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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잡고 폭렙업-130화 (130/166)

130. 소월량

흑령을 제거하고 나서, 원귀들은 더더욱 백유현에게 접근하지 못했다.

그리고 염제 신농의 황포에 깃든 신통력 덕분인지 산혼초의 효과도 백유현에게는 적용되지 않고 있었다.

덕분에 백유현은 부지런히 산혼초를 무한낭에 담을 수 있었다.

치잇-

그런데 갑자기 무한낭의 색이 거무튀튀하게 변하는가 싶더니 마구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방의 입구에 날카로운 이빨이 돋아나는 것이 보였다.

백유현은 그것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이 놈 봐라?’

백유현은 자신에게 달려들 기세인 무한낭을 보며 놈에게 특별한 ‘피’를 줘야 할 시기가 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 피는 바로 암부의 야장, 무초관의 것이었다.

‘후우, 결국 다녀오긴 해야겠구나.’

도척의 청탁도 같이 해결할 겸 암부에는 다녀와야 할 것 같았다.

지천에 널린 산혼초를 더 따지 못하는 것은 아쉬웠지만, 일단 시간은 넉넉하니 나중에 해도 될 일이었다.

쿠웅-

백유현은 그대로 땅을 거칠게 짓밟더니 허공 높이 솟구쳤다.

이미 폭풍 날개도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와서 비행에는 문제가 없었다.

콰아아앗-

그는 바로 혼절곡을 빠져나왔다.

일단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안전한 곳에서 암부의 문을 열 생각이었다.

“소주! 괜찮사옵니까!”

백유현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자, 초조한 기색으로 기다리고 있던 차사들이 그에게 모여들었다.

차사들 모두 정신적으로 백유현과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에, 그가 느꼈던 고통을 그대로 공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괜찮아.”

“후우, 괜찮으시다니 다행이십니다. 어찌나 놀랐는지 아십니까?”

백유현이 희미하게 웃었다.

“뭘 이 정도 가지고. 이 정도로 죽지 않아. 걱정 마. 아, 그리고 강효.”

“예, 소주.”

“이제부터 암부에 다녀올 거야. 그 동안 네가 좀 해줘야 할 일이 있어.”

“하명하시옵소서.”

백유현은 강효를 보며 말을 이었다.

“지금 생사부에 적힌 각성자들 있지? 그 수 좀 파악해줘. 누가 빙의되어서 죽을지는 모르니 일단 지금까지 올라온 각성자들은 죄다.”

강효가 고개를 숙였다.

“명을 받잡나이다.”

“그래, 고생 좀 해줘. 중요한 일이니까.”

“예, 소주.”

강효도 이 일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고개를 깊숙이 숙여 보였다.

“좋아. 그럼 부탁해.”

“무사히 다녀오시옵소서.”

백유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녀올게.”

그리고 그는 바로 암부의 문을 열었다.

파앗-

오랜만에 가보는 암부였다.

암부의 문이 열리자, 백유현은 주저 없이 그 안으로 들어섰다.

명부(冥府)안의 또 다른 명부.

암부(暗府)가 거대한 입을 벌리고 있었다.

--------

오랜만에 찾은 암부의 분위기는 여전히 음산했고 스산했다.

뼛속까지 스며드는 공포가 있다면 바로 이런 것일까, 하지만 백유현은 이미 암부에 적응되어 있었기에 아무렇지 않았다.

‘저기였지?’

저 멀리서 타오르고 있는 거대한 불.

기이하도록 불길하고도 음산해 보이는 그 불은 바로 혼불이었다.

이미 백유현은 저번에 임무를 달성하여 ‘암부의 거주자’라는 칭호를 받은 상태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저번과는 달리 숨고 그럴 필요가 없었다.

차사의 장포를 굳이 입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아직 암부의 존재를 죽이면 올라가는 카르마 지수가 매우 낮은 상태.

카르마 지수가 1,000이 되면 그 즉시 다시 암부와 적대적 관계가 되겠지만 아직은 안심할 만하다.

파앙-

그는 바로 날개를 펼치고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괜히 어렵게 갈 필요가 뭐 있겠는가?

위치도 알겠다, 단박에 날아가면 그만인 것을.

콰콰콰쾃!

엄청난 속도로 허공을 날아가는 그였지만, 아무도 그를 눈 여겨 보지 않았다.

이미 암부의 거주자 칭호를 받아 아군으로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쿠웅-

“웬 놈이더...”

