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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잡고 폭렙업-75화 (75/166)

75. 전말 -3권 끝-

[‘썩어가는 존재의 피’의 영향으로 신체가 재구성되기 시작합니다]

[생체 에너지 파장이 분출됩니다]

[세포 재구성 속도 증가]

[골격 재생 속도 증가]

[주요 장기 재생 속도 증가]

...

...

...

[구명(求命) 완료]

[신체 재구성 완료]

[호흡이 정상화 되었습니다]

[맥박이 정상화 되었습니다]

[모든 신체 능력이 정상화 되었습니다]

“후악!”

백유현은 막힌 숨이 터지는 듯한 해방감을 느끼며 두 눈을 번쩍 떴다.

시원했다.

폐부에 공기가 들어차는 신선한 기분이 들었다.

“후우...!”

온통 먹먹했던 그의 머릿속에 하나, 둘씩 정보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상류!’

놈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 때, 옆에서 그를 흔드는 것이 느껴졌다.

“소주! 괜찮사옵니까!”

“소주! 정신이 드시옵니까!”

강효와 문광이었다.

백유현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응? 너희들...”

그런데 문득 주위를 둘러 보던 그는 충격을 받은 얼굴이 되었다.

“아니...이 자들은 왜!”

수십 위(位)에 달하는 차사들이 온 몸이 녹아 바닥에 쓰러져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다 그는 상황을 깨달았다.

‘나를 보호하려다가...!’

사방에 뿌려진 상류의 독액.

차사들의 도포에는 그 독액이 진득하게 묻어 있었다.

그리고 백유현의 몸은 깨끗했다.

이미 ‘불사의 재생’ 덕분에 모든 것이 회복된 것이기도 했지만 의복에도 독액은 튀어 있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렇다는 얘기는 차사들이 목숨을 바쳐 자신을 보호했다는 뜻이다.

그리고...

“강효...!”

백유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강효의 등.

그의 등 역시 독액에 의해 살점이 녹아들어가 있었던 것이었다.

다행히 치명적인 것은 아닌 것 같았지만, 그 고통이 얼마나 극심했을까!

“너...왜...”

백유현이 말을 잇지 못하자, 강효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수행 차사가 되어 소주를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 죄, 소멸되어 마땅하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강효!”

이미 등이 녹아들어 있어 극심한 통증을 느낄 텐데도, 사죄부터 하는 강효다.

그를 보며 백유현은 이를 악물었다.

자신을 구하기 위해 소멸한 수십 위(位)의 차사들.

그리고 강효.

‘젠장! 내가 약해서!’

단박에 상류의 목숨을 끝장냈더라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을.

백유현은 또 한 번 자신의 약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리고 앞으로 이런 일이 수도 없이 벌어질 텐데, 그 때마다 강효나 문광을 희생시킬 수도 있다는 소름끼치는 생각이 들었다.

‘제길...!’

백유현은 이미 바닥에 널브러진 상류를 노려보았다.

놈의 목은 막야에 의해 잘려 나갔고,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망유계의 망자가 이쪽의 악신이 되어 가는 모습은 정말이지 충격적이었다.

놈을 죽이는데 너무 많은 희생이 있었다.

그 때 창 하나가 떴다.

[고대의 악신, 상류를 소멸시켜 700,000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명부의 척살자’ 호칭의 효과로 210,000 경험치가 더해집니다]

[염라의 임무를 완료하였습니다]

[고대의 악신, 상류를 소멸시켜라! 1/1]

[레벨이 132에서 133으로 올랐습니다]

[다음 레벨까지 111,170 경험치가 남았습니다]

[임무 완료 보상으로 가용 신체 능력치가 10 주어집니다]

[당신에 대한 명부(冥府)의 호의도가 250 올라갑니다]

[600 호의도가 되면 다음 등급으로 승급할 수 있습니다]

[현재 등급 : 3등급]

[현재 명부의 호의도 460]

[현재 소지 육편(肉片) 47,210]

[임무 완료 보상으로 염라와의 친밀도가 80 올라갑니다]

[현재 염라와의 친밀도 325]

[염라와의 친밀도가 500이 되면 염라의 다음 권능을 이전받을 수 있습니다]

[권능, 사력(死力)]

[임무 보상으로 망자의 완갑을 얻었습니다]

[임무 보상으로 검은 그림자 장포를 얻었습니다]

[추가 임무 보상으로 200,000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레벨이 133에서 134로 올랐습니다]

[가용 능력치가 2 오릅니다]

임무 완료 창이었다.

