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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잡고 폭렙업-96화 (96/166)

96. 연계 임무

일본.

그 중에서 이번 팀-엑스 대회의 대전 터미널로 선정이 되었던 J-1791 터미널그 앞에 한 소년이 서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많은 보도진이 다녀갔던 곳.

팀-엑스 대회의 대전 터미널로 선정이 되면, 그만한 유명세를 치르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아무도 없는 곳이 되어 버렸다.

팀-엑스 대회의 규정이 바뀌어 버렸으니까.

이번 대회의 개최국이었던 일본도 김빠지는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그들은 약삭빠르게 전략을 바꿨다.

어차피 팀-엑스 대회를 치르지 못할 거, 불멸자를 핑계 삼아 아예 밖으로 나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자위대와 일본 각성자들의 해외 파병의 길을 열어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계획은 성공했다.

팀-엑스 대회를 치르면서 자연스럽게 일본 각성자들은 해외로 나갈 수 있게 되었으니까.

사실 한 명, 한 명이 전술적인 무기로 분류되는 현재 상황에서는 일본의 각성자들도 국제 협약의 내용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팀-엑스 대회의 규정이 바뀌면서 일본은 그것을 약삭빠르게 이용한 것이다.

각성자 다음은 자위대다.

이미 일본 정부는 자위대에 대한 예산 투입을 배 이상 늘린 상태였다.

이 호기를 놓치지 않겠다는 뜻.

그것은 뒤집어서 말하면, 일본은 지금 불멸자들이 부활하여 적이 되고 있는 이 상황을 별로 크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허튼 수작 부렸다간 후회하게 될 거야.’

백유현은 J-1791 던전을 싸늘히 바라보더니 걸음을 옮겼다.

지금은 지켜본다.

하지만 놈들의 이상한 낌새가 보이면 그 때는 그 대가를 치러야 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힘이 없으면 모르되, 힘이 있는데 봐줄 이유는 없으니까.

지금 당장은 망령 수사를 찾아 죽이는 것이 먼저였다.

파앗-

백유현은 홀로 터미널 안으로 들어갔다.

어차피 이곳 J-1791 터미널은 100레벨에 대응하는 터미널이다.

이미 그 레벨을 훌쩍 넘은 백유현에게 있어 아무런 장애물도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백유현은 터미널의 포털을 넘어 그 안으로 들어섰다.

지독한 냄새가 그를 반겼다.

스릉-

하지만 그는 거침없이 두 개의 검을 뽑아들며 걸었다.

“캬아아!”

그런 그를 향해 몬스터 하나가 덤벼들었다.

서걱-

순간 피가 튀며 몬스터가 둘로 갈라졌다.

그 길을 가르며 백유현이 걸었다.

J-1791.

백유현은 지금 염라의 포고를 받아 그 임무를 수행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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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쩍-

임무는 싱거울 정도로 쉽게 끝났다.

부활한 망령 수사는 백유현의 일몰에 의해 순식간에 죽임을 당했고 J-1791 터미널 안의 모든 생명체는 몰살한 상태였다.

‘내일 아침엔 볼만하겠네.’

백유현이 체크해본 결과, 일본의 터미널관리국에서 이곳 J-1791 터미널의 상태를 확인하러 오는 것은 내일 아침이었다.

그 전에만 빠져나가면 되는 것이다.

[망령 수사를 처치하였습니다]

[보상이 주어집니다]

[가용 신체 능력치 15 주어집니다]

[염라와의 친밀도가 100 올랐습니다]

[추가 보상으로 흑색의 망자향(亡者香)이 주어집니다]

‘흑색의 망자향?’

의외의 보상이었다.

백유현은 흑색의 망자향에 대한 상태 창을 열어보았다.

[흑색의 망자향]

[어디서나 피울 수 있는 향(香)이다. 망자향의 불꽃이 피어오르면 그 연기는 사방으로 퍼져, 찾고자 하는 망자의 흔적을 탐지해낼 수 있다. 흑색을 띤 망자향은 지속 시간이 일반 망자향에 비해 배에 달하며, 동시에 삼 위(位)의 망자를 추적할 수 있다]

염라와의 친밀도를 올리기 위해 깼던 임무다.

그런데 뜻밖에 썩 괜찮은 아이템을 얻은 것이다.

[특별 포고]

[염라 : 망령 수사의 원혼의 흔적을 좇아가던 차사가 하나의 거대한 뼈 무덤을 발견했다. 그곳의 흔적이 심상치 않으니 정보를 입수하라.]

