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잡고 폭렙업-127화 (127/166)

127. 혼절곡

[무간(無間) 지옥에 현현(顯現)하였습니다]

[현현(顯現)의 대가로 지옥 망자들의 원한이 당신에게로 집중됩니다]

[무간 지옥, 사회차가 시작됩니다]

[염라의 아패(牙牌)의 효과가 발동합니다]

[지금부터 망자들을 처치하고 얻는 경험치에 30% 의 경험치를 더 얻습니다]

[제한조건 : 무간 지옥에 있을 시]

[무간 지옥의 문이 앞으로 22일 12시간 04분 5초 동안 개방됩니다]

[그 후에는 이승으로 강제 송환됩니다]

[이승의 현재 시각 : 19시 46분 12초]

[예상 강제 송환 시각 : 19시 48분 27초]

[지옥, 무간 재개방 시간이 앞으로 360시간(보름) 남았습니다. (이승 기준)]

무간 지옥 사회차가 시작되었다.

앞으로 22일 12시간.

‘22일...’

일단 무간 지옥이 들어온 이상, 제대로 효과를 봐야했다.

산혼초를 구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레벨을 올리는 것도 중요했다.

그러니 한 번 들어왔을 때 최대한의 성과를 거둬야 했다.

백유현은 타임 뱅크의 상태 창을 열었다.

[타임 뱅크, 172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사용하시겠습니까?]

172시간.

최초 400시간에서, 저번에 240시간을 쓴 이후 조셉이 그 동안 알뜰하게 모아 놓은 시간이었다.

일(日)로 따지면 일주일 정도.

백유현은 172시간을 모조리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무간 지옥의 문이 앞으로 29일 13시간 04분 5초 동안 개방됩니다]

[타임 뱅크 효과 적용]

무려 한 달 정도로 늘어났다.

그 시간을 효율 있게 사용해 산혼초를 최대한 많이 구해야했다.

“강효. 혼절곡으로 안내해줘.”

“예, 소주.”

강효는 절명검을 들고 앞장섰다.

그 뒤를 백유현이 따랐고, 문광과 차사들이 후미에 붙었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무간 지옥에서도 위험하기로 이름난 혼절곡.

그곳으로 향하는 길목은 역시나 쉽지 않았다.

“캬아아악!”

“캬아악!”

수많은 악귀들이 그들을 향해 덤벼들었고, 싸움은 계속 이어졌다.

하지만 길은 거침없이 열렸다.

강효와 문광은 앞에 서서 절명검과 언월도를 내리 그으며 길을 열었고, 악귀들은 비명에 사라져 갔다.

그렇게 백유현은 혼절곡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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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입니다, 소주.”

이윽고 그들은 하나의 골짜기 앞에 다다랐다.

앞에 서서, 보고 있는 것만 해도 온 몸이 저릿저릿해지는 기이한 곳.

음산함은 물론이고, 그것을 넘어선 또 다른 느낌이 백유현을 엄습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으으음...!”

“으윽...”

차사들이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도저히 이곳에서는 조금도 못 있겠다는 듯, 절로 몸이 뒤틀리는 고통에 그들은 괴로워하고 있었다.

강효와 문광조차 안색이 새하얗게 질렸을 정도니.

“강효. 돌아가 있어. 명령이야.”

강효가 입술을 꽉 물더니 이내 고개를 숙였다.

“명을...받잡나이다. 소주.”

그 역시 백유현만 내버려두고 가고 싶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

“무사히 돌아오시옵소서. 소주.”

백유현이 희미하게 웃었다.

“걱정 마. 당연히 그럴 생각이야.”

“물러가 있겠사옵니다.”

백유현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강효와 문광, 그리고 나머지 차사들은 고통에 일그러진 표정으로 뒤로 물러났다.

“끼아아아아악!”

“끄아아악!”

백유현은 정체 모를 끔찍한 비명 소리가 울리는 혼절곡을 바라보고 있다가 성큼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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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절곡.

수많은 악귀들이 지옥에서 가장 끔찍한 벌을 받고 있다는 골짜기.

여기는 차사들도 함부로 들어올 수가 없다.

혼백을 찢어 버릴 듯한 고통으로 집어 삼키는 산혼초가 사방에 피어나 있기 때문이었다.

육체가 있는 혼백이라면 상관이 없지만, 육체가 이미 죽어 썩어버린 혼백들에게 산혼초는 무시무시한 독약이나 다름없었다.

“끼에에에엑!”

고통스러운 비명이 사방에서 메아리친다.

혼절곡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무섭도록 음산하고 스산한 분위기가 사방에 펼쳐져 있는 가운데 들려오는 비명은 모골이 송연할 지경이다.

하지만 백유현에게는 아니었다.

