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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잡고 폭렙업-113화 (113/166)

113. 지하

“캬아아악!”

“키에에엑!”

수많은 몬스터들이 입을 벌리며 덤벼들었다.

금방이라도 일행이 서 있는 통로가 무너질 듯 위태하게 흔들렸다.

그 순간, 한 줄기 바람이 그 사이를 스쳐 지나갔다.

“키엑?”

“캬악?”

그와 동시에 몬스터들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뭔가를 느낀 것이다.

슈아아아-

그리고 다음 순간, 어디선가 공기가 빨려드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는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번쩍-

콰앙-

콰콰콰콰쾃!

수없이 뭉쳐져 있는 몬스터들 가운데서 눈이 멀듯한 환한 빛이 뿜어져 나왔고, 거대한 칼날 바람이 놈들을 사정없이 집어 삼켰다.

“캬아아아악!”

“케에엑!”

놈들은 미친 듯 발광하며 날뛰었다.

콰콰콰쾃!

촤아앗!

하지만 사방에서 몰아치는 칼날 바람은 놈들의 가죽을 찢고, 핏줄을 모조리 터뜨렸다.

그 휘황찬란한 금빛에 휩싸인 몬스터들의 모습은 주변에 순간적으로 드리운 검은 그림자가 사라졌을 때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수백의 몬스터들이 모조리 쓰러져 있는 가운데, 한 사람이 우뚝 서 있었다.

“자, 시작해볼까?”

백유현이었다.

그는 두 자루의 검을 다시 고쳐 쥐며 차갑게 웃었다.

부아아앙-

그 순간 그의 주변으로 검은 턱을 지닌 악마벌들이 몰려들었다.

시체에서 흐르는 피 냄새에 이끌린 녀석들은 매우 흥분한 상태였다.

백유현은 놈들을 흘끗 바라보더니 크게 외쳤다.

“모든 것을 씹어 삼켜라! 모조리 쓸어 버려!”

부아아앙-

그 말을 알아들었는지, 벌들이 미친 듯 사방으로 흩어졌다.

콰득! 콰직!

그리고 놈들은 시체에 달라붙어 살을 파먹고, 체액을 빨아먹었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놈들의 배를 채울 수 없었다.

놈들은 살아 있는 다른 먹잇감을 찾아 사방으로 날았다.

“크에에엑!”

살아 있는 몬스터에 달라붙은 놈들은 단단한 가죽을 찢고, 그 안으로 들어가 체액을 빨고 살을 뜯어 먹기 시작했다.

놈들의 침입을 허용한 몬스터들은 엄청난 고통에 휩싸인 채 미친 듯 몸부림쳤다.

악마벌은 그 이름 그대로 악마와도 같았다.

번쩍-

그 순간 저 멀리에서 또 한 번 검은 광채가 쏟아지듯 뿜어졌다.

그리고 그 광채에 휩싸여 수많은 몬스터들이 우수수 쓰러졌다.

- 와, 저 녀석 역시 대단한데?

- 리퍼, 우리가 뒤를 받칠 테니 걱정말고 전진해라!

백유현이 뚫은 길을 통해 일행들도 빠르게 진입했다.

좁은 통로와는 달리, 앞쪽의 큰 동공에는 엄청난 몬스터 무리가 몰려 들어 있었다.

- 허...이거 보기만 해도 질리는데?

- 라이플, 지원 사격 준비 완료됐습니다.

- 좋아, 라이플, 리퍼의 앞쪽을 좀 뚫어줘. 그리고 저기 보이지?

- 네...굉장한 놈이 있군요.

박성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무전을 날렸다.

- 그러니 백업 잘 해야지. 이제부터가 진짜일 테니까. 다들 집중해!

- 예, 대장!

팀원은 빠르게 포지션을 잡아나갔다.

라이플이 완벽한 장소를 찾아 몸을 숨겼고, 만약을 대비해 쉴더가 그 옆쪽에서 쉴드를 펼쳤다. 박성진은 리퍼, 백유현에게 몰려드는 몬스터들의 수를 조금이나마 줄여주기 위해서 강력한 도발을 썼다.

퐁- 퐁퐁-

거대한 동공 안의 허공에는 에피오네, 김수향이 띄운 수많은 물방울들이 떠 다녔다.

물방울들은 정확하게 목표를 향해 접근했고, 각종 버프를 걸어주었다.

덕분에 일행은 체력에 대한 걱정 없이 싸움을 할 수 있었다.

“강효!”

“하명하시옵소서!”

그리고 백유현 또한 저 멀리서 풍겨나는 거대한 기운을 느끼고 있었다.

그 기운이 있는 곳이, 그가 가야할 곳이라는 것 또한.

“뒤를 부탁해!”

