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잡고 폭렙업-116화 (116/166)

116. 시바의 간섭

시간의 시침핀.

단 삼 회에 한해, 시간을 뒤로 돌릴 수 있는 조셉의 선물이었다.

백유현은 그 기회 중 한 번을 이번에 썼다.

그리고 확실히 알아냈다.

바포메트, 놈을 어떻게 공략해야 하는지.

‘놈은 모든 것을 읽고 있어!’

극도의 혼란 속에서도 백유현의 공격을 정확하게 막아내고, 오히려 반격을 가해왔다.

절대 피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공격을 완벽하게 파훼한 것이다.

백유현은 자신의 생각대로 공격을 하면 전혀 먹히지 않을 것을 확실하게 깨달았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하나 뿐.

‘몰아친다!’

죽어가는 상황에서도 약점 포착을 해준 조셉에게는 미안했지만, 바포메트를 상대하는 데는 또 다른 공략이 필요했다.

그것은 바로 상대가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고 몰아치는 것.

“하아앗!”

콰콰콰쾃!

백유현의 전신에서 거대한 기운이 뿜어졌다.

사력의 힘을 모조리 끌어올린 것이었다.

그가 노리는 것은 단 한 번의 기회.

그러기 위해서는 폭풍처럼 상대를 몰아쳐야 했다. 그러지 않고서는 바포메트를 상대할 방법이 없었다.

콰콰쾅!

콰쾅!

백유현은 간장과 막야를 미친 듯 휘두르며 바포메트를 공격했다.

쐐애앳!

콰쾅!

그 순간, 단창이 또 한 번 허공으로 솟구치며 바포메트를 향해 내리 찍혔다.

아무리 단단한 갑각으로 보호받고 있다고 하지만, 단창의 공격도 상당히 날카로워서 바포메트의 신경을 긁어 놓았다.

부아앙-

게다가 더욱 독기를 품은 악마벌들의 몸이 시뻘겋게 변하더니, 맹렬하게 바포메트에게 달려들었다.

수천 마리에서 수백 마리로 수가 줄어들었지만, 그 맹렬함만은 오히려 더욱 지독해졌다.

그 때, 백유현은 크게 소리쳤다.

그에게 있는 권능 중 하나인 ‘독사 소환’이었다.

“놈을 공격해라!”

쉬이익-

두 시간 동안 수백 마리의 뱀을 부릴 수 있는 권능. 소환되는 뱀들은 그냥 뱀이 아니었다. 놈들은 명색이 브리트라의 권속.

그냥 그런 독사가 아니라는 뜻이다.

[흑철갑사(黑鐵鉀蛇)가 소환되었습니다]

온 몸이 단단한 철갑 같은 비늘로 뒤덮여 있는 흑철갑사들이 바포메트를 향해 돌진했다.

놈들이 뿜어내는 독은 매우 지독해서, 바포메트조차 뒤로 물러났을 정도였다.

쉬잇-

그런데 어디선가 뱀들이 무더기로 몰려들었다. 놈들은 일반 뱀이었는데 그 수가 거의 수천에 이르렀다.

백유현의 부름에 주변에 있던 놈들이 응답한 것이다.

사실 놈들이 도움이 될 만한 것은 없었지만, 바포메트의 발을 잠깐이라도 멈추게 하는 것만으로도 성공이었다.

까가가가강!

그런데 수많은 공격 속에서도 바포메트는 단창을 튕겨내고 벌들을 압살하는가 하면, 백유현을 향해 반격을 가하기도 했다.

수많은 뱀들이 짓밟혀 몸이 터져 나갔다.

그 와중에서 백유현을 향해 날리는 공격은 정말 무시무시한 것이었다.

카앙-

‘흐윽!’

놈의 공격 중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보이지 않는 검(劍)이었다.

마치 피에 굶주린 귀신이 칼날이 된 것처럼 갑자기 불쑥 눈앞에서 솟구치는데, 백유현으로도 겨우 피해낼 정도로 무시무시한 공격이었다. 그 검과 충돌하면 오싹한 한기가 몸을 침범해 들어와서 즉각 몸을 굳게 만들었다.

이것은 단 한 순간의 실수로 죽을 수도 있는 이 싸움에서 매우 치명적인 것이었다.

파각!

하지만 치명상을 피해냈다고 해서 끝나는 것도 아니었다.

사납게 이빨을 드러내며 달려드는 귀신들의 칼날은 백유현의 온 몸에 크고 작은 생채기를 냈고, 더욱 문제는 그 생채기가 급속도로 곪아간다는 것이었다.

부패(腐敗).

바포메트의 저주가 걸린 공격이었기 때문이었다.

‘흐읍!’