이미 그에게는 이런 정도의 광경은 아무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보다 그는 산혼초를 찾는데 여념이 없었다.

사실 강효도 산혼초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을 해주지 못했다.

애초에 그도 산혼초 가까이 가본 적이 없으니까. 가까이 갔다간 그 역시 혼백이 스러져 버릴 정도의 고통을 겪게 될 테니.

척-

그런데 갑자기 백유현이 그 자리에서 걸음을 멈춰섰다.

그리고 그의 입가가 묘하게 올라갔다.

‘이거 봐라?’

“키이이이-”

“캬아아아-”

사방에서 몰려드는 지독한 음기!

‘재밌네?’

그가 흘끗 주변을 바라보니, 이미 그의 주변은 악귀들로 가득 차 있었다.

피를 철철 흘리며, 그리고 지독스런 원기를 여과 없이 드러내며.

놈들이 원하는 것은 단 한 가지.

“내 몸이 갖고 싶어?”

뜨거운 피가 흐르는 육체(肉體).

그것은 단지 부활하고 싶거나, 살고 싶거나 그래서가 아니다.

“캬아아악!”

놈들은 이 지독스러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이다.

산혼초의 끔찍한 고통에서.

그만큼 이곳 혼절곡은 산혼초의 악취에 잠식되어 있었고, 이곳에 갇힌 혼백들은 무간 지옥에서도 가장 참혹한 형벌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어쩌지? 그건 안 되겠는데.”

스릉-

백유현의 양 손에 검이 들렸다.

뇌전의 간장과 겁화의 막야.

그와 동시에 백유현의 두 눈에서도 시퍼런 광망이 뿜어져 나왔다.

“시간이 없으니...”

그의 입가에 비릿함이 감돌았다.

“죄다 죽어버려.”

파앗-

그리고 그의 몸이 허공으로 살짝 떠올랐다.

다음 순간, 그의 전신에서 뿜어진 검은 광채가 사방의 모든 것을 집어 삼켰다.

번쩍-

콰콰콰콰쾃!

“끼에에에엑!”

“캬아아악!”

지독한 원한에 잠식당한 원귀들이 비명을 지르며 녹아내리고 있었다.

파가가가가가각!

백유현은 놈들 사이를 다니며 검광을 뿌렸고, 원귀들은 그대로 녹아내렸다.

꿀렁- 꿀렁-

그런데 그 순간에도 백유현의 허리춤에 달린 무한낭은 원귀들이 흘리는 피를 미친 듯 빨아들였다. 무한낭은 피가 없다면 그 주인마저 집어 삼키는 존재.

이승에서는 놈이 삼킬 수 있는 피가 한정적이었지만, 이곳은 다르다.

놈이 삼키는 피는 육신의 피가 아닌, 썩어가는 원귀들의 피었으니까.

“지옥철갑벌! 나와라!”

백유현은 무수한 원귀들의 몸을 갈라 버리며 크게 외쳤다.

“캬아아악!”

“키아아악!”

이곳의 원귀들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였다.

죽여도 죽여도 되살아난다.

이들에게는 죽음이 탈출구가 되어선 안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끝없이 되살아나서 고통을 받는 것이다. 백유현이 베고, 또 베어내고 그 때뿐, 놈들은 또 살아난다.

그리고 피 냄새를 맡은 원귀들이 사방에서 끝도 없이 몰려든다.

무시무시할 정도의 숫자가 몰려드는 장면은 끔찍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다.

하지만 백유현은 놈들을 상대할 생각이 없었다.

그가 이곳에 온 목적은 단 하나.

산혼초를 최대한 많이 캐서 돌아가는 것이다.

차사들이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없으면 없는대로 상황을 타개해야 했다.

부아아아앗-

백유현의 부름에, 허공에서 수많은 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겨우 다섯 마리의 유충에서 시작된 번식이라고 보기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숫자였다.

놈들은 허공을 날아다니며 매서운 강철턱을 딱-딱 소리를 내며 부딪쳤다.

당장이라도 먹잇감에 덤벼들고 싶다는 탐욕이 느껴졌다.

“몰아쳐라! 모든 것을 갈기갈기 찢어 버려!”

부아아아아-

백유현의 명이 떨어지자, 기다렸다는 듯 벌들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캬아아아!”

원귀들도 많았지만, 벌들의 숫자도 만만치 않다. 놈들은 서로 섞이며 아비규환을 이루었다.

파앗!

그 사이, 백유현은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산혼초를 찾아야 했다.

그리고 그는 이내 한 곳에 시선을 던졌다.

원귀들이 절대 접근하지 않는 그 곳, 그 곳에 무수한 잎사귀를 가진 풀들이 있었다.

산혼초.

