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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잡고 폭렙업-94화 (94/166)

94. 지하세계의 왕

쿠웅-

그 때, 때 아닌 지진파가 울렸다.

쿠르르르-

그 거대한 지진파 때문에 바다가 거칠게 뒤흔들렸고 그 여파는 육지에도 고스란히 미쳐서 성산 해변 일대가 한 번 들썩였다.

우우웅-

그와 동시에 설문대할망에게서 거대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키아아아악!”

“캬아아악!”

그 기운을 받은 물귀신들과 오백장군들이 두 눈을 희번덕거리며 괴성을 내질렀다.

놈들의 몸에서는 시뻘건 기운이 뿜어져 나와, 방금 전보다 더욱 흉흉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다.

‘강화!’

설문대할망은 자신의 권속들을 강화시킨 것이다.

그것을 증명하듯, 수많은 물귀신들과 오백장군들의 레벨이 올라갔다.

일시적인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그들의 힘은 확실히 강해져 있었다.

금환식은 한 번 쓰게 되면 한 동안 그 파괴력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그래서 척준경은 말했었다.

확실한 승부를 볼 수 있을 때, 쓰라고.

방금 같은 경우는 급박한 상황이라 사용할 수밖에 없었고, 덕분에 지금은 봉인된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투타타타-

그 때, 저 멀리서 헬기 하나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제주도 해병대에서 운용하는 전차 대대가 달려오고 있었다.

터미널이 생기면서, 새롭게 배치한 부대였다.

전차는 대략 이십 여대.

거기다 제주방어사령부에서 출동시킨 병력들도 천오백 명 가까이 접근하는 중이었다.

거기다 해군 초계함도 네 척이 출동한 상태.

당연히 몬스터들에게도 물리적 타격은 입힐 수 있다.

다만, 지금 같은 경우는 망자(亡者)들의 숫자가 훨씬 많아서 그들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하지만 무장 병력이라면 없는 것보다는 낫다.

“강효, 문광.”

“예, 소주!”

강효와 문광이 어느덧 다시 돌아와 있었다.

“망자들을 맡아. 척준경 장군께서도 도와주시기로 했으니 물귀신이나 육지의 망자를 처치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거야.”

강효와 문광이 고개를 숙여 보였다.

“명을 받잡나이다.”

그들은 차사들을 이끌고 사라졌다.

척준경도 그들을 따랐다.

이렇게 해두면 인간들이 괜히 망자들의 습격에 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면 백유현도 설문대할망을 상대하기 편해진다.

오백장군과 물귀신들은 어느 정도 저지가 될 테니까.

하지만 어디까지나 ‘어느 정도’ 다.

오백장군들의 레벨이 워낙 높아, 현대 무기의 화력으로 상대할 수 있는 한계는 분명히 있으니까.

그렇다고 해도, 그 한 순간은 백유현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했다.

콰콰쾅!

그 때, 바다 위에 떠 있는 초계함의 함포들이 일제히 불을 뿜었다.

쿠쿠쿠쿵!

“크아아악!”

그 불꽃은 오백장군을 정확하게 타격했고, 오백장군은 강력한 폭발에 휩싸여 이동을 저지당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놈들은 분노에 찬 표정을 지으며 바다를 가르며 움직였다.

강력한 화력이긴 했지만, 오백장군의 레벨이 워낙 높아 그들을 막아낼 수는 없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백유현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자신에게 집중될 오백장군의 시선을 돌린 것만 해도, 그들이 할 일은 다한 셈이었으니까.

백유현은 그 틈을 타서 설문대할망에게로 접근해 들어갈 수 있었다.

“캬아아-”

자식을 잃은 분노에 설문대할망은 두 눈에서 시뻘건 혈광을 뿜어내며 백유현을 향해 괴성을 내질렀다.

콰콰쾃!

그와 동시에 바다에서 수많은 칼날 바위가 솟구쳐 백유현을 덮쳤다.

파앙-

백유현조차 제대로 반응할 수 없었을 정도로 빠르고, 갑작스러운 공격이었다.

‘크으!’

그는 가까스로 공격을 피해내긴 했지만, 어깨 부근에서 피가 솟구치고 있었다.

설문대할망의 공격은 생각 이상으로 빨랐던 것이었다.

하지만 설문대할망의 공격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캬아악!”

탐라국을 세웠다던 전설적인 존재, 설문대할망의 권능은 무시무시했다.

퍼퍼펑!

이번에는 사방에서 커다란 바위 조각들이 백유현에게 날아들었다.

탐라, 즉 이 제주에서는 당해낼 자가 없다는 설문대할망의 엄청난 힘이었다.

번쩍-

백유현은 자신에게 날아드는 바위들을 향해 검막을 펼쳐냈다.

그의 주변을 완벽하게 감싼 검막에 바위들이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레벨이 급속도로 오르고 있어!’

