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잡고 폭렙업-60화 (60/166)

60. 악마의 도시

캠프로 돌아오면서 백유현은 임무를 완수하고 얻은 보상들을 천천히 살폈다.

[정체불명의 망자들을 사냥하여 명부(冥府)에 정보를 전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명부에서 정보를 해석한 전서(傳書)가 도착했습니다]

[염라의 임무를 완료하였습니다]

[정체불명의 망자들을 사냥하여, 정보를 얻어라]

[염라의 추가 보상이 주어집니다]

[추가 보상 : 골편(骨片) 4,000개. 골편 1개는 육편 50개의 가치를 지닌다]

정체불명의 망자들을 처치하여 얻은 것은 신체 능력치와 골편, 그리고 경험치 등이었다.

거기다 더해 한 장의 전서.

백유현은 그 전서를 펼쳐보았다.

그곳에는 강한 힘이 느껴지는 필체로 뭔가 쓰여 있었다.

[명부에서 파악한 바, 이 자들의 정체는 오래 전 혼돈의 암흑 속에 갇혀 버린 세계, 즉 암천계(暗天界)의 존재들이 죽어서 떨어져, 자신들끼리 끝없는 싸움을 벌이는 망유계(妄幽界)의 망자들로 짐작되는 바이다. 망유계는 온갖 악한 것들과 괴이한 것들이 뒤섞여 사는 세계로, 질서가 없고 끝없는 투쟁과 싸움만이 존재하는 세계로 알려져 있다. 허나, 망유계의 존재들이 왜 이곳에 나타났는지는 앞으로 더욱 면밀한 관찰이 필요할 것이다]

‘암천계...!’

암천계.

혼돈의 암흑 속에 갇힌 태고의 세계인 암천계의 이름이 등장했다.

그리고 그 암천계의 존재들이 죽어서 끝없는 싸움을 벌인다는 망유계의 이름 또한.

명부의 분석대로라면 망유계는 지구의 명부와는 전혀 다른 성격을 지닌 듯했다.

아마 자신들끼리 끝도 없는 싸움을 벌이고, 서로를 죽이고 죽는 아주 처절한 세계가 아닐까? 그러고 보니 이번에 조우한 망유계의 망자들은 무척이나 강력했고 호전적이었다.

그럼 지금 이 세계에 균열이 수도 없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암천계의 짓일까?

그렇다면 그들은 왜 그런 짓을 벌이고 있는 것일까?

‘음...’

이어진 명부의 전서에는 망유계의 망자들은 그 집착이 무척이나 강해서, 빙의(憑依)가 상당히 쉽게 이뤄질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물론 강력한 불멸자가 지키고 있는 각성자들은 모르지만, 일반인이나 각성자라 하더라도, 약한 불멸자와 계약한 각성자라면 당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백유현은 일단 염라의 보상 창을 닫았다.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다 얻었고, 보상도 다 받았다.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더욱 지켜봐야 할 일.

지금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조셉의 임무 완료 보상은 신체 능력치 7과 조셉과의 친밀도 100이었다.

그로 인해 얻은 추가 보상은 매우 특이한 것이었다.

[시간의 시침핀 3개를 얻었습니다]

‘시간의 시침핀?’

백유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설명을 살폈다.

[시간의 시침핀 : 조셉의 능력으로 단 1초 전의 과거로 회귀할 수 있다. 하지만 조셉 역시 시침핀 하나를 만드는 데 엄청난 힘을 쏟아야 하기 때문에 아껴 써야 한다]

그러니까 시간을 역행(逆行)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아마 조셉은 자신을 소멸에서 구해준 보답으로 정말 귀중한 아이템을 준 모양이었다.

‘단 세 번...1초 전의 과거로 회귀라...’

아마 생각하기에 따라서 쓸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한 듯했다.

그리고 다음은 시바.

시바는 엄청난 존재감을 드러내며 나타났다가 백유현에게 아낌없이 권능을 쏟아부어준 후 사라졌는데, 그가 남긴 추가 보상이 또 있었다.

그 첫 번째는 안 그래도 궁금했던 ‘귀안인(鬼眼印)의 술식’.

그리고 다음은...

‘트리슈라의 정(精)?’

트리슈라.

그것은 바로 시바가 가진 강력한 삼지창을 말했다.

모든 것을 꿰뚫으며, 사멸시키는 강력한 힘을 지닌 창.

혹자는 트리슈라가 곧 시바의 힘 그 자체라고 표현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강력한 권능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시바는 엉뚱하게 그 삼지창의 정, 즉 정수를 남겨둔 것이었다.

백유현은 설명을 읽어보았다.