바로 녀석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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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혼초는 지천으로 피어 있었다.

붉게 물든 다섯 개의 이파리, 그리고 진득한 핏물처럼 시뻘건 즙이 배어나오는 뿌리.

산혼초는 뽑을 때마다 만드라고라처럼 미친 비명을 질러댔다.

그야말로 혼비백산(魂飛魄散)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끔찍한 풀이었다.

육체를 가진 백유현조차 움찔했을 정도니...

하지만 백유현은 녀석들의 찢어지는 비명을 애써 무시했다.

그는 뿌리째 캔 산혼초를 무한낭에 미친 듯 담아내기 시작했다.

무한낭은 그 안의 공간이 말 그대로 무한(無限). 끝도 없이 산혼초가 들어갔다.

엄청나게 많은 산혼초를 캐고 있었지만, 백유현은 만족하지 않았다.

지금 이승에서는 수많은 각성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빙의를 당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130 레벨대의 천무현까지 죽음이 예정되어 있다.

막아야 했다.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막아야 했다.

백유현의 손길이 더욱 빨라졌고, 산혼초들은 더욱 미친 듯 소리를 질러댔다.

‘으윽!’

그런데 그것이 누적이 되니, 백유현으로서도 버티기 힘들었다.

아무래도 혼백을 흩어 버리는 힘을 가진 산혼초다 보니, 놈들의 비명소리에 백유현의 정신이 흩어 지기를 반복했던 것이었다.

‘크으!’

어쩔 수 없다.

무식할 정도로 산혼초를 무한낭에 집어넣었으니, 이제는 이 자리를 뜰 수밖에.

나중에 오더라도 지금은 나가야 했다.

휘청-

그 대미지가 꽤나 누적되어 있는지, 백유현은 크게 휘청거렸다.

‘후우!’

그는 다시금 이를 악물고 날개를 활짝 폈다.

콰앙-

그리고 그는 발을 굴렀다.

콰아아앗!

그의 신형은 쏜살 같이 허공으로 치솟아 올랐다. 한 번 산혼초의 비명소리에 정신이 흐트러지자 혼절곡에 짙게 깔린 안개의 음산함에도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어서 나가야 해!’

역시 무서운 곳이었다.

육체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이런 정도의 충격이라니!

파앗-

백유현이 폭풍 날개를 펼쳐 혼절곡 바깥으로 나가려는 찰나였다.

그는 뭔가 거대한 힘이 자신을 향해 밀어 닥치는 것을 느끼며 두 눈을 부릅떴다.

콰콰콰쾃!

콰앙-

“으윽!”

콰아앙-

그리고 피할 틈도 없이 그 힘에 직격당한 백유현은 그대로 땅바닥에 처박혔다.

“커윽!”

충돌 직전, 모든 힘을 뿜어내며 대미지를 상쇄시킨 덕분에 즉사는 면했지만 백유현은 온 몸이 부서져 나가는 듯한 고통에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긴 여유가 주어지지 않았다.

“캬르르...”

뭔가 다가오고 있었다.

혼백들을 흩어 버리는 이 산혼초의 밭을 뭔가가 천천히 가로지르며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었다.

“으음!”

백유현은 입술을 꽉 깨물며 몸을 일으켰다.

불의의 일격에 너무 큰 타격을 받았다.

그는 자신을 향해 다가드는 뭔가를 보며 눈살을 와락 구겼다.

‘이런...!’

그곳에는 한 마리의 거대한 성성이가 서 있었다. 온 몸이 새카만 털로 덮여 있는 거대한 성성이.

녀석의 얼굴은 온통 흉터로 가득했고, 단단한 근육으로 둘러싸인 두 팔은 한 방 제대로 맞으면 바로 가루가 되어 버릴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였다.

그리고 붉게 빛나는 안광...

“너냐? 날 공격한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보통 놈은 아니었다.

특히 모든 원귀들이 이를 벅벅 갈고 있는 이곳에서 아무렇지 않게 서 있는 모습이라니.

그런데 그의 눈앞에 하나의 창이 떠올랐다.

[긴급 포고]

백유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염라의 임무 창이다.

[축생도를 탈출한 괴수, 흑령(黑靈)을 죽여라]

[괴수, 흑령은 축생도에서 옥졸들을 죽이고 ‘철옥진경(鐵獄眞經)’을 훔쳐 탈태를 하게 되었다. 이에 놈을 잡아 명부의 법도를 바로 잡아라]

‘흑령...’

보아하니, 명부의 혼란을 틈타 옥졸들을 죽이고 철옥진경이라는 것을 훔쳐 환골탈태를 한 모양이었다. 놈이 왜 산혼초에 영향을 받지 않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놈은 자신을 공격했고 이제 그 대가를 받아야할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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