백유현은 설문대할망의 머리 위에 떠 있는 숫자를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자식들의 죽음으로 분노한 까닭인지, 설문대할망은 엄청난 속도로 레벨이 상승하고 있었던 것이다.

순식간에 10레벨 이상 올라버린 설문대할망을 보며 백유현도 차갑게 눈빛을 발했다.

‘지금 막아야 해!’

그녀를 지금 막아내지 못하면, 한라산의 정상 부군의 봉우리를 두 손으로 잡고 집어 던져 버린 그 괴력(怪力)을 직접 맛보게 될 것이다.

타아앙-

콰콰쾅!

그 때, 날뛰던 설문대할망의 어깨 부근에서 맹렬한 폭발이 일었다.

타앙-

콰콰쾅!

그리고 또 한 번 탄환이 날아와 폭발했다.

- 리퍼, 지금이다!

천무현의 지원 사격에 설문대할망이 주춤한 순간, 백유현이 빠르게 움직였다.

일단 설문대할망에게 접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순간적으로 그녀에게 접근해 들어간 백유현은 그녀의 목덜미를 노리고 쇄도해 들어갔다.

설문대할망은 신화 속에서도 엄청난 거인(巨人)으로 묘사되었는데, 지금 눈앞에서 본 그녀의 모습도 신화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이 엄청나게 거대했던 것이었다.

파각-

간장의 예리한 날이 설문대할망의 목덜미 부근을 깊숙하게 파고 스쳐 지나갔다.

푸하악!

피가 솟구치고, 역겨운 비린내가 풍겨났다.

“캬아악!”

하지만 설문대할망의 표정이 더욱 표독하게 바뀌더니, 마구 날뛰기 시작했다.

아쉽게도 치명상을 입히는 데는 실패한 것이다.

쾅! 쾅! 콰쾅!

그녀가 날뛸 때마다 바다가 요동을 쳤고, 성산일출봉의 바위들이 깨져서 무너져 내렸다. 무시무시할 정도로 강력한 힘이었다.

하지만 백유현은 그에 당황하지 않고 바로 칼날을 세워 그대로 위로 비껴 올려 쳤다.

파각!

이번에는 막야의 날카로운 칼날이 설문대할망의 피부를 갈라내고, 그 안의 근맥을 끊어 놓았다.

콰직! 콰직! 콰직!

그리고 백유현은 바로 달라붙어 간장과 막야를 교대로 휘두르며 설문대할망의 상처를 더욱 더 들쑤셔 놓았다.

피가 튀고, 단단했던 피부가 파여 나가고 근육이 찢어지는 가운데 설문대할망은 몸을 크게 뒤틀었다.

아마 이제까지 이런 고통을 느껴본 적도 없었을 것이다.

망유계의 망자에 의해 악신(惡神)으로 부활한 탓에 그녀는 모진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캬아아악!”

콰앙!

설문대할망이 커다란 손을 들어 백유현을 후려쳤다.

콰쾅!

하지만 그 순간 설문대할망은 크게 몸을 뒤틀며 고통스러워했다.

- 헤이, 어딜 감히!

천무현이 제 때 지원 사격을 해준 것이었다.

- 리퍼, 마음껏 공격해! 네 뒤는 내가 봐줄 테니!

백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파각-

그리고 그는 설문대할망의 팔을 타고 위로 솟구쳤다.

워낙 거대한 체구인지라, 마치 절벽을 타고 산을 오르는 듯한 모양새였지만 백유현에게는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설문대할망의 몸을 타고 그녀의 목덜미 근처까지 기어 오른 백유현은 검을 들어 그대로 박아 넣었다.

콰직!

막야가 목덜미 깊숙한 곳까지 박혀들자 설문대할망이 미친 듯 요동을 쳤다.

과거에 제주도의 물장오리라는 깊숙한 연못에 빠져 죽었다던 불멸자, 설문대할망에게 있어 이제 두 번째 죽음이 닥쳐오고 있었다.

백유현에게 목덜미를 내준 이상,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캬아아아-”

콰콰콰쾃!

그녀가 미친 듯 비명을 지르자, 바다 속에서 날카로운 바위들이 솟구쳐 그녀의 몸을 관통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백유현을 떨쳐 내려는 몸부림이었다.

하지만 백유현이 그렇게 호락호락 당해줄 리가 없었다.

파각-

번쩍-

그의 전신을 둘러싸고 거대한 검막이 펼쳐졌고, 바위들은 다시 한 번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결국 설문대할망은 오히려 큰 손해를 보게 된 것이었다.

콰앙-

콰콰콰쾅!

그 순간, 그녀의 한쪽 다리 부근에서 맹렬한 폭발이 일어났다.

치명타는 아니었지만, 일순간 그녀를 그 자리에서 휘청거리게 하는 정도는 성공할 정도는 되었다.