레벨이 2가 올랐고, 친밀도, 호의도가 올랐다.

그리고 눈앞에 떨어진 두 개의 물품.

망자의 완갑, 즉 팔을 보호하는 갑옷과 검은 그림자 장포였다.

백유현은 두 물품을 주워 들었다.

[망자의 완갑(1급품) : 죽음을 다스리는 힘을 얻습니다. 주변 반경 100미터 안의 시신(屍身) 20구를 되살릴 수 있습니다. 시신은 생전의 능력의 팔 할 정도로 부활합니다. 부활 반경, 시신의 수, 재생되는 능력치의 한계는 완갑의 단계가 올라갈수록 늘어납니다. 방어력과 공격 속도가 약간 올라갑니다. 48시간의 재사용 대기 시간을 가집니다]

[망자의 완갑은 저승불로 강화시킬 수 있습니다]

[저승불 야장(冶匠), 금백산에게로 가는 암문(暗門)이 개방되었습니다]

[검은 그림자 장포(1급품) : 망자(亡者)들에게서 모습을 감출 수 있습니다. 고위급 차사들의 암행(暗行)시 지급되는 물품입니다. 모습을 감춘 상태에서 이동 속도가 늘어나고, 지치지 않습니다. 그리고 표적(標的)을 걸 수 있습니다. 모습을 감춘 상태에서는 모든 죽음의 힘에서 내성을 얻습니다]

[검은 그림자 장포는 수명사(壽命絲)로 강화시킬 수 있습니다]

[수명사 포목전주(布木廛主), 양희지에게로 가는 암문(暗門)이 개방되었습니다]

두 개의 물품.

이것은 염라가 내린 특별 하사품이었다.

망자의 완갑이든, 검은 그림자 장포(長袍)든 상당한 능력치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백유현은 망자의 완갑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다가 불쑥 입을 열었다.

“문광...한 가지 물어볼 것이 있어.”

“하문하시옵소서.”

백유현은 문광을 보더니 말을 이었다.

“차사들이 소멸했어도 시신(屍身)이라고 부를 수도 있나?”

문광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조아렸다.

백유현의 말뜻을 알아들은 것이다.

“넓은 의미로는 그리 볼 수 있사옵니다. 혼이 소멸하였어도...대왕께서 권능을 발하시면 다시 되살아나기도 하니 말이옵니다. 다만...소멸 후 열두 시진, 즉 이십 사 시간이 지나면...”

말끝을 흐리는 문광을 보며 백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문광.”

백유현은 완갑을 찼다.

그리고 명령을 발동시켰다.

[시신을 살리겠습니까?]

백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여기서 소멸한 차사들 전부.”

[염라의 권능이 발동합니다. 차사, 이십 위(位)가 부활합니다]

파앗-

백유현을 보호하기 위해 죽어간 차사는 이십 위가 넘었지만, 완갑이 가진 권능의 한계가 이십 위였다.

그래서 무작위로 이십 위의 차사들이 부활했다.

그들은 소멸 전에 비교해서 더욱 푸른 얼굴빛을 가지게 되었고, 두 눈은 허옇게 뒤집혀 있었다.

[차사, 이십 위(位)가 당신에게 종속됩니다]

[차사, 이십 위와 명부(冥府)와의 종속 관계가 끊어졌습니다]

펄럭-

되살아난 차사, 이십 위가 그 자리에 부복했다.

“주공을 뵙습니다!”

주공(主公).

본래대로라면 이들의 주공은 염라다.

그런데 소멸한 이들을 되살려내자, 이제 백유현이 이들의 주공이 된 것이다.

백유현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다가 말했다.

“고마웠다.”

완갑의 재사용 대기시간은 48시간.

다른 차사는 안타깝게도 살릴 수가 없다.

대신 그는 이십 위의 차사를 되살렸고, 그들은 온전한 백유현의 충복이 되었다.

파아아-

그리고 주변의 안개가 싹 걷히기 시작했다.

놀라운 일이었다.

그리고 안타까운 일이기도 했다.

이곳 금정산에 있던 수많은 망자들이 무명에게 잡아 먹혔고, 놈은 결국 악신이 되었으니까.

- 리퍼, 괜찮아?

그 때, 무전이 들어왔다.

천무현의 다이렉트 콜이었다.

- 네, 괜찮습니다.

- 뭐야, 너? 허공에서 추락한 것처럼 보이던데.

