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잡고 폭렙업-101화 (101/166)

101. 나가라쟈

교전 시, 사망자가 나와도 이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다.

이것이 팀-엑스 대회의 오래전 규칙이었다.

각 국가 간에 마련된 규칙이라, 그 동안 몇 번의 사상자가 나왔어도 별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묘했다.

한국이 팀-엑스 대회에 불참을 선언한 이상, 그 규칙은 해당하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김현성과 백유현 두 사람은 거침없이 중국의 각성자들과 일본의 각성자들에게 짓쳐들고 있었다.

둘이 같은 국가의 각성자들을 공격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김현성은 중국의 각성자를, 백유현은 일본의 각성자들에게 쇄도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광경을 바라보던 박성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 참, 욕심도.”

하지만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하긴...불가능한 것은 아니지. 모두들 자리 잡아!”

“옛썰!”

무서운 말이었다.

중국과 일본, 양국의 각성자들을 동시에 상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으니까.

하지만 상황을 보면 그 누구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쪽은 얼마 전까지 대한민국 최고의 딜러, 김현성이었고 또 한 쪽은 그 김현성을 가볍게 밀어내며 등장한 신성(新星), 백유현이었으니까.

팀원들은 그들을 믿었다.

“아니, 이 자식들이?”

먼저 반응을 보인 것은 일본 쪽의 각성자들이었다.

면면을 보아하니 그들은 A팀에 소속된 실력자들이었는데, 110 후반대에서 130 후반대까지 그 레벨이 다양했다.

“칙쇼, 이 새끼들이 교전규칙을 어겼다! 한국은 팀-엑스 대회 참가국이 아니야! 죽여 버려도 좋다!”

자신들을 향해 사납게 짓쳐드는 백유현을 보며 대장이 크게 외쳤다.

그들에게 있어 이제 한국은 적(敵)일 뿐.

“하이!”

일본의 각성자들이 살기등등하게 눈빛을 발하며 백유현에게 달려들었다.

그런데 그 다음 순간, 그들은 두 눈을 부릅떠야 했다.

콰콰쾃!

‘인, 인간의 속도가 아니...’

콰앙-

“커억!”

그들에게 짓쳐들던 백유현의 신형이 흔들리는가 싶더니, 어느새 눈앞에 당도해 있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그가 어떻게 접근해 왔는지 아무도 보지도, 느끼지도 못했다.

그들의 눈에 보인 것은 그저 백유현의 그림자 뿐.

일본 각성자 하나가 크게 허리를 꺾으며 신물을 토해냈다.

얼굴의 실핏줄은 모조리 터져 나가 그가 엄청난 극통에 휩싸여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콰직!

콰당탕!

“카이세이!”

긴 머리에 키가 큰 각성자가 뒤로 날아가 처박힌 것은 눈 깜빡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카이세이는 일본 아마테라스 팀의 탱커라는 점.

방어력과 근력, 체력이 남들보다 훨씬 높은 그가 아무것도 못하고 백유현에 당한 채 바닥에 내리꽂히듯 처박힌 것이다.

“칙쇼!”

스릉-

아마테라스의 딜러 중 하나인 쿄헤이가 검을 빼들었다.

그는 각성자가 되기 전부터도 검도의 달인이었다.

검도 4단의 실력자로, 불멸자와 계약을 한 이후에는 더욱 강해져 있는 상태였다.

그의 특히는 ‘발도(拔刀)’.

손잡이에 손을 댐과 동시에 뽑혀 나오는 그의 검은 베지 못하는 것이 없다고 알려졌다.

그런데 그는 검을 빼다 말고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철컹-

발도.

검을 쓰는 자들 중에서는 그 누구도 그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던 쿄헤이의 검이 채 뽑히기도 전에 칼집으로 다시 되돌아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앞에는 백유현이 손가락 하나로 그의 검을 살짝 밀어 넣고 있었다.

근력이든, 순발력이든...

모든 것이 백유현이 쿄헤이를 압도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리고...

파아앗-

백유현이 몸을 살짝 숙이는가 싶더니, 사각에서 킥이 솟구쳐 올라왔다.

콰앙-

“커헉!”

콰당탕!

전광석화 같은 발도술을 자랑하는 쿄헤이의 검을 막아내고, 오히려 그에게 킥으로 제대로 한 방 먹인 백유현이었다.

