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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잡고 폭렙업-102화 (102/166)

102. 난동

콰콰콰콰쾅!

거대한 폭발이 나가들을 순간적으로 찢어 발겼다.

눈이 멀 듯한 섬광이 뿜어졌고, 나가들은 그 섬광에 휩싸여 온 몸이 찢겨 나간 것이었다.

- 라이플, 좋았다!

박성진이 흡족함이 가득한 음성으로 무전을 보내왔다.

천무현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동서쪽, 장전 완료.

- 발사!

콰콰쾅!

하지만 그들은 한 번의 승리에 도취되지 않았다.

천무현은 박성진의 옆에서 다가들고 있는 나가들을 또 한 번 쓸어 버렸고, 그렇게 우글대던 나가들은 순식간에 정리가 되었다.

그런데 그것은 순간적인 공백에 불과했다.

나가들은 바다 속에서 다시 새카맣게 몰려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런...개떼구먼.”

철컹-

천무현이 눈살을 찌푸리며 다시 탄환을 장전했다.

그리고 그는 총구를 갑자기 하늘로 향하더니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번쩍-

하늘 높이 치솟은 탄환은 그 위에서 미친 듯 환한 빛을 뿜어냈다.

그런데 그 탄환들은 수백, 수천 갈래로 쪼개져 땅위로 쏟아졌다.

쿠쿠쿠쿵!

“케에에엑!”

“키에엑!”

탄환의 조각들에 맞은 나가들이 고통스럽게 몸부림쳤다.

그 중에는 폭발 당시, 폭발에 휩쓸려 녹아 버린 놈들도 부지기수였다.

- 리퍼, 소드 맨, 위치 보고해!

그 와중에 박성진은 김현성과 백유현의 위치를 파악했다.

- 소드맨, 나가라쟈 오른쪽으로 접근 완료.

- 리퍼, 마찬가지입니다. 공격시작합니다.

- 오케이, 공격 시작해라. 뒤는 우리가 맡는다.

철컹-

박성진은 무전을 날린 뒤, 방패를 다시 단단하게 잡았다.

그리고 크게 외치며 방패를 그대로 들어 내리꽂았다.

“으하아앗!”

콰콰쾅!

번쩍-

방패에서 거친 빛이 뿜어지며, 주변의 대지가 미친 듯 뒤흔들렸다.

“자, 오너라!”

김현성과 백유현, 두 사람이 나가라쟈를 제대로 상대할 수 있도록 나가들을 불러모은 박성진이었다.

백유현은 뒤에서 벌어지는 모습을 보고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앞에는 거대한 몬스터가 서 있었다.

예전부터 대해(大海)의 강력한 악신이라 불렸던 나가라쟈다.

불멸자이면서 그 자체가 악신인 나가라쟈는 바다의 힘을 이용할 줄 알며, 그 권능 또한 매우 크다.

“크오오오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나가라쟈는 두 사람을 보더니 맹렬한 외침을 내질렀다.

분노가 가득 담긴 외침.

- 리퍼, 건투를 빈다.

그 와중에 김현성은 백유현에게 무전을 날려왔다.

백유현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가라쟈는 이제까지의 불멸자와는 급이 달랐다.

놈은 바다의 지배자였으며, 놈을 따르는 수많은 나가들 또한 강력한 힘의 소유자들.

지금은 박성진이 어떻게든 나가들을 끌어가고 있었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키에엑!”

“캬아악!”

바다는 넓고, 깊다.

그 안에 나가들이 얼마나 많을 지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그러니 시간이 없다.

지금도 나가들은 박성진과 주세광의 도발에 저항하며 백유현과 김현성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촤아아앗!

끝도 없이 밀려드는 놈들 머리 위로 금환식이 펼쳐졌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이었다.

바다에서 기어 올라오는 나가들은 정말 징그러울 정도로 그 수가 많았다.

- 본체를 노리죠.

백유현은 김현성에게 무전을 보냈다.

- 좋아. 내가 서포트 해줄테니 파고 들어.

역시 김현성은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 제가 노리는 곳은 단 하나...

쐐애애앳!

무전을 날리려는 찰나, 나가라쟈가 손에 들고 있던 삼지창을 그대로 내리 꽂는 것이 보였다.

‘이런!’

그 속도는 가히 무시무시할 정도!

‘늦었다!’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직감한 백유현은 전신의 힘을 모조리 끌어 모았다.

“하아아앗!”

삼지창에 대항해 그는 두 개의 검을 그대로 쳐 올렸다.

그그그극-

간장과 막야에 거대한 힘이 몰리며 희뿌연 빛이 칼날에 맺혔다.

‘지금!’

번쩍-

콰아앙-

‘흐윽!’

백유현의 쳐 올린 검과 삼지창이 충돌하는 순간, 주변이 미친 듯 뒤흔들렸다.

“케에에엑!”

“키에엑!”

수많은 나가들이 그 폭발에 휩쓸려 온 몸이 찢기는 모습이 곳곳에서 연출되었다.

- 리퍼!

김현성의 목소리가 울렸지만, 백유현은 그 무전을 듣지 못했다.

“콜록!”

