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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잡고 폭렙업-90화 (90/166)

90. 거래

돌아올 수 없다 하여 불귀(不歸).

흔히 저승길을 떠나는 이들에게 불귀의 객이라 이름 붙이지만, 그 지옥에서도 영원히 소멸되는 곳이 있었다.

바로 그곳이 불귀성.

백유현은 그곳 앞에 당도해 있었다.

‘시간은 충분해.’

적이 강하면 강할수록 좋다.

그래야 빨리 레벨을 올릴 수 있으니까.

“크어어어-”

“크웨에에-”

몇몇 망자들이 냄새를 맡았는지 어슬렁거리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파각!

하지만 놈들은 백유현의 뒤에 있던 차사들에 의해 정리를 당했다.

110레벨.

그다지 높지 않은 레벨의 망자들이었다.

하지만 놈들은 그저 이곳을 배회하던 놈들이었을 뿐이었다.

진짜는 이 성 안에 있다.

촤라라랏-

그런데 그 때, 갑자기 주변의 배경이 바뀌었다.

‘...?’

눈앞에는 익숙한 장면이 펼쳐져 있었다.

“이게 지금 뭐하는 겁니까?”

“반갑소, 도령!”

도척이었다.

예외적으로, 도척이 백유현을 사자육전으로 불러들인 것이었다.

그는 두 손을 마주 비비더니 은밀하게 눈빛을 보내왔다.

“클클, 부탁한 건 어떻게 됐나 해서 말이오. 난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라. 클클!”

백유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고 보니 도척은 브리트라의 어금니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런 식으로 갑자기 불러내다니.

‘좋아...그럼 그 대가도 확실히 받아야겠지?’

백유현은 도척을 보며 말했다.

“부탁한 건 잘 되었습니다.”

아직 임무 완료 창이 안 뜨는 것을 보니, 도척이 브리트라의 어금니를 받아야 완료가 되는 모양이었다.

그 말에 도척의 두 눈이 탐욕스럽게 반짝였다.

“오호! 그랬다면 어서 말씀해 주시지 그랬소? 내 정말 궁금했...”

“그런데!”

그 때 백유현이 그의 말을 자르고 나섰다.

도척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 과정이 정말 힘들었습니다. 약속한 보상으로는 너무 약한 감이 없지 않아 있어서요.”

“크흠...”

도척이 인상을 확 구기며 탁자를 툭툭- 쳤다.

상당히 불쾌한 모양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보상은 충분하다 생각이 드는데 말이오?”

“암부가 그렇게 위험하다는 것을 미리 말하지 않아, 척살자들에게 쫓기는 몸이 되기도 하고 간수들에게 잡혀 죽을 뻔도 했죠.”

“그거야...도령이 알아서...”

“위험한 줄 알았으면 청탁, 안 받았었을 겁니다. 처음부터 독사의 어금니는 저에게 중요한 것도 아니었으니 굳이 모험할 이유도 없었고.”

도척의 표정이 점차 굳어졌다.

“끄응, 그래서 뭘 어쩌잔 말이오? 이제 와서.”

“보상을 좀 더 늘려주셔야겠습니다.”

백유현은 당당하게 요구했다.

지금 도척이 대놓고 기대감을 보이고 있는 것은, 그가 가지고 있던 브리트라의 어금니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 칼자루를 쥔 것은 백유현 쪽이다.

“도령의 신체 능력치 10 증가에...원래대로라면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않았을 사자육전 특등품 전시관을 개방해주기로 했고, 거기다가 구하기가 극히 힘든 지옥 유충 다섯 마리까지 주기로 했소. 이 정도면 나로서는 성의를 다한 것 같은데 말이오.”

“조금 더 쓰시죠.”

“뭘 더 원하는 거요?”

“그건 그쪽이 알아서 해주면 될 일입니다. 아, 그리고...이런 것도 가져왔는데.”

백유현은 무한낭에서 무기들을 꺼내 보였다.

무초관이 만들어 두었던 무기들이었다.

이제까지 인상을 쓰고 있던 도척의 두 눈이 크게 뜨였다.

“커헉! 이런 것을 어디서...크흡!”

그는 순간적으로 놀랐다가 표정관리를 했다.

그냥 봐도 사자육전의 이등품에서 일등품 정도의 가치는 너끈히 지녔을 물건들이었다.

일등품에서 최고로 치는 간장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상당한 가치를 지닌 물건들...

“사실 거면 얘기하시고.”