관자놀이를 정확하게 맞은 쿄헤이는 허공에서 몇 번 회전하더니 바닥에 처박혔다.

아마테라스 팀에서는 이럴 줄 몰랐는지, 그 누구도 앞으로 나서질 못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남은 각성자들이 이를 악물더니 두 눈에서 살기를 뿜어냈다.

“이 꼬마 자식, 죽여버리겠다!”

또 한 명의 딜러가 흥분한 얼굴로 한 발짝 내딛었다.

그 때였다.

타앙-

파삿-

난 데 없는 총성이 울리더니, 그 일본인의 목 칼라에 구멍이 뚫렸다.

일본인이 두 눈을 부릅뜬 채로 뒤로 돌아보자, 그곳에는 천무현이 서 있었다.

그가 들고 있는 총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다음엔 이마야. 한 발짝이라도 움직이면 믿어도 좋아. 완벽하게 꿰뚫어주지.”

“치...칙쇼!”

그제야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일본인들이 표정을 와락 구겼다.

죽은 자는 없다.

하지만 가만히 살펴보니 이상한 점이 있었다.

“끄윽....! 어, 어깨가 움직이질 않아!”

“크으윽! 내, 다리! 다리가!”

백유현에게 공격을 당한 두 명 다, 어딘가 마비된 듯한 모습이었다.

“카이세이! 쿄헤이!”

힐러가 급히 달려가서 응급처치를 하려 했지만, 그녀는 두 눈을 부릅떴다.

전혀 의외의 결과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치...치유가 안 돼?”

그녀는 망연자실한 표정이 되었다.

힐러의 치유가 통하지 않는 것은 몇 가지 이유밖에 없다.

그 중 하나는...

“당신이 나보다 강할 리가 없으니까.”

백유현이 그녀를 보며 싸늘하게 말했다.

“저 둘은 이제 제대로 된 임무를 수행할 수가 없을 겁니다. 탱커는 다리의 근맥을 끊어 놓았고, 딜러는 어깨뼈를 파열시켰으니까. 버티지 못하는 탱커와 검을 뽑지 못하는 딜러는 결국 도태되겠죠.”

힐러가 두려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카이세이와 쿄헤이를 바라보았다.

카이세이는 132 레벨의 탱커, 쿄헤이는 128 레벨의 딜러.

카이세이는 다리를 부여잡고 고통스러워하고 있었고, 쿄헤이는 어깨를 꽉 잡고 있는데도 얼굴에 핏기가 하나도 없었다. 엄청난 고통에 휩싸여 있다는 얘기였다.

“그리고 말입니다.”

백유현이 남아 있는 아마테라스의 각성자들 앞으로 다가서며 말했다.

“나머지도 곧 그렇게 될 겁니다.”

파앗-

그리고 그가 움직였다.

빠악-

힐러는 두 어깨가, 또 한명의 서브 탱커는 골반이, 원거리 딜러는 양팔이 모조리 부러져 나갔다.

“크아아악!”

“아아악!”

비록 아마테라스의 베타 팀에 해당되는 그들이었지만, 이렇게 한 사람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가 없었다.

일본의 아마테라스 베타 팀은 알파 팀에 비해 약간 부족한 정도로 알려져 있었으니까.

그러니 나가라쟈를 잡는데 이들이 투입된 것이다.

그런데 그 베타 팀이 백유현에 의해 모조리 쓰러져 버렸다.

“치...칙쇼!”

카이세이가 고통을 애써 참아내며 무전을 날리려 했다.

“어딜!”

주세광이 나서려는 찰나였다.

“잠시만요.”

백유현이었다.

“내버려 두죠. 세광이 형.”

“왜?”

백유현이 씩 웃었다.

“그래야 알파 팀이 올 테니까.”

주세광이 눈살을 와락 구겼다.

“너...?”

그 사이 카이세이는 알파 팀에 무전을 날리는 데 성공했다.

“구, 구해줘! 한국 놈들의 습격이다!”

버럭버럭 소리치며 구조를 요청하는 그를 보며 백유현은 희미하게 웃어 보였다.

박성진은 그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죄다 씨를 말려버릴 생각이군.”

“이왕 손 댈 거, 한 번에 하는 게 좋겠죠.”

대답은 다른 곳에서 나왔다.

