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결전
파각!
소드 맨, 김현성이 브리트라와의 거리를 좁혔다.
파지직!
그의 손에 들린 검이 미친 듯한 뇌광에 감싸여 있었다. 그의 공격은 주공(主攻)이자 미끼였다. 그의 공격이 통하면 좋은 것이고, 아니어도 상관없다는 뜻이었다.
그러니 그는 아무 생각 없이 공격을 하면 되는 것이다.
실패해도, 성공해도 그에게 부담은 없었으니까.
모든 것은 뒤의 백유현이 책임질 것이다.
파앗-
순간 브리트라의 거대한 몸뚱이가 보였다.
놈은 백유현에게 시선이 빼앗겨 있었지만, 그 거대한 몸체에 다가드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졌다.
불멸자를 상대하는 것이 이런 것인가?
김현성의 감각이 날카롭게 깨어났다.
실수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철컹-
그는 검을 바로 잡았다.
그가 노리는 것은 브리트라의 몸뚱이.
놈의 몸뚱이를 노려 깊숙하게 치명상을 입힐 생각이었다.
‘간다.’
김현성의 두 눈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이런 중요한 싸움에서 그는 늘 그래왔다.
절대적인 위기 앞에서 극도로 차분함을 유지한다.
그리고...
콰앗-
브리트라에게로 쇄도한 김현성이 모든 힘을 다해 놈이 몸뚱이에 검을 박아 넣었다.
“캬아악!”
순간 브리트라의 비늘이 올올이 곤두서는가 싶더니, 그 수많은 비늘들이 독사가 되어 아가리를 쩍 벌리더니 김현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파캉!
뜻밖의 상황에 놀란 김현성은 검을 거두며 뒤로 물러섰다.
놈의 몸뚱이에 검을 박아 넣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뒤의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기에 그는 큰 낭패를 볼 뻔했다.
- 이런, 소드 맨의 공격이 실패했다. 라이플...
- 리퍼, 들어갑니다.
모든 상황을 바라보며 통제하고 있던 박성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백유현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 역시 김현성의 상황을 정확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브리트라는 불멸자이며, 놈을 상대하는 것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위험하다는 것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멈출 수는 없다.
콰콰쾃!
빠르게 브리트라의 눈앞까지 치달은 그는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캬아악!”
그 때, 브리트라의 붉은 눈이 백유현을 향했다. 그와 동시에 백유현을 향해 놈의 꼬리가 치솟아 올랐다.
파아앗!
그 속도는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어서, 백유현이 먼저 놈에게 접근해 검을 날렸지만 오히려 놈의 꼬리가 먼저 눈앞에 다다랐을 정도였다.
- 리퍼, 멈추지 마!
그 순간, 에피오네의 외침이 들려왔다.
그리고 백유현을 감싸고 거대한 구체가 생겨났다.
- 한 번 정도는 막아줄 수 있을 거야! 어서 가!
아마 보호막인 듯했다.
백유현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대로 쇄도해 들어갔다.
브리트라의 분노한 두 눈이 그와 마주쳤다.
쐐애애앳!
콰아앙!
그리고 그와 동시에 놈의 꼬리가 백유현을 강타했다.
콰드드득!
퍼엉!
백유현을 둘러싼 보호막이 미친 듯 흔들리는가 싶더니 그대로 깨져나갔다.
하지만 그 한 순간이 백유현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되어주었다.
‘막야! 부탁해!’
그그그그극!
막야의 칼날이 서슬 퍼렇게 빛났고, 그 위에 칼날 바람이 휘돌았다.
그리고 순간, 그의 몸이 브리트라를 스쳐 지나갔다.
콰직!
박혔다.
처음에 노렸던 놈의 입 안은 아니었지만, 목덜미에 검이 박힌 것이다.
하지만 그 곳 역시 약점 포착으로 간파한 놈의 급소 중 하나.
‘놓치지 않는다!’
백유현은 막야의 손잡이를 두 손으로 꽉 잡더니 그대로 그어 버렸다.
파가가가각!
푸하악!
막야의 상상을 초월하는 절삭력에 칼날의 바람의 힘까지 실리니 그 예리함은 무시무시할 정도였다.
파각!
그리고 그의 검이 허공으로 치솟았다.
“캬아아악!”
브리트라가 미친 듯 몸부림쳤다.
완벽하게 놈의 숨통을 끊어 놓을 수 있는 입 안의 급소는 아니었지만, 목덜미도 놈의 급소 중 하나, 놈이 아무리 불멸자라 하더라도 견딜 수 있을 리가 없다.
- 리퍼가 성공했다! 라이플, 지원해!
- 라져!
타앙-
타격을 입은 브리트라가 노릴 다음 타켓은 명확했다.