“명을 받잡나이다!”

촤아앗!

“캬아악!”

강효와 문광이 바로 백유현의 옆쪽으로 달려가더니, 몰려드는 몬스터들을 모조리 베어내기 시작했다.

백유현은 그들 머리 위에 떠 있는 품(品)이라는 글자를 문득 바라보았다.

그들의 등급을 나타내는 글자.

백유현에게는 그들을 성장시킬 수 있는 권능이 있었다.

즉, 그들의 한계는 백유현이 정할 수 있다는 뜻.

‘조금만 고생해 줘.’

백유현은 바로 정면을 향해 달려 나갔다.

[남은 시간 : 04:24:21]

네 시간이 넘는 시간이 남아 있었지만, 백유현은 알고 있었다.

그것이 충분하지 않음을.

그리고 그 이유는 곧 알 수 있었다.

콰앙-

“캬아악!”

콰당탕!

또 한 번 요란한 폭발음이 들리더니, 수도 없이 많은 몬스터들이 나가 떨어졌다.

그리고 그 앞에 나타난 거대한 철문.

철문은 무척이나 오래 되었는지, 잔뜩 녹이 슬어 있었다.

철문은 두어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열려 있었고, 그 안은 시커먼 어둠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그 안에서 풍겨나는 음산함...

‘위험한 냄새야.’

시체가 썩어 코를 찌르는 냄새. 그리고 그에 뒤섞인 유황 냄새에 백유현은 눈살을 와락 구겼다.

- 리퍼, 철문 안으로 진입합니다.

이 철문이 왜 산의 내부에 있는지, 그리고 어떤 존재가 그 안에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백유현은 알고 있었다.

- 곧 따라가겠다!

- 예, 코드 원.

- 리퍼!

박성진의 무전이 울렸다.

- 네, 코드 원.

- 조심해라.

백유현이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예.

그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철문 안으로 보더니 성큼 들어섰다.

그리고 그는 알 수 있었다.

왜 시간이 부족했는지를.

‘음!’

지하로 나 있는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

그것도 그냥 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계단은 나선형으로 빙빙 돌며 아래로 끝없이 향하고 있었다.

그래서 시간이 부족한 것이었다.

그 계단에 가득한 몬스터들을 죄다 때려잡으면서 가야 했으니까.

그것이 아니면 아래로 내려갈 다른 방법이 없었다.

파앗-

백유현은 생각하지 않았다.

어차피 돌파해야 할 거, 바로 짓쳐 들어간 것이다.

콰쾅!

백유현이 휘두르는 두 자루의 검에 몬스터들이 떼로 쓰러져갔다.

“크와아악!”

수도 없는 몬스터들이 쓰러지는 가운데, 상당히 강해 보이는 몬스터들 몇이 백유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콰앙-

놈들은 인간형 몬스터로, 손에는 거대한 몽둥이를 쥐고 그대로 백유현을 향해 내리쳤다.

그 공격에 실린 파괴력은 무시무시했고, 계단이 통째로 뒤흔들릴 정도로 강했다.

하지만 백유현은 이미 놈들의 공격 범위 바깥으로 움직인 후였다.

“크와악!”

자신들의 공격이 빗나가자, 놈들은 더더욱 날뛰기 시작했다.

놈들이 몽둥이를 치켜들고 내리치려는 순간, 뭔가 매섭게 놈들의 목을 빠르게 스치고 지나갔다.

촤라라랏!

“끄륵...!”

콰당탕!

순간적으로 대여섯 마리의 정예 몬스터들이 그대로 쓰러졌다.

목이 깔끔하게 잘려 나가 있는 것이, 상당히 예리한 무기에 당한 듯했다.

백유현은 자신의 주변을 빙빙 돌고 있는 단창을 바라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단창의 위력이 이 정도였다.

하긴 암부에서 얻은 물건이니, 이 정도도 못하면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사신들! 어서 길을 뚫어라. 차사들도 최대한 빠르게 길을 뚫는다. 서둘러!”

그그극-

거대한 낫을 든 사신들이 움직이며 몬스터들과 엉켜 싸우기 시작했고, 강효를 비롯한 차사들도 재빨리 움직여 몬스터들 사이로 길을 뚫어내기 위해 혈전을 벌였다.

콰콰쾃!

그 사이를 백유현이 빠르게 가르고 지나갔다.

이 상황에서 가장 빠른 방법이었다.

백유현 단 한 사람만 지나갈 수 있게 길을 내는 것.

그 때였다.

“음머어어어!”

쿵-

갑자기 소 울음소리가 들리며 뒤쪽에 있던 문이 거칠게 뒤흔들렸다.

그 소리를 들은 백유현은 뒤를 돌아보았다.

