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잡고 폭렙업-125화 (125/166)

125. 아틀란티스 대륙 - 5권 끝-

일행은 무사히 성남 공항에 내렸고, 곧바로 청와대로 이동했다.

청와대 영빈관에서 간단하게 휴식을 가진 그들은 다시 국가안보회의실로 안내되었다.

그 안에는 대통령을 비롯한 장관, 군의 장성들이 수두룩하게 대기하고 있었다.

“돌아오셔서 다행입니다!”

가장 먼저 반색을 하며 손을 내민 것은 대통령이었다. 그는 뜬 눈으로 밤을 보내느라 눈이 벌겋게 충혈 되어 있었다.

“걱정을 끼쳐 드렸습니다.”

박성진이 그 손을 맞잡으며 말했다.

“뭘요! 이리 무사히 돌아오신 것만 해도 정말 기쁩니다. 자, 이리로 오십시오. 안 그래도 애 타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네. 자 다들 이리로.”

박성진은 일행들에게 손짓했다.

사실 이런 자리는 아무나 들어올 수가 없었지만,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긴급 의결된 모양이었다.

백유현도 한쪽에 마련된 의자에 앉았다.

대통령이 눈짓을 하자, 합참의장이 앞으로 나섰다. 그와 동시에 정면의 커다란 모니터의 배경이 바뀌었다.

“음?”

그것을 바라본 일행들의 표정이 급변했다.

그것은 세계 지도였는데, 뭔가 이상했기 때문이었다.

“아니...저것은?”

그들이 알던 세계 지도와는 전혀 다른 광경이 펼쳐져 있었던 것이었다.

대서양의 한 복판에 그려져 있는 저 정체불명의 거대한 섬은 뭐란 말인가?

“아틀란티스...입니다.”

합참의장의 목소리가 나직하게 울렸다.

“예...?”

아틀란티스는 그야말로 전설의 대륙이다. 그런데 그런 곳이 왜 지금 지도에 그려져 있단 말인가?

“며칠 전, 대서양 한복판에 아틀란티스 대륙이 떠올랐습니다. 우리 정부에서는 극비리에 그 정보를 입수하고 사실 확인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모든 정보가 사실이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합참의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아틀란티스 대륙에 대한 정보가 전무(全無)하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위성이든, 근접까지 접근한 함정들이든...전투기나 헬기든 모두 아틀란티스 대륙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지 못했습니다. 위성에서는 대륙의 모습이 제대로 찍히지 않았고, 그곳에 접근한 함정이든 헬기든 모조리 행방불명되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그 이야기는 하나의 전설을 떠올리게 했다.

버뮤다 삼각지대.

그곳이야 말로 고대 아틀란티스 대륙이 가라앉은 곳이어서 아틀란티스인의 원혼들이 배나 비행기를 데려간다는 괴소문이 있었던 곳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대륙 자체가 모습을 드러냈고, 더군다나 그곳의 정보를 입수하기 위해 접근한 함정이나 비행기들이 사라져 버렸다.

“심각한 상황이군요.”

박성진이 두 눈을 날카롭게 빛냈다.

합참의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심각합니다. 하지만 문제는...현재의 상황이 훨씬 더 심각해졌다는 데 있습니다.”

“현재의 상황이 더 안 좋다는 뜻입니까?”

“맞습니다. 아틀란티스 대륙이 등장한 것은 불과 삼일 전, 그런데 이 대륙에서 뿜어지는 검은 기운에 근처의 카오스 터미널이 모조리 잠식당했습니다. 이로 인해...”

합참의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리고 그는 말하기 싫은 내용을 억지로 말하는 듯 메마른 음성으로 내뱉었다.

“근처 터미널이 모조리 폭발했습니다. 즉, 입구가 완전히 열려 버렸다는 뜻입니다.”

“예?”

일행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틀란티스 대륙이 떠 있는 곳은 바로 스페인이 있는 쪽.

즉, 지브롤터 해협 쪽이다.

유럽의 심장이라 불리는 국가들이 산재해 있는 곳이기도 하고, 남쪽으로는 아프리카까지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끔찍하게도, 그쪽에는 유독 카오스 터미널들이 무식할 정도로 밀집되어 있었다.

즉, 한 번 터지면 정말 걷잡을 수 없을 정도의 재앙이 닥칠 정도로, 그쪽 터미널의 수는 엄청나다는 뜻이었다.

