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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잡고 폭렙업-134화 (134/166)

134. 대책

파앗-

백유현은 오래지 않아 즐비하게 늘어선 아파트 단지에 도착했다.

“저쪽이옵니다. 소주!”

차사, 강효가 아파트 높은 곳 한쪽을 가리켰다. 마침 불이 막 꺼진 집이었다.

그리고 백유현의 눈에는 또 다른 광경이 보였다.

백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나직하게 내뱉었다.

“그래...보여!”

그 집 주변을 둘러싸고 거무스름한 그림자들이 맴돌고 있었던 것이었다.

“남은 시간은?”

“앞으로 9초 남았사옵니다!”

백유현은 재빨리 상황을 살폈다.

아파트 계단으로 뛰어 올라가면 늦는다.

그렇다면...

“강효! 문광! 가자!”

“존명!”

파각-

백유현은 곧바로 높다란 아파트를 향해 치솟았다.

콰콰콰쾃!

그리고 그는 그대로 유미의 집 바깥에 있는 발코니를 향해 몸을 던져 넣었다.

와장창!

콰르르-

발코니가 단숨에 박살이 나며 사방으로 돌덩이가 흩날렸다.

“막아!”

백유현의 외침이 터져 나옴과 동시에, 그의 등 뒤에 꽂혀 있던 단창들이 솟구쳐 나와 돌덩이들을 모조리 분쇄해 버렸다.

또 다른 피해를 막기 위해서였다.

“누, 누구세요!”

그리고 백유현은 바로 집안으로 짓쳐 들어갔다.

갑작스런 그의 모습에 유미의 부모로 보이는 사내와 여인이 기겁을 하는 것이 보였다.

“유미 어디에 있습니까!”

“저, 저기!”

범상치 않다 여겼는지, 부모는 바로 유미의 방을 가리켰다.

“그런데 누구...”

“잠시만 실례하겠습니다!”

백유현은 바로 몸을 날렸다.

콰앙-

문 앞에 시커먼 그림자들이 모여드는 것을 발견한 백유현은 생각할 것도 없이 방문을 걷어 찼다.

방안에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애 하나가 놀란 눈을 뜨고 백유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네가 유미야?”

여자애가 고개를 끄덕임과 동시에 백유현은 귀신처럼 손을 놀렸다.

파앗-

무한낭에 손을 집어넣더니 산혼초를 꺼내들고 유미를 향해 내던진 것이었다.

“캬아아악-”

그 순간 유미의 방으로 넘실거리며 들어온 그림자 하나가 유미에게 달려드는 것이 보였다.

“끼아아아악-”

그런데 산혼초의 냄새가 사방으로 퍼지는 순간, 그림자가 미친 듯 뒤로 물러났다.

“강효, 문광! 저 놈 잡아!”

“명을 받잡나이다!”

창밖으로 튀어나갈 정도로 산혼초의 냄새에 충격을 받은 그림자를 따라 강효와 문광 또한 밖으로 몸을 날렸다.

“캬아아악!”

그리고 잠시 후 기다란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강효와 문광의 공격에 꼼짝없이 당한 것이었다. 저승차사의 힘이란 구천을 헤매는 망자들에게는 그야말로 막강한 것이었으니까.

그들은 망혼삭(亡魂索)을 던져 망자를 포박하고, 귀문을 열어 그 안으로 밀어 넣었다.

아마 다른 차사들이 그 망자를 인계받아 지옥으로 끌고 갔을 것이었다.

“후우...”

망자가 지옥으로 내던져지자, 백유현은 강효를 보며 물었다.

“확인해 봐.”

강효가 생사부를 확인하더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후우...사라졌사옵니다.”

백유현은 그제야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됐어. 고생했어. 가서 대기 하고 있어. 강효.”

“예, 소주.”

심언(心言)으로 대화를 나누었기에, 유미와 그녀의 부모들은 멀뚱멀뚱 서 있는 백유현을 기가 막힌 표정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지금...뭐하시는 거예요?”

엄마의 말에 백유현은 퍼뜩 정신을 차리며 고개를 숙여 보였다.

“상황이 너무 급박해서 죄송합니다. 저는 각성자 백유현...”

“아, 오빠가 백유현 오빠에요? 저 진짜 팬이에요!”

그 때 갑자기 전유미가 깜짝 놀라는 모습에 백유현도 흠칫 몸을 떨었다.

