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잡고 폭렙업-112화 (112/166)

112. 산 속

[땅의 정령왕, 노라스]

[대지와 땅의 모든 권능을 가졌습니다]

[고대용과의 계약에서는 서로 ‘동등’한 관계]

[당신의 요청을 들을지, 아닐지는 노라스의 선택입니다]

“인간.”

노라스가 백유현을 보며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오랜만이네. 인간과 직접 대면하는 건.”

“반갑군요. 왕이시여.”

백유현은 노라스에게 예의를 갖췄다.

노라스가 고개를 까딱하더니 말했다.

“뭘 알고 싶은 것이 있나본데? 그 여자 말하는 건가?”

“맞습니다. 페르세포네의 행방을 알고 계십니까?”

노라스가 혀를 찼다.

“쯧, 하데스 그 녀석은 칠칠치 못하게 왕비까지 납치당하고 무슨 망신이람. 뭐, 좋아! 이걸로 녀석에게 빚을 지울 수 있게 되었으니.”

노라스는 손가락을 튕겼다.

파앗-

[땅의 정령왕, 노라스가 업무를 할당합니다]

[땅의 정령왕, 노라스 : 여자를 찾아와라]

[임무 완료 조건 : 페르세포네 구출]

[임무 완료 보상 : 신체 능력치 25, 다 낡은 곡괭이, 카오스 루비]

[노라스의 의뢰를 받으시겠습니까?]

[제한 조건 : 임무 완수 기간은 여섯 시간입니다]

[타임 어택 미션입니다]

[남은 시간 05:59:57]

[임무 정보 : 노라스가 페르세포네를 찾아내라고 한다. 남은 시간은 6시간. 그 안에 그녀를 찾아내야 한다]

‘타임어택!’

시간이 없다.

백유현의 표정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노라스가 툭- 내뱉었다.

“서둘러야 할 거야. 그 여자, 곧 죽어.”

백유현은 노라스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노라스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저기. 그 이상은 ‘그 놈’의 이상한 힘 때문에 알려줄 수가 없어. 어쨌든 얼른 구해와. 나도 하데스에게 잘난 척 좀 해보자.”

“왕...멋...멋있다!”

그 때, 옆에 있던 땅의 정령이 두 손을 맞잡으며 노라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노라스는 살짝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백유현은 속으로 피식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하지만 그는 바로 생각에 잠겼다.

‘이 일, 보통 일이 아니야!’

하데스가 괜히 임무를 준 게 아니었다.

불멸자인 그는 이미 뭔가를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

사실, 멀린이 아니었다면 정령왕 노라스를 만날 일도 없었을 테고, 그랬다면 이번 임무는 훨씬 더 어려웠을 것이다.

다행히 노라스를 만나 그 난이도가 대폭 낮아진 것이지만 그래도 어려운 것은 어려운 것.

게다가 타임 어택 임무다.

남은 시간은 불과 얼마 남지 않았다.

“대장님. 도와주실 수 있어요?”

“응? 당연하지. 뭘 해주면 되냐?”

백유현은 야산을 가리켰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해 보이는 산이었다.

하지만 그곳을 바라본 일행들의 표정들은 대번에 굳어졌다.

심상치 않은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음을 눈치챈 것이다.

“무시무시한 곳인데? 손 맛 좀 보겠어?”

주세광이 손목을 풀며 나직하게 말했고, 다른 일행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임무인지는 알 필요가 없을 것 같고...다들 준비됐지? 여기까지 온 김에 유현이 좀 도와주고 가자.”

“당연한 말씀! 안 그래도 아까 일이 너무 빨리 끝나서 심심하던 차입니다. 하하!”

“저도요. 영국까지 왔는데 좀 놀다 가야죠!”

박성진의 말에 일행들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타임 어택입니다. 남은 시간은...다섯 시간 오십 구 분 정도. 미리 사과드릴게요.”

타임 어택이라는 말에 일행들이 흠칫 표정이 굳어졌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더 재밌겠네. 어서 가죠! 여기서 이럴 시간 없겠는데!”

주세광이 서둘렀다.

“그래, 우리 꼬맹이 애간장 다 녹겠네. 서두르자고.”

느긋한 성격의 김수향까지 나섰다.

