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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잡고 폭렙업-92화 (92/166)

92. 성산일출봉

콰앙- 쾅-

불귀성에 때 아닌 폭음이 울리고 있었다.

콰콰콰쾃!

그리고 허공에서 날카로운 칼날의 비가 쏟아져 내렸다.

“키에에엑!”

“캬아아악!”

불귀성에 있던 악귀들은 그 칼날에 몸이 베어져 나가며 쓰러졌다.

[탐닉하는 악귀를 소멸시켰습니다]

[집착의 방랑자를 소멸시켰습니다]

[경험치가 올라갑니다]

[육편을 얻었습니다]

....

백유현의 눈앞에는 그야말로 헤아리기도 어려울 정도로 엄청난 창들이 떠올라 있었다.

그는 그 창들을 한쪽으로 밀어두고 악귀들을 베어냈다.

번쩍-

일몰이 펼쳐지며 악귀들이 사라졌고, 한 순간 그 곳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올라와!”

백유현은 허공에서 폭풍 날개를 펄럭이며 외쳤다.

그 순간, 아래에서 대기하고 있던 차사 강효와 문광, 그리고 나머지 차사들이 성벽을 날듯이 뛰어 올랐다.

워낙 많은 악귀들이 방어를 하고 있어 그쪽 벽을 뚫고 올라가긴 쉽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런데 백유현이 한 방에 뚫어냄으로 인해서 차사들은 성벽 위에 올라서는데 성공했다.

“모든 적들을 섬멸할 것이다! 가라!”

차사, 강효의 외침에 그 뒤를 따르던 차사들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악귀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촤앗-

파각!

검광이 번뜩이고, 악귀들이 소멸되었다.

한 번 입구가 뚫리자, 그 뒤는 파죽지세였다.

콰콰쾃!

그들의 검은 생명을 거두었고, 차사들은 그렇게 앞으로 전진했다.

불귀성.

야만이 그 성을 차지한 이래, 가장 격렬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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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앙-

불귀성의 가장 안 쪽, 수도 없는 악귀들이 몰려 있는 그곳에 한 사람이 나타났다.

두 손에 번뜩이는 두 개의 검을 들고 있는 소년.

소년은 나직하게 내뱉었다.

“강효, 이곳이 마지막이야?”

강효가 고개를 숙였다.

“그러하옵니다. 소주.”

고개를 숙인 강효에게도 핏물이 무차별적으로 튀어 있었다.

이제까지의 싸움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려주는 광경이었다.

그 뿐만 아니라, 문광이 들고 있는 언월도에도 아직 굳지 않은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다들 괜찮지?”

백유현의 말에 문광이 두 눈에서 살기를 뿜어내며 대답했다.

“이 정도로는 간에 기별도 가지 않사옵니다. 명만 내리시옵소서! 소주의 앞을 가로막는 모든 적을 섬멸하겠나이다!”

백유현이 씩 웃었다.

“그래. 그럼 가볼까? 야만(野蠻)이 있는 곳으로.”

“존명!”

저벅.

콰짓!

“키에에엑!”

그들은 걸었다.

수많은 귀신들이 우글거리는 불귀성의 가장 깊숙한 곳을 향해.

그곳에는 다른 귀신들을 잡아먹고 산다는 야만이 있었다.

백유현이 휘두르는 검에 귀신들이 소멸되었고, 길이 열렸다.

그 뒤를 차사들이 따르며 그들에게 대적하는 모든 악귀들을 처단했다.

이 순간 그들을 막아설 수 있는 존재는 아무도 없었다.

콰앙-

콰르르륵!

또 한 번 불길이 일고, 불귀성은 함락되기 직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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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野蠻).

기골이 매우 장대하고 힘이 장사라 주변의 모든 악귀들을 압도하는 힘을 지닌 존재.

쿠웅-

그런데 그 야만이 비틀거리다가 한쪽 무릎을 땅에 꿇었다.

“커헉!”

놈의 입에서는 핏물이 뿜어졌다.

스릉-

그를 스쳐 지나간 백유현은 한 자루의 검을 허공에 털어냈다.

간장.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명검 중의 명검.

게다가 간장은 수천 년만에 막야와 재회를 하며 한층 강화된 상태였다.

그 무엇도 자르지 못하는 것이 없는 상태.

“어...어찌 이런 일이...”

야만이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계속 피를 울컥 토해내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로서는 믿을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일까?

이 불귀성의 절대적인 지배자였던 그가, 어떻게 차사도 아닌 보통 인간에게 치명상을 입고 이렇듯 소멸을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넌 약하고, 난 강했을 뿐이야. 길게 생각하지 마.”