그것을 저지하려 박성진은 라이플, 천무현에게 지시를 내렸다.
노련함에서 나오는 정확한 지시였다.
그리고 천무현은 이미 그 지시가 나올 것을 예상하고 탄환을 갈아 끼우고 대기하고 있던 상태였다.
덕분에 그는 바로 방아쇠를 당길 수 있었다.
콰콰쾅!
브리트라의 머리통에서 무수한 폭발이 일었다.
천무현이 가진 탄환 중에서 가장 강력한 폭발력을 가진 탄이었다.
게다가 최강의 권능의 힘까지 빌려 엄청난 타격이 브리트라에게 주어졌다.
다만, 브리트라는 몇몇 특정한 부위를 제외하고는 모든 타격에 상당한 내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놈에게 제대로 된 타격이 들어가려면 더욱 강력한 힘이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그것을 증명하듯, 놈은 바로 충격을 회복하며 백유현을 향해 아가리를 쫙 벌렸다.
멀리 있는 천무현을 상대해봐야 의미가 없다는 것을 영악하게 깨달은 것이다.
파각-
촤앗!
그 순간, 놈의 몸뚱이를 김현성이 베고 지나갔다.
사정없이 놈의 비늘을 파고든 칼날은 어느새 곧추선 뱀 대가리들 또한 몽땅 베어내 버렸다.
파지직!
“캬아악!”
몸속의 혈류를 타고 퍼져 나가는 강력한 뇌전에 브리트라가 미친 듯 몸을 뒤틀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딜러라 불리는 김현성이 전력을 다한 공격이다.
급소가 아니더라도 이 공격을 그대로 버텨낼 수 있을 리는 없었다.
게다가 브리트라는 아직 완전한 신이 되지 못한 상태.
놈에게 주어진 피해는 엄청난 것이었다.
“캬악!”
브리트라는 잠시 몸을 비틀더니 독기가 서린 눈빛으로 괴성을 내질렀다.
쐐애애애앳-
콰콰콰쾃!
그러자 하늘 저 높은 곳에서 날카로운 가시의 비가 미친 듯 쏟아져 내렸다.
“크윽!”
“으윽!”
그 영역은 자신을 공격하고 있는 알파 팀에게만 해당하지 않았다.
콰콰콰쾅!
콰콰쾅!
신.
즉, 불멸자의 위엄을 나타내듯, 브리트라는 터미널 전체를 가득 뒤덮을 정도의 강력한 가시의 비를 쏟아 부은 것이었다.
하나, 하나가 기다란 장창(長槍)과도 같은 가시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일행들은 황급히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단단한 바위조차 박살내 버리며 내리 꽂히는 가시의 비는 정말 보는 것만으로도 무시무시한 것이었다.
파아앙-
몸을 숨길 수 있는 동굴도 없는 마당에 그들이 갈 수 있는 곳은 아무데도 없었다.
순간 각 팀의 탱커들이 온 힘을 다해 쉴드를 펼쳤다.
“흐아아아아악!”
콰콰콰콰쾅!
주세광이 온 힘을 다해 펼친 쉴드를 가시의 비가 미친 듯 두들겼다.
주세광이 펼친 쉴드는 감마 팀의 일원과 천무현을 겨우 아슬아슬하게 커버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펼쳐져 있었고, 그마저도 위태위태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언제 깨질지 모른다는 뜻이었다.
“으야압!”
그 순간, 감마 팀의 탱커 유한재가 주세광의 쉴드 위에 자신의 쉴드를 둘러 쳤다.
콰콰쾅-
“크윽!”
그 쉴드는 주세광의 것보다는 훨씬 심하게 타격을 받고 뒤흔들렸지만, 그래도 주세광이 숨을 돌릴 여유는 벌어주었다.
- 쉴더, 괜찮나!
- 아직은...버틸 만...합니다!
쿠쿠쿠쿵!
박성진 역시 거대한 힘으로 쉴드를 펼쳐 알파 팀을 커버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시의 파괴력이 워낙 대단해서 얼마나 버틸 지는 몰랐다.
브리트라가 불멸자라는 것이 새삼 다시 느껴질 정도였다.
콰쾅! 쾅!
“흐윽!”
가까이에 있어서 그런지, 내리 꽂히는 가시 한 방에 맞을 때마다 박성진의 온 몸이 크게 뒤흔들렸다. 그의 발은 이미 땅 깊숙하게 파고들고 있어서, 그가 받는 충격이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콰아앙-
그리고 마지막으로 떨어진 가시 한 방이 그가 펼친 쉴드를 산산조각 냈다.
콰당탕!
박성진은 그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뒤로 날아가 넘어졌다.
“으윽!”
어찌나 강력한 충격이었던지, 그가 금세 일어나지 못하고 끙끙거렸을 정도였다.