“좋아, 목표는 저 야산이다. 최대한 빠른 속도로 이동한다. 유현이는 임무 수행에 필요한 정보가 있으면 즉각 공유하고. 출발!”

일행은 빠르게 움직였다.

“다녀와라, 인간. 여기서 지켜보고 있을 테니. 몇 놈 붙여 주마.”

노라스는 땅의 정령, 노움을 몇 붙여 주었다.

“고맙습니다.”

백유현은 고개를 꾸벅 숙여 보이고는 야산을 향해 내달렸다.

콰콰콰쾃!

그런데 노움들은 땅을 파고 들어가면서 바로 백유현의 뒤를 따라붙었다.

“어떤 놈인지도 확실히 알아봐 오고!”

노라스의 말에 백유현이 살짝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파앗-

그리고 그는 야산으로 향했다.

어딘가 모르게, 매우 불길한 기운이 물씬 흘러 나오고 있는 그곳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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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느낌이 잘못된 게 아니었군. 이 산, 뭔가 있어!”

“그러게요.”

주세광과 박성진이 말을 나누는 사이, 백유현은 와락 표정이 구겨진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사신...!’

그를 둘러싼 주변에는 기이한 현상이 펼쳐져 있었다.

기다란 낫을 들고 있는 사신(死神)들과 백유현을 따르는 차사들이 서로 대치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사신들이 원래 이곳에 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들은 백유현이 페르세포네의 행방을 알아낸 직후부터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눈앞에 떠오른 하나의 창.

[하데스의 명으로 사신들이 당신을 호위합니다]

[사신들은 일시적으로 당신의 명령에 복종합니다]

[주의 : 저승차사들과의 충돌이 우려됩니다]

‘명부와 헬...영역이 겹치다보니 이런 일도 일어나는구나.’

백유현은 지금 이 상황을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그는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같은 편이다. 적대하지 마.”

강효와 문광이 미간을 찌푸린 채 잠시 머뭇거리다가 곧 백유현에게 고개를 숙였다.

“명을...받잡나이다.”

하데스와 염라의 사이도 이럴까?

아무튼 차사와 사신들의 대치는 백유현의 중재로 일단 풀렸다.

하지만 두 집단 사이의 기류는 여전했다.

차사들은 사신들을 못마땅하게 보고 있었고, 사신들도 언제고 낫을 휘둘러 차사들을 공격하려는 의도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 참.’

싸움은 나지 않을 테지만, 이렇게 되면 골치가 아파진다.

서로가 서로를 견제해서 좋을 건 없으니까.

‘아, 그러면 되겠네.’

그러다 문든 한 가지 생각을 떠올린 백유현은 두 집단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지들 말고 싸움은 화끈하게 해보자. 이 앞에 있는 망령들을 누가 더 많이, 더 빨리 잡는지 내기 해보는 건 어때?”

사신의 우두머리인 듯한 검은 백골이 이쪽을 바라보았다.

강효 역시 마찬가지였다.

“소주, 그런 것이라면 저 따위 놈들에게 밀릴 이유는 전혀 없지요. 받아들이겠습니다.”

검은 백골이 강효를 노려보더니 음산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대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다. 저런 약해 빠진 것들에게 질리는 없으니까.”

백유현이 어깨를 으쓱였다.

이제 겨우 둘 사이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차츰차츰 사라지기 시작한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좋아, 시간 없으니 바로 진입한다. 강효, 선봉으로, 문광, 너는 후미를 맡아. 차사들은 진(陣)을 펼쳐 양옆을 방어하고, 사신들은 알아서 해.”

“존명!”

펄럭-

차사, 강효가 선두에 섰고 나머지 차사들과 사신들도 자리를 잡았다.

“대장님, 진입합니다. 문은 저기입니다.”

백유현은 수풀이 울창하게 우거진 한쪽을 가리켰다.

귀문(鬼門).

보통 일반인들에게는 전혀 보이지 않는 비밀의 문이었다.

하지만 귀안이 트인 백유현에게는 분명히 보였다. 수많은 망자들이 그 주변에 우글거리고 있는 것을.

콰앙-

백유현은 그 귀문을 열어 재꼈다.

지금 열릴 시간은 아니었지만, 백유현은 강제로 열어 버린 것이었다.

그것이 유일한 출입구였으니까.

