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잡고 폭렙업-68화 (68/166)

68. 리처드, 시이나

염라의 권능, 혼절(昏絶)의 이전이 끝났다.

[염라의 권능, 혼절의 이전이 완료되었습니다]

[권능 : 혼절]

[권능의 주인 : 염라]

[혼절은 본래 이승에 미련을 가진 악귀(惡鬼)들을 그 육신에서 떼어놓기 위한 염라의 권능으로서, 혼을 육신에서 강제적으로 분리시킬 수 있다. 빙의(憑依)된 영체에게도 마찬가지 효력이 있으며, 이번의 경우, 염라의 특별한 윤허에 의해 혼절의 힘을 주변에 전이시킬 수 있는 권능이 추가되었다]

염라가 꽤 신경을 쓴 모양이었다.

혼절의 권능을 주변에게 전이할 수 있다니.

그만큼 염라 역시도 이승에서 일어난 일들을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덕분에 백유현에게는 매우 잘 된 일이었지만.

혼절의 권능을 이전받은 백유현은 하나의 인(印)을 맺었다.

시바가 전이한 권능, 귀안인(鬼眼印)이었다.

파앗-

인을 맺는 과정 속에서, 그의 두 눈에서 시퍼런 불꽃이 피어올랐다.

[시바의 권능, 귀안인이 발동되었습니다]

[당신이 가진 권능, 귀안(鬼眼)의 능력이 반경 20미터 안에 있는 선택된 각성자들에게 공유 됩니다]

[능력을 공유할 각성자를 선택하십시오]

각성자를 선택해서 귀안을 공유할 수 있는 모양이었다.

백유현은 지체 없이 알파 팀에 귀안을 공유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다른 각성자들도 많았지만, 그들에게까지 혼란을 주고 싶진 않았다.

혼절과 귀안의 힘이라면 충분히 알파 팀만으로도 망유계의 망자들을 베어내는 것은 가능했으니까.

- 자, 다들 새로운 세계를 보실 준비가 되셨습니까?

백유현의 말에 알파 팀이 흘끗 그를 바라보았다.

- 응? 그게 무슨 말...

파앗-

그 때 백유현의 두 눈에서 뿜어지던 시퍼런 불꽃이 허공을 너울거리며 날아 다른 팀원들의 눈에 달라붙었다.

- 엇, 이건 뭐야!

- 헉! 저, 저기 좀 봐!

- 뭐야...! 저것들은!

알파 팀은 처음으로 겪는 상황에 크게 놀라고 있었다.

그들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마치 아수라장의 지옥.

수많은 귀신들이 동네 주민들의 머리카락을 휘어잡고 마구 끌고 다니질 않나, 피눈물을 흘리는 귀신들이 달라붙어 온갖 저주와 욕을 쏟아붓고 있질 않나...

이건 그야말로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 망자들입니다.

그 때, 백유현의 음성이 나직하게 들려왔다.

- 너...이제까지 저런 것들을 보아왔던 거야? 세상에...!

김수향의 말에 백유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 어쩔 수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이럴 때 도움이 되네요.

- 후우, 너무 끔찍해. 어떻게 저런 걸 너는...

- 하나의 권능을 더 공유하겠습니다.

- 응? 뭐가 또 있는 거야?

백유현은 말없이 웃더니 손을 들었다.

파앗-

그리고 이번에는 그의 손에서 기이한 기운이 쏘아지더니, 팀원들에게 가서 달라붙었다.

- 염라의 권능, 혼절(昏絶)입니다. 이걸로 주민들은 건들지 않고 망자들만 베어낼 수 있어요. 물론 떼어내는 것까지만. 그 다음은 바로 죽여야 합니다. 놈들이 떨어졌다고 해서 빙의를 다시 할 수 없는 건 아니니까요. 놈들은 이쪽 세계의 망자가 아닙니다. 그보다 더 악독하고, 더 지독한 존재들...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끝입니다.

- 어렵군.

박성진이 눈살을 와락 구겼다.

말하자면 이것 또한 타임 어택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박성진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떠올랐다.

어렵다.

하지만 불가능하진 않다.

- 소드 맨. 실력 좀 보여줘야겠다. 라이플은 다 쓸어버릴 준비하고.

후드를 깊숙하게 눌러쓴 김현성이 앞으로 나서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시간 싸움이라면 그가 매우 즐기는 것이었다.

- 그리고 리퍼.

- 예, 코드 원.

- 믿는다.

짤막한 한 마디였지만, 깔끔하게 박성진의 의도가 전해졌다.

백유현이 소리 없이 미소 지었다.

좋았다.

누군가 자신을 믿어준다는 것이.

- 자, 쉴더. 놈들이 튕겨 나오는 순간 바로 빨아들여. 최고의 도발로 놈들을 움직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라이플과 소드 맨, 리퍼가 마무리를 짓겠지만 우리도 놀 순 없잖아?