파지지직-

백유현이 들고 있는 간장에서 시퍼런 뇌전이 번뜩였다.

“하앗!”

파가가가각!

그리고 그 간장이 미친 듯 허공을 베어내기 시작했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빠르기로 허공을 베어내는 간장의 예리함에 설문대할망의 목덜미가 깊숙하게 파여 나갔다.

무간 지옥에서 수도 없는 죽음의 위기를 겪으며 성장한 백유현이었다.

그가 들고 있는 검은 사상 최강의 쌍검이었고, 그에게 검술을 전수한 자 역시 무신이라 불리는 존재.

이 모든 공격을 설문대할망이 제대로 버텨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녀의 목덜미는 갈수록 더욱 너덜거렸고, 급기야 그녀는 몸을 크게 휘청거렸다.

콰콰쾅!

그 순간에도 천무현의 지원사격은 계속 되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그것조차 감내하지 못할 정도로 설문대할망은 크게 타격을 받은 상태였다.

콰드드득!

그녀의 전신에 쏟아지는 수많은 자탄(子彈)들과 이어지는 격렬한 폭발!

그리고 그녀의 목덜미를 완벽하게 제압하고 힘줄과 핏줄을 끊어나가는 백유현의 공격은 아무리 강력한 설문대할망이라지만, 그대로 침몰하게 만들었다.

파앗-

간장과 막야가 무시무시한 힘을 담고 하늘 높이 치솟았다.

번쩍-

그리고 검은 광채가 뿜어졌다.

콰콰콰쾃!

푸하아악!

그 검은 광채에 휩싸인 설문대할망의 목에 있는 경동맥이 단숨에 절단되며 미친 듯 피가 뿜어졌다.

파각!

그리고 백유현은 두 개의 검을 나란히 설문대할망의 목구멍 깊숙한 곳에 꽂아 넣었다.

번뜩이는 뇌전과 타오르는 화염.

두 개의 검이 발산하는 힘에 설문대할망은 점차 두 눈동자에서 힘을 잃어갔다.

타앙-

퍼엉-

그리고 쐐기를 박듯, 그녀의 이마에서 피가 튀어 올랐다.

천무현의 힘을 다한 사격이었다.

콰콰콰쾅!

천무현이 발사한 탄환은 설문대할망의 머리속에서 무수한 폭발을 일으키며 그녀를 확실한 죽음으로 몰고갔다.

콰아앙-

설문대할망은 성산일출봉을 박살내며 그대로 쓰러졌다.

“크어어어어!”

“캬아아아아!”

그녀의 죽음을 본 오백장군들이 마구 날뛰었다.

설문대할망의 압제(壓制)에서 벗어난 물귀신들이 사방으로 도망을 갔고, 육지에 있던 망자들도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제 남은 것은 바다에서 날뛰고 있는 오백장군들뿐.

콰콰쾃!

백유현은 허공에서 폭풍 날개를 활짝 펼친 채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지막이다.

스윽-

백유현은 간장과 막야를 교차해서 들었다.

번뜩이는 뇌전과 타오르는 화염이 더욱 크게 피어올랐다.

번쩍-

그리고 한 순간 달이 태양을 잡아먹은 듯, 사방이 어둠으로 휩싸였다.

다음 순간 환하게 타오르는 하나의 황금빛 고리!

금환식(金環蝕).

콰콰콰쾃!

그 거대한 힘은 바다에 있던 오백장군을 그대로 덮쳤다.

오백장군들은 온 몸이 찢겨 가는 고통에 몸부림을 치며 괴성을 내질렀다.

하지만 그들은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저 하늘 저 끝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칼날에 몸을 내맡기는 것뿐.

촤라랏!

찬연한 금빛 고리가 사라지고 지상과 바다에 남은 것은 무수한 죽음뿐이었다.

설문대할망을 따르던 오백장군이 사라졌고, 물귀신들도 휘말려 소멸되었다.

- 상황...종료. 적은 소멸되었다.

이 모든 광경을 보고 있던 천무현이 나직하게 한 마디 내뱉었다.

모든 상황이 종료되고, 백유현 혼자 오롯이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한 그의 한 마디였다.

그 말에, 한동안 무전에는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한참 후, 한 마디가 흘러나왔다.

- 리퍼, 수고했다. 라이플, 너도.

이렇게 불멸자 하나가 다시 사라졌다.

‘...’

백유현은 만감이 교차하는 눈빛으로 아래를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엄마를 되살리기 위해 시작했던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또 하나의 목표가 생겨났다.

‘가만 두지 않아...이 세계를 어지럽히는 건.’

이 세계가 엉망진창이 되어 있다면, 엄마를 되살린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

백유현은 그래서 더욱 앞으로 나아가기로 결심한 것이다.

모든 것을 망치려드는 망유계의 망자들을 모조리 소멸시키기로.

[지하세계의 왕이 당신을 주시합니다]

그리고 하나의 창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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