‘브라만!’

어디론가 사라져 있던 녀석이 이곳에 나타난 것이었다.

쾅- 쾅- 콰앙-

그리고 놈은 놀랍게도 거대한 철문을 그대로 박살내 버리며 등장했다.

“음머어어어!”

거칠게 한 번 울음소리를 토해낸 녀석은 바로 백유현의 전방을 향해 내달렸다.

콰앙- 콰콰쾅!

“키에엑!”

“끄에엑!”

브라만이 난동을 부리자, 계단에 있던 수많은 몬스터들이 짓눌려 죽고, 발굽에 짓밟혀 죽고, 뿔에 걸려 갈기갈기 찢겨 나가 죽어갔다.

“음머!”

그리고 브라만이 백유현을 향해 등을 내밀었다.

타라는 뜻이었다.

백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 위에 올라탔다.

놈이 있으면 이제 무서울 것이 없었다.

“가자, 브라만!”

“음머어어어!”

브라만은 두 눈에서 불꽃을 피워내며 내달렸다.

콰콰콰쾃!

콰아앙-

그 앞에 있던 몬스터들은 그야말로 추풍낙엽처럼 쓰러져갔다.

[남은 시간 : 04:01:24]

아직 갈길은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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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쿵-

콰앙-

얼마 뒤, 형편없이 박살나 쓰러진 철문 앞에 선 일행들은 어디선가 들려오는 공포스러운 소리에 움찔 몸을 떨었다.

“이거, 괜찮은 거겠지?”

“우리 꼬맹이 흰 소가 난동을 피우나 봐. 어머나, 귀여워라.”

주세광은 인상을 찌푸렸고, 김수향은 미소를 지었다.

- 리퍼, 들리나?

치이이익-

그리고 박성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전이 끊길 거리가 아닌데 백유현과 연락이 닿질 않는다.

‘깊은 지하여서 그런가 보군.’

그는 몰랐다.

그 ‘깊은’ 이라는 진정한 뜻을.

“가자. 리퍼 혼자 싸우고 있으니.”

“예, 앞장 서겠습니다.”

주세광이 방패를 들고 앞장 섰다.

그리고 어둠 속에 어슴푸레 보이는 광경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그 안에는 지옥이 펼쳐져 있었다.

피떡이 되어 나자빠져 있는 수많은 몬스터들...

어떻게 당했는지 한 군데 성한 곳이 없이 쓰러진 놈들의 시체가 가득했다.

그 광경은 아래로 갈수록 더욱 심해졌다.

거대한 돌덩이에 짓눌려 죽은 듯, 내장이 다 터져 죽은 놈들은 예사였고 아예 ‘육체’ 였었다는 희미한 증거만을 남긴 채 사라져 버린 놈들이 부지기수였다.

브라만의 짓임을 알아 차린 주세광은 쓰게 입맛을 다셨다.

“그 소, 진짜 무섭네. 사료라도 좀 사다 줘야 할까봐.”

쿠웅-

그 때, 아래서 또 한 번 둔중한 울림이 전해졌다.

‘그 소’는 아직도 난동을 부리고 있는 중이었다.

“어서 가자고.”

“예.”

그들은 아래로 내려갔다.

끝도 없이 뻗은 지하의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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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앙-

와지직! 빠직!

“음머어어어어!”

브라만은 여전히 날뛰고 있었다.

이미 지하로 내려온 지도 상당한 시간이 흘러 있었지만, 몬스터들의 수는 줄어들지 않았고 브라만도 지치지 않았다.

그러니 이런 요란한 광경이 계속 이어지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뭔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백유현은 느끼고 있었다.

‘보다 강해졌어...!’

그리고 사신들이 자리에 멈춰 있었다.

놈들은 허공에서 다 찢어진 옷깃을 너울거리며 고장난 로봇처럼 서 있었던 것이었다.

명령을 내려도 요지부동.

아예 그렇게 박제된 것처럼 전혀 움직임이 없었던 것이었다.

“강효. 왜 이러는 것 같아?”

차사인 강효나 문광, 또 다른 차사들은 그런 모습이 아니었다.

강효도 눈살을 살짝 찌푸린 채 대답했다.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전부터 기이한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뭔가, 음산하고 기분 나쁜 것이 옭아매는 듯...”

백유현도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랬다.

차사인 강효는 그것을 더욱 예민하게 느낀 듯했다.

‘이 아래...뭔가 있다.’

남은 시간은 두 시간여.

백유현은 여기까지 온 것이다.

그는 잠시 아래쪽을 노려보더니 말했다.

“가자, 강효.”

“존명.”

그들은 다시 움직였다.

뭔가 있는 듯, 불길한 기운이 느껴지는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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