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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잡고 폭렙업-110화 (110/166)

110. 정령 비비안

콰앙-

검이 떨어져 내렸는데 폭발음이 사방을 뒤흔들었다.

“크윽!”

그리고 그 앞에 서 있던 백유현의 몸도 뒤로 주르륵 밀려나 있었다.

그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거대한 힘이었던 탓이었다.

[스페셜 퀘스트]

[조셉 : 급합니다! 어서 진노한 아서 왕을 제압하세요]

[임무 완료 조건 : 아서 왕 제압]

[임무 완료 보상 : 신체 능력치 5, 엑스칼리버의 칼집, 비비안의 눈물]

[조셉의 의뢰를 받으시겠습니까?]

[제한 조건 : 임무 완수 기간은 하루입니다]

[임무 정보 : 조셉이 다급히 퀘스트를 의뢰했다. 진노한 아서 왕을 제압하면 뭔가를 주려는 모양이다]

‘이건 무슨!’

분명 지금 눈앞의 아서왕은 망유계의 망자들에게 당해 부활한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엄청나게 진노하고 있었고, 불멸자들에게는 물론, 알파 팀에게도 적개심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이유가 뭘까?

그리고 이어진 조셉의 스페셜 퀘스트.

백유현은 일련의 과정에서 이번 일을 반드시 해결할 필요성을 느꼈다.

“크오오오!”

그 순간에도 아서 왕은 백유현을 향해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명검, 엑스칼리버를 높이 치켜들며 백유현을 향해 또 다시 내리찍으려 했다.

‘죄송하지만...’

순간 백유현의 두 눈이 매서운 빛을 발했다.

‘당신을 막아야 할 것 같네요.’

파지직!

콰르륵!

간장과 막야에서 거대한 뇌전과 화염이 솟구쳤다.

그리고 백유현의 전신에서도 엄청난 기파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사력(死力).

앞으로 몇 분간, 백유현을 강력하게 만들어줄 절대적인 힘.

콰앙-

이번에도 간장과 막야, 두 쌍검과 엑스칼리버가 요란하게 충돌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백유현이 밀려난 것이 아니었다.

“커으!”

오히려 엑스칼리버를 내리친 아서 왕의 몸이 살짝 흔들렸던 것이었다.

파각-

백유현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땅을 박찼다.

번쩍-

그리고 그의 신형이 아서 왕의 근처에 이른 순간, 검은 광채가 번뜩였다.

쩌엉-

그와 동시에 아서 왕이 바로 균형을 잡더니 엑스칼리버로 공격을 막아냈다.

촤라라랏!

그 때였다.

세 자루의 검이 교차하며 공방을 주고받는 사이, 갑자기 백유현의 등 뒤에서 뭔가 불쑥 솟아오르더니 그대로 아서 왕을 덮쳤다.

퍼퍼퍼퍽!

단창.

암부에 가서 얻었던 단창이 사납게 주변을 헤집고 다니면서 아서 왕을 공격한 것이었다.

콰콰쾃!

그 때, 백유현은 순간적으로 온 몸이 화끈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 리퍼! 피해!

거대한 화염구가 이글거리며 날아들고 있었던 것이었다.

콰아앙!

“크억!”

그런데 화염구는 백유현을 바로 덮치질 못하고 중간에 소멸했다.

화염구와 백유현 사이에 누군가 끼어들었던 것이었다.

작은 방패를 들고 있는 한 사내.

그는 시커멓게 그을린 채 한쪽 무릎을 꿇고 전방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를 악물고 있는 것으로 보아, 상당히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였다.

“세광이 형!”

주세광이었다.

그는 애써 웃어 보이며 더듬거리듯 말했다.

“허, 시펄, 멀린 저 영감탱이 힘 한 번 오지게 좋네. 차원이 달라!”

퐁-

그 순간 그에게 물방울 몇 개가 날아와 톡톡 터졌다.

파스스스-

희뿌연 빛이 뿌려지며, 주세광의 온 몸에 생겨난 화상 자국들이 점차 아물기 시작했다.

김수향의 권능이었다.

“읏차! 저 영감탱이는 나에게 맡기고, 넌 아서를 맡아라. 둘 다 맡는 건 진짜 무리라고 본다.”

쿠아아앗!

그런데 뒤에서 갑자기 엄청난 소리가 들리더니, 새하얀 빛이 뿜어져 나왔다.