“응? 이 친구가 그 백유현 군이라고? 어어? 그러고 보니 진짜네? 티브이에서 본 것보다 훨씬 잘 생겼는데!”

“뭐라고요? 이 청년이 그 사람이라고?”

“맞아요! 대통령도 인정한 대한민국, 아니 세계 최고의 각성자! 치우 알파 팀의 전설이라 불리는 유현 오빠!”

백유현은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내가 무슨 전설씩이나...그리고 내가 왜 세계 최고야...난 그저...”

“오빠, 아무것도 모르나 봐요? 오빠 지금 진짜 난리 났는데!”

“응?”

전유미는 한쪽에 놓여 있던 태블릿 피씨를 꺼내들고 유튜브를 찾아 재생시켰다.

CNN 방송을 비롯해 수많은 매체에서 대한민국 알파 팀에 대해 집중 취재한 뉴스, 인터뷰 등을 모아 놓은 영상이었다.

그리고 유미의 말대로 알파 팀, 그 중에서도 백유현은 최고의 각성자라고 소개되고 있었다.

‘이, 이게 뭐야?’

자신은 그저 정신없이 싸운 것밖에 없는데 왜 이런 기사들이 뜨고 있는 것일까?

잠시 당황하던 백유현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내가 너무 바쁘게 살았지. 그러니 세상 돌아가는 걸 모르고 있을 수밖에.’

그가 바쁘게 싸우고 있는 사이, 세상은 상당히 많이 바뀌었다.

“그런데 유미는 무슨 일로 찾은 겁니까? 발코니까지 부숴가면서...”

유미의 아빠의 말에 백유현이 뒷머리를 긁적이더니 다시 한 번 머리를 숙여보였다.

“정말 죄송합니다. 너무 급한 나머지...수리비는 제가 다 물어드리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 주시면 안 될까요? 그래야 나중에라도 대비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유미 엄마가 말하자, 백유현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어쨌든 자신의 갑작스런 행동에 많이 놀랐을 테니 설명을 해둘 필요가 있었다.

‘강효, 다음 사람까지 얼마나 시간이 있지?’

‘다음은 청주, 앞으로 삼십 분 정도 시간이 있사옵니다.’

‘삼십 분...알겠어.’

삼십 분이면 충분하다.

일단 그는 빠르게 그 간의 일을 설명했다.

정체 모를 망자들이 각성자들에게 빙의하려 하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자, 부모의 얼굴이 매우 어두워졌다.

“이런...그런 끔찍한 일이...!”

“정말 무서운 일이네요. 그럼 오늘 우리 유리에게 그...귀신들이 빙의를 할 수 있었다는 얘기잖아요.”

“네, 맞습니다. 그래서 제가 급히 뛰쳐 들어온 것이고요.”

“그럼 앞으로도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한 번만 노리는 것이 아닐 텐데...”

유미 아빠의 얼굴에 깃든 걱정을 눈치 챈 백유현은 희미하게 웃었다.

“아닙니다. 이제는 크게 걱정 않으셔도 됩니다. 아까 유미에게 던진 저 풀의 이름은 산혼초라고 하는데, 그것을 항상 지니고 있으면 잡귀들은 물론 망자들도 섣불리 유미에게 접근하지 못할 겁니다. 시들게 되면 바로 노블레스 멤버스 지부에 연락 주세요. 제가 넉넉하게 준비해 놓을 테니까요.”

그제야 부모들이 안심한 표정이 되었다.

“아후...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저희 딸애가 살았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그러고 보니...좀 씻으셔야 할 거 같은데...저녁도 아직 안 드셨죠? 씻고 나오시면 저녁이라도 드시고 가시죠.”

그제야 백유현은 자신의 상황을 다시 상기할 수 있었다.

‘아...냄새 무지 나겠네.’

그는 쓴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얼른 다시 가봐야 해서요. 다음에 멀끔한 모습으로 다시 오겠습니다. 그럼.”

이제 남은 시간은 이십 분.

어서 청주로 달려야 했다.

“아, 그럼 아쉽지만 다음에 꼭 오십시오! 그리고 발코니는 걱정 마시고요. 딸 아이 목숨도 구해주셨는데...”

“아닙니다. 제가 폐를 끼쳤는데 복구해드려야지요. 그럼 다음에 복구할 때 깨끗하게 씻고 다시 찾아뵐게요. 밥은 그 때 주세요. 하하.”

