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 흰 소, 브라만
[염라의 대가 청구에 따른 임무가 완료되었습니다]
[임무 : 요괴, 요(妖)를 소멸시키고, 그 내단을 회수하라]
[임무에 대한 본 보상 및 추가 보상은 없습니다]
척준경을 불러냈을 때, 염라가 내걸었던 대가 청구.
백유현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구미호의 사체를 뒤져 하나의 내단을 꺼내들었다.
야구공만큼의 크기의 반투명한 작은 구체.
파아앗-
그리고 임무 완료창이 사라짐과 동시에, 내단 역시 소리 없이 사라졌다.
염라의 대가 청구에 대한 대가 지불이 완료된 것이다.
그리고 다음 임무 완료 창이 떴다.
[망자의 우두머리를 소멸시켜 200,000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명부의 척살자’ 호칭의 효과로 60,000 경험치가 더해집니다]
[염라의 임무를 완료하였습니다]
[망령의 우두머리를 소멸시켜라! 1/1]
[다음 레벨까지 228,070 경험치가 남았습니다]
[임무 완료 보상으로 가용 신체 능력치가 15 주어집니다]
[당신에 대한 명부(冥府)의 호의도가 150 올라갑니다]
[600 호의도가 되면 다음 등급으로 승급할 수 있습니다]
[특별 승급 : 망자의 우두머리를 소멸시켜 1등급 특별 승급이 완료되었습니다]
[현재 등급 : 3등급]
[현재 명부의 호의도 210]
[현재 소지 육편(肉片) 27,210]
[임무 완료 보상으로 염라와의 친밀도가 80 올라갑니다]
[현재 염라와의 친밀도 245]
[염라의 새로운 권능 ‘염체(閻體)’를 전이 받을 수 있습니다]
[염체 전이가 시작됩니다]
‘염체?’
백유현은 호기심 어린 표정이 되었다.
염체는 또 어떤 권능일까?
그 때 염체에 대한 설명이 떠올랐다.
[염체 : 염라의 신체 능력을 일부 이어받아, 황천(黃泉)에서도 견딜 수 있는 신체가 된다. 모든 신체 능력치가 올라가며, 고통 전이(轉移)의 능력이 생성된다]
파앗-
그리고 환한 빛이 뿜어지더니, 백유현은 기이한 힘이 자신의 몸을 감싸 도는 것을 느꼈다.
‘이것이...!’
뱃속 깊은 곳에서부터 솟구쳐 오르는 엄청난 힘!
[모든 신체 능력치가 10 퍼센트 상승합니다]
[염체 전이 완료]
[당신은 화염 속성에 강력한 내성을 가집니다]
[고통 전이(1단계)의 능력이 생성되었습니다]
[고통 전이 : 가해지는 대미지에 따른 모든 고통을 다른 생명체에게 전이할 수 있습니다. 고통 전이는 자동적으로 발동되며, 확률적인 발동 조건을 가집니다. 또한 입은 대미지가 확률적으로 무효(無效)가 될 수 있습니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전이 발동 확률이 높아집니다]
염체.
염라의 신체 능력을 일부 이전받은 것치고는 무시무시한 능력이었다.
화염 속성에 강력한 내성을 가지는 것도 그렇거니와, 고통 전이의 능력은 잘만 활용되면 적에게 끔찍한 악몽을 선사할 수도 있을 듯했다.
그리고 염체의 전이로 인해 강화된 신체 능력치가 떴다.
[백유현의 상태 능력치 수치]
현재 레벨 132
[근력 163] [지구력 102] [순발력 170] [행운 37]
[정신력 49] [지력 28] [근성 29] [체력 111] [인내심 8]
[동화력 100]
이후 추가될 수 있는 능력 슬롯 수 [??]
가용 신체 능력치 34
이제 동 레벨 대에서는 백유현을 넘어설 존재는 없었다.
아니, 그와 비벼볼만한 각성자도 없을 것이다.
시바의 못마땅과 염체의 전이로 인한 각각 10 퍼센트씩의 능력치 상승은 무서운 것이었으니까.
그런데 또 하나의 창이 떠올랐다.