주세광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성진이 형님까지 나섰구먼. 어서 가! 기사답게 일대 일로 싸우라고 판 만들어 주는 거니까. 엇, 저 영감탱이 또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주세광이 눈살을 와락 구기며 바로 앞으로 달려 나갔다.

콰아앙-

그리고 그에게 다시 한 번 불덩이가 날아들었고, 주세광은 뒤로 주르륵 밀리면서도 그 공격을 막아냈다.

“어서 가! 아서 왕을 잡아야 이 모든 게 해결될 거 같으니까!”

백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팀원들은 지금, 그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애를 쓰고 있었다.

아서 왕의 기사들과 검사들은 박성진이, 멀린은 주세광이...

그리고 김현성과 천무현은 몰려드는 불멸자들을 막아내고 있는 상황.

그들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백유현을 믿어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반드시 아서 왕을 막아낼 거라 믿으면서.

부웅-

아서 왕이 또 한 번 검을 휘둘러 왔다.

그의 공격은 매우 날카롭고, 무시무시한 파괴력이 실려 있어서 백유현조차 감히 함부로 대할 수 없을 정도였다.

파각-

백유현은 옆으로 몸을 날려 공격을 피해냈다.

그리고 엑스칼리버가 스치고 지나가는 순간, 백유현의 신형이 마치 화살처럼 아서 왕을 향해 쏘아져나갔다.

콰짓!

그리고 그의 손에 들린 간장과 막야가 묘한 귀신울음을 토해냈다.

‘걸렸어!’

촤앗!

아서 왕의 단단한 뼈를 간장과 막야가 사납게 파고 드는 것을 느낀 것이다.

백유현은 힘을 다해 두 검을 올려그었다.

“캬하악!”

불의의 일격에 아서 왕이 크게 휘청거렸다.

백골만 남은 그였지만, 간장와 막야에 실린 힘에 제대로 타격을 받은 것이었다.

게다가 백유현에게는 공격을 성공시키면 타격 대미지까지 들어가는 권능이 있었기에 백골 상태의 아서 왕에게는 치명적이었다.

허리를 꺾는 아서 왕을 향해 백유현은 다시금 달려들었다.

그가 노린 것은 아서 왕의 손에 들린 거대한 검, 엑스칼리버!

파각!

하지만 대놓고 그 검을 노린 것은 아니었다.

백유현은 아서 왕의 손목을 노려 정확하게 쳤고, 아서 왕은 고통스럽게 몸부림을 치면서도 엑스칼리버를 놓지 않았다.

“하앗!”

파각-

그렇다고 해서 공격을 포기할 백유현이 아니었다. 그는 두 개의 검을 휘두르며 바로 아서 왕을 공격해 들어갔다.

“크하아악!”

쨍그랑-

또 한 번 아서 왕의 몸이 활시위처럼 휘어졌다. 강력한 공격 한 방에 그는 급기야 손에 들고 있던 검을 놓치고 말았다.

엑스칼리버가 없는 아서 왕은 그 힘이 반감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의 상대는 바로 백유현.

무간지옥에서 수많은 전투를 해온 싸움꾼이었다.

촤앗! 파각!

기회를 잡은 백유현은 사방으로 미친 듯 움직이며 아서 왕을 베어나갔다.

촤앗!

쿠웅-

그리고 어느 순간 간장이 허공을 베어내자, 아서 왕이 두 무릎을 꿇었다.

“크하아...”

아서 왕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후우...늦을 뻔했군요.”

그리고 누군가 백유현 옆에 나타났다.

“조셉!”

조셉은 그답지 않게 표정이 매우 진지하게 굳어 있었다.

“아서 왕을 제압하지 못했더라면, 정말 큰 일이 벌어졌을 겁니다. 다행이네요. 이제 곧 수습될 테니까.”

파앗-

그리고 아서 왕의 눈앞에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새하얀 빛으로 감싸인 존재였다.

상당히 오래된 옛 복식을 갖춘 여인.

조셉이 그녀를 보더니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정령...비비안.”

비비안이라는 말에 백유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비비안이라고?”

조셉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 여인이 바로 아서 왕을 아서 왕답게 만든 정령, 비비안이죠. 그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한 존재...”

비비안이 나타나자 아서 왕 역시 상당히 놀랐는지, 움찔 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아서 왕의 기사들이나 멀린 역시 공격을 멈추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 아서. 그대는 왜 안식하지 못하고 있나요.