[트리슈라의 정은 모든 악마와 망자, 악한 영들과 불의한 자들의 피를 먹고 자란다. 트리슈라의 정에서 뿌리가 뻗고, 줄기가 자라나며, 잎사귀가 돋아 결국 날카로운 가지들이 뻗어나는 순간 최강의 권능이 발현될 것이다]

[현재 축적된 불순한 피 : 0/1,000]

[1,000단위로 트리슈라의 권능이 조금씩 개방됩니다]

시바의 힘이 어떤 것인들 강하지 않겠냐만, 자신의 삼지창에 대한 정수를 이런 식으로 남겨둔 것은 의외였다.

그리고 자세히 살펴보니, 트리슈라의 정을 키우려면 역시 수많은 피가 필요했다.

역시 시바였다.

단순하면서도 화끈하다.

그의 조건을 만족시키려면 일단 죽이고 봐야했으니까.

‘하여튼 뭘 부수고 파괴하고 죽이는 거 엄청 좋아하는구나.’

백유현은 다시 귀안인의 술식의 설명을 읽어 내려갔다.

그런데 설명을 읽어 내려가던 백유현의 두 눈이 번쩍 빛을 발했다.

거기에는 전혀 의외의 말이 적혀 있었던 것이었다.

[망자를 볼 수 있는 자가 귀안인의 수인(手印)을 맺으면, 귀안(鬼眼)의 능력을 반경 20미터의 다른 이들에게도 전이(轉移)할 수 있게 된다]

[제한 시간 : 피의 모래시계가 뒤집힐 때까지]

[귀안인 현재 1단계 축적된 피 : 0/20]

[단계가 오를수록 피의 축적량이 늘어난다]

[피 한 방울 당 1초의 시간을 가진다]

망자를 볼 수 있는 백유현이 수인을 맺으면, 자신의 시야를 다른 이들에게 공유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것은 지금, 망유계의 망자들이 출몰하는 지금 엄청나게 중요한 사실이었다.

백유현의 시야를 알파 팀에게도 공유할 수 있다는 얘기니까.

그렇다면 그 망자들을 알파 팀도 제거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조건 또한, 역시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역시 시바답다.’

일단 뭔가를 죽이면 된다.

그러면 조건이 충족된다.

백유현은 그 단순함이 마음에 들었다.

어쨌든 불멸자들의 보상들은 하나 같이 무시무시했다.

조셉의 시침핀, 시바의 귀안인, 트리슈나의 정수, 그리고 염라의 골편.

하나 같이 매우 가치 있는 보상을 얻은 것이다.

그런 와중에 일행과 백유현은 캠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수많은 격전이 벌어지고, 다시 찾은 휴식처.

“후우...정말 피곤하군.”

얼마나 싸워댔던지, 박성진조차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켰을 정도였다.

“다들 좀 쉬자고. 망자들인가 뭔가도 이제 없는 것 같으니. 백유현 맞지?”

백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망자가 남아 있으면, 시바가 가만있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 다시 나타나서 저 놈 죽여라, 이 놈 죽여라 난리를 쳤겠지.

“네. 저 때문에 괜히 힘들게 고생하셨네요.”

“무슨, 덕분에 우리도 엄청난 광경도 보고 좋았다. 어휴, 이 부러운 자식! 세상에 파괴신 시바와 계약을 하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게 될 줄이야! 부럽다, 진짜!”

“그러게. 시바 정도 되는 급의 불멸자가 나타난 적이 있긴 했던가? 제우스나 상제도 시바에 비하면 한 수 접어야 할 것 같은데.”

천계를 다스리는 옥황상제나 그리스 로마의 주신, 제우스조차 시바의 광오함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사실 객관적으로 비교해 봐도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신도 시바만큼 괴팍하고, 안하무인이며, 또한 강력한 존재는 거의 없다.

그의 부인인 두르가가 분노하면 나타나는 죽음의 여신 칼리가 그나마 좀 대적해볼만한 정도? 하지만 세상을 죽음으로 물들인다는 칼리조차도 시바의 세 번째 눈이 뜨이면 상대가 안 된다.

그만큼 엄청난 존재가 시바다.

“그런데 다르게 생각하면, 시바가 나타났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해졌다는 얘기 아닐까요? 나타난 이유가 참...어이없긴 하지만, 시바 입장에서는 그럴 만도 해 보이기도 하고.”

이미 오래 전부터 자신이 파괴하기로 한 세상을 다른 놈이 건드니 화가 나서 나타난 시바다. 그런데 그 사실을 뒤집어 보면, 그 ‘다른 놈’이라는 존재가 그만큼 강력하다는 뜻이 되기도 했다.

보통 존재였다면 시바의 성격상 개무시를 하거나, 콧방귀도 뀌지 않았을 테니까.

“그러게...나도 그 점이 걸린다. 하지만 아직은 뭐 딱히 드러난 것도 없고. 일단은 일정대로 진행하자고. 다들 쉬어라. 무현이하고 세광이는 경보 시스템 유지하고.”