독기를 무효화하는 백유현의 신체가 아니었다면, 이미 그는 뼈가 녹아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브리트라의 어금니의 권능으로 만독불침의 신체가 된 지금, 그 속도는 현저하게 느려져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이었다.

“놈...제법이구나!”

바포메트도 그것을 눈치 챘는지 싸늘하게 백유현을 노려보았다.

인간 따위는 금세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외의 거센 반격에 매우 불쾌한 표정이었다.

“제대로 상대해주마!”

다행인 것은 아직 놈은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바포메트의 진짜 몸을 집어 삼키고 부활은 했으되, 아직 정상은 아니라는 뜻.

쿠오오오-

쩌엉-

바포메트의 전신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이 뿜어지더니, 기괴한 공명음이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쿠쿠쿠쿠-

그에 따라, 주변의 벽이 갈라지더니 무수한 시체들이 걸어 나왔다.

백유현은 그것을 보며 눈살을 와락 찌푸렸다.

시체들은 죽은 지 얼마 안 된 ‘인간’들이었기 때문이었다.

마치 전신의 체액을 모조리 빨려 죽은 것처럼 쪼그라든 그들을 보며 백유현은 이를 갈았다.

수백도 아닌 수천의 사람들이다.

그 동안 바포메트는 이들을 이용해 자신의 힘을 길러왔고, 급기야 페르세포네를 납치할 만큼 성장한 것이다.

“이 개새끼가...”

백유현은 진심으로 분노를 느꼈다.

“너는 반드시 갈기갈기 찢어 죽여 버린다.”

백유현은 두 검을 잡은 손에 힘을 주며 치를 떨었다.

죽을 때의 공포가 그대로 얼굴에 남아 있는 자들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들을 그냥 둘 수는 없다.

베고, 또 베어야 한다.

두 번 죽여야 한다는 뜻이다.

백유현은 바포메트를 무섭게 노려보더니 마지막 숨겨두었던 비장의 수를 꺼내들었다.

촤르르륵-

브리트라의 어금니를 통해 얻은 권능.

독사의 탈태(脫態).

1분간 모든 능력치가 올라가며, 공격력과 공격속도가 극대화되는 변이 권능.

사실 지금 사력을 끌어다 쓰는 와중에 독사의 탈태까지 쓸 수 있을 지는 미지수였다.

그래서 백유현은 미뤄뒀던 것이었다.

하지만 일이 이 지경까지 왔는데, 더 이상 미뤄둘 이유가 없었다.

모든 힘을 다해, 놈을 찢어 죽이겠다는 생각 하나 밖에 없었으니까.

털썩-

백유현의 육체가 그 자리에 힘없이 쓰러지고, 대신 희뿌연 빛으로 빛나는 영체(靈體)가 된 백유현이 서 있었다.

육체를 벗으니, 그렇게도 가벼울 수가 없었다.

거기다 모든 능력치가 한시적으로 올라가 있었고, 공격력과 공격속도는 무시무시할 정도로 증가된 상태.

이것이 독사의 탈태였다.

“죽여주마.”

독사의 잔악함에 물든 백유현의 얼굴에는 더 이상 미소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무심하게 바포메트를 바라보며 내뱉더니, 그대로 놈에게 짓쳐 들어갔다.

콰콰쾃!

두 자루의 검이 광기에 물든 춤을 추었다.

카카카캉!

이번에는 달랐다.

여유가 있었던 바포메트의 표정이 갈수록 일그러졌던 것이었다.

보이지 않는 귀신의 칼날로 백유현의 검을 막아내고는 있었지만, 어느새 그는 뒤로 밀려나고 있었다.

[염라의 단죄가 발동되었습니다]

[공격력과 공격속도가 증가합니다]

무시무시한 공격이 이어지면서, 염라의 단죄까지 발동했다.

백유현은 씩 웃었다.

이제부터 진짜 싸움이 시작될 것이다.

그런데 또 한 번 상태창이 떴다.

[시바가 당신을 보며 못마땅한 표정을 짓습니다]

[여신 칼리가 시바를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시바가 헛기침을 하더니 어깨를 으쓱여 보입니다]

[시바의 간섭이 시작되었습니다]

[시바의 간섭 : 불멸자 시바는 당장이라도 현신하여 질서를 바로잡고 싶어 하지만, 인과율의 법칙에 막혀 답답해합니다. 대신 당신을 갈궈...아니, 당신에게 조언을 해서 불청객을 쫓아내려 합니다.]

[시바가 대가로 망자 십만의 피를 요구합니다]

[응하시겠습니까?]

시바다.

늘 그 등장 시기가 예측불허인 기괴한 성질의 소유자.

시바가 도와주겠다는 데 거절할 이유가 없다.

