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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잡고 폭렙업-109화 (109/166)

109. 아서 왕

“이, 이건 뭔가!”

조슈아가 크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역시 백유현이 공유한 귀안(鬼眼)으로 사방에서 몰려드는 영체들을 발견한 것이었다.

“저것들이 설마!”

박성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저 영체들이 바로 불멸자의 본체입니다. 육체에 빙의해 있다가 육체가 죽기 직전에 빠져나와 다른 육체를 찾아 빙의하게 되죠. 그 과정을 보지 못하니 피해가 컸을 겁니다.”

“이런! 이런 비밀이 있었다니! 한국은 그래서 빠르게 사태를 막아낼 수 있었군! 그런데 이건 어떻게 공유가 가능하단 말인가?”

“저 녀석의 특기죠. 귀신을 보는 눈을 가졌으니까. 놈과 계약한 불멸자의 권능으로 공유까지 가능한 모양입니다.”

“허, 놀랍군! 그런데 이건 너무 많은데? 우리 가지고 택도 없겠어! 지원 병력이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큰일이야!”

박성진이 씩 웃어 보였다.

“그건 두고 보시면 알 일입니다. 저희에게 맡기시죠. 같이 싸워 주시면 더 좋고요.”

“으음! 알겠네.”

조슈아는 여전히 놀란 얼굴이었지만, 반신반의하는 얼굴로 알파 팀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엘리자베스 또한 처음 겪는 상황에 상당히 당황한 얼굴이었다.

귀신을 볼 수 있게 되다니!

- 리퍼, 목표물을 포착했습니다. 공격을 시작합니다.

그 때 백유현의 음성이 무전을 타고 전해졌다. 박성진은 즉시 조슈아에게 주파수를 공유해주었다.

“시작되었군요. 그럼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조슈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는 지금 상황이 믿기질 않았다.

귀신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공유한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었지만, 저 수많은 영체들을 도대체 어떻게 상대한다는 건지!

‘아무리 미스터 킴이 있다고 해도 그건 무리...’

콰앙!

조슈아가 김현성을 떠올렸을 때, 갑자기 앞쪽에서 엄청난 폭음이 들렸다.

콰콰콰쾃!

콰드득!

그리고 그 폭발음은 거대한 후폭풍을 불러 일으켰다.

그 여파에 휩쓸린 영체들이 아우성을 치며 온 몸이 찢겨 나가는 것이 보였다.

“세상에...!”

조슈아는 입을 딱 벌렸다.

단 한 번의 공격에 수백에 달하는 영체들이 모조리 휩쓸렸다.

사실 지금 영체의 모습을 하고 있는 불멸자들은 지금까지 나타났던 강력한 불멸자들과는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놈들의 힘도 만만치는 않았는데, 한 번의 폭발에 수백의 영체가 그대로 녹아 버린 것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광경을 만들어낸 존재가 바로 소년, 백유현이라는 사실!

“어, 어떻게 저런 힘을...!”

백유현의 검을 받아보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런데 지금, 조슈아는 정말로 경악하고 있었다.

그는 첩보기관의 수장.

수많은 각성자들의 특성과 분석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지닌 자였다.

그런데 눈앞의 광경은 그가 여태까지 봐왔던 모든 것을 뛰어넘는 것이었으니...

‘미스터 킴을 이미 넘어섰어! 아니...오히려 미스터 킴이 상대가 안 될 정도...!’

조슈아는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까는 백유현이 일부러 힘을 뺐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조슈아도 130레벨 대의 강력한 각성자인데, 그 힘을 뺀 공격에 그의 손목이 하마터면 부러져 나갈 뻔한 것이다.

만약 백유현이 제대로 했다면...!

‘후우, 괴물이다! 미스터 킴만 경계할 문제가 아니었어!“

영국에도 로스차일드 가문에서 키워낸 괴물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 역시도 백유현에게는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김현성은 몰라도, 백유현은 이미 그들의 수준을 벗어나 있었으니까.

번쩍-

콰콰쾅!

그 순간, 다시 한 번 섬광이 번뜩이더니 폭발이 일어났다.

조슈아는 검은 섬광이 수백 갈래로 쪼개져 영체들을 덮치는 것을 보고는 입을 떡 벌렸다.

‘무시무시한 공격이다! 정말...무서울 정도야!’

