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잡고 폭렙업-69화 (69/166)

69. 더블 그레이스

“어? 저, 저기! 로스차일드의 더블 그레이스다!”

“더블 그레이스? 어디?”

더블 그레이스.

즉 로스차일드의 쌍둥이인 리처드와 시이나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들은 철저하게 외부와의 교류가 단절되어 있어 정보가 거의 없다시피했는데 놀랍게도 여기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들의 등장에 기자들과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다.

이곳 관악구에는 오늘 하루 동안 엄청난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알 수 없는 주민들의 집단 이상 행동이 벌어지질 않나, 난 데 없는 알파 팀의 등장에 로스차일드의 더블 그레이스까지 모습을 드러내다니...

촤라라랏-

번쩍-

더블 그레이스의 등장에 기자들이 우왕좌왕하다가 알파 팀과 더블 그레이스 사이를 오가며 재빨리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한 컷이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집념이었다.

그 모습에 리처드가 어깨를 으쓱였다.

“이런, 이런. 쓸 데 없이 먹잇감을 줬나 본데? 조부님께 혼 좀 나겠어. 시이나.”

시이나도 고개를 끄덕이더니 선글라스를 다시 썼다.

워낙 미남, 미녀인지라 웬만한 연예인은 명함도 못내민다는 두 사람이었다.

“혼 좀 나지 뭐. 그래도 저런 걸 직접 두 눈으로 봤으니 만족이야. 한 일주일 외출 금지 당하려나?”

그 정도는 별로 감흥도 없다는 듯 시이나가 싱긋 웃었다.

피어나는 꽃과 같은 웃음에 주변 사람들이 자신들도 모르게 탄성을 내질렀다.

리처드 역시 알파 팀의 모습에서 시선을 고정시킨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어쩌면 상을 받을 지도 모르지.”

그의 시선은 정확하게 알파 팀 가운데서도 백유현을 향해 있었다.

“여전히 대영제국(大英帝國)의 부활을 꿈꾸시는 조부님이라면...이 정보는 매우 값어치가 높을 테니까. 상으로는 뭘 골라놓는 게 좋으려나? 후후.”

그리고 그는 등을 돌려 세단에 올라탔다.

로스차일드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블랙 엔젤상이 달려 있는 세계 최고의 세단, 롤스로이스.

그 거대하지만 조용한 세단이 움직였다.

부우웅-

“어? 간다!”

“그런데 방금 뭐라고 한 거야? 정보가 어쩌고 한 거 같은데?”

“마녀(Witch)라는 말도 나왔었어.”

더블 그레이스가 사라지고, 기자들 사이에서는 아쉬움이 가득한 탄식이 흘러 나왔지만 그들은 곧 더블 그레이스가 주고받은 대화를 상기하며 토론을 벌였다.

그들은 이번에 이례적으로 다음 팀-엑스 대회가 열리는 일본에 모습을 드러냈었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그런 그들이 한국에 들어왔을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었다.

그리고 그들이 남긴 수수께끼와 같은 말들...

파앗!

콰아아앗!

그 순간, 알파 팀의 소드 맨과 리퍼는 망자들을 완벽하게 정리하는데 성공했다.

파스스-

수많은 망자들이 비명에 스러졌고, 주변은 고요한 정적만으로 가득했다.

“으으음!”

그리고 쓰러져 있던 주민들이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여...여긴 어디지? 어머, 내가 왜 이런 곳에!”

“어? 형! 왜 거기서 누워 있는 거야? 그런데 그 피는 뭐야!”

“너, 머리에서 피난다! 여기 좀 도와주세요!”

그제야 일대 소란이 일어났다.

당연한 얘기였다.

동네 하나 전체가 완전히 발칵 뒤집힌 것과 다름없었으니까.

“비켜주세요!”

하지만 이미 대기하고 있던 구급대와 경찰 병력들이 완벽하게 주변 상황을 통제하며 주민들은 빠르게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상황은 끝이 났지만, 어떤 일이 벌어졌을 지는 모를 일이었으니까.

대통령부터 만사 젖혀 놓고 이 일에 매달리고 있는 상황에, 빠르게 진행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알파 팀이다!”

“와아아아!”

사실 알파 팀의 기행(奇行)에 사람들은 여전히 의아한 표정을 짓고는 있었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이 나타난 것과 동시에 이 일대에서 벌어졌던 이상한 일들이 마무리되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알파 팀의 리더, 박성진이 앞으로 나서서 내뱉은 한 마디로 분위기는 완전히 달아올랐다.