역시 단신으로 중국 팀을 박살 내 버린 김현성이었다.

그는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중국팀을 보더니 말했다.

“이쪽도 좀 부탁합니다.”

중국 각성자 하나가 죽을힘을 다해 무전을 날리려는 모습을 슬쩍 가리키는 김현성이었다.

“독한 놈들.”

박성진은 짧게 한 숨을 내쉬었다.

“아, 그냥 팀-엑스 대회 참전할 걸 그랬나? 이 두 녀석만 있으면 우승은 문제도 아니었을 건데.”

“일단...”

그 때 백유현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저거부터 잡죠. 대장님.”

그는 바다 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바다에는 엄청나게 거대한 나가 하나가 우뚝 서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가라쟈.

바다 속 흉포한 생물인 나가들의 왕이자 지배자.

백유현은 놈을 마주 보고 섰다.

‘보인다.’

그리고 그는 곧 발견할 수 있었다.

나가라쟈의 머리통에 숨어 놈을 조종하고 있는 망자 하나가.

역시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이 사달은 망유계의 망자들이 벌이는 짓이 확실했다.

“알파팀.”

“예.”

“각자 포지션 잡는다. 목표는 저기 보이는 나가라쟈. 우리는 놈에게서 울산을 지켜낸다.”

- 라져!

- 오케이!

- 접수했습니다.

역시 알파 팀답게 모두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박성진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 좋아, 그럼 몰이사냥부터 시작해볼까? 라이플, 준비해! 리퍼, 소드맨, 너희들은 나가라쟈를 향해 달린다!

- 라이플, 수신 양호!

- 소드맨, 이동 중. 오른쪽으로 파고들겠습니다.

- 리퍼, 왼쪽으로 이동 중.

- 쉴더, 도발 준비 완료! 싹 다 끌어 모아봅시다!

- 좋아, 그렇다면...

박성진이 방패를 들고 앞으로 나섰다.

- 사냥 시작이다!

쿠쿠쿠쿠쿠!

그 말과 동시에 박성진의 전신에서는 거대한 기운이 피어올랐다.

콰콰콰쾅!

번쩍-

그리고 일순간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며 엄청난 광채가 그의 몸에서 뿜어졌다.

“키에에에엑!”

“캬아아-”

그 빛에 휩싸인 수많은 나가들이 고개를 동시에 이쪽으로 돌렸다.

“캬아아악!”

“캬아악!”

그리고 놈들은 미친 듯 박성진에게로 몰려들었다.

“아, 알파 팀! 사, 살았다!”

“알파 팀이다!”

“엇? 언제 알파 팀이!”

빛이 뿜어지자, 수많은 각성자들과 시민들, 그리고 군인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그들은 나가들과 죽음을 각오한 혈전을 벌이느라 누가 왔는지도 잘 모르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뒤쪽에서 환한 빛이 뿜어지고, 나가들이 갑자기 미친 듯 흥분하며 한쪽으로 몰려가자 그제야 주위를 돌아볼 여유가 생긴 것이다.

“알파 팀이다!”

“와아아아아!”

알파 팀의 활약이야 이미 정평이 나 있었다.

그 대장인 박성진이 방패를 들고 있는 지금, 무서울 것은 하나도 없었다.

- 어서 대피하십시오!

- 여긴 위험합니다! 어서 시민들을 구출해서 뒤로 대피하십시오!

공용 채널을 통해 주세광과 천무현이 무전을 날렸고, 각성자들과 군인들은 분분히 시민들을 챙겨 뒤로 빠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차라리 그게 좋았다.

‘자, 적당한 사냥터가 마련이 되었고...그렇다면...’

딸깍-

순식간에 사람들이 빠지자, 천무현은 탄환을 장전해 놓으면서 조준경에 눈을 갖다댔다.

그의 총구는 박성진에게 달려들고 있는 수많은 나가들에게 향해 있었다.

철컹-

노리쇠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자, 그의 호흡이 거짓말처럼 뚝 멈췄다.

그리고 주위의 시끄러운 소리 또한 일순간 전혀 들려오지 않았다.

고요함.

이 정적.

천무현이 고도의 집중에 빠져들었을 때 생기는 현상이었다.

‘지옥을 보여주마.’

그리고 한 순간, 천무현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콰앙-

그의 총구가 불을 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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