- 당연한 말씀을! 자, 가보실까요?

스윽-

알파 팀이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들은 가장 앞쪽에 이르러 후드를 천천히 벗었다.

그런 그들을 알아본 주변의 사람들이 크게 놀란 표정이 되어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아, 알파 팀이다!”

“꺅! 김현성 오빠다!”

“어디! 꺄악! 진짜야!”

“알파 팀 전체가 모여 있어!”

그들의 등장은 순식간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가뜩이나 엠바고가 깨진 마당에 부지런히 먹잇감을 찾던 기자들이 개미떼처럼 몰려들었고, 사방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와아! 알파 팀이 출동했어! 이젠 다 끝났어!”

“와, 이걸 눈앞에서 보다니! 이럴 때가 아니지! 유튜브 실시간 방송이다!”

사람들은 엄청나게 열광했다.

그리고 그들의 모습은 순식간에 전국에 다 퍼져나갔다.

“이런, 우리 너무 노출되는 거 아닙니까?”

주세광의 말에 박성진이 씩 웃었다.

“글쎄. 그 누구든 우리가 여기 왔을 것이라는 것은 당연히 짐작하고 있었을 거고...여기서 숨겨야 할 사람은 단 하나.”

박성진은 백유현을 바라보며 나직하게 말을 이었다.

“저 녀석뿐이지. 그러니, 리퍼...너는 움직이지 마라. 저기 보이는 저 저승사자들...네 부하들이지? 아까부터 무시무시한 얼굴로 저 귀신들을 노려보고 있던데.”

귀안이 발동되면서 박성진 또한 강효와 문광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네.”

백유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박성진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아, 그럼 전력노출 될 일은 없겠군. 적당히 분위기만 맞춰. 나머진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까.”

“그러죠.”

백유현도 희미하게 웃었다.

“어? 그런데 그 소년은? 저번에 자이언트 스콜피온 사냥 때 나타났던 그 소년 아닙니까?”

“응? 맞는데? 그 때 박 팀장하고 얘기했었잖아! 어? 왜 똑같은 복장이지? 설마 그 소년도...”

쇄도하는 기자들의 물음에 박성진은 그들을 살짝 밀어내며 말했다.

“자, 지금은 바쁘니 인터뷰는 나중에...그리고 하나 말씀드리자면.”

박성진은 백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친구, 치우의 알파 팀 맞습니다. 자, 그럼.”

그들은 앞으로 나섰다.

그런데 그가 남긴 그 짤막한 몇 마디가 불러온 후폭풍은 무시무시했다.

“저, 저 친구가 알파 팀에 들어갔다고?”

“아니 불과 얼마 전만 해도 겨우 1레벨 이었다며! 베타 프로젝트 팀에서도 엄청나게 고전했었다던데!”

“와, 어떤 불멸자하고 계약을 했기에...순식간에 알파 팀에 들어간 거지?”

기자들이나 사람들은 놀란 얼굴로 연신 백유현을 바라보며 서로 수군거렸다.

정말이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가득한 소년이었다.

- 준비하시죠.

백유현의 말에 알파 팀이 고개를 끄덕였다.

박성진은 이미 주변의 각성자들과 군부대에 연락해 주변 통제를 부탁한 뒤였다.

덕분에 폴리스 라인 안쪽에는 알파 팀과 빙의된 주민들만 서 있게 되었다.

- 첫 도발은 내가. 다음은 알지?

- 소드 맨, 포지션 잡겠습니다.

- 리퍼, 움직이겠습니다. 저는 왼쪽으로.

- 오케이.

소드 맨 김현성과 리퍼 백유현이 각자의 자리로 스며들듯 움직였다.

그 유려한 움직임에 뒤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와, 씨발 대박이다! 저걸 눈앞에서 보다니!”

“진짜 지렸다! 안 그러냐?”

번쩍-

그 순간 박성진이 방패를 높이 치켜들더니 거대한 힘을 발출했다.

“어엇! 저건!”

“틀림없어! 박성진 최고의 도발 기술! 겁박(劫迫)의 포효! 도대체 왜 지금!”

박성진 최고의 도발기, 겁박의 포효가 터져 나오려는 순간 사람들은 크게 술렁였다.

그것이 지금 발동된다는 것은...

콰앙-

콰콰콰콰콰쾃!

“으윽!”

“크윽!”

박성진은 치켜들었던 방패를 그대로 땅에 내리꽂았고, 방패에서는 엄청난 광휘가 뿜어져 나오며 눈앞의 모든 빙의된 주민들을 덮쳤다.

콰아앗!

겁박의 포효의 광휘에 휩싸인 주민들은 순간적으로 모두 고개를 박성진쪽으로 돌리며 미친 듯 달려들었다.