“그 동안 마음고생 심하셨을 주민 분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해드립니다. 그리고 이어 알려드립니다. 이 일대에서 벌어진 기현상은 이 시간 부를 기점으로...”

브리핑을 하는 그를 향해 수많은 시선이 모였다.

박성진의 말이 천천히 이어졌다.

“모든 위험성이 제거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하지만 유사시를 대비해, 저희 알파 팀은 여기서 남아 시민 여러분들과 끝까지 함께 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안심하십시오.”

“와아아!”

쐐기를 박는 박성진의 말에 함성이 터져나왔다.

사실 몬스터가 등장했다면 이 정도로 집중을 받진 않았을 것이다.

몬스터라면 상대할 수 있는 각성자들도 많았고, 하다못해 현대 무기의 화력으로도 어느 정도는 저지할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번 사건은 워낙 특이했다.

왜 수많은 주민들이 그렇게 이상 행동을 벌였는지, 그 원인조차 알 수 없었던 사건.

원인을 알 수 없으니 해결책도 없어 온 나라가 마음을 졸였던 그 사건을 알파 팀이 해결해냈고, 후속조치까지 약속한 것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팀, 치우의 알파 팀이.

그러니 환호가 터져나오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고생했다. 유현아.”

그 때, 백유현을 향해 한 사람이 다가오며 어깨를 툭 쳤다.

김현성이었다.

백유현이 그를 바라보자, 김현성이 씩 웃었다.

“덕분에 정말 놀라운 체험을 했다. 대단한데? 귀신을 볼 수 있는 능력이라니...! 너 없었으면 여기 정말 큰 일 날 뻔 했다.”

백유현도 미소를 지었다.

예전에는 귀신을 본다고 그렇게 무시당하고 욕을 먹었는데 오늘은 다르다.

귀신을 보는 능력 때문에 사람들을 구할 수 있었다.

“그러게...유현이 없었으면 진짜 엄청난 사고가 날 뻔했어. 그 우글거리는 귀신을 조준경으로 보는데 와, 진짜 식은땀이 줄줄 흐르더라고. 대단하다, 너!”

천무현도 다가와서 백유현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모두들 덕분이죠 뭐. 다들 잘 도와 주셔서 마무리 된 것 같아요.”

“후우, 내가 공포 영화를 싫어하는 이유가 딱 이런 거 때문인데, 어후, 오늘 진짜 쫄았다. 새끼들, 나한테 몰려 들 때 진짜 오금 저려 죽는 줄 알았다고!”

주세광이 엄살을 피며 말하자, 천무현이 큭큭대며 웃었다.

“어이구, 그러셨어요? 형? 그런 사람이 엄청 멋진 척은 다 하던데? 사람들 눈 너무 의식한 거 아니야? 크크!”

“어헛! 그런 거 아니다. 동생아. 나는 다 세계평화를 위해서...”

“그래, 여자들 좀 심쿵했겠더라.”

“맞아, 여자들 좀 심쿵...아니, 그 말이 여기서 왜 나와! 난 그저 어디까지나 걱정이 되어서 한 것뿐이니 오해는 하지 마라.”

그 때 김현성이 살짝 굳은 얼굴로 아직도 수습이 이뤄지고 있는 현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데...이런 일이 이번만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브리핑을 마치고 온 박성진이 불쑥 말했다.

“그래...방금 장관께 들은 얘기인데...어쩌면 이게 우리나라의 일만이 아닐 수도 있다네...? 사실 얼마 전 중국 사천 성 쪽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져서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첩보도 있는 모양이야. 그런데 중국 쪽에서 워낙 정보를 틀어막고 있어서 그 일이 퍼지진 않은 것 같고.”

팀원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게 만약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라면...”

천무현이 마른 침을 삼키며 말하자, 주세광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대재앙(大災殃)이 시작되었다는 뜻이지. 이번에는 정말 넘어서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운.”

아무도 그 말에 반박을 하지 못했다.

보이지 않는 적.

그런 적들이 마구잡이로 빙의(憑依)를 하고 다닌다면 누가 막을 수 있을까?

“어쩌면 인기가 없었던 불멸자들이 전면으로 나설 수도 있는 계기가 되겠네.”

“아무래도 그렇겠지. 특히...영계(靈界)에 관련된 불멸자들이라면...”