그는 어느새 뒤로 크게 밀려나 있었고, 몸 곳곳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하아...이 자식이...”

그는 눈을 들었다.

시퍼렇게 타오르는 광기가 두 눈에서 뿜어지고 있었다.

그의 눈앞에는 마치 포탄이라도 떨어진 듯, 처참한 광경이 연출되어 있었다.

지면이 쩍쩍 갈라지고, 나가들의 토막 난 시체가 사방에 널려 있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치미는 것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나가라쟈의 공격을 받고도 백유현은 죽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강효, 그리고 문광.”

“하명하시옵소서.”

어느새 백유현의 눈앞에는 두 차사가 나타나 공손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접근하는 모든 나가들을 죽여. 난 저 놈에게 갚아줘야 할 것이 생겼으니.”

저 놈이란 나가라쟈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 말에 두 차사가 고개를 더욱 깊이 숙이며 대답했다.

“명을 받잡나이다.”

펄럭-

그리고 강효와 문광은 다른 차사들을 데리고 나가들 쪽으로 움직였다.

이미 그 두 차사가 감당하기에는 나가라쟈가 워낙 강했다.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던 백유현은 또 다시 나직하게 내뱉었다.

“차사들은 들어라.”

파앗-

“소주를 뵙습니다!”

그 말 한마디가 떨어지자, 갑자기 허공이 일렁이며 수많은 차사들이 나타나 일제히 부복했다.

차사군령(差使軍令).

오십 위의 차사를 부릴 수 있는 염라의 권능.

차사군령을 발동시킨 백유현은 다시 입을 열었다.

“너희들은 가서 강효와 문광을 도와라. 한 놈도...얼씬하지 못하도록.”

차사들이 고개를 숙였다.

“존명(尊命)!”

차사들은 사방으로 흩어졌다.

차사들까지 보낸 백유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나가라쟈를 바라보았다.

놈에게 한 방 먹었으니, 제대로 갚아줄 생각이었다.

콰콰콰콰쾃!

순간 백유현의 전신을 타고 거대한 힘이 솟구쳐 올랐다.

‘전력을 다해서 널 막겠어.’

백유현의 온 몸을 휩싸고 솟구치는 거대한 힘.

그것은 마치, 수많은 망자들이 단말마를 지르며 아우성을 치는 모습과 비슷해 보였다.

“어? 저...저건 뭐지!”

“윽! 저 힘...도대체 뭐야!”

백유현이 새로 발동시킨 강력한 힘에 뒤에서 지켜보던 다른 각성자들이나 군인들은 저도 모르게 몸을 웅크렸다.

멀리 떨어진 이곳까지 전해지는 음산하고도 거대한 공포.

바로 염라의 권능, 사력(死力)이었다.

[사력이 발동되었습니다]

[사력(死力) 1단계 : 위급한 순간, 잠재된 능력을 격발하여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힘을 얻습니다. 1단계 사력은 3분 동안 지속되며, 모든 능력치가 30퍼센트 증가합니다]

[사력 종료까지 2분 58초 남았습니다]

온 몸에 힘이 넘친다.

모든 능력치가 30 퍼센트 증가한다는 것은 이리도 대단한 일이었다.

레벨로 따지면 대략 10 레벨에서 15 레벨은 껑충 뛰어오른 느낌.

쿠쿠쿠쿠-

파앗-

사력을 발동시킨 백유현은 조금의 지체함도 없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이제 놈과의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되었다.

촤앗-

뛰어오르던 기세 그대로 백유현은 나가라쟈의 오른쪽 어깨를 베고 지나갔다.

사실은 놈의 목을 노린 것이었지만, 나가라쟈가 그것을 피해낸 것이었다.

하지만 방금 전과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져 있어서, 불멸자인 나가라쟈도 목을 피해내는 것이 고작이었다.

나가라쟈의 어깨에서는 피가 솟구쳤고, 놈은 크게 몸을 뒤틀었다.

그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최고의 쌍검인 간장과 막야에 베인 상처였으니...

퍼퍼퍼퍼펑-

하지만 나가라쟈도 만만치는 않았다.

사방에서 커다란 물방울들이 떠올라 백유현을 향해 날아들었다.

마치 유도 미사일처럼, 정확하게 백유현을 노리고 날아드는 물방울들 때문에 백유현은 나가라쟈에게 접근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졌다.

퍼퍼퍼펑-

그런데 피해낸다고 해서 다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바닷물은 무한했고, 나가라쟈는 그 바닷물을 이용해 물폭탄을 쏘아 보내고 있었으니까.

백유현은 미간을 좁혔다.

촤라라랏!

그 순간, 바닷물 가운데서 거친 소용돌이가 이는가 싶더니 이내 기다란 채찍처럼 물줄기들이 솟구쳐 올랐다. 그리고 백유현을 사정없이 내리쳤다.

물폭탄에, 물채찍...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조합이었고, 두 공격이 만들어내는 장면은 숨 막힐 정도로 위태위태했다.

사방에 비산(飛散)하는 물방울 탓에 시야까지 완전히 좁아진 상황.

