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잡고 폭렙업-106화 (106/166)

106. 불멸자 영체

콰쾅!

쿠웅-

“꺄아아악!”

“으아악! 사람 살려!”

서울은 쑥대밭이 되어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불멸자’.

그것도 본체로 나타난 것도 아니고, 사람들에게 빙의한 형태로 출몰해서 재난대응경고를 울릴 새도 없었다.

“막아! 모조리 소멸시킨다!”

노블레스 멤버스 특별비상대응팀에서 재빨리 대응에 나섰지만, 숫자가 워낙 많았다.

인간에게 직접 빙의하여 불멸자의 힘을 내는 이런 현상은 이제까지 처음 겪는 것으로, 노블레스 멤버스 본부에서도 그 대책을 논의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한 가지 특성이 곧 발견되었다.

“꺄아아아!”

퍼퍼펑!

빙의한 불멸자 형(形) 영체들의 힘을 못 이기고 강서구 지역 주민들의 육체가 터져 나가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으아아악!”

“사, 살려줘!”

육체가 터져나가는 순간, 영체들은 순식간에 다른 육체로 옮겨갔지만, 분명 그 사이에는 빈틈이 발견되었던 것이었다.

부아아앙-

끼이익-

그 때, 혼란의 도가니가 벌어진 상황에 한 대의 자동차가 도착했다.

“알파 팀이다!”

“알파 팀이 도착했다!”

노블레스 멤버스 특별비상대응팀에서도, 일반 시민들의 입에서도, 멀찌기 떨어져서 이 상황을 보도하고 있는 기자들 사이에서도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대한민국 치우, 알파 팀.

그 이름이 갖는 묵직한 무게감은 엄청난 것이었으니까.

수차례의 토벌을 겪으며, 대한민국 내에서는 알파 팀의 존재가 독보적으로 떠올라 있었다.

“이제부터는 알파 팀에서 통제합니다. 접근을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박성진의 말에 특별비상대응팀도 뒤로 물러났다.

자존심 강한 그들이 그렇게 말을 들을 정도면, 알파 팀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었다.

보도진과, 시민, 특별비상대응팀까지 뒤로 물린 박성진이 백유현을 바라보았다.

“자, 여기까진 네가 말할 대로 했다. 그 다음은 어떻게 해야 되지?”

백유현은 이곳까지 오면서 박성진에게 몇 가지를 요청했고, 그 중 하나를 박성진이 들어준 것이었다.

“빙의자들의 특성을 보니, 육체를 오가는 도중에는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 같아요. 그 점을 노리면 될 것 같습니다.”

“음...”

“그리고 어차피 주민들의 육체는 죽은 것이나 다름없어요. 게다가 차사들조차 접근하지 못할 정도로 이 근처는 아수라장이라...갈 길을 잃은 영혼들이 다른 영체에게 잡아먹히고 있어요. 주민들의 피해는 생각 말고 얼른 이 근처를 정리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되네요.”

“그게 네 판단이다?”

백유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여기 오기 전에, 차사들을 보내서 미리 상황을 파악하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명부에서의 정보까지 규합한 후 내린 판단이었다.

분명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고, 지금 그 일 때문에 상당한 혼란이 일어난 상황이었다.

그의 결론은 단 하나.

제노사이드(genocide, 말살).

결단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이곳 강서구의 모든 주민들을 모조리 죽여야 했다.

이미 그들의 육체는 빙의된 순간 죽었고, 영혼들은 구천을 떠도는 신세.

그것도 다른 영체들에게 잡아먹히며 소멸되는 영혼이 태반이었다.

영혼이라도 얼른 구해내려면 이 일대를 모조리 정화시키는 것이 먼저였다.

박성진이 백유현의 두 눈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백유현도 그를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럼 귀안(鬼眼)을 열게요.”

귀안을 공유하는 권능을 가진 백유현이다.

알파 팀과 특별비상대응팀 일부에게는 그 권능 공유가 가능하다.

“좋아. 특별비상대응팀에서 두 개 팀이 지원하기로 했다. 귀안이라는 거, 저번처럼 귀신들을 볼 수 있게 되는 거지?”

박성진은 어디론가 무전을 하더니 이내 돌아와서 백유현에게 말했다.

“네. 이 세상에서 볼 수 없는 존재들을 볼 수 있게 되는 거죠.”