삑-

그 때, 다시 지도의 모양이 바뀌었다.

“여러분들이 영국을 떠나온 이후에 벌어진 광경입니다.”

그 지도에는 오늘 날짜가 적혀 있었고, 아틀란티스 대륙을 기점으로 시커먼 점들이 무수하게 찍혀 있었다.

그 점이 뭔지는 안 봐도 뻔했다.

스페인, 프랑스, 포르투갈, 모로코, 알제리...

많은 나라들이 그 검은 점에 ‘잠식’ 당해 있었던 것이다.

“이럴 수가!”

일행 중에서 자연스럽게 신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백유현 역시 눈살을 잔뜩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저 정도면 잠식당한 나라는 끝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도대체...어떻게 풀어가야 하는 거야? 이건 도대체!’

웬만한 일에는 꿈쩍도 하지 않는 그였지만, 검은 점에 잠식당한 서부 유럽의 모습을 보니 절로 질린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어머니를 부활시켜, 그저 평범한 세상에서 평범하게 살고 싶었을 뿐이다.

그런데 상황을 갈수록 좋지 않았다.

즉,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던 것이었다.

‘음!’

백유현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런 상황에서 어머니를 부활시킨다 해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는 잠시 입술을 꽉 깨물고 있더니 다시 눈을 떴다.

‘그냥은 당하지 않아.’

천신만고 끝에 어머니를 살려낼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고, 순조롭게 그 일을 진행하는 중이다.

그런데 상황이 이렇듯 자신의 앞을 계속해서 가로막는다.

백유현은 지도를 노려보더니 불쑥 말했다.

“터미널이 오픈되었다면...피해가 어느 정도나 됩니까?”

함참의장의 표정이 다시금 굳어졌다.

“지금까지 사망자 사십만 명. 부상자 는 백여만 명에 실종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아무래도 제대로 기습을 당한 탓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한 것이 컸지.”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사망자가 수십만에 이른다.

이건 정말이지 엄청난 타격이다.

“하지만 유럽 연합 공동 전선이 구축되어 저지선을 완성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래서 겨우겨우 버티고는 있는데, 언제까지 갈 지는 모르겠구나.”

“몇 개의 터미널이 오픈되었는지는 알 수 있나요?”

합참의장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잠정 합계로는 그 부근의 삼천 칠백 개의 터미널이 일시에 폭발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더욱 무서운 것은...저 검은 점이 더욱 더 확산되고 있다는 거야. 즉...앞으로 피해는 더 커질 거라는 점이지. 터미널 안에만 묶여 있던 몬스터들이 떼거지로 몰려나올 테니까.”

‘음!’

백유현은 날카롭게 눈빛을 발했다.

저지선이 뚫려 버리면, 그 피해는 순식간에 서부 유럽을 돌파하여 동부 유렵, 중동으로 향하게 된다.

더욱 무서운 것은 저 검은 점.

백유현이 알기로는 중동을 돌파당하면, 그 다음에는 엄청난 위기가 닥쳐온다.

중국 때문이었다.

중국의 사천성을 비롯한 서쪽 지방에도 유독 카오스 터미널들이 즐비했다.

무슨 기준으로 터미널들이 그렇게 생성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중국의 서쪽 국경 지역만 해도 수천 개의 터미널이 존재한다.

그곳이 먹혀 버린다면?

‘저지가 불가능해!’

그렇다면 일단 지금 생성되어 있는 저지선에서 막아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몬스터들이 약한 놈만 뛰쳐나온 게 아닐 테니까.

더욱 문제는 그것이다.

저긴 저기대로, 불멸자들은 불멸자들대로 차례차례 부활하고 있다는 점.

망유계의 망자들이 침습(侵襲)하는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었고, 더욱 강해지고 있었다.

무서운 사실이다.

‘후우...’

그런데 그것 또한 나가르주나가 보여준 세상의 종말이 아니었다. 세상의 종말은 더욱 더 거대했고, 더욱 더 끔찍한 것이었으니까.

그 뒤에 일어날 일들...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 결국 현신하여 나서게 될 신들끼리의 싸움.

그런 상황이 벌어지게 되면 모든 게 끝이다.

각성자들의 힘은 바로 그 신들에게서 나오는 것. 그것을 달리 말하면, 신들이 폭주했을 경우 각성자들이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는 뜻도 되니까.