[임무 완수의 추가 보상으로 ‘차사의 봉인 해제’ 가 가능해졌습니다]
[대상 차사 : 월직 차사, 강효. 월직 차사, 문광]
[위의 두 차사에게 걸려 있던 능력 봉인을 해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최대 봉인 해제 등급 : 1등급에서 2등급으로]
[봉인 해제에는 ‘혼의 조각’이 필요합니다]
[2등급 봉인 해제에 필요한 혼의 조각 : 차사 1 위(位)당 4,000 개]
[현재 소지 혼의 조각 0]
[혼의 조각은 망자들을 잡으면 확률적으로 1개에서 5개 사이로 얻을 수 있습니다]
[차후에도 염라의 승인이 있으면 새로운 봉인 해제가 가능해집니다]
차사들의 능력을 억누르고 있던 봉인을 해제할 수 있다는 알림 창.
백유현은 솔직히 이번 보상을 보고 놀랐다.
사실 차사, 강효나 문광은 모든 힘을 전부 드러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더욱 강해질 적들에 맞서, 강효나 문광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좋은 소식이었다. 혼의 조각을 모으는 것이 문제이긴 했지만 무간 지옥이 열리면 그것도 별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고.
그리고 이번에는 시바의 명령 완수에 대한 보상 창이 떴다.
[시바의 명령을 완수하였습니다]
[망령의 우두머리의 피를 제단에 올려라 1/1]
[임무 완료 보상으로 가용 신체 능력치가 10 주어집니다]
[임무 완료 보상으로 시바와의 친밀도가 1 올라갑니다]
[현재 불멸자 시바와의 친밀도 4]
[임무 완료 보상으로 성난 흰 소가 주어집니다]
다른 건 몰라도 백유현이 가장 궁금했던 것은 바로 성난 흰 소가 뭐냐는 것이었다.
시바가 타고 다니는 수소, 난디가 무려 신들의 왕 인드라까지 박살냈을 정도로 강력한 존재인 것으로 미루어보아 ‘소’라는 존재에 대한 기대감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었다.
파앗-
그 때 눈앞에서 희뿌연 광채가 뿜어지며 뭔가 등장했다.
질겅, 질겅.
매우 평화로운 모습의, 너무도 태연하게 되새김질을 하고 있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한 마리의 소.
백유현은 입을 떡 벌렸다.
“난디?”
그랬다.
놈은 난디를 빼다 박은 듯 똑같이 생긴 흰 소였다.
“푸르륵!”
그런데 자신을 난디라고 부르는 것에 심사가 뒤틀렸는지 놈이 갑자기 콧김을 내뿜으며 흥분하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놈의 두 콧구멍을 통해 뿜어지는 콧김은 거센 불길처럼 뜨거운 기운이 뒤섞여 있었다. 근처에만 가도 심각한 화상을 입을 정도로 뜨겁고, 거친 불길이 놈의 콧구멍을 통해 뿜어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성난 흰 소 : 시바가 타고 다니는 난디처럼 보이지만, 절대 난디가 아니다. 성난 흰 소의 이름은 브라만. 자신을 난디라고 부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그렇게 불렀다가 사달이 난 경우가 수도 없이 많다.]
백유현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이걸 왜 지금 알려주는 거냐!’
“쿠웨에엑!”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갑자기 놈이 갑자기 뿔을 내세우며 백유현을 들이받으려 덤볐다.
그 순간, 백유현은 표정을 싸늘하게 굳히며 손을 뻗어 놈의 뿔을 와락 움켜쥐었다.
콰득-
손을 뻗어 놈의 이마에 난 뿔을 움켜쥔 백유현은 놈의 힘을 꺾기 시작했다.
브라만도 강력한 소였지만, 이미 백유현의 힘은 놈을 능가한 상태.
근력 163이라는 수치는 그만큼 강력한 것이었다.
콰르르륵-
놈은 눈까지 뒤집어가며 엄청난 힘으로 밀어붙이려 애를 썼지만, 백유현은 요지부동.
급기야 놈의 콧구멍에서 뿜어지는 맹렬한 불길이 더욱 거세게 타올랐지만, 그조차 백유현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염체가 되면서 화염에 강력한 내성을 가지게 된 덕분이었다.
“브라만.”
백유현은 거칠게 날 뛰는 놈과 눈을 마주쳤다.
시뻘겋게 충혈 된 놈의 두 눈을 보며 그는 나직하게 말했다.
“이제부터 네 주인은 나야.”
그리고 그는 씩 웃었다.
“잘 지내보자. 브라만.”
백유현은 손을 뻗어 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푸르륵!”
그러자 브라만이 오만상을 쓰더니, 웬일로 순순하게 고개를 돌려 어슬렁거리며 백유현의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다.