망자 십만의 피도 어렵지 않게 모을 수 있으니.

[시바가 루드라의 잔악무도(殘惡無道)를 전이하려 합니다]

[루드라의 잔악무도 : 시바의 또 다른 아바타라인 루드라의 잔악함이 서린 권능입니다. 시바는 단 일회성으로 당신에게 권능을 전이하고자 합니다]

[루드라의 잔악무도의 전이가 시작되었습니다]

[전이 완료. 공격력이 30 퍼센트, 공격속도가 70 퍼센트 상승합니다. 모든 공격에 칼날 바람의 예기가 서려, 통상 데미지의 15 퍼센트가 더 가해집니다]

콰아아앗!

루드라의 잔악무도가 시작되었다.

영체 상태인 백유현은 그 거대한 힘을 느끼며 전율했다.

단 일회성이지만 이 거대한 힘은 정말이지 백유현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그를 뒤흔들고 있었다.

쿠쿠쿠쿠!

무서울 정도다.

백유현의 모든 힘이 모인 지금, 그는 그 어떤 불멸자라도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해져 있었다.

이것으로 완벽한 무대가 만들어졌다.

바포메트는 강력하지만, 아직 완전체가 아니었고, 백유현에게는 놈을 죽일 수 있는 힘이 생겼다.

백유현은 바포메트를 가만히 바라보더니 비릿하게 웃었다.

“죽여줄게. 곧.”

바포메트는 완전히 굳은 얼굴이 되었다.

백유현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이미 알아차린 것이다.

“놈...!”

처음에 봤을 때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인간치고는 강하지만, 자신의 아래라는 생각이 확실했다.

그런데 지금은...

파캉-

바포메트의 오른 손에 거대한 하나의 창이 쥐어졌다. 기분 나쁜 보랏빛으로 빛나는 그 창은 진한 살기가 거침없이 뿜어지고 있었다.

바포메트의 힘의 정수가 담긴 창.

구멸자(求滅者)의 참수창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하지만 백유현은 그것을 보고도 조금의 동요도 없었다.

파앗-

대신 그가 움직였다.

육체를 가지고 있을 때보다 훨씬 빠르고, 훨씬 고요하다.

서걱-

지척까지 다다라 살을 베어내는 것도 몰랐을 정도로.

“커윽!”

바포메트는 순간 허리를 꺾었다.

단단한 갑각이 우스울 정도로 쉽게 베여 나갔고, 옆구리에 순간적으로 뜨끔 하는가 싶더니 피가 콸콸 쏟아졌다.

무서울 정도로 빠르고, 강력한 일격이다.

파각-

그런데 그에게는 더 이상 생각할 여유가 주어지지 않았다.

백유현의 검이 바로 치고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허윽!”

이번에는 어깨였다.

바포메트의 왼쪽 어깨가 크게 베여 나가며, 찢겨진 근육과 속살이 보였다.

허연 뼈가 노출될 정도로 깊은 상처였다.

“어...어떻게!”

바포메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불멸자들의 도움을 받아 일시적으로 강해졌을 수는 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아까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닥쳐.”

백유현이 서늘하게 내뱉었다.

“넌 한 조각, 한 조각 아주 정성들여서 베어 죽여 줄 테니까. 그 입 다물어.”

바포메트는 이를 악물었다.

놈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불멸자인 자신조차 공포를 느낄 정도로, 백유현의 전신에서는 거대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으니까.

“시작하자.”

백유현의 무심한 두 눈동자가 바포메트를 향했다.

바포메트는 몸을 움찔 떨었다.

사악-

그리고 그는 한 줄기 희미한 바람이 스치는 것을 느꼈다.

“...!”

그가 눈을 크게 뜬 순간, 끔직한 고통이 시작되었다.

파가가가가각!

촤아아앗!

“크아아아악!”

한 줄기 바람은 금세 거대한 칼날 폭풍이 되어 그의 온 몸을 찢어발기고, 살점 하나, 하나를 베어내고, 또 베어냈다.

키에에에-

간장과 막야는 미친 귀신 울음소리를 토해냈고 피 냄새를 맡고 악마벌들이 악착같이 달려들어 바포메트의 살점을 뜯어 먹고, 뼈를 갉았다.

“끄아아아악!”

그 고통은 불멸자라고는 해도 도저히 버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바포메트는 미친 듯 비명을 질러대며 몸부림을 쳤다.

하지만 이미 그의 몸은 산산조각으로 찢겨 나가고 있었고, 백유현의 칼날은 멈추지 않았다.

“크아아악!”

바포메트.

하데스의 아내, 페르세포네를 납치하여 힘을 되찾고자 한 불멸자가 소멸되고 있었다.

단죄는 계속되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