소주께서는 어서 임무를 다하시옵소서!”

차사 강효와 문광, 그리고 수많은 차사들이 망자들을 베어 죽이고 있었던 것이었다.

“흐랴앗!”

콰쾅!

촤앗!

언월도를 든 문광의 미친 듯한 용력에 망자들이 동시에 몇 놈씩 찢겨 나갔고, 강효가 망자들 사이를 스쳐 지나가며 절명을 그어내자 그대로 망자들의 몸이 두 동강이 나서 소멸되었다.

그리고 다른 차사들 역시 검을 휘두르며 망자들을 막아섰고, 놈들의 몸을 찢어 발겼다.

그들의 도움으로 눈앞이 크게 열렸다.

백유현은 너무도 소중한 시간을 그들 덕분에 더욱 더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고마워!”

파각-

백유현은 바로 땅을 차며 더욱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청와대는 터미널 쇼크가 일어난 직후부터 개보수가 되어 예전의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청와대 전체가 하나의 요새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만큼, 단단한 콘크리트와 강철벽으로 무장이 되어 있었고 기존의 구조와도 완전히 달라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만들어진 지하 벙커로 가는 길도 과거에 비해 더욱 복잡했고 난이도가 높았다.

[독사의 탈태 지속 시간이 52초 남았습니다]

이제 겨우 1층.

그런데 백유현이 가야할 지하 벙커는 청와대 지하 15층 아래에 위치해 있다.

핵폭발은 물론, 터미널 쇼크에 완벽하게 대응하기 위해 더욱 강력한 구조물로 방어벽이 세워져 있는 것이다.

즉 백유현은 52초 내로 지하 벙커에 파고들어야 하는 것이다.

“캬아아악!”

백유현이 1층을 막 돌아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으로 몸을 날렸을 무렵, 지하에서 개떼처럼 망자들과 정신을 지배당한 각성자들이 몰려드는 것이 보였다.

각성자들의 두 눈은 완전히 뒤집혀져 있었고, 망자들 역시 엄청난 기세로 계단을 거슬러 올라오는 중이었다.

‘빌어먹을!’

이미 망자들이 각성자들에게 빙의를 마친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각성자들을 죽이는 것보다, 살려야 하는 과제가 주어지니까.

[독사의 탈태 지속시간이 47초 남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없다.

이 순간 백유현은 결단을 내려야 함을 깨달았다.

베고 지나가느냐, 아니면 살려둬서 후환을 남기느냐.

‘어쩔 수 없어!’

철컹-

백유현은 검을 바로 쥐었다.

눈이 뒤집힌 각성자들이 달려드는 것을 보며 이를 악문 백유현은 바로 그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촤아앗!

스릉-

털썩!

백유현은 각성자들 사이를 스쳐 지나가며 검을 그어 버린 것이었다.

이 순간 그가 내렸어야 할 가슴 아픈 결단.

그것은 각성자들을 희생시켜 더 큰 것을 지켜내기 위함이었다.

각성자들과 망자들이 순식간에 쓰러지자, 다시 길이 열렸다.

하지만 백유현은 알고 있었다.

15층까지 아직 더 많은 장애물들이 남아 있음을.

이미 마검에게 백유현의 등장 소식이 전해진 이상, 그는 쉽게 마검에 접근할 수가 없을 것이다.

아무리 약한 적이라도 그 수가 많으면 시간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백유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살펴보니, 지하로 통하는 천장과 바닥은 단단한 콘크리트 및 강철로 이뤄진 듯했다.

그만큼 단단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것은 일반인들에게 해당하는 얘기다.

‘굳이 계단을 통하지 않아도...!’

백유현의 두 눈이 번뜩였다.

그는 바닥을 바라보고 있었다.

계단으로 가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판단을 내린 것이었다.

그럴 바에는 한 방에 뚫고 지나가는 것이 나았다.

“하아앗!”

그그그그극!

거대한 기운이 간장과 막야에 몰려 들었다.

쿠오오오!

콰르르륵!

막야에 거대한 기운이 물씬 솟아오르며 커다란 불꽃이 피어올랐다.

그 불꽃은 마치 여의주를 물고 있는 화룡과도 비슷했고, 맹렬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폭염룡(暴炎龍)이 발동했습니다]

[마검, 막야에 폭발 데미지가 추가됩니다]

[마검, 막야에 화염 데미지가 추가됩니다]

쿠쿠쿠쿠!

[진뢰신(眞雷神)이 발동했습니다]

[마검, 간장에 분쇄 데미지가 추가됩니다]

[마검, 간장에 뇌전 데미지가 추가됩니다]

두 검에 주어진 권능이 동시에 발동했다.

폭염룡의 힘으로 강화된 막야는 그 절삭력과 파괴력이 배가 되었고, 진뢰신이 발동한 간장 또한 마찬가지였다.

[쇄아(碎牙)가 발동했습니다]

[마검, 막야에 초분쇄(超粉碎) 데미지가 추가됩니다]

[쇄아 발동으로 막야에 닿는 모든 것이 분쇄되어 사라집니다. 막야의 공격력을 넘는 대상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검강이 발동되었습니다]

[마검, 막야의 예기가 무형화(無形化)되어 뿜어집니다]

[검강은 최대 십오 미터까지 발출됩니다]

[경로의 모든 것이 검강에 닿으면 소멸됩니다]

마검, 간장과 막야 둘에 깃든 권능들이 모조리 발동되었다.

그리고 하나 더.

[절삭 데미지가 타격 데미지가 추가됩니다]

과거에 얻었던 염라의 권능까지 발동되었다.

이것이면 가능하다.

백유현은 두 검을 들고 그대로 바닥에 꽂아 넣었다.

“하아아아앗!”

콰쾅!

파지지직!

콰르륵!