백유현의 말에 도척은 방금 전과는 또 다른 의미로 갈등을 하기 시작했다.

‘그럴 줄 알았어.’

그럴 것이다.

예전에 처음, 사자육전에 왔을 때 백유현은 도척에 대해서 어느 정도 파악을 했었다.

그는 이곳 사자육전의 물건들에 엄청난 애정을 지니고 있었고, 탐욕스러울 정도로 그런 물건에 관심을 보인다는 것을.

생전의 버릇이 어디 가겠는가?

그래서 백유현은 무초관의 대장간에 있던 물건들을 싹 쓸어온 것이다.

분명히 도척이 그 물건들에 관심을 보일 것이라 확신하면서.

“크흠...뭘 원하는 거요? 일단 원하는 거 하나 먼저 얘기해보시오.”

“말하면, 들어줄 수는 있는 겁니까?”

“아니, 원래 장사라는 것이 가장 먼저 대화를 통해...아무튼 얘기해보시오.”

백유현은 씩 웃으며 말했다.

“간장(干將) 정도면 어떨까 싶은데. 물론, 이걸 다 간장 한 자루와 바꾸는 건 말이 안 되는 걸 아실 거고.”

“크흠! 간장이면...”

백유현은 어깨를 으쓱이더니 무구들을 슥슥 챙겼다.

“싫으면 마시고. 나야 정석대로 단계를 밟아 올라가서 간장을 사도되는 거니까.”

“거, 도령, 성격 급하시오. 조금만 생각해 볼 시간을 주시오.”

원래 간장은 일등품의 물건이다.

그것도 일등품에서 최고급에 해당하는.

물론 무초관이 만들어낸 무기들도 대단했지만, 간장은 원래 인류 역사상에서도 특출한 물건. 그리고 무초관의 무기들은 단점이 있었다.

피에 미쳐 있다는 것.

그런 무기들은 반드시 주인의 피도 보려 한다.

물론 백유현에게는 크게 상관은 없지만, 그래도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간장과 막야를 다시 짝 지워주고 싶은 마음도 컸다.

‘그게 맞는 거니까...’

오랜 세월 동안 서로 떨어져야 했던 간장과 막야다.

그 한이 얼마나 깊었으면, 막야에 원혼이 깃들어 있었을까.

그걸 지금에라도 합쳐주고 싶은 마음이었던 것이었다.

한참을 생각하던 도척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이것과 저것, 그리고 저것과 저것. 네 자루와 간장을 바꿔 드리겠소.”

이등품의 무기 둘과 일등품의 무기 둘을 가리킨 도척이었다.

원하는바대로 됐지만, 백유현은 짐짓 내키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네 자루와 한 자루를 바꾸자는 것은 제가 너무 손해 보는 것 아닙니까?”

“끙! 이 도령, 상당히 끈질기구먼! 좋소, 그럼 무혼단 열 개까지 얹어드리지.”

사은품과 비슷한 의미였다.

사실 무혼단만 해도 상당히 고가에 팔리는 물건인데, 그것을 얹어준다는 도척이었다.

‘여기서 또 튕기면 재미없을 거고...더구나 브리트라의 어금니가 그 모양인 걸 알면 말이야.’

백유현도 여기서 대충 마무리 짓기로 했다.

일단 간장이 손에 들어온다.

그거면 목적 달성이다.

어차피 무초관에게서는 강제로 빼앗아 가져온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좋습니다. 거래 하시죠.”

도척이 쓰게 입맛을 다시더니 어디론가 사라졌다.

다시 나타난 그의 손에는 검 하나가 들려 있었다.

“간장, 여기 있소. 그리고 여기 무혼단 열 개. 이제 이 네 자루는 내꺼요.”

백유현에게 검을 건네준 도척은 네 자루를 잽싸게 자신 쪽으로 챙겨갔다.

백유현은 고색이 창연한 그 검을 받아들었다.

그의 눈앞에는 하나의 창이 떠올라 있었다.

[간장(干將)]

[혼을 베어내고, 신을 절단할 수 있다는 있는 명검. 절삭력이 뛰어나 단단한 바위조차 베어낼 정도이다. 웅검, 간장을 지닌 자는 천하를 얻을 수 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공격력 : 322 (무속성)

절삭력 : 310

내구도 : 280/280

[???], [???], [???]

간장.

전설의 검이 드디어 손에 들어온 것이다.

간장은 막야보다 모든 부분에서 더욱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 간장이 백유현의 손에 들어온 순간, 갑자기 간장과 막야에서 동시에 빛이 뿜어졌다.