“예, 형!”

“알겠습니다!”

다행히 이쪽 근처에는 몬스터들이 출몰한 흔적이 없었다.

천무현의 감시자와 주세광의 토기인들도 별 다른 이상이 없었다.

일행은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하지만 백유현은 나무 등걸에 기대어 두 눈을 감고 있으면서도 묘하게 가슴이 뛰어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시바라...’

오늘 있었던 수많은 일들 가운데, 단연 기억에 남는 일은 바로 시바와 계약을 한 것이었다.

당시에는 시바가 너무 급하게 몰아쳐 제대로 그 감격을 느낄 정신도 없었는데,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야 뭔가 짜릿함이 느껴졌던 것이었다.

깊은 생각에 빠진 그는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눈을 붙일 수가 있었다.

그런 그의 주변에 차사, 강효와 차사, 문광이 호위하듯 둘러서 뜬 눈으로 사방을 경계하고 있었다.

수많은 일이 일어난 K-780 터미널에도 또 다시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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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그 난리를 겪었음에도, K-780 터미널에는 여전히 수많은 몬스터들이 남아 있었다.

더블 카오스로 강화된 놈들이었지만 사실 이제는 그다지 감흥이 없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각성자 팀인 치우, 그 중에서도 최강의 알파 팀에게는 놈들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으니까.

게다가 시바라는 새로운 불멸자와 계약한 백유현의 힘은 어제와 비교해서 뚜렷하게 달라져 있었다.

모든 신체 능력치가 10 퍼센트 올라간 것도 그랬거니와, 그가 들고 있는 검에서는 연신 칼날 바람이 휘몰아쳐 몬스터들의 가죽을 두부 자르듯 베어내곤 했던 것이었다.

게다가 심심치 않은 확률로 몰아치는 칼날 폭풍은 몬스터들에게 있어서는 재앙(災殃)과 다름없을 정도로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강했던 백유현이다.

그런데 시바와 계약한 후, 김현성과 보여주는 최강의 공격력은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파가가각-

애써 라이플, 천무현이 나서지 않더라도 순식간에 녹는 몬스터들.

대한민국 최강의 비밀 병기가 이곳, K-780의 터미널에서 새롭게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기존의 비밀 병기였던 김현성은 이미 타국에 의해 분석이 된 지 오래, 하지만 백유현에 관해서만큼은 그 누구도 제대로 알 수가 없을 것이다.

과거의 영상이 있긴 해도, 그것은 말 그대로 과거일 뿐.

지금의 백유현은 상상조차 하지 못할 막강한 힘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저벅.

그리고 그들은 곧 터미널을 벗어났다.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고난이도 터미널 중 하나라는 K-780 터미널도 그들의 손에 의해 싹 정리가 된 것이다.

“자, 알파 팀. 다음 목표는...”

박성진의 손가락 끝이 지도의 한쪽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부산이 찍혀 있었다.

그리고 손가락이 다시금 움직여, 그 앞쪽 푸른 바다 위에서 멈췄다.

박성진의 입가가 비틀려 올라갔다.

“대한민국 최강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K-666 터미널. 바로 악명 높은 해저 터미널, 악마의 도시다.”

팀원들은 마침내 올 것이 왔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 훈련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가 있었다.

팀-엑스 훈련에는 매우 엄격한 기준으로 선발된 터미널들이 경합지로 선보이는데, 그 중에서 결승에서 등장하는 터미널이 바로 K-666 터미널과 비슷한 J-4499 와 J-9999 등이었다.

불길한 숫자인 4와 9를 연달아 넣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듯, 초고난이도의 터미널이라는 무언의 암시가 깃들어 있는 곳이었다.

그래서 그에 대비해 대한민국 최강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K-666 터미널에서 훈련을 하기로 계획한 것이다.

“그리고 하나 더.”

박성진이 일행을 바라보며 나직하게 말을 이었다.

“이번 훈련에는 감마 팀도 같이 간다. 상당히 힘들어질 거다. 다들 대비 단단히 하도록.”

말이 감마 팀이지, 알파 팀과는 천지차이의 실력을 가진 팀이다.

대한민국에서는 내로라하는 각성자들로 이뤄진 팀이긴 하지만, K-666 같은 터무니없는 난이도를 가진 터미널에서는 짐짝이나 다름없다.

그런 팀을 데리고 알파 팀은 극한의 한계에 도전하려는 것이었다.

어쨌든 모든 나라들이 똑같은 조건에서 경쟁에 임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니까.

“출발은 사흘 후. 다들 그 때보자.”

박성진의 말을 끝으로 알파 팀은 해산했다.

사흘 후, 부산.

악마의 도시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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