[성난 흰 소, 브라만이 당신을 주인으로 인정합니다]
[브라만의 주인이 되셨습니다]
[성난 흰 소, 브라만 : 세상 어디라도 질주할 수 있는 희귀한 탈것. 흥분한 브라만이 뿜어내는 숨결은 대지를 불태울 정도로 뜨거우며, 분노한 발굽은 지옥이라도 충분히 가르고 달릴 정도로 단단하다. 세상 어디든, 브라만이 가지 못하는 곳은 없다. 하지만 무척이나 게을러, 녀석을 자극시키려면 보리수나무의 잎사귀가 필요하다]
[어린 목동의 팔찌를 얻었습니다]
[어린 목동의 팔찌 : 팔찌를 차고 살생을 하면 업보의 대가로 보리수나무의 잎사귀를 얻을 수 있다.]
브라만을 부리려면 어쨌든 또 뭔가를 죽어라 죽여야 한다는 뜻이다.
‘역시...시바는 시바였어.’
어떻게 된 게 그와 관련된 모든 것이 파괴와 연관이 되어 있단 말인가?
참으로 일관적이어서 적응하기 쉬운 불멸자였다.
이렇게 모든 보상이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백유현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
갑자기 터져나오기 시작한 균열들.
그리고 그 균열을 타고 나타나는 망자들.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니었다.
“소인들은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가겠나이다. 소주.”
그 때 뒤에서 추살 차사 둘이 고개를 숙인 채 백유현에게 말했다.
그들의 오만불손한 행태가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그들 역시 이번 사태에서 상당한 공을 세운 것은 명백한 사실.
백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의 공을 치하했다.
“고생했어. 조심히 돌아가도록 해.”
나철과 나겸이 더욱 깊이 허리를 숙였다.
“그럼 물러가겠나이다.”
파스스-
그리고 그들은 연기처럼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소주를 뵈어 영광이었사옵니다! 소인들 또한 명부로 돌아가 받은바 임무에 충실을 다하겠나이다!”
그들뿐만 아니라, 백유현의 ‘호령’에 따라 소환된 이십 위의 차사들도 백유현에게 고개를 숙여 보이더니 허공으로 녹아들었다.
백유현은 그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한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척준경이 서 있었다.
그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두 개의 칼을 손에 쥔 그는 그야말로 무신(武神)의 모습 그 자체였다.
그가 없었다면, 백유현도 상당히 애를 먹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있었기에, 이번 임무를 매우 수월하게 수행할 수 있었다.
“장군, 감사합니다.”
백유현은 진심을 담아 척준경에게 머리를 숙여 보였다.
정말이지 그에게 감사한 일투성이였다.
척준경이 짙은 미소를 지어보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내, 한 몸을 바쳐 나라를 구한 것이 헛되지 않았음을 두 눈으로 확인하게 되어 기쁘도다. 후손은 머리를 들라. 당당히 머리를 들어, 겁화(劫火)의 위기에 빠진 이 나라를 구하도록 하라. 그 때까지 본관(本官) 역시 너를 도울 것이다.”
고려 최강, 아니 한반도 역사상 최강의 무장인 척준경의 말이었다.
공교롭게도 그 역시 일신의 무력을 다해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인 고려를 구해냈고, 지금 백유현도 그와 마찬가지 입장이었다.
세계는 지금, 정체 모를 균열에 의해 엄청난 위기에 빠져 있었고 그를 구해낼 사람은 몇 없었다. 망자를 보고, 그들을 소멸시킬 수 있는 존재는 아직까진 백유현 혼자였으니까.
이렇게 염라와 시바가 준 임무가 완료되었다.
그리고 이번 임무를 통해 백유현은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과거, 신(神)이라 불리던 수많은 불멸자들과 그들로 인해 각성한 각성자들이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나가는 거대한 운명의 수레바퀴 속에, 자신이 어떻게 해서 끼어들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해내가야 할 지.
“가자. 모두.”
척준경은 다시 백유현의 몸속으로 옮겨왔고, 백유현은 차사 둘을 보며 말했다.
“앞장서겠나이다.”
강효가 앞장섰고, 백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았다.
흰 소, 브라만도 그 뒤를 어슬렁거리며 따랐다.
뚜르르르-
균열을 나서자, 그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알파 팀의 박성진이었다.
“여보세요?”
백유현은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그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다.
수화기 너머의 박성진은 생각지도 못한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