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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잡고 폭렙업-99화 (99/166)

99. 팀은 같이 움직인다.

덜크럭-

해골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이곳은 뼈의 무덤.

빼곡하게 몰려든 해골들은 흉흉한 안광을 뿜어내며 백유현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 앞에 선 백유현 역시 놈들을 바라보며 미간을 구겼다.

‘신선한 죽음의 냄새가 풍겨나고 있어...’

지금 눈앞에 몰려든 해골들에서는 죽음의 냄새가 역하게 풍겨나고 있었는데, 그 가운데서 간혹 신선한 피 냄새가 뿜어지고 있는 것을 알아차린 백유현이었다.

‘이런...’

그리고 보였다.

군데군데 섞여 있는 해골들 위에 떠오른 숫자들.

2...1...3...

낮아도 너무 낮은 그들의 숫자들이.

그것은 그들이 비교적 최근에 죽었다는 것을 의미했고, 다시 말하면 바로 얼마 전까지는 이 울릉도의 주민들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으니까.

이 무서운 사실에 백유현은 두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

바깥쪽에서 죽어가고 있는 시체들 중에서도 그런 부류가 꽤 되었다.

하지만 여기에서까지 그런 존재들을 봐야 한다니...

명부로 인도되지도 못하고, 죽어서까지 게넬에게 붙잡혀 영겁의 고통을 겪어야 하는 불쌍한 자들...

‘당신들에게...’

백유현은 힘을 끌어 올렸다.

저들을 그냥 놔둘 수는 없었다.

‘쉼을 내리겠습니다. 부디...영면하십시오.“

파각-

백유현은 해골들 사이를 짓쳐 들어가며 그대로 검을 그어 올렸다.

“크에에엑!”

“캬아악!”

해골들이 그 검에 휩쓸려 쓰러져갔다.

레벨이 낮은 해골들도, 높은 해골들도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 쓰러진 것이다.

“나와라!”

그 가운데서 백유현은 크게 소리쳤다.

그러자 그의 주변에 커다란 애벌레들이 꿈틀거리며 나타났다.

총 다섯 마리의 애벌레.

그런데 생긴 모습이 범상치 않았다.

어느새 제법 커서 놈들의 입에서는 제법 뾰족한 이빨들이 돋아나 있었고 그것은 끔찍해 보이기까지 했다.

푸르르륵-

녀석들은 사방에 코를 대고 킁킁대더니 해골들의 잔해를 보고서는 미친 듯 달려들었다.

오도독- 오독-

그리고 뼈들을 사정없이 씹어 삼키기 시작했다.

뼛조각이 흩어지고, 골수가 쏟아져 땅을 적셨다.

“모조리 씹어 먹어 버려! 너희들의 배가 찰 때까지! 이곳의 모든 것을 모조리 먹어 치워!”

“꾸르륵-”

유충들이 꿈틀거리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푸르륵-

그러면서 놈들은 누가 빼앗아 가기라도 할 듯, 해골의 잔해를 먹어치웠다.

더 이상 먹을 것이 없자. 놈들은 본성을 드러냈다.

푸르르륵-

놈들은 날카롭게 돋은 이빨을 내보이면서 사방에서 몰려든 해골들을 향해 덤벼들기 시작한 것이다.

콰앙-

콰드득- 콰득-

해골들도 레벨이 낮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애벌레들의 공격에 그대로 당하고 있었다.

그럴 만도 했다.

애벌레들은 모체(母體)로 인식한 백유현의 레벨에 비례한 힘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 때였다.

쐐애애애앳-

갑자기 저 높은 허공에서 대기를 찢어버리는 듯한 소리가 들리더니, 뭔가가 그대로 백유현을 덮쳐왔다.

그 속도는 가히 전광석화.

백유현이 채 피하기도 전에, 거대한 뭔가는 그를 그대로 덮쳐왔다.

콰앙-

콰드득-

주루루룩-

백유현은 두 개의 검을 들어 공격을 막아냈지만, 뒤로 크게 밀려나 있었다.

‘크으...!’

백유현은 두 팔을 파르르 떨며 자신을 덮쳐온 것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거대한 손뼈였다.

마치 단단한 강철로 만들어진 듯한 손뼈가 백유현을 덮쳤고, 그 위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이것 봐라...?’