파아앗-

[간장과 막야가 재회(再會)합니다]

[그 동안 둘을 싸매고 있던 업보가 모두 풀립니다]

[수천 년간의 업보에서 벗어난 간장과 막야가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합니다]

[간장의 봉인이 풀려, 재질이 흑철(黑鐵)로 바뀝니다]

[간장에 새겨진 낙인(烙印)의 봉인이 모두 풀립니다. 세 가지 속성의 능력이 추가됩니다]

[뇌신(雷神), 분검(分劍), 참마(斬魔)]

[막야의 봉인이 풀려, 재질이 오철(烏鐵)로 바뀝니다]

[막야에 새겨진 낙인(烙印)의 봉인이 모두 풀립니다. 세 가지 속성의 능력이 추가됩니다]

[염룡(炎龍), 철쇄(鐵碎), 검풍(劍風)]

[간장검과 막야검의 능력치가 변동되었습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백유현은 떨리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간장(干將)]

[혼을 베어내고, 신을 절단할 수 있다는 있는 명검. 절삭력이 뛰어나 단단한 바위조차 베어낼 정도이다. 웅검, 간장을 지닌 자는 천하를 얻을 수 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공격력 : 375 (뇌속성)

절삭력 : 345

내구도 : 345/345

[뇌신] [분검] [참마]

* * *

[막야(莫耶)]

[귀(鬼)를 베어내고, 신(神)을 쪼갤 수 있는 명검. 절삭력이 뛰어나 단단한 바위조차 베어낼 정도이다. 자검, 막야를 지닌 자는 천하를 얻을 수 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공격력 : 345 (화속성)

절삭력 : 332

내구도 : 312/312

[염룡] [철쇄] [검풍]

모든 능력치가 크게 올라 있었다.

백유현은 그냥 간장과 막야를 이제라도 같이 있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서 간장을 달라고 한 것인데, 그 안에는 숨은 비밀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둘의 재회에 이렇듯 깊은 사연이 있었다니!

‘엄청나네...’

간장은 뇌속성으로, 막야는 화속성으로 강화된 것도 모자라 새로운 능력치들이 생겼다.

게다가 공격력이나 다른 능력치는 특등급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 막야의 짝을 얻었느냐?

그 순간, 척준경의 음성이 들려왔다.

‘어? 어떻게?’

사자육전에서는 아예 나타나지 않았던 그다.

그런데 그가 왜 지금 나타난 것일까?

- 난 뭔가 사고 고르고 그런 것 좋아하지 않는다.

그제야 백유현은 피식 웃었다.

그러니까 척준경은 ‘쇼핑’하는 게 싫어서 나타나지 않은 모양이었다.

- 간장이라...정말 운이 따르는구나. 그리고 수천 년의 업보가 너를 통해 이제야 풀리는 것을 보니, 참으로 애잔하기도 하고.

‘그러게 말입니다. 장군...’

사실 백유현도 애틋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동안 얼마나 서로를 그리워했을까.

막야가 그렇게 가고 나서도 간장 또한 제대로 된 삶을 산 것은 아니었다.

그런 깊은 한이 서린 두 사람이 오랜 기간 헤어져 있다가 이제야 만났으니...

- 이제야 두개의 검이 완성이 되었구나.

척준경의 음성이 무겁게 백유현의 귓전을 스쳤다.

두개의 검.

즉 쌍검(雙劍)을 말함이다.

쌍검하면 척준경의 전매특허.

- 그 동안 막야를 뒷받침할 검이 없어 말하지 않고 있었다만, 이제는 말을 해도 될 때인 듯하구나. 너에게 이제부터 금환식(金環蝕)을 전수하겠다.

‘금환식...이라고 하심은...!’

- 달이 태양을 가려, 둘이 모두 사라지는 궁극의 검. 그를 가리켜 금환식이라고 부른다. 찬연히 빛나는 금빛 고리가 지나간 자리에는 모든 생명이 사라져 어둠만이 가득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니라.

금환식.

쌍검으로 보일 수 있는 최강의 경지.

척준경은 바로 그것을 전수해주겠다는 것이었다.

- 간장과 막야라면 그야말로 찬연하기 이를 데 없는 금빛의 고리를 만들 수 있겠구나.

백유현은 순간 몸이 부르르 떨려오는 것을 느꼈다.

최고라 불리는 두 개의 검과 최강의 무인이 만들어낸 쌍검술.

그 두개가 드디어 만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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