거기까지 가는 것은 어떻게든 막아야 했다.

“일단 노블레스 멤버스 연합에서 집중적으로 지원 병력을 보내기로 했으니, 일단은 시간이 있는 것을 판단, 우리나라에서는 좀 더 지켜보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이 상황에 대처할 필요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되어 여러분들을 초청한 것입니다.”

합참의장의 말에 일행은 무거운 뭔가가 어깨를 짓누르는 것을 느꼈다.

부담이 어마어마하게 커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문제의 끝이 아닙니다.”

그 때, 누군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합참의장과 자연스레 자리를 바꿨다. 사십대의,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사내였다.

“국가안보실장, 조동석입니다. 얼마 전, 국내에서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매우 해괴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른 바...‘각성자 집단 자살 사건’.”

“각성자...집단 자살 사건이라고요?”

일행은 또 한 번 두 눈을 부릅떴다.

조동석이 소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맞습니다. 자, 일단 이 화면을 봐주시길 바랍니다.”

화면이 넘어갔다.

그것을 보며 일행은 무거운 침묵을 지켰다.

도저히 이해할 수도, 납득할 수도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왜 각성자들이 주변 사람들을 처참하게 죽이고, 자살을 한단 말인가?

“으음!”

그런데 백유현이 입술을 꽉 깨물며 침음을 흘렸다.

장내의 모든 인물이 그를 바라보았다.

사실 이번 일에 대한 키를 쥐고 있는 것은 백유현 뿐이었다.

영안이 열린 박수나 만신, 교회의 목사, 카톨릭의 신부, 큰 스님들을 모시고 와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통에 정부에서도 매우 난감해 하던 차였다.

그러다 최후의 방법으로 백유현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던 차.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지만, 이제 백유현은 돌아왔고 그의 눈이 절실히 필요한 시간이었다.

“뭐가...보여?”

박성진의 말에 백유현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사상 초유의, 그것도 최악의 일이 벌어지려 하고 있었다.

“저건.”

백유현은 입술을 다시 한 번 꽉 물더니 힘겹게 말을 이었다.

“잡아먹힌 겁니다.”

“뭐? 잡아먹혀? 무엇에게?”

백유현의 두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망유계의 망자들에게요. 놈들은 이제 불멸자들을 잡아먹는 대신, 각성자들을 집어 삼키고 있어요. 그 편이...무서울 정도로 효율적이라는 것을 깨달은 거죠.”

“그...그게 무슨!”

일행은 물론, 대통령, 장관들...모든 사람들이 경악했다.

“아니...그게 무슨...각성자들은 불멸자들이 보호하기 때문에...”

백유현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 불멸자들이라고 해서 완벽한 건 아니니까요. 망유계의 망자들은 집요하고 또 간악하죠. 놈들은 기회를 엿보고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한 번에...덮쳤을 거고.”

“그렇다면 우리나라만 문제가 아니라는...”

삐- 삐삐-

그 때 요란한 비프음이 들리며 상황통제관 하나가 소리쳤다.

“대통령님! 미국의 긴급 통신입니다!”

“러시아에서도 날아들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도 회신을 해왔습니다!”

“일본도...”

세계 각국에서 수많은 전보들이 날아들고 있었다.

대통령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갔고, 상황실장은 급히 그 중 하나를 채어가듯 낚아채서 읽어 내렸다.

“뉴저지, 스물네 살 코비 라이언. 서른두 명을 맨 손으로 찢어 죽이고 자신의 두 눈을 파서 자살하다. 코비 라이언은...”

상황실장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일 년 전 각성한 각성자로 판명되었다.”

침묵이 흘렀다.

그 전보들은 상황실에서 각 국가에 타전한 보안 전보에 대한 답신이었다.

1급 기밀 채널을 이용한 전보였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엄청난 양의 전보가 다시 날아든 것이다.

그것은 다른 국가들도 이에 대해 엄청난 충격과 혼란에 휩싸여 있다는 뜻이었다.

“시간이 없네요.”

백유현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젠 우리끼리도 서로 죽고 죽이게 생겼으니...어서 움직여야 합니다.”

망유계의 망자들은 지독스러울 정도로 머리를 쓰고 있었다.

놈들이 원하는 것이 결국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앉아서 당할 수는 없었다.

‘반드시 막아내고 말겠어! 반드시!’

백유현의 두 눈이 매서운 빛을 뿜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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