쿠오오오-

그 엄청난 위력 앞에서 백유현은 차츰 자세를 바로 잡았다.

공격은 그야말로 무시무시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백유현을 이기려 했다면 오산이었다.

지금 백유현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을 정도로 분노하고 있었으니까.

‘네 놈 때문에...누군가는 아버지를 잃고...누군가는 어머니를 잃고...누군가는 자식을, 가족을 잃었어. 네 놈, 반드시 베어낸다!’

파지지직-

콰르르륵!

간장검에서는 번뜩이는 뇌광이, 막야검에서는 타오르는 화염이 이글거렸다.

“하아앗!”

파각!

백유현의 발이 거칠게 땅을 짓밟았다.

콰아앙-

그리고 거대한 손뼈가 튕겨 나는가 싶더니, 백유현은 허공 높이 치솟아 올랐다.

번쩍-

다음 순간, 사방을 환하게 만드는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

원래대로라면 사방이 어두워져야 했지만, 간장과 막야가 봉인을 푼 순간부터 간혹 이런 현상이 발생했다.

한쪽은 뇌전으로, 한쪽은 붉은 화염으로.

콰쾅!

백유현이 노린 곳은 바로 게넬의 다리.

다리에 일몰이 작렬하자, 게넬은 순간적으로 몸을 한쪽으로 기울였다.

아무리 레벨이 높은 게넬이었지만, 강력한 충돌을 견뎌낼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그만큼 백유현의 힘은 그 레벨에 비해 상당한 수준이었다.

레벨이 비해 엄청나게 쌓인 능력치가 큰 힘을 발휘한 것이었다.

파가각-

그 순간 백유현은 놈의 다리를 타고 오르며 간장을 힘차게 박아 넣었다.

뼈 밖에 없어, 그 단단함이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였지만 강화된 간장은 무리 없이 놈의 뼈를 파고들었다.

“하아아앗!”

그리고 백유현은 다리를 타고 오르면서 간장을 그대로 그어 올렸다.

콰콰콰쾃!

보통 검이라면 절대 꿈도 꾸지 못할 정도의 힘!

간장은 게넬의 다리를 그대로 파헤치며 놈의 뼈를 부숴 놓았다.

파앗-

그리고 백유현은 놈의 무릎 부근에 이르러서 허공으로 다시 뛰어 올랐다.

콰콰쾃!

그의 등 뒤에는 강력한 폭풍 날개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크어어!”

게넬은 이미 한쪽 무릎을 꿇은 채였다.

하지만 놈은 그것만으로 쓰러지진 않았다.

불멸자라는 존재가 그런 것이었다.

놈들은 아무리 많은 공격을 받아도, 쉽게 쓰러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 상황에서도 일발 역전을 노리는 것이 바로 그들이다.

“캬아악!”

콰콰콰쾃!

그 순간, 게넬의 전신에서 수많은 뼛조각들이 튀어 나오더니, 그래도 백유현을 향해 날아들었다.

촤아앗!

번쩍!

백유현의 검이 허공에서 번뜩였다.

그 검광이 휩싸인 뼛조각들이 순간적으로 가루가 되며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파칫!

하지만 게넬은 역시 게넬이었다.

백유현의 일몰을 뚫고서 뼛조각들이 백유현의 몸을 관통하거나, 스쳐 지나갔던 것이었다.

‘흐윽!’

백유현은 이를 악물고 그 고통을 견뎌냈다.

하지만 그것이 백유현을 쓰러뜨릴 수는 없었다.

파가각!

그는 다시 게넬에게 날아들었다.

콰콰쾃!

게넬의 커다란 손이 백유현을 낚아채려 날아들었지만, 백유현은 이미 게넬의 눈앞까지 쇄도해 들어간 상태.

쩌엉-

그의 두 손에 들린 간장과 막야가 크게 울었다.

“하앗!”

파지직!

간장이 게넬의 목덜미 부근을 사정없이 파고들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기이하게, 간장의 뇌전이 퍼져 나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둥글게 한쪽으로 모이는 것이 아닌가!

콰직!

그와 동시에, 막야까지 게넬의 턱 밑을 꿰뚫었다.

거대한 불길이 일며, 게넬의 턱이 완벽하게 백유현에게 장악 당했다.