“그래요. 그럼 유현군 그 때 봐요.”

“네.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백유현은 바로 등을 돌려 무너진 발코니 쪽으로 다가갔다.

“여기 이십 층인데...!”

유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백유현은 바로 허공으로 몸을 던졌다.

유미와 그녀의 엄마, 아빠가 놀란 눈을 뜨고 있는 사이, 백유현은 가공할 속도로 허공으로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콰콰콰쾃!

등 뒤에 펼쳐진 거대한 폭풍 날개는 더욱 맹렬하게 맴돌며 그를 허공 높은 곳으로 밀어 냈다.

콰앙-

그는 다시 브라만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그가 순식간에 점이 되어 사라지자, 전유미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와...진짜 멋있어!”

그녀의 기억 속에는 오늘 백유현의 모습은 위험에 빠진 그녀를 구하기 위해 백마를 타고 달려온 왕자로 각인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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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그게 정말이야?”

알파 팀 박성진은 백유현으로부터 걸려온 위성 전화를 받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비상대책회의가 열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걸려온 백유현의 전화였다.

박성진은 오랜 만에 노곤한 몸을 녹이고자 사우나에 들어섰던 참이었는데, 위성전화를 받고는 정신이 퍼뜩 들었다.

백유현은 전후사정 다 자르고, 빙의된 각성자들을 구해낼 방법을 찾아왔다는 말부터 하며 도움을 요청했다.

- 그러니까 제가 부탁드린 대로 좀 해주세요.

“그래, 네가 말한 대로 다 조치해둘게!”

- 그리고 무현이 형 어디 있는지 아세요?

“무현이? 이 녀석도 아마 찜질방이나 온천 간 거 같은데? 무현이는 왜?”

- 무현이 형 위치 좀 확실히 파악해주세요.

그 말에 박성진은 두 눈을 순간적으로 번뜩였다.

백유현의 말에 뭔가를 느낀 것이다.

“너...설마?”

그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이었다.

“무현이도 설마...빙의 대상인 거야?”

그 질문에 백유현은 한 동안 대답이 없었다.

그리고 한참 후에 음성이 들려왔다.

- 부탁드릴게요. 대장님.

박성진은 입술을 깨물었다.

백유현이 대답하지 않았어도 그는 이미 알 수 있었다.

천무현도 매우 위험하다는 사실을.

“그래.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무현이 잡아 둘 테니 어서 와라.”

- 네. 감사합니다.

백유현과 통화를 끝낸 박성진은 다시 옷을 챙겨 입고 사우나를 빠져나왔다.

‘후우...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다른 각성자들도 그렇지만, 무현이까지 빙의 대상이었다니...

백유현이 그 사실을 알아내지 못했더라면 아마 영문도 모른 채 알파 팀은 천무현을 상대해야 했을 지도 몰랐다.

그는 착잡한 표정으로 전화를 들었다.

“어, 무현이냐? 찜질방이라고? 이 자식, 넌 예상을 벗어나질 않는구먼. 알겠다. 오랜만에 같이 찜질 좀 하자. 어, 거기? 알았다.”

때가 되면 백유현이 올 것이다.

그 때까지 박성진은 천무현 옆에 있어줄 생각이었다.

그리고 하나 더.

“여보세요. 알파 팀 박성진입니다. 네,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그의 전화는 노블레스 멤버스 총괄본부장에게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가 말한 내용은 순식간에 전국의 노블레스 멤버스 지부에 하달되었다.

그 연락을 받은 직후, 각 지부에서는 재빠르게 긴급 차량을 출동시켰다.

각기 목표 지점은 달랐지만 그 목표지에서 한 소년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똑같았다.

그리고 엄청난 양의 풀을 차량 가득 싣고 돌아온 것까지.

소년은 그 풀을 나눠주면서 그렇게 말했다.

“이게 빙의를 막아줄 최고의 방법입니다. 그리고 여기 리스트가 있으니 어서 나눠주세요. 저는 급한 순서대로 돌 테니까요. 시간이 없으니 빨리 하셔야 합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풀만 지니고 있으면 빙의에 걸리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긴급 차량들은 국가 기관과 연계해 리스트에 적힌 각성자들을 사방으로 찾아 헤맸다.

그렇게 혼란을 잠재우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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