강효는 이미 진입해 있었고, 끊임 없이 정보를 보내왔다.

파앗-

그 뒤를 일행도 뒤따라들어갔다.

산은 또 한 번 모든 이들을 삼키고, 침묵을 지켰다.

사방에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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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앗-

콰지직! 콰앙!

“키에에엑!”

“캬아악!”

산(山).

밖에서 볼 때는 낮고, 작아 보이던 그냥 그저 그런 야산이었다.

그런데 안에 들어서니 웬걸, 이건 아수라장은 저리가라 할 정도로 엄청난 광경이 벌어졌다.

- 쉴더! 왼쪽 놈들 끌어내! 네가 잡고 있어야 한다! 라이플! 지원 사격은?

- 쉴더, 접수! 이런, 제길! 너무 좁아서 움직이기도 힘드네! 에피오네, 내 옆으로! 라이플, 조준 되겠어?

그런데 천무현은 처음으로 매우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산 내부는 마치 거대한 미로처럼 이뤄져 있었다. 그런데 더욱 문제는 시야가 완전히 가려져 있었고, 운신할 수 있는 폭이 좁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조준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여기서 탄환을 쐈다간, 피해가 아군에게도 고스란히 미칠 수 있다는 게 더욱 문제였다.

잘못했다가 주변의 벽이 충격을 받으면, 그대로 무너져 내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 시야가 안 나옵니다! 이런! 핸드 건으로 전환해야겠어요!

권총과 비슷한 크기와 외형을 지닌 핸드 건.

당연히 라이플보다는 훨씬 그 파괴력이 떨어지지만, 이런 좁은 곳 안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콰아앙-

“크윽!”

그 때, 박성진이 있던 앞쪽에서 엄청난 충격파가 몰아닥쳤다.

- 코드 원! 괜찮습니까!

- 제길, 이 앞쪽에는 놈들이 바글거리고 있다! 이러다가 피해는 피해대로 다 입고 뚫지도 못하겠어!

메인으로 보이는 길은 일직선으로 쭉 뚫려 있었지만, 옆으로 무수하게 나 있는 길을 통해 몬스터들이 계속해서 공격을 가하고 있는 상황.

게다가 너무 좁은 길이 일행들에게 너무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전장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 펼쳐졌기 때문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이쪽에서는 좁은 길로 나갈 수밖에 없는데 박성진의 바로 앞에서부터 넓게 펼쳐진 거대한 공간이 있어서 밀고 나가기도 쉽지 않았다.

그 공간 가득 몬스터들이 바글거렸기 때문이었다.

- 크으, 리퍼! 시간은 얼마나 남았어!

가장 문제는 바로 이것.

타임 어택이라는 점이었다.

시간이 초과되면 노라스의 임무가 실패로 돌아가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페르세포네가 죽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하데스가 또 어떻게 나올 지 모를 일이다.

백유현은 남은 시간을 확인하고는 표정을 와락 굳혔다.

- 다섯 시간 삼십분 남았습니다.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 제가 나서겠습니다.

선봉에 섰던 강효도 이미 뒤로 밀려난 지 오래다. 그는 죽어라 몬스터들을 베어내며 전진했지만, 적의 수가 워낙 많아 백유현이 도로 불러들인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승부를 걸어야 할 때였다.

언제까지 여기서 뭉그적거릴 수는 없었으니까.

- 알겠다.

박성진도 차츰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지형이 워낙 불리해서 이렇게 가다간 꼼짝없이 전멸할 수도 있는 분위기였다.

빠른 판단이 필요했다.

파지직!

콰르륵!

백유현은 간장과 막야를 꺼내들며 앞으로 나섰다.

부우웅-

그의 곁에는 악마벌들이 떠올라 있었다.

다섯 마리의 유충에 불과했던 놈들이 어느새 수가 엄청나게 불어 있었다.

“가볼까?”

철컹-

그의 등 뒤에 매달려 있던 단창 역시 살기등등한 기세로 허공에 떠올랐다.

“도와주마.”

그리고 척준경.

그 역시 백유현의 몸속에서 빠져나와 두 개의 검을 들고 서 있었다.

백유현은 씩 웃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는 끝났다.

- 길을 트겠습니다.

파앗-

그리고 그가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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