이것이 국내 최고의 탱커, 박성진이 가진 최강의 힘!

- 움직여!

까가가가가가강!

모든 주민들이 미친 듯 들려들어 박성진에게 달려드는 가운데, 박성진의 온 몸에 둘러진 쉴드와 손에 들고 있는 방패에서 소름끼치는 쇳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려왔다.

주민들은 독기로 물든 눈을 까뒤집고 박성진에게 침을 뱉고, 손톱을 할퀴며 이빨로 물어 뜯으려 덤볐던 것이었다.

그 순간이었다.

파지직! 파지지지짓!

그들의 오른 쪽에서는 보랏빛 번개가,

번쩍- 콰콰콰콰쾃!

왼쪽에서는 수많은 검은 광채가 그들을 향해 내리꽂혔다.

“어엇!”

“저, 저런!”

그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경악에 물든 표정을 지었다.

김현성과 백유현은 주민들의 등 뒤를 향해 무자비하게 검을 날렸던 것이었다.

마치 그들을 다 죽여버리기라도 하겠다는 듯.

사실 그런 김현성과 백유현을 바라보던 박성진조차 이를 꽉 물었을 정도였다.

저 중에서 한 사람이라도 죽는다면...!

퍼엉-

콰콰콰쾃!

“끼에에에엑!”

“크이이익!”

“캬아아아악!”

그 때 엄청난 기운이 폭발하듯 몰아치더니, 주민들의 몸속에 빙의되어 있던 망자들이 그 기운에 휩쓸려 튕겨 나왔다.

놈들은 마치 거대한 폭풍에 휘말린 듯 허공을 마구 날아 바닥에 처박히고, 벽에 짓뭉개지는 등 일대 혼란이 일었다.

콰당탕탕!

그리고 빙의되어 있던 주민들이 한순간에 모조리 쓰러졌다.

- 쉴더!

- 맡기십시오!

일대 대혼란이 일고, 주민들의 몸속에서 망자들이 튕겨 나갔지만 놈들은 믿기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다시 벌떡 일어나 주민들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쉴더, 주세광이 그들 앞을 가로막으며 크게 외쳤다.

“멈춰라!”

콰콰콰쾃!

콰아앙-

주세광이 들고 있던 방패에서도 거대한 힘이 뿜어져 나와, 모든 망자들의 시선을 일순간 돌리는데 성공했다.

그 때였다.

- 파이어.

타아아앙-

콰콰콰콰쾅!

놈들의 머리 위로 무수한 탄환의 비가 쏟아졌고, 그 다음에는 두 칼잡이들의 미친 듯한 춤이 이어졌다.

오른쪽에서 치고 나가는 것은 검은 죽음의 칼 그림자, 왼쪽에서 치고나가는 것은 그에 못지 않은 거대한 보랏빛 뇌전(雷電) 그리고 망자들 사이를 거침없이 누비고 있는 이 위(位)의 차사.

그 넷이 펼치는 엄청난 살육은 그를 지켜보는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것이었지만, 만약 누군가 이 광경을 볼 수 있었다면 그는 정말이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을 것이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살육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을 방불케 하는 것이었으니까.

- 아...아니, 저게 무슨 일일까요? 갑자기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대고 알파 팀이...

- 도무지 알 수 없는 광경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 알파 팀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저희는 따로 알파 팀과 인터뷰를 시도해볼 생각입니다. 채널 고정하시고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각 방송국.

이를 지켜보는 모든 사람들.

그리고 방송을 보는 사람들.

그들은 모두 다 이 해괴한 장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저들이 왜 그러고 있는 것일까?

“재미있군.”

그런데 그 자리에 누군가 도착했다.

짙은 선글라스로 눈을 가린 한 여인, 그리고 옆에 있는 귀공자 스타일의 남자.

여인은 선글라스를 천천히 벗었다.

그 안에는 홀릴 듯한 짙은 사파이어와 같은 눈동자가 있었다.

눈부신 금발과 짙은 푸른 색의 눈동자.

귀공자와 여인은 매우 닮아 있었다.

“오길 잘했어, 리처드. 이런 광경도 보고 말이야.”

“그러게. 윗치(Witch)들이 아니었다면...이 재미있는 걸 놓칠 뻔했지 뭐야. 안 그래, 시이나? 저 망자들을 좀 봐. 후후! 아름답지 않아?”

리처드와 시이나.

둘은 놀랍게도 영국, 로스차일드 가문의 쌍둥이 각성자였다.

영국 전체를 통틀어서도 그들과 감히 대적할 각성자가 없다고 알려진 최강의 실력을 가진.

그리고 그들은 놀랍게도, 망자들을 정확하게 뚫어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이 여긴 왜 온 것일까?

그 답은 알파 팀이 싸우는 것을 보며 빙긋 웃고 있는 그들만이 알고 있을 것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