- 작은 사고가 있었습니다. 괜찮습니다.

- 그래? 그럼 다행이고. 나 거의 다 왔다. 아, 그런데...너도 비행 능력이 있었어? 와, 나보다 더 강력하던데?

- 뭐, 그렇게 됐어요.

이미 백유현의 모습을 다 지켜본 모양이었다.

- 아, 맞다. 시바의 또 다른 이름이 폭풍의 신 루드라였지. 그 정도면 이해가 가네. 아무튼 나랑 합류하자. 너 혼자 놔뒀다간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다.

- 네.

백유현은 무전을 끝내고 아래를 바라보았다.

안개가 걷힌 금정산은 온통 아수라장이었다.

수도 없이 많은 망자들...

그리고 그 안을 누비고 다니는 한 사내의 영체.

그 뒤에 보이는 한 미친 소.

둘에 의해 망유계의 망자들이 모조리 정리당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놈들을 조종하던 상류가 죽은 후, 놈들은 완전히 갈 길을 잃고 헤매고 있었다.

그러다 척준경의 칼에 맞아 죽고, 브라만의 발굽과 뿔에 받혀 죽고...

대혼란이 벌어져 있었다.

그 광경을 보며 백유현은 싸늘하게 내뱉었다.

“가자. 복수는 해줘야지.”

염라의 권능으로도 되살리지 못한 차사들...

백유현은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잠시 후, 그는 허공 높이 치솟더니 그대로 망유계의 망자들을 향해 내리꽂혔다.

콰앙-

수많은 살점이 떨어져 나갔고, 망자들은 먼지가 되어 사라져갔다.

복수는, 더욱 철저하고 더욱 무자비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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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정리가 되었다.

조셉의 스페셜 퀘스트인 ‘여덟 카르마의 혼종’은 아직 발견이 되진 않았지만 망자, 무명이 벌인 일은 완벽하게 정리가 되었다.

“와, 이거 대단한데? 이 정도일 줄이야...!”

그 사이 천무현이 도착해서 금정산 일대를 돌아보더니 혀를 내둘렀다.

아닌 게 아니라 금정산은 정말 포탄이라도 맞은 것처럼 온통 박살이 나 있었던 것이었다.

“여기서 귀신들이 있었나보지? 엄청 우글거렸나봐?”

백유현이 희미하게 웃어 보였다.

“네.”

그러면서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징그러울 정도로 많이요.”

“후우, 그래도 제 때 도와줄 수 있어서 다행이었네. 왜 네가 여기 와 있나 했거든. 이런 싸움이 벌어진 것도 모르고.”

“도와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위기를 넘겼네요.”

“이런, 감사는 무슨. 우린 팀이라고. 잊지 마라. 하하!”

백유현도 마주 보며 웃었다.

“팀장님은 언제 오시나요? 아무래도 이번 사안에 대해서 말씀 드릴 게 있는데.”

“음, 이제 곧 오실 걸? 전용기 탔으니까. 근데 뭐야, 심각한 얘기야?”

“어쩌면요. 아직은 확실치 않지만...”

“흐음...그래, 성진이 형 오면 얘기해보자. 다른 팀원들도 그럭저럭 도착할 거야.”

도로를 타고 오는 팀원들이 있긴 했지만, 그들에게는 교통 신호고 뭐고 무시할 수 있는 특권이 있었다.

아마 지금쯤 대략 시속 200킬로미터는 밟고 오고 있을 것이다.

느긋하게 자면서 오려던 계획은 이미 백유현의 싸움 소식에 다 날아가 버렸을 테니까.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팀장, 박성진이 도착했다.

“뭐야?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오면서 대충은 들었다만.”

“그게...아무래도 심각한 일이 벌어진 것 같네요. 유현아, 말 해봐.”

백유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나섰다.

“이번 일은 정부에도 알려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음? 정부에도?”

“네. 악신(惡神)이 나타났거든요. 그것도...망자에 의해서.”

“그게...무슨 말이야?”

박성진이 눈살을 찌푸렸다.

“망자들이 자꾸 나타나는 이유가 명확해졌다는 뜻입니다. 놈들은...애초부터 그걸 노리고 있었어요. 악신(惡神)이 되어 이 세계를 집어삼킬 생각이에요. 스스로 불멸자가 되어 인간들과 계약을 하고, 그를 이용해 이 모든 것을 혼란에 빠뜨릴 것이라는 뜻이죠.”

박성진의 표정이 심각하게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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