단단한 바닥을 그대로 뚫고 들어간 두 자루의 검은 미친 듯 요동을 쳤고, 뇌룡과 화룡이 현신이라도 한 듯 거대한 기운이 땅을 파고 들어갔다.

콰콰콰쾅!

그 거대한 기운은 거칠 것 없이 앞에 있는 모든 것을 파괴하고 집어 삼켰다.

간장의 진뢰신은 모든 전기기기와 전자기기를 파괴시켰고, 강철을 녹여냈으며 막야의 폭염룡과 쇄아는 단단한 콘크리트와 강철을 부숴버렸다.

진뢰신의 힘이 닿지 않는 곳에는 막야의 폭염룡이 그 거대한 힘을 토해냈고, 모든 것을 가루로 만들었다.

콰쾅!

그리고 막야에서 뿜어진 검강은 청와대의 강력한 방어벽이 무색하게도 손쉽게 콘크리트와 강철을 부숴버렸다.

쿠웅-

짧은 호흡이 지나간 순간, 순식간에 바닥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구멍이 뚫려 있었다.

“후우...”

백유현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적어도 십 여개의 층은 뚫려 있었다.

[독사의 탈태 지속 시간이 39초 남았습니다]

시간이 확보되었다.

백유현은 주저없이 그 구멍으로 몸을 던졌다.

파앗-

슈아아앙-

쿠웅-

그리고 그는 곧 바닥에 다다랐다.

파직- 파지직-

진뢰신의 영향으로 모든 전자기기가 파괴되고, 전기가 끊긴 마당에 겨우 숨이 붙어 있는 비상구 표시를 보니 14층이었다.

한 층만 내려가면 지하벙커다.

그리고 이미 백유현은 그 기세를 느끼고 있었다.

‘많기도 하네.’

그를 둘러싸고 수많은 망자들과 각성자, 그리고 군 병력들이 몰려들고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너희들과 놀아줄 시간은 없어. 아쉽게도.’

그는 두 자루의 검을 검집에 집어 넣었다.

놈들을 상대할 존재들은 따로 있었다.

“니그로르.”

“마이 로드.”

언젠가부터 그를 둘러싸고 사령, 니그로르와 수많은 사신들이 서 있었던 것이다.

“뒤를 부탁해.”

니그로르의 살광으로 번뜩이는 두 눈이 더욱 깊어졌다.

“로드의 뜻대로.”

펄럭-

그리고 그를 비롯한 사신들이 사방으로 활짝 퍼져 나갔다.

그리고 비명소리가 울렸다.

“크아아악!”

“아악!”

죽음을 가져오는 사신.

그들은 지금 역시도 그들의 적에게 죽음을 선사하고 있었다.

파팟-

백유현은 그들을 뒤로 하고 재빨리 아래로 내려갔다.

이렇게 내려올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지, 지하 14층에 15층으로 내려가는 길목에는 장애물이 별로 없었다.

콰앙-

백유현은 이윽고 지하 벙커로 향하는 철문에 다다랐고, 그는 주저 없이 철문을 날려 버렸다.

그러자 지하 벙커가 드디어 그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의 눈앞에 서 있는 수많은 각성자들과 망자들이 보였다.

저 너머에는 마검과 대통령, 그리고 수뇌부의 모습도 보이고 있었다.

[독사 탈태의 지속시간이 31초 남았습니다]

‘후우...’

30초 안에 이들을 싹 쓸고, 마검을 부숴야 한다.

팟-

마음을 정한 백유현의 몸이 허공으로 불쑥 떠올랐다.

그것은 곧 불어 닥칠 거대한 피의 폭풍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파가가각!

촤아앗!

백유현은 거침없이 내달려 각성자들과 망자들을 베어냈다.

“크아아악!”

“케에엑!”

투타타타타-

그런 그를 향해 수많은 공격이 쏟아져 들어왔다.

망자들의 날카로운 공격과 각성자들의 강력한 돌진은 이제까지와의 공격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들은 강했고, 또한 노련했다.

마검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가장 강력한 세뇌자들을 모아 놓은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상대는 백유현.

“부름을 받아 모습을 드러내라!”

부아아아앗-

백유현은 바로 지옥철갑벌들을 불러냈다.

이런 개싸움에는 놈들이 제격이었다.

“몰아쳐!”

부아아앙!

그의 명령을 받은 지옥철갑벌들이 미친 듯 사방으로 흩어졌다.

놈들의 단단한 턱은 망자들과 각성자들의 육체와 영체를 갈가리 찢었고, 살을 파 먹었기 시작했다.

혈관을 파고 들어가 핏줄을 터뜨리고, 근육을 끊어냈으며, 뼈를 갉아 지옥과 같은 고통을 선사했다.

놈들은 한 번 문 것은 절대 놓지 않았고, 망자들과 각성자들은 미친 듯 비명을 내지르며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그 순간을 틈타 백유현이 마검 쪽으로 몸을 날리려는 찰나였다.

카앙-

“...!”

그의 앞을 가로막는 자들이 있었다.

“여어, 네가 백유현이야? 별로 안 세보이는데?”

“그러게...호호!”

백유현은 그 둘의 모습을 보며 눈살을 구겼다.

“리처드...시이나...”

“미안, 미안! 그런 꼴로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가게 생겼네? 후후.”

리처드의 모습을 보며 백유현이 싸늘하게 두 눈을 빛냈다. 그리고 나직하게 내뱉었다.

“죽여줄게. 둘 다. 어차피 이 시간...너무나 기다리고 있었거든.”

“호호! 자기가 어떤 상황인지 모르나봐? 안 그래, 리처드?”

“그러게? 하하하!”

파앗-

그 순간 백유현이 그들에게 짓쳐 들었다.

카앙-

그리고 불똥이 튀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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