“후우, 이거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도통 모르겠구먼. 하나가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또 다른 일들이 터져 나오니...”

알파 팀에서조차 암울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그 때 박성진이 앞으로 나섰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이고...앞으로 우리도 대비는 해두자고. 일단 팀-엑스 대회가 눈앞에 다가왔으니 그걸 먼저 해결하고. 하지만 투-트랙으로 세계적으로 벌어지는 이상 현상에 대해서도 늘 대비는 해두자. 그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인 것 같으니.”

팀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때 백유현은 문득 고개를 돌려 강효와 문광을 바라보았다.

둘은 아까부터 뭔가 이상했다.

한쪽을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무슨 일이야?”

심언으로 얘기하는 백유현에게 강효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사특(邪慝)한 기운이 근처에 머물다 사라졌사옵니다. 하지만 그 악취가 어찌나 진동을 하는지...”

“명부(冥府)의 존재들은 분명 아니라 판단되옵니다. 그들의 기운은 이미 죽었어야 할 시신(屍身)들이 내뿜는 지독한 시취(尸臭)에서 비롯되는 것. 그들은 명부의 존재와는 다른, 강력한 힘을 지닌 자들...바로 하데스(哈得斯)의 관할 하에 있는 자들이라 사료되는 바이옵니다.”

백유현이 두 눈을 싸늘하게 굳혔다.

죽음 저 편의 세계를 다스리는 불멸자는 크게 둘로 나뉜다.

동양이라면 염라.

그리고 서양이라면 하데스.

그런데 지금, 염라의 권속인 차사 문광이 서양의 죽음의 신, 하데스를 거론한 것이다.

“하데스...라고?”

“예, 소주. 하지만 하데스의 직접적인 권속이라기보다는...그의 법도을 어기고 세상을 어지럽혔다는 마녀(魔女)들이라 판단되옵니다.”

마녀.

중세 유럽에서 자행되었던 마녀사냥 때문에 매우 유명해진 존재들.

하지만 억울하게 마녀로 몰려 화형당한 그녀들은 그저 말 그대로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사람들일 뿐, 진짜 역사를 어둠 속에서 좌우하던 마녀들은 분명 존재했다.

가장 유명한 마녀집단인 흑장미회만 해도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녀들은 영악하게 역사의 뒤편에 숨어 살아남았고, 그 힘은 가려져 허상(虛像)으로 치부되었다.

그런데 그녀들의 이름이 등장한 것이다.

그것도 다른 존재도 아닌, 죽음을 다스리는 권세를 지닌 차사들에 의해.

“와, 대박! 들었어? 아까 우리 싸우고 있을 때 더블 그레이스가 왔다갔다던데?”

“더블 그레이스? 그 영국인 쌍둥이 말인가요?”

“그래, 로스차일드의 쌍둥이 상속자. 걔네들, 여기엔 무슨 일이지? 한참 우리가 싸우는 걸 보고 갔다던데.”

“우연이겠죠. 걔들이 왜 여기 와요? 평소에는 영국에서도 두 사람 모습 보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일컬어지는 애들인데.”

“우리가 그렇게 멋졌나? 하하!”

주세광과 천무현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박성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 나도 들었다. 리처드와 시이나가 다녀갔다는 거. 그런데 둘이 이상한 말을 했다던데...”

“이상한 말요?”

박성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무슨 윗치(Witch)라는 말을 했다던가? 하도 정신없이 왔다가는 바람에 뭔지는 나도 모르겠다만.”

그 말에 백유현은 박성진을 노려보듯 바라보았다.

윗치.

바로 차사들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마녀들이 아닌가!

“그게 정말입니까?”

박성진은 백유현을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윗치라는 말을 했다는 건 확실해. 기자들도 아까부터 떠들고 있거든.”

그러고 보니 주변의 기자들이 숙덕이는 말들 중에, 로스차일드니 더블 그레이스니 하는 말들이 섞여 들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 선명하게 들려오는 한 단어.

윗치.

백유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럼 그 둘이?’

더블 그레이스.

영국의 대표적인 신성력을 가진 각성자 쌍둥이.

그 신성력은 매우 대단해서, 교황조차 인정하고 있었다.

그래서 붙은 이름이 더블 그레이스(Double Grace)다.

그런데 그 둘에게서 마녀의 냄새가 풍겨나고 있었다.

정말 알 수 없는 일이다.

신성력을 지닌 둘에게서 풍겨나는 마녀의 악취라니.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백유현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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