[임무 완료 조건 : 뼈 무덤의 정보 입수]

[임무 완료 보상 : 신체 능력치 10 포인트, 염라와의 친밀도 400, 시편(尸片) 5 조각]

[염라가 임무를 의뢰해 왔습니다. 임무를 받으시겠습니까? 추가 보상이 있습니다]

[제한 조건 : 임무 완수 기간은 보름입니다]

[임무 정보 : 지독한 죽음의 기운이 느껴지는 뼈 무덤의 정보를 얻자. 차사들도 접근하기 힘든 곳이니 준비를 단단히 할 필요가 있다. 뼈 무덤의 위치는 K-9091 터미널 근처로 파악되었다]

‘연계 임무? 그리고 시편이라니...!’

놀랍게도 연계 임무가 주어졌다.

이런 연계 임무가 뜨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인데, 염라는 백유현이 망령 수사를 처치하자마자 바로 연계 임무를 준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정보로 봐서는, 한 번 연계 임무가 시작되면 계속 이어지는 경우가 90 퍼센트 이상이었다.

더욱 백유현의 시선을 잡아끄는 것은, 바로 임무 완료의 보상으로 시편을 준다는 것.

시편은 엄마를 되살릴 수 있는 소중한 물건이다.

그것을 무려 다섯 개나 준다.

반드시 해내야 하는 임무인 것이다.

파앗-

백유현이 재빠르게 등을 돌려 나가려는 순간, 또 하나의 창이 떴다.

[지하세계의 왕이 당신에게 상당한 관심을 보입니다]

저번에 보였던 창이다.

그 때에는 갑자기 사라졌는데, 이번에는 뒤를 이어 창이 떠올랐다.

[지하세계의 왕이 당신에게 임무를 주려 합니다]

‘지하세계의 왕의 임무?’

명부의 왕은 염라다.

그런데 지하세계의 왕이라면...

[지하세계의 왕 : 사라진 페르세포네를 흔적을 찾아라]

[임무 완료 조건 : 페르세포네의 흔적 발견]

[임무 완료 보상 : 신체 능력치 30 포인트, 지하세계의 왕과의 친밀도 1,000, 검은 뼛조각 20개]

[지하세계의 왕이 임무를 의뢰해 왔습니다. 임무를 받으시겠습니까? 추가 보상이 있습니다]

[제한 조건 : 임무 완수 기간은 열흘입니다]

[임무 정보 : 사라진 페르세포네의 흔적을 찾자. 사신(死神)들에 의하면 페르세포네의 마지막 흔적은 UK-2992 터미널 근처라고 한다]

임무 창을 확인한 백유현의 두 눈이 크게 흔들렸다.

“페르...세포네!”

낯선 이름이 절대 아니다.

늘 죽음과 가까웠던 백유현에게는 더욱 더.

그 이름은 바로...

“하데스! 지하세계의 왕이라는 것은 하데스를 말하는 것이었어!”

동양의 염라, 서양의 하데스.

두 죽음의 신이 나란히 백유현에게 임무를 준 것이다.

그리고 하데스가 얼마나 급했으면 보상을 저렇게 후하게 내걸었을까?

하데스와의 친밀도가 한 방에 1,000이 올라가는 엄청난 임무다.

이걸 해내면, 백유현은 하데스와도 연을 맺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백유현은 잠시 서 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다.

아니, 반드시 해내야 한다.

파팟-

백유현은 입구를 향해 빠르게 내달렸다.

여기서 머뭇거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아직, 염라의 임무는 끝나지 않았고 그에게는 할 일이 있었으니까.

화르륵!

불의 검, 막야에 의해 사정없이 유린당한 터미널에 맹렬한 불이 일었다.

그 불길은 사방의 모든 것을 집어삼키며 더욱 커져 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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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앗-

밖으로 나온 백유현은 지체 없이 땅을 박차고 올라 허공으로 솟구쳤다.

허공 높이 솟아 오른 그의 시선이 닿은 곳은 K-9091 터미널이 있는 울릉도.

망령 수사의 혼은 백유현에게 죽임을 당하자마자, 그 쪽으로 빨려들 듯 이동한 것이다.

‘울릉도라.’

그러고 보니, 얼핏 그 얘기를 본 것 같기도 했다.

울릉도 쪽에서도 불멸자가 나타났다는.