그런 그를 돌아보며 백유현이 차갑게 말했다.

“크...큭! 미...미친!”

야만이 피에 젖은 얼굴을 들며 백유현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백유현은 싸늘한 한 마디를 내뱉었다.

“잘 가라.”

촤랏-

콰당탕-

백유현의 검이 허공을 수놓는 순간, 야만의 머리통이 허공에 날았다.

철컹-

백유현은 검을 칼집에 집어넣었다.

“경하드리옵니다! 소주!”

불귀성을 접수했다.

백유현은 희미하게 미소를 지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으로 137레벨.’

137레벨.

불귀성 하나를 함락시킨 것만으로 레벨이 꽤 올랐다.

‘하지만 멀었어. 쉴 틈이 없다.’

지금도 이승에서는 악신이 되어 부활하는 불멸자들이 속속들이 생겨나고 있을 것이다.

놈들을 막아내려면 더욱 강한 힘이 필요하다.

저번처럼, 목숨을 걸고 싸워야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닌 제대로 놈들을 상대할 수 있는 힘!

‘그 때까진 멈추지 않아.’

그는 차사들을 데리고 불귀성을 빠져나갔다.

아직 무간에서의 시간은 많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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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웅-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거대한 구멍 하나가 생겨났다.

그리고 온통 찢겨 나가고 허름해진 옷을 걸친 소년과 차사 둘이 그 안에서 나왔다.

소년은 구멍에서 나오자마자,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다섯 시 십사 분.’

정확하다.

타임 뱅크 효과가 적용되긴 했지만, 전체 시간은 똑같았다.

즉, 백유현은 240시간의 시간을 더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후우, 샤워 먼저 좀 하고 싶네.”

열흘이라는 시간은 엄청난 차이를 가져다주는 것이었다.

무간에서의 시간은 씻지 못하고,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보내는 시간이었으니까.

“먼저 좀 씻고 올게.”

“알겠사옵니다. 소주.”

차사 강효와 문광은 알아서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들은 아마 다른 차사들을 데리고 주변을 삼엄하게 지키고 있을 것이다.

백유현은 옷을 벗고 뜨거운 물을 받아 놓은 욕조에 들어가 앉았다.

신음이 나올 정도로 뜨거운 물이 그의 전신을 감쌌다.

삐릭-

몸이 노곤, 노곤해져 갈 쯤, 그는 욕실 안에 설치된 티브이를 틀었다.

역시 고급 오피스텔이라 없는 게 없었던 것이었다.

- 충북에서 기괴한 현상이 발생했다고 알려진 지금, 노블레스 멤버스 한국 지부에서는 사태 파악을 위해 각성자들을 대거 급파하였습니다.

- 전남 광주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대지진이 일어났습니다. 무등산 자락 근처의 주민들에게는 긴급 대피령이 내려졌으며 수많은 가구가 지진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 제주도의 성산 일출봉 근처에서 기괴한 형태의 거대한 괴물 그림자를 목격했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해무로 가득한 바다 상황에 관계당국은 확인에 상당한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3분.

자신이 무간 지옥에 다녀와서 겨우 3분이 흘렀을 뿐이다.

그런데...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백유현은 티브이의 화면을 보면서 인상을 찌푸렸다.

‘놈들이 움직이는 건가?’

왜 지금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 것일까?

그 대답은 한 가지다.

‘뭔가’ 가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백유현은 그것을 악신이라고 추측했다.

띠리리리-

그 때,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백유현은 그 소리를 듣고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그냥 전화 소리가 아니다.

그것은 알파 팀에게만 주어지는 위성 전화.

그 소리가 울렸다는 것은...

“리퍼, 수신 완료.”

대충 타월로 몸을 닦아낸 백유현은 전화를 받았다.

- 제주도로 간다. 준비해.

팀-엑스 대회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출격 명령이 떨어졌다.

백유현은 제주도 광경이 나오는 티브이 화면을 바라보았다.

‘성산일출봉...’

과거 중국인 관광객이 엄청나게 몰려들었던 곳.

하지만 그 곳 근처에 K-422 터미널이 생성되면서 지금은 각성자들만이 왕래하는 곳이 되었다. 그런데 아마 그곳에 뭔가가 있는 모양이었다.

“리퍼, 출발합니다.”

- 서둘러라. 상황이 좋지 않다.

“예.”

백유현은 몸을 닦아내고는 새 옷을 챙겨 입었다.

그리고 등 뒤에는 단창을, 허리춤에는 간장과 막야를 챙겼고 무한낭에도 내용물을 꼼꼼하게 챙겼다.