한참 허공을 격해 날아올랐던 백유현이 땅위에 착지하자, 한 노인이 싸늘한 시선을 던지며 뒤를 돌아보다가 흠칫 몸을 떨었다.

쉬이이잇-

갑작스레 나타난 백유현을 향해 사방에서 시커먼 촉수들이 달려들었지만, 백유현은 어깨를 으쓱여 보이며 말했다.

“아까운 촉수들 다 날려 먹을 거야?”

“끄응! 물럿거라!”

아마 무초관은 저번에 백유현에게 크게 당하고 이곳 경계를 강화시켜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 상대는 백유현.

백유현의 말대로 아까운 촉수들을 날려먹을 이유는 전혀 없었다.

촉수들은 무초관의 명을 받더니 사방으로 흩어졌다.

“네 놈이 벌써 돌아오다니...골치가 아프구나.”

“뭐, 이 정도 가지고. 자, 이 녀석이 자꾸 발악을 해서 말이야. 손 좀 봐줘.”

무초관은 백유현이 내민 무한낭을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크흠, 귀찮은 녀석 같으니.”

그런데 무한낭을 받아든 무초관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웬 풀들을 잔뜩 모아 놓은 것이냐? 이런! 이것은 산혼초가 아니냐!”

무초관은 무한낭을 열어보았다가 기겁을 하며 바로 무한낭을 닫았다.

“크으...머리가 쪼개질 것 같구나! 이 빌어먹을 녀석, 날 골탕 먹일 생각이었더냐?

백유현이 피식 웃었다.

그러면서 대답했다.

“이승에서 필요할 일이 있어서 모아둔 거야. 됐고, 어서 피나 먹여. 난 그 동안 다녀올 곳이 있으니.”

무초관이 눈살을 찌푸렸다.

“다녀올 곳?”

“아, 영감, 소월량이라고 알지? 그 할머니 어디에 살지?”

무초관이 더더욱 인상을 썼다.

“뭐? 소월량? 그 할멈은 왜?”

“볼 일이 있어서. 알려 줄 거야, 말 거야?”

“거 참 별일일세. 그 성질 더러운 할멈을 왜 찾는 것인지는 모르겠다만, 들들 볶이는 것은 네 놈일 테니 상관없겠지. 저쪽으로 가면 붉은 도깨비 골이 있다. 소월량은 거기 살고 있다.”

“고마워. 아, 그리고...”

백유현은 성큼 무초관의 대장간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이리저리 살펴보는 그를 보며 무초관이 인상을 와락 구겼다.

“또 뭘 보는 것이냐!”

백유현은 아무렇지 않은 듯말했다.

“응, 수금.”

“뭣이!”

“목숨 값은 해야지 않겠어? 저번에 말했잖아. 정기적으로 물건 받으러 오겠다고. 근데 이거 영 실망이네. 작업 속도가 이래서 목숨 부지 하겠어? 지금이라도 당장 그 목을...”

백유현이 무초관을 바라보자, 무초관은 목을 두 손으로 잡으며 화들짝 놀랐다.

저번에 백유현에게 크게 당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 탓이었다.

“그, 그냥 가라! 무, 무기는 좀 더 만들어 놓겠다.”

백유현이 씩 웃었다.

“응, 그럴 생각이었지? 그래, 믿고 있었어. 아 그리고 영감! 하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무초관이 잔뜩 경계하는 표정으로 백유현을 바라보았다.

“이번엔 도대체 뭐냐!”

“아...나한테 오석 삼천 개가 있는데...이걸로 이 검들을 강화시킬 수 있을까? 금백산 어르신은 이게 필요하다고 하던데.”

“오석? 이리 내놔봐라.”

무초관은 백유현에게서 오석을 건네받고는 눈알을 번들거리며 웃었다.

“클...그래, 그래! 이 정도 오석이면 간장과 막야 정도의 검들은 얼마든지 제련할 수 있지. 좋은 돌에 좋은 검들이다. 클클!”

무초관의 두 눈이 어느새 탐욕으로 빛나고 있었다.

하긴 이 일에 미쳐서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저질렀던 자였으니 오죽했을까.

“검을 놔두고 가거라. 오석은 딱 이천 개만 쓰겠다.”

“이천 개?”

“검 하나당 천 개씩. 검이 워낙 좋아 오석이 상당히 많이 필요하다.”

“예상 결과는?”

무초관은 백유현을 가만히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적어도 세 단계씩은 올라가 있을 것이다. 즉.”

무초관의 말이 이어졌다.