일대 다의 싸움에서 가장 완벽하고도 깔끔한 공격이 펼쳐지고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저런 깔끔한 검술이 나올 수 있을까? 척준경의 존재를 모르는 조슈아로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파직!

콰쾅!

그리고 반대편에서도 강력한 공격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제까지 한국의 최강의 에이스라 불리던 사내, 김현성이었다.

그의 검에서 번뜩이는 번개는 영체들을 휘감으면서 몸을 갈기갈기 찢어놓았고, 영체들은 그에게 접근할 수조차 없이 소멸되었다.

리퍼와 소드 맨.

강력한 힘을 가진 두 딜러가 전장을 휘젓는 사이, 영체들은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달려들어도 두 사람은 좀처럼 잡히질 않았고, 오히려 피해는 이쪽이 더 크게 입고 있었으니까.

“캬아악!”

타아앙-

괴성을 내지르며 겨우 접근해 들어간 영체들의 이마에는 순간적으로 구멍이 뚫렸다.

쐐애애앳-

콰콰콰콰쾅!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숨도 쉴 여유도 주지 않고 하늘에서는 불벼락이 떨어져 내렸다.

“케에에엑!”

“키에엑!”

천무현의 광역 공격에 영체들은 큰 타격을 입고 미친 듯 허우적댔다.

그 와중에 두 딜러는 더욱 날뛰며 영체들을 공격해 들어갔다.

육체가 파괴되어도, 영체들은 또 다른 육체를 찾을 시간조차 없었다.

단숨에 짓쳐든 두 사람의 검이 영체들을 베어내고, 찢어 버렸으니까.

“후우...한국에서 저런 괴물이 또 나타나다니...”

조슈아가 눈살을 찌푸리는 사이, 옆에 있던 엘리자베스가 검을 떨쳐 내며 앞으로 나섰다.

“질 수 없지요.”

그녀의 두 눈에서는 불꽃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호승심이 발동한 것이다.

조슈아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리 땅에서 멀거니 구경만 하고 있을 순 없지.”

그 역시 검을 단단히 쥐며 앞으로 나섰다.

사실 그는 이제야 박성진의 말이 이해가 갔다.

왜 자신들에게 맡기라 했는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순 없었다.

이곳은 영국.

자신들의 나라였으니까.

“하앗!”

엘리자베스가 땅을 박차고 앞으로 달려 나갔다. 조슈아 역시 두 눈을 빛내며 그 뒤를 따랐다.

파각!

촤앗!

그리고 그들 역시 영체들을 거침없이 도륙내기 시작했다.

영체가 보이지 않았던 이전과는 달리, 놈들이 보이기 시작하니 무력하게 당하지만은 않을 수 있었다.

삐삐삐삐-

그 때, 박성진의 E-와치에서 요란한 비프음이 울렸다.

방향은 엉뚱하게도 뒤쪽.

박성진은 눈살을 찌푸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수백에 달하는 그림자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 자식들, 수가 엄청 많은데요? 영국이라서 그러나?”

“그러게. 한국에서보다 훨씬 많은데?”

이상할 정도로 수가 많아 보였지만, 특색이 있겠거니 생각한 박성진은 방패를 들고 앞으로 성큼 나섰다.

“일단 막는다. 뒤는 내게 맡겨. 세광이는 앞쪽으로 가서 만일을 대비하고.”

“예!”

그 때였다.

쐐애애애앳!

콰앙-

“크윽!”

방패를 들고 가던 박성진에게 갑자기 거대한 화염구가 날아들더니 그대로 폭발했다.

박성진은 황급히 방패로 막아냈지만, 그 폭발력이 얼마나 강력했던지 방패와 함께 뒤로 크게 밀려났다.

“이건 무슨!”

이제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공격!

아무리 쉴드를 펼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로 그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공격은 드물다는 것을 생각해봤을 때, 상당한 힘을 지닌 불멸자가 나타난 것이 틀림없었다.

“캬아아아-”

콰앙-

“흐윽!”

그런데 더욱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갑자기 나타난 뭔가가 박성진에게 검을 휘둘렀는데, 그 단 한 방에 박성진의 몸이 크게 휘청거렸던 것이었다.

근력으로는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는 박성진이 힘으로 밀릴 정도.

‘이, 이건 도대체!’

수많은 공격을 받아왔던 박성진이다.