몇 달을 먹어도 모자람이 없을 라면과 즉석밥 등과 필요한 생필품을 모조리 쓸어 담은 백유현은 가볍게 오피스텔 방문을 나섰다.

“소주. 어디로 가시옵니까?”

강효였다.

“제주. 먼저 가 있을 테니 따라올 수 있지?”

“예, 소주.”

“좋아, 성산일출봉에서 보자.”

“명을 받잡나이다.”

차사들이 사라졌다.

그리고 백유현이 허공으로 몸을 솟구치려는 찰나, 옆에서 뭔가 그를 툭 건드렸다.

“음머어어-”

브라만이었다.

“응? 브라만!”

처음에는 이게 뭔가 했었지만, 갈수록 브라만이 마음에 드는 백유현이었다.

그런데 브라만이 갑자기 등을 돌리더니 그 자리에 앉았다.

“타라고?”

저번의 경험으로, 브라만의 그 행동이 뭘 뜻하는지 알아차린 백유현이었다.

그는 바로 녀석의 등에 올라탔다.

“음머어-”

브라만은 일어서더니 길게 한 번 울었다.

그리고는 달렸다.

또각- 또각-

처음에는 느릿하게.

하지만 금세 주변의 풍경이 순간적으로 사라졌다.

콰콰콰콰쾃!

녀석은 다시 남해 앞에 당도했고, 그 앞에는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고생했...”

백유현은 당연히 브라만이 멈출 줄 알고 녀석의 등에서 내리려 했다.

그런데 브라만은 아예 더욱 속도를 높여 내달리기 시작했다.

퍼퍼퍼퍽!

높이 이는 파도도 아랑곳없이, 브라만은 그 위를 ‘달리고’ 있었다.

‘뭐, 뭐야! 이 녀석!’

바다의 풍경들이 접히면서 사라졌고, 브라만은 깊은 바다 위에서도 전혀 주저 없이 내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저 멀리 검은 돌로 된 해변이 보였다.

과거에는 연인들의 핫 플레이스였던 월정 해변가였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 전의 일, 제주 동부 지역에 생성된 터미널 탓에 과거의 풍경은 이미 사라진 지 꽤 되었다.

쿠웅-

브라만은 월정의 땅을 밟고, 바로 옆으로 꺾었다.

그 쪽으로 가면 성산일출봉이 나온다.

쿠쿠쿠쿠-

그리고 제주의 땅이 또 한 번 접혔다.

브라만의 속도는 가히 신속(神速)이었고, 덕분에 백유현은 편하게 올 수 있었다.

나머지 팀원들은 비행기를 타고 온다, 뭐한다 하는 동안 백유현은 이미 목적지에 도착해 있었던 것이었다.

“음머어어-”

땅 뿐만 아니라, 바다까지 달릴 수 있는 소, 브라만.

녀석이 저 멀리 보이는 거대한 화산 분화구, 성산일출봉을 보며 길게 울었다.

짙은 안개에 가려져 있지만, 그 실루엣만큼은 또렷하게 보였다.

‘저 곳이...성산일출봉.’

“소주, 심상치가 않사옵니다.”

그 때, 귀문(鬼門)을 열고 나타난 강효와 문광, 그리고 차사들이 일제히 백유현에게 부복하더니 굳은 얼굴로 성산일출봉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 나도 보고 있어.”

과거, 그 아름다운 풍경으로 인해 수많은 엽서에 실리기도 했고 달력의 모델이 되기도 했던 신비의 분화구, 성산일출봉.

그곳에는 이미 귀기(鬼氣)로 가득했다.

한을 품고 죽은 수많은 물귀신들이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머리만 내놓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고, 봉우리에도 죽은 자들이 배회하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뒤에서 언뜻 비치는 거대한 그림자 하나.

‘불멸자.’

저건 부인할 수 없는 단 하나의 사실을 의미했다.

이미 악귀가 불멸자로 진화했다는 것.

“리퍼, 목적지 도착.”

- 어? 벌써?

- 그 소 있잖아. 엥? 근데 바다는 어떻게 건넜지?

팀원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백유현은 다시 무전했다.

“현재 목적지 상황...코드...레드. 그 중에서도...”

백유현의 두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텐(10)입니다.”

가장 위급한 상황을 뜻하는 코드 레드.

그 안에서도 1에서 10까지의 등급이 나뉘어 있는데, 백유현은 바로 가장 높은 등급인 10을 거론한 것이었다.

“조심하십시오. 여긴...”

백유현의 무전이 이어졌다.

“지옥(地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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