“이 두 검은 악마도 베어낼 수 있는 마검(魔劍)이 된단 말이다. 하지만 안타깝구나! 혈석이 있었더라면 그 윗 단계까지 능히 노려볼만 하거늘...”

“혈석이라는 게 뭐지?”

“악마 급의 악귀를 잡으면 드물게 떨어지는 돌이지. 그게 있다면, 혼불을 더욱 크게 키울 수 있다. 혈석으로 화력을 키우고, 오석으로 달구어진 쇠를 식히는 과정을 거친다면 마검을 넘어선 고검(呱劍)의 자리를 얻을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백유현이 눈살을 찌푸렸다.

“고검이라...?”

“모든 것의 단말마를 가져오는 검이라는 뜻이다. 비통과 원한, 악이 뒤섞인 고통스러운 울음을 만들어낸다 하여 고검이라 부른다.”

“그러니까...혈석이라는 게 있으면 고검까지 가능하다 이거지?”

“맞다. 그거면 능히 신조차도 상대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

백유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좋아...하지만 일단은 혈석이 없으니 최대 강화까지만 부탁할게. 단...”

백유현은 말을 하다 말고 손가락 하나를 들어 딱- 하고 튕겼다.

부아아앗-

그러자 지옥철갑벌들이 허공에 나타났다.

“파고들어라.”

“지, 지금 뭘 하려는...! 끄아아악!”

수십 마리의 지옥철갑벌은 백유현의 명령에 바로 무초관의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백유현은 무초관을 보며 말했다.

“심장에 서른 마리. 뇌에 서른 마리...그리고 각 급소에 수십 마리씩. 허튼 생각했다간 녀석들이 영감의 내장을 모조리 갉아 먹을 거야.”

그러면서 그는 씩 웃었다.

“둘, 잘 부탁해. 금방 다녀올 테니.”

“이 악마 같은 자식...! 언젠가 네 놈의 살과 뼈를 씹어 먹어 버릴 것이다!”

무초관이 실핏줄이 다 터진 두 눈으로 백유현에게 악다구니를 썼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벌들은 정확하게 백유현의 명령을 알아듣고, 무초관이 이상한 짓을 벌이면 바로 내장을 파먹어 버릴 준비를 마치고 있었으니까.

콰앙-

그 순간 백유현이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크으!”

무초관은 원한 어린 눈빛으로 그 궤적을 좇아 노려보다가 이내 이를 바득 갈며 망치를 들었다.

카앙-

그리고 분노에 찬 망치질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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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유현은 얼마 걸리지 않아 붉은 도깨비의 골짜기에 도착했다.

‘여기구나.’

허공에서 바라보니, 별 다른 건 없어 보였다.

사실 예전 같으면 두 자루 검을 무초관에게 맡기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도 암부의 거주자 칭호를 받은 상태.

그를 선제공격하는 존재는 없다.

그러니 애초에 검이 필요하지도 않은 것이다.

척-

백유현은 골짜기의 입구 쪽에 내려섰다.

그리고 그는 바로 골짜기의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온 골짜기가 붉게 물들어 있어 매우 음산해 보였지만, 백유현은 마치 산책이라도 나온 듯 여유가 넘쳤다.

그리고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이곳이 왜 도깨비 골짜기라고 불리는지 알 수 있었다.

‘도깨비 천지네.’

이마에 뿔이 솟고 외눈을 가진 일본의 도깨비가 아니라, 우리나라 전통의 도깨비들의 외양과 똑같은 존재들이 사방에서 머리를 비죽 내밀고 백유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매우 신기하다는 눈치였다.

하지만 역시 적대감은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암부의 거주자 칭호가 상당한 힘을 발휘하는 듯했다.

“거기 누구더냐?”

그런데 어디선가 나이가 느껴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백유현은 직감적으로 이 목소리의 주인이 소월량이라는 것을 알아 차렸다.

“소월량 어르신 되십니까?”

그러자 그의 눈앞에 누군가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다.

허리가 굽고 얼굴에 주름이 자글자글한 한 노파였다.

그런데 그에 반해 노파의 두 눈빛은 매우 형형했다. 마치 사람의 폐부를 꿰뚫는 듯한 날카로움이 바로 전해져 왔던 것이다.

“살아 있는 인간이 여긴 무슨 일이냐?”

“부탁이 있어 왔습니다. 어르신.”

하지만 백유현도 그 앞에서 위축되지 않은 채 당당히 대답했다.

“당돌한...”

소월량의 두 눈빛이 갈수록 차갑게 굳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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