“후우, 저번에도 충격적이던데 이번에는 오죽하려나...”

주세광이 긴장한 듯 혀로 입술을 축이며 말했다.

하긴 아무리 각성자라고 해도, 기괴한 모습의 귀신들을 보는 것은 적응이 안 될 수도 있었다.

백유현은 살짝 웃어보이며 말했다.

“시작합니다.”

주세광을 비롯한 팀원들이 긴장이 역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준비됐어!”

파아앗-

백유현은 두 손가락을 들어 자신의 눈에 가져다 댔다.

그러자 새하얀 빛이 뿜어지며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아앗!”

“크윽!”

몇 번 겪어본 알파 팀은 그나마 억지로 참고 있었지만, 귀신들을 처음 보는 특별비상대응팀 소속 각성자들은 구역질을 하거나, 눈을 돌리거나 하며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그 때, 그들의 귓가에 무전이 전해졌다.

- 집중하세요. 똑바로 바라보셔야 됩니다.

백유현이었다.

- 눈앞에 보이는 저것들을 죽이지 못하면, 이 사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아요. 알겠습니까?

그 말에 특별비상대응팀의 각성자들이 이를 악물고 정신을 차리려 애를 쓰기 시작했다.

- 알파 팀이 앞장서겠습니다. 대응팀은 뒤를 따라오며 처리하세요.

박성진의 굵직한 목소리가 이어 전파를 탔다.

각성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 알겠습니다. 바로 따르겠습니다.

터미널에서 온갖 몬스터들을 봤지만, 이런 귀신 떼는 처음이라 그들 표정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도 산전수전 다 겪은 각성자들. 그들은 바로 정신을 수습하며 알파 팀의 뒤에 섰다.

- 브리핑 합니다. 보고된 바에 따르면, 영체들이 인간의 몸에 들어가 있는 상태에서는 본체의 능력을 모두 발휘하지 못합니다. 해서 대략적인 측정결과로는 각성자 레벨 100에서 150 정도까지의 레벨로 추정됩니다. 다만, 신적인 권능을 쓰는 것은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아마 육체 능력이 따르지 못하는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격렬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 예상, 모두 몸조심 하십시오.

주세광의 브리핑이 있었다.

- 그리고 하나 더, 육체가 파괴됨으로 인해 영체가 이동시에 틈이 생깁니다. 그 틈을 파고들면 훨씬 쉽게 놈들을 무력화시킬 수 있습니다. 놈들의 모습을 보지 못했을 때는 그 점을 노릴 수 없었지만, 리퍼의 시야 공유로 영체를 보는 것이 가능해졌으니, 재빠르게 처리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어진 박성진의 무전이었다.

- 카피.

모든 팀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최초로 겪는 형태의 싸움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밀리면 서울은 끝이다.

지금도 파괴된 육체를 버리고 다른 육체로 옮겨 붙는 영체들이 수두룩했다.

다행히 귀안이 열려, 대응 팀과 알파 팀에는 그것을 사전에 막을 수 있게 되었지만.

- 갑니다.

파앗-

박성진이 방패를 들고 날듯이 앞으로 내달렸다.

“캬아아아!”

“키아악!”

그의 앞에 수많은 빙의자들이 달려들었다.

인간의 육체 안에 들어가 있어서 권능을 십분 발휘하지는 못하는 것 같았지만, 지금 상태로도 충분히 위험한 존재들이었다.

- 도발을 시작합니다!

무전을 날린 박성진은 방패를 높이 치켜 들었다.

“하아아앗!”

기이이잉-

그의 방패에 희뿌연 빛이 맺혀 들기 시작했다.

콰아앙-

파아앙-

그리고 그가 방패를 그대로 내리꽂자마자, 그 빛이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크오오오!”

“캬아아!”

도발은 불멸자들에게도 통했다.

- 어서!

콰콰콰쾅!

콰콰쾅!

그런데 그냥 몬스터들이 아니라, 불멸자가 빙의된 상태여서 그 공격력이 무시무시했다.

“크윽!”

박성진의 두 발이 뒤로 사정없이 밀려나기 시작했다.

콰앙-

그 순간, 그 옆에서 또 하나의 쉴드가 필쳐졌다.

주세광이었다.

콰콰콰콰쾅!

“크윽!”

하지만 그 역시 금세 인상을 잔뜩 구기며 이마에 힘줄이 불쑥 솟았다.