백유현은 폭풍날개를 펄럭여 사태를 뒤집으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마치 거친 폭풍우가 몰아치는 듯 굵은 물줄기가 하늘에서 쏟아지고, 그 틈을 타고 물폭탄이 날아드는가 하면, 그 모든 것을 부숴버리며 거대한 물채찍이 백유현을 노리고 후려쳐 왔다.

이 모든 상황에서도 백유현은 가까스로 피해내고는 있었지만, 시간은 점점 흘렀고, 체력은 점차 줄어들고 있었다.

번쩍-

하지만 백유현도 그냥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그가 있던 자리에서 갑자기 어둠이 뿜어지더니, 금세 사방을 잠식해 들어갔다.

금월식.

온 세상을 어둠으로 물들이며, 홀로 금빛으로 빛난다는 최강의 검술이 펼쳐진 것이다.

퍼퍼퍼펑!

금월식에 휩쓸린 수많은 물방울들이 모조리 터져 나갔고, 물채찍 또한 중간에 잘렸다.

‘지금!’

단 한 순간, 자신이 필요로 하는 틈을 만들어낸 백유현은 지체없이 몸을 던졌다.

콰콰콰콰-

그는 그대로 허공을 날며 바로 나가라쟈에게 짓쳐 들었다.

“크오오오!”

나가라쟈가 삼지창을 들어 백유현을 내리 찍으려는 찰나였다.

콰짓!

순간 나가라쟈의 몸이 한 차례 크게 뒤흔들리며 삼지창이 허공에서 찰나 간 덜컥 멈췄다.

- 리퍼, 지금이다!

김현성이었다.

이 기가 막힌 타이밍에, 김현성은 제대로 틈을 만들어 준 것이었다.

“하아앗!”

사력으로 힘이 강화된 백유현이 그대로 나가라쟈에게 돌진해 들어갔다.

파앗-

그리고 눈 깜빡할 사이에 그는 나가라쟈를 관통해 반대편으로 빠져나왔다.

나가라쟈의 가슴을 파고 든 것이었다.

불의의 습격으로 가슴을 관통당한 나가라쟈의 몸이 휘청였다.

하지만 백유현은 그것으로 멈추지 않았다.

촤앗!

그의 손에 들린 간장과 막야는 나가라쟈의 급소를 계속해서 노리며 놈을 몰아쳤다.

“크어어어!”

타앙-

콰콰콰쾅!

나가라쟈가 발악을 했지만, 그 시도는 곧 저지되었다.

천무현이 정확하게 나가라쟈의 이마 한 가운데에 총알을 박아 넣은 것이었다.

물론 그의 힘이 부족해서 탄환이 이마를 파고들지는 못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 순간에도 나가라쟈는 백유현에 의해 치명적인 데미지를 입고 있었으니까.

촤앗! 촷!

그리고 다른 팀원들도 놀고 있진 않았다.

김현성은 계속해서 나가라쟈의 하체를 노렸고, 그로 인해 나가라쟈는 무시할 수 없는 데미지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김현성에게 신경 쓰려니, 백유현은 계속해서 급소를 베어냈고, 백유현을 막아내자니 천무현과 김현성의 공격이 이어지며 나가라쟈를 괴롭혔다.

마치 사냥개들이 맹수를 몰이사냥을 하듯, 나가라쟈는 강력한 불멸자였지만 끝내 버티지 못하는 상황까지 몰리고 만 것이었다.

파각!

그러다 결국 백유현의 검이 나가라쟈의 목의 급소를 파고들며 베어냈다.

“끄르륵-”

그 거대해 보였던 나가라쟈가 점차 숨을 쉬지 못하더니, 급기야 그대로 쓰러졌다.

쿠웅-

“캬아아악!”

“케에엑!”

타앙-

콰콰콰쾅!

나가라쟈의 죽음에 나가들은 미친 듯 발광했고, 천무현의 정확한 사격이 그들을 덮쳤다.

이미 나가라쟈가 사라진 이상, 나가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뒤에 이어진 것은 학살, 그리고 또 학살이었다.

나가라는 존재가 완전히 지워질 정도로, 알파 팀은 무시무시하게 놈들을 몰아붙였고, 시간이 지나고 놈들은 가까스로 도망을 가거나, 아니면 공격에 당해 죽어 있었다.

- 나가라쟈 사냥 완료. 고생했다.

박성진의 짤막한 무전이 울렸다.

파아앗-

그리고 그 순간, 백유현의 온 몸에서 휘돌고 있던 거대한 힘이 사라졌다.

3분이 지난 것이다.

- 리퍼, 고생했어.

김현성의 무전이었다.

- 소드 맨, 덕분입니다.

백유현도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는 아래를 바라보았다.

수많은 나가들의 시체로 뒤덮인 해변.

자신들이 아니었다면, 아마 그 장면은 사람들도 가득했을 것이다.

삑삑삑-

그런데 그 때, E-와치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 알파 팀, 마무리는 다른 팀에게 맡기고 천안으로 이동한다.

백유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불멸자가 아니었다.

- 일본의 각성자들이 난동을 부리고 있다고 한다.

E-와치에서는 그렇게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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