하지만 인력이 부족한데다가, 하필 기상이 매우 좋지 않아 접근이 힘들다는 뉴스.

‘그게 이틀 전이었지.’

백유현은 바로 기상 정보를 확인했다.

울릉도는 여전히 뇌우(雷雨)를 동반한 강한 바람이 일고 있었다.

마치, 폭풍과 같은.

‘이걸 정상으로 볼 사람은 없을 거야. 분명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어.’

백유현은 바로 위성 전화를 연결했다.

“예, 대장님. 하나만 부탁드려도 될까요?”

- 음? 무슨 일이야?

“혹시 울릉도에 관한 소식 없나 해서요. 정부쪽에서 입수한 소식이라든지...”

- 울릉도? 아, 그러고 보니 울릉도를 1급 재난대책지역으로 지정한다는 말을 얼핏 들었어. 그쪽 주민들과 연락도 잘 안된다고 하던데...그런데 무슨 일로 그러는 거야?

“아, 아니에요. 뭐 좀 알아보려고요.”

- 싱겁긴. 팀-엑스 대회가 얼마 안 남았으니까 무리하지 말고.

“예, 대장님.”

백유현은 박성진과 전화를 끊고 생각에 잠긴 얼굴이 되었다.

‘역시 그랬어...뭔가 있다.’

그는 바로 강효를 불렀다.

“강효!”

“하명하시옵소서, 소주.”

허공에서 도포자락을 펄럭이며 나타난 강효가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혹시 말이야...울릉도에...망자의 혼들이 갑자기 발생하지는 않았어?”

강효가 눈살을 살짝 찌푸리더니 대답했다.

“그것이...소인들도 그 점에 대해서 논의하던 중이었사옵니다. 망자의 혼들이 갑자기 크게 늘어 차사들을 보내려 했사온데, 갑자기 모든 차사들의 울릉도 출입을 막으라는 엄명이 떨어져서...”

“차사의...출입을 막아?”

심상치 않다.

그렇다면 강효조차 모르는 일이 지금 울릉도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예...명목상으로는 제 이 대행차사(代行差使)께서 내리신 명이오나, 짐작하기는 대왕께서 내리신 명이 아닐까 사료되옵니다.”

“대행차사가? 그...대왕께서 옆에 두시고 부린다는 최고위급의 차사들 말이야?”

“예, 그러하옵니다. 이제까지는 대행차사들께서 움직여 이렇듯 빠르게 엄명을 내리신 일이 별로 없사온데...어찌된 일인지 모르겠사옵니다.”

“음...”

대행차사가 움직였다.

그들은 염라의 명을 직통으로 받아 수행하는 자들.

차사들의 울릉도 행(行)을 막는데도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나에게 그곳을 조사하라고 했다고...?’

대행차사의 엄명이 내려졌으면, 차사 강효나 문광은 그곳에 가지도 못한다.

그들은 엄밀히 따지면, 명부의 소속이었으니까.

이미 백유현에게 종속된 이십 위(位)의 차사들은 좀 다른 경우이긴 했지만.

‘어쩌면...이들을 보호하려는 것일 수도.’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는 것만은 분명했다.

그러니 망자들의 혼이 갑작스럽게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도 그들을 거둘 차사들을 보내지 않는 것일 테니.

‘그렇다면 어쩔 수 없어. 나 혼자 알아보는 수밖에.’

생각을 정한 백유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가봐도 돼.”

백유현의 말에 강효가 다시 사라졌다.

‘흠...그 전에.’

백유현은 좀 더 북쪽을 바라보았다.

그에게는 또 하나 할 일이 남아 있었다.

세르게이 갈라예프.

놈의 몸에 들어앉은 망자 고의 혼을 빼내야 했다.

놈이 어디에 있는지는 지금은 알 수 없다.

하지만 방법이 있었다.

화르륵-

흑색의 망자향.

수천 리 밖에서도 망자를 찾아낸다는 추적향의 불꽃이 밝혀졌다.

그리고 연기 한 줄기가 북쪽으로 길게 뻗었다.

‘망자 고. 넌 끝이다.’

백유현은 일단 내친 김에 망자 고까지 잡아낼 생각이었다.

어쩌면 그쪽에서도 연계 임무가 주어질지 모르는 일이니까.

파앗-

마음을 정한 그는 최대 속도로 날았다.

연기는 북쪽, 러시아로 향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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