콰르륵!

이번에도 놀랍게도, 불길은 한데 뭉쳐 게넬의 턱 아래서 이글거리며 타올랐다.

두 검을 게넬의 급소에 박아 넣은 백유현은 씩 웃었다.

이것은 이제까지 백유현이 머릿속에서만 생각했던 기술이었다.

언제까지 척준경에게만 매달려 살 수는 없는 노릇.

그도 머리를 쓴 것이었다.

이른 바...

“폭(爆)!”

콰콰콰콰쾅!

“크윽!”

두 개의 검에 뭉쳐든 거대한 기운들이 일순간 폭발했다.

그 엄청난 후폭풍에 백유현도 휘말려 옷이 찢겨 나가고, 피부에 수도 없이 핏물이 맺혔지만 백유현은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이것이 그가 만들어낸 검술. 폭(爆)이었다.

각자 뇌전과 화염의 힘을 뿜어내는 두 개의 검, 간장과 막야.

둘의 힘을 응축했다가 한 순간에 폭발시키는 원리였다.

이제까지는 머릿속으로만 생각했었는데, 어쩐지 그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와드득-

게넬의 턱뼈의 일부분이 완전히 날아가 있었고, 목덜미도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상당한 위력을 발휘한 것이었다.

이토록 강력한 힘이 사방으로 뻗어나가게 되면 그 위력이 분산될 것이라 여겨 만들어낸 검술이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강력했던 것이었다.

자칫 잘못했으면 백유현조차 휩쓸려 크게 상할 뻔했을 정도로.

위력을 확인했으니, 이젠 내친 김에 게넬의 머리통에 칼날 구멍을 숭숭 뚫어줄 때였다.

파각!

막야가 놈의 광대에 틀어 막혔고, 간장은 인중 쪽을 깊숙하게 파고 들었다.

“캬아아아악!”

게넬이 미친 듯 몸부림쳤지만, 백유현은 개의치 않았다.

콰콰콰콰쾃!

그 순간, 게넬의 전신에서 지독한 독기가 뿜어졌다.

수도 없이 시체들을 모아 축적해 두었던 독기였다.

주변에 자욱하게 독기가 퍼져나가자, 오히려 해골들이 그 독기를 못 이기고 녹아내릴 정도였다.

아마 게넬은 이것이면 백유현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오산이었다.

파스스스-

지독한 독기는 주변의 살아 있는 모든 것을 녹여 버리며 퍼져 나갔지만, 게넬은 귀찮은 인간이 아직 그의 얼굴 쪽에 달라붙어 있는 것을 느꼈다.

죽은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놈은...

“독(毒)이라...오히려 고마운데?”

그는 아예 무한낭을 열어 두어 그 독기를 잔뜩 집어 넣은 후였다.

“잘 쓸께. 후후!”

이미 브리트라를 사냥 할 때, 백유현은 독기에 대한 완벽한 내성을 얻은 상태였다.

그러니 아무리 지독한 시독(屍毒)이라 하더라도, 그를 해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몸부림 쳐도 결과는 똑같을 거다. 내가...널 죽여 버리기로 마음을 먹었으니까.”

그그그극!

게넬의 얼굴에 박혀 있는 두 개의 검이 미친 듯 요동쳤다.

아까와 같이, 뇌전과 화염이 한 군데로 모여 들었다.

백유현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충격에 대비했다.

콰콰콰콰쾅!

다음 순간, 맹렬한 폭발이 일어났다.

“크으윽!”

이번에는 좀 더 익숙해져서 그런지, 아까와는 다른 엄청난 폭발이 게넬의 머리통 안에서 일어났다.

그에 근접해 있던 백유현 역시 그 폭발에 휩쓸렸지만, 그는 검을 잡은 손은 꽉 쥐고 놓지 않았다.

“끄어어어-”

쩌어억-

머리 안쪽에서 폭발한 두 번의 폭발 탓인지, 게넬의 머리통 안쪽에서는 기이한 소리가 울렸다. 마치 뼈가 쪼개지는 듯한 괴이한 소리.

사실 게넬은 180대에 머물러 있을 존재가 아니었다.

게넬은 최강의 불멸자 중 하나.