쉴드 위를 때리는 불멸자들의 공격이 말도 안 되게 강력했기 때문이었다.

- 에피오네, 지원 시작! 방어력 강화, 근력 강화, 치유 능력 상승, 피로도 회복!

퐁, 퐁퐁!

김수향의 외침에 따라, 허공에 공기방울들이 생겨났다.

그리고 박성진과 주세광을 향해 밀려가더니 그들 옆에서 툭툭 터져 나갔다.

콰아앗-

그러자 그들의 방어력과 근력 등이 상승하고, 피로도 회복 속도가 급속도로 빨라졌으며 치유 능력 또한 엄청나게 올라갔다.

에피오네의 힘이 십분 발휘된 것이다.

그 때였다.

번쩍-

사방이 일순간 어두워지는가 싶더니, 찬란한 황금빛의 고리가 허공에 떠올랐다.

“저, 저건!”

“이건 도대체!”

뒤에 서 있던 사람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콰콰콰쾃!

쿠쿠쿠쿵!

찬란하게 떠오른 금빛 고리는 사방으로 무수한 금빛 줄기를 내뿜었고, 그 줄기에 맞은 불멸자들은 그대로 몸이 찢겨 나가기 시작했다.

“캬아아악!”

“키에에엑!”

불멸자들의 영체가 빙의된 육체들이 찢겨 나가고, 수도 없는 육체들이 바닥으로 쓰러져갔다.

불멸자들의 영체들은 영악하게, 육체가 완전히 소멸하기 전에 다른 육체에 빙의하기 위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기다렸다!’

그 때, 백유현의 두 눈에서 시퍼런 살기가 뿜어졌다.

그는 바로 이 틈을 만들어 내기 위해 금환식을 먼저 쓴 것이었다.

파앗-

수많은 영체들이 육체를 빠져나오는 순간, 백유현이 그 사이를 바람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콰콰콰콰쾃!

그리고 다음 순간, 그가 지나간 자리에 날카로운 칼날 바람이 미친 듯 일어나며 영체들을 무참하게 베어나갔다.

“끄에에에에!”

“끼아아악!”

빙의가 풀리고, 육체에서 벗어나는 순간, 영체들이 매우 약해진다는 점을 간파한 공격이었다.

파지직!

“김현성이다!”

그리고 또 다른 한편에서도 비슷한 광경이 일어났다.

파괴력이나 그 범위는 백유현에 비해 작았지만, 백유현처럼 확실하게 영체들을 소멸시키는데는 부족함이 없는 공격이었다.

파지지직!

그의 검에 실린 뇌전이 사방을 넘실거리며 영체들을 집어 삼켰고, 영체들은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불에 타올랐다.

- 리퍼, 오른쪽 조심해!

백유현이 영체들을 베고 지나가는 순간, 천무현의 날카로운 경고가 울렸다.

그 때 백유현의 몸이 그림처럼 움직였다.

파가각-

그는 빙글 한 바퀴 돌며 오른쪽의 적을 확인하더니, 한 마디 크게 외쳤다.

“몰아쳐라!”

부아아앙-

그러자 허공에서 수많은 벌떼들이 모습을 드러내더니, 그대로 영체들을 향해 덤벼들었다. 강력한 무쇠 턱으로 영체들을 조각내는 광경은 정말이지 끔찍하면서도 무시무시했다.

“강효, 문광!”

“명을 받잡나이다.”

“호위해!”

“존명!”

차사들이 확 퍼지며 백유현을 호위했고, 백유현은 다시 명을 내렸다.

“차사들은 들어라!”

파스스-

수십의 차사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부복했다.

“영혼들을 명부로 데려가, 어서!”

“명을 받잡나이다.”

펄럭-

새롭게 소환된 차사들은 주변에서 방황하고 있는 영혼들을 재빨리 채서는 귀문을 열고 명부로 데려갔다.

가만 놔뒀다간 영혼들도 공격에 휘말려 소멸될 수도 있었고, 불멸자들의 영체에게 잡아 먹힐 수도 있었기 때문에 취한 조치였다.

“가자, 강효!”

백유현이 두 자루의 검을 들고 짓쳐 나갔다.

그 뒤를 차사들이 따랐다.

불멸자 영체들과의 싸움.

그 엄청난 격전이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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