“팀장!”
김수향이 급히 달려와서 그의 상태를 살폈다.
박성진은 이를 악물며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불멸자에 대항한 대가가 이 정도일 줄이야!
- 시간이...필요하다. 또 한 번 이런 공격이 펼쳐지면...
박성진은 뱉어내기 싫은 말을 억지로 뱉어냈다.
- 더 이상...너희들을 보호할 수가 없다.
알파 팀원들은 그 말을 듣고 표정을 굳혔다.
이제까지 박성진이 그런 말을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그는 길을 찾으려 애를 썼고, 결국 그렇게 해냈다.
그런데 지금...
그는 ‘불가능’을 말하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충격이었다.
그 때, 목소리가 들려왔다.
- 코드 원, 시간은 얼마나 남았죠?
리퍼, 백유현의 목소리였다.
박성진은 어금니를 악 문채 대답했다.
- 앞으로 오 분. 그 동안은 아무런 힘도 쓸 수가 없어.
그 무전을 들은 백유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 분.
그 안에 결판을 내야 한다는 뜻이다.
브리트라.
놈을 가만히 놔두면 전멸할 수도 있다.
그것은 방금 전의 상황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놈이 다시 그런 짓을 벌이기 전에 죽여야 한다.
- 에피오네. 부탁이 있어요.
- 리퍼, 말해.
- 쉴드, 다시 한 번 부탁합니다.
에피오네, 김수향이 펼쳐 주었던 보호막을 말함이었다.
- 너...뭐하려고?
- 저 믿고, 제가 신호하면 보호막과 모든 치유 권능을 저에게 집중해 주세요. 단 한 번밖에 기회가 없어요.
김수향이 눈살을 찌푸리며 옆에 있던 박성진을 바라보았다.
박성진이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이 말하는 대로 해줘. 무슨 생각이 있을 테니까.”
신뢰(信賴)
이것은 백유현에 대한 전적인 신뢰였다.
김수향도 그것을 느끼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 오케이. 온 힘을 다해서...내가 널 보호할 거야. 너도 최선을 다해줘.
그 무전을 들은 백유현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 네. 그러도록 할게요.
백유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하늘로 치솟았다.
그의 검에서는 루드라의 칼날 바람과, 염라의 단죄, 그리고 막야 자체의 예리함이 최대치로 감돌고 있었다.
‘이 순간 필요한 것은...’
백유현은 까마득한 아래쪽에 보이는 브리트라를 노려보았다.
얼마 전 상류를 상대할 때와 같은 상황이다.
하지만 그 때와는 다른 상황이기도 했다.
그 때는 뒤를 생각하지 못하고 덤볐었고, 지금은 완벽한 계획이 짜여 있었으니까.
꽈악-
백유현은 막야의 손잡이를 힘을 주어 말아 쥐었다.
막야의 가느다란 떨림이 느껴졌다.
‘한계 돌파...끝까지 간다!’
그 때에는 가속력을 버티지 못하고 중간에 기절하는 바람에 백유현은 거의 죽음 직전까지 몰렸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에게는 그를 커버할 에피오네가 있다.
- 낙하 준비 완료.
그의 짤막한 무전에 천무현이 두 눈을 부릅떴다.
이건 제노사이드를 잡을 때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백유현은 그 때보다 훨씬 위쪽으로 치솟아 있었다.
오히려 상류 때와 비교해도 그렇다.
- 너 그러다 죽어!
아무리 에피오네가 보호한다고 해도 그렇지...이건!
- 단 한 번에 끝낼 겁니다.
- 리퍼...아니 백유현!
- 낙하 시작합니다.
그리고 백유현이 저 높은 하늘 끝에서 낙하를 시작하는 모습이 보였다.
- 이런 미친!
그리고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콰콰콰콰쾃!
거대한 힘을 담고 떨어지는 백유현의 모습이 유성(流星)과도 같이 허공에 그려졌다.
파가가각!
정신을 순간적으로 나가게 하는 어마어마한 가속도가 백유현의 전신을 강력하게 욱죄고 있었다.
하지만 백유현은 두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두 눈을 감아서는 안 된다.
그가 노려보고 있는 단 하나의 목표 지점.
브리트라의 입 안의 붉은 원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원이 순간적으로 커진 순간, 백유현이 외쳤다.
- 에피오네, 지금!
파파파팟!
그에게 수많은 보호막과 힐링 마법이 걸렸다.
콰콰콰쾃!
“캬아아악!”
백유현을 향해 아가리를 벌리고 덤벼드는 브리트라와, 그 브리트라를 향해 내리꽂히는 백유현!
번쩍-
섬광이 일었다.
그리고 주변이 정적으로 휩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