제대로 부활했다면, 백유현이 놈에게 들러붙기도 전에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망유계의 망자들이 현신해서 부활한 불멸자들은 불완전하게 되살아났고 그로 인해 백유현이나, 다른 각성자들이 불멸자를 사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마지막 선물이야.”

백유현은 두 개의 검을 빼고는 나직하게 내뱉었다.

마지막 선물.

백유현의 손에 들린 두 개의 검이 서로 교차했다.

그리고 그는 그대로 게넬의 머리통 안에 검을 박아 넣어 버렸다.

단단한 강철과도 같은 게넬의 머리통이 쑥 뚫리며 그 안에 간장과 막야가 교차되었다.

“잘 가라.”

콰콰콰콰쾃!

번쩍-

그 순간 엄청난 광채가 게넬의 머리통 안에서 뿜어지며, 사방이 한순간 완전히 어두워졌다가, 찬란한 금빛이 폭사되듯 뿜어져 나왔다.

금환식(金環蝕).

달과 태양이 서로를 잡아 먹어 나타난다는 찬란한 금빛의 고리.

척준경의 가장 강력한 쌍검술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콰드득-

쩌어억-

그리고 게넬의 두개골 한쪽에서 균열이 일어났다.

조각이 떨어지고, 가루가 흩날렸다.

몇 번의 강력한 폭발에 견디지 못했고, 결국 금환식에 휩싸여 그 단단한 두개골이 박살이 난 것이었다.

콰드득-

게넬의 거대한 몸체가 크게 흔들렸다.

“크어어어어!”

게넬은 마지막 단말마를 내지르듯 크게 포효를 하더니, 천천히 그 자리에서 무너져 내렸다.

머리통이 박살이 났는데 서 있을 재간이 없었던 것이었다.

“리퍼!”

그 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팀원 중 유일하게 날개가 있는 천무현이었다.

그는 악천후를 뚫고 백유현에게 온 것이었다.

백유현과 게넬의 모습을 보고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깨달은 천무현은 잠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금세 백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자식! 그렇다고 그냥 사라져 버리는 것이 어디 있어! 잡았으니 망정이지...엇? 근데 이 자식...엄청 쎈 놈인 거 같은데?”

백유현은 피식 웃었다.

“왜 오셨어요?”

천무현이 백유현을 인상을 쓰며 노려보았다.

“그걸 말이라고 해? 팀원 버리는 팀 봤냐?”

백유현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저...탈퇴한 거 아시면서...”

물론 박성진에게만 무전을 날렸지만, 이들이 모를 리가 없다.

그런데 이번에는 천무현이 피식 웃어 보였다.

“인마! 들어올 땐 쉬워도 나갈 때는 어렵다! 이런 말 몰라? 자식이 누가 멋대로 탈퇴하래?”

천무현은 백유현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더니 말했다.

“팀원이 어디 있든지, 우린 같이 간다. 대장의 전언이다. 잘 들어!”

천무현의 말이 이어졌다.

“우리도 모두 탈퇴했다. 그러니, 같이 다니자. 백유현. 이라고 말씀하셨다!”

백유현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예? 그게 무슨!”

“인마! 우리도 팀-엑스 대회 이런 거 마음에 안 들었다고! 세계가 이 지경이고 사람들이 죽어나가는데 팀-엑스 대회는 무슨! 우린 우리 할 거 하고 살기로 했다. 지금쯤이면 대장이 청와대 들어가서 사직서 던지고 오고 있을 거다. 인마, 그러니까 너...탈퇴 보류라고!”

백유현은 뒷머리를 긁적였다.

이런 막무가내인 사람들이라니...

백유현은 황당했지만, 한편으로는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이런 사람들이 팀원이라니...

“짜식, 감동했냐? 좀만 기다려봐. 아, 저 밑에 아직 정리할 게 남아 있네. 넌 좀 쉬고 있어. 나머지는 이 형아가 다 처리할 테니.”

천무현의 등 뒤를 보며 백유현은 희미하게 웃었다.

멋진 동료다.

그리고 멋진 팀...

‘고맙습니다.’

이 팀과 함께라면 뭘 해도 두려울 것이 없을 듯했다.

타앙-

콰콰콰콰쾅!

천무현의 화끈한 쇼가 벌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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