비비안의 음성은 마치 옆에서 속삭이는 것처럼 마음에 전해져왔다.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아서 왕 역시 목소리를 내었다.

백골 상태인 그인지라 육성(肉聲)은 아니었고, 비비안처럼 상념(想念)으로 전해지는 것이었다.

- 내 서약이 깨졌기 때문이다.

비비안이 아서 왕에게 다가가 그를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 당신의 왕국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이곳 아발론만이 당신의 안식처이거늘...

- 내 왕국은 사라졌다 해도, 내 백성들은 여전히 살아 움직이고 있다. 그 백성들이 외치는 소리가 들리지 않느냐?

- 그들을 구원할 존재들은 이미 예비되어 있어요. 저기 보이는 저 아이처럼.

비비안의 손가락이 정확하게 백유현을 향해 있었다.

아서 왕 역시 백유현을 흘끗 바라보더니 말을 이었다.

- 그 아이에게는 그 아이의 할 일이, 내게는 내 할 일이 있을 뿐이다. 내 백성을 수호하는 것이 곧 나의 임무. 내 서약은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니...

- 당신은 그 동안 그 생각으로 안식에 들지 못하고 있었군요. 가엾은 사람.

비비안이 아서 왕에게 다가가 그를 안아주며 말했다.

- 수천 년이 지났음에도 하루도 편히 잠들어 있지 못했었군요. 하루, 하루가 지옥인 악몽에서 당신은 그렇게 고통스럽게 살아가고 있었군요. 남겨두고 떠나온 백성들을 걱정하며.

아서 왕은 말이 없었다.

대신 비비안의 말이 이어졌다.

- 진노를 푸세요. 분노가 눈을 가려 당신은 당신의 소중한 사람들을 죽일 뻔 했어요. 당신의 적은 저들이 아니라...당신의 백성들을 괴롭히고 있는 ‘그들’. 그들에게 진노하고, 격노하세요. 예전, 당신의 적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아서 왕이 다시금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 한참 후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백유현을 향해서였다.

- 아이야, 미안하구나. 내 그릇된 분노로 너와 네 동료들을 해할 뻔 했으니. 멀린, 당신도 분노를 거두시오. 우리의 분노는 잘못된 것이었소.

철컹-

그리고 아서 왕은 땅에 떨어진 엑스칼리버를 집어 들었다.

콰콰콰콰쾃!

그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크윽!’

엄청난 힘이 아서 왕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왔던 것이었다.

그것은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힘!

‘이, 이것이 아서 왕의 진정한 힘!’

189.

192.

...

234.

아서 왕의 머리 위에 있는 레벨이 끝도 없이 올라가고 있었다.

이제까지 갓 부활한 불멸자들과는 달리, 아서 왕은 단 한 번의 깨달음으로 본래의 힘을 되찾아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콰아아앙-

그리고 그의 힘이 미친 듯 뿜어져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자욱하게 깔려 있던 안개가 순간적으로 사라졌고, 사방에서 날뛰던 불멸자들도 그 힘에 휩쓸려 모조리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현신(現身).

불멸자의 진정한 현신이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 뿐만 아니었다.

같은 불멸자의 반열에 올라 있던 멀린 역시 모습이 바뀌었다.

그 옛날, 수많은 적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그 때의 모습처럼.

대마법사 멀린.

그의 진정한 모습으로.

아서 왕의 기사들은 불멸자가 아니었지만, 아서 왕의 힘을 빌려 그들 역시 환골탈태했다.

강력한 불멸자의 군대가 완성된 것이다.

- 비비안. 그대 덕분에 그릇된 일을 하지 않게 되었다. 고맙구나.

비비안이 그를 보며 미소 지었다.

- 왕께서 현명하신 덕분입니다.

- 오랜 잠에서 깨어난 지금, 나는 서약을 지키려 한다. 내 나라를, 내 백성을 병탄(倂呑)하는 자들에 맞서 싸울 것이다.

“세상에...!”

아서 왕이라는 불멸자의 현신이 이뤄진 지금, 조슈아와 엘리자베스는 놀란 얼굴로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그’ 아서가 부활한 것이다.

그것도 강력한 존재들과 함께.

“그가 부활했다는 것은...”

그 때, 조셉이 나직하게 말했다.

그의 두 눈에는 더 없이 진중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앞으로 상황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얘기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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