그런데 지금 이 공격은 여느 때와는 전혀 다른 공격이었다.

“캬아아!”

그 순간, 짙은 안개 속에서 그림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박성진은 놈들을 보는 순간 표정을 흠칫 굳혔다.

‘이 놈들은!’

놈들은 보통의 영체가 아니었다.

빙의된 상태는 맞으나, 살아 있는 인간에게 빙의된 것이 아니라는 뜻.

고대 켈트 족의 복장을 고스란히 갖춘 검사들과 창병, 그리고 기사, 궁병들이 모습을 드러냈던 것이었다.

그것도 다 썩어 백골조차 시커멓게 변색된 자들이.

그리고...

쐐애애앳!

콰쾅!

저 멀리서 불덩이를 쏘아대고 있는 존재.

하얀 로브를 입고, 머리칼과 수염도 새하얀 노인.

박성진은 순간 눈살을 와락 구겼다.

‘설마!’

“저 노인, 설마 멀린 아니야?”

멀린.

아서 왕의 오른팔이자, 그의 가장 강력한 수호자였던 마법사.

아서 왕의 보검, 엑스칼리버와 더불어 지금까지도 매우 신비하면서도 유명한 존재로 일컬어지는 자였다.

그런데 멀린의 상태가 이상했다.

두 눈에서 짙은 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고, 알파 팀 일행을 매우 적대시하는 느낌을 숨기지 않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캬아악!”

카앙-

촤앗!

“키에에엑!”

멀린 쪽의 기사들과 검사들이 앞으로 달려가더니 인간의 육체에 빙의한 불멸자들을 베어버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

그 중간에 있던 박성진은 놀란 표정이 되었다.

‘뭐야?’

이제까지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 코드 원, 조심...!

그 순간, 박성진의 머리 위로 뭔가가 떨어져내렸다.

휘이잉-

카앙-

그리고 누군가 그의 앞을 가로막으며 스쳐 지나갔다.

파가가각-

그런데 박성진을 공격하던 힘이 얼마나 강했던지, 박성진을 막아선 그림자 또한 크게 밀려나는 것이 보였다.

“백유현!”

두 손에 간장과 막야를 들고 있는 그는 백유현이었다.

“조심!”

그런데 백유현은 다시금 다급히 외치며 박성진의 앞쪽으로 달려들었다.

카앙-

“흐윽!”

또 한 번 백유현이 크게 휘청거리며 옆으로 밀려났다.

그의 앞에는 거대한 해골 하나가 서 있었다. 머리에는 황금빛 왕관을, 그리고 어깨에는 자줏빛 망토를 두른 기사였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가 들고 있는 검이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예사롭지 않아 보이는 검. 거대한 칼날에, 당당해 보이는 손잡이. 크게 박혀 있는 붉은 보석.

백유현은 그 검의 이름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엑스칼리버...!’

엑스칼리버.

전설의 검 중 수위를 다투는 명검.

로스차일드 가문에서 엑스칼리버를 발견했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지금 눈앞의 엑스칼리버는 누가 봐도 진짜였다.

“허...설마!”

뒤늦게 달려온 조슈아가 눈살을 찌푸리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 역시 알아본 것이다.

엑스칼리버가 등장했다.

그렇다면 그것을 들고 있는 자는 자연스럽게 한 명으로 귀결된다.

“아서 왕...!”

알파 팀도, 조슈아와 엘리자베스도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아서 왕과 멀린이 부활하다니!

그런데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부활한 아서 왕과 멀린이 불멸자들을 공격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들을 따르는 기사와 검사들이 얼마나 강했던지, 불멸자들도 속수무책으로 뒤로 밀려나고 있었다.

‘망유계의 망자들이 아니야!’

백유현은 이 사태의 핵심을 정확하게 꿰뚫어보고 있었다.

지금 눈앞의 아서 왕과 멀린은 그들 자신이 스스로 부활한 불멸자들이었다.

그런데 왜 저리 분노하고 있을까?

그 생각을 하는 사이, 아서 왕이 다시금 엑스칼리버를 높게 드는 것이 보였다.

백유현은 그 앞에 서서 간장과 막야를 단단히 그러쥐었다.

부활한 아서 왕은 절대 만만히 봐서는 안 되는 존재였다.

콰앙-

그리고 엑스칼리버가 떨어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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