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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잡고 폭렙업-59화 (59/166)

59. 권능 이전

시바.

파괴의 신이자, 질서의 신.

시바는 이렇듯 양면을 가진 신이었다.

힌두 설화에서 가장 높은 세 명의 신을 꼽는다면 브라흐마, 비슈누, 그리고 시바를 꼽는다.

그런데 시바는 이 중에서 매우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어서, 브라흐마건 비슈누건 시바에게는 무력으로 당해낼 자가 없었다.

창조의 브라흐마, 유지의 비슈누, 파괴의 시바라고 불리고 있지만 사실 시바는 파괴의 재창조의 권능을 가진 무지막지한 신이었다.

그런 그가 지금 백유현의 계약자가 되어 나타났다.

이 세계의 파괴는 오직 자신의 것이라며 극도로 분노한 모습으로.

그런데 백유현을 바라보는 시바의 표정이 묘했다.

뭔가 매우 못마땅한 표정이기도 했고, 성에 차지 않는 표정이기도 했다.

- 삼라만상을 다스리고 파괴하는 힘을 주고자 하여도, 종지만한 그릇이라 답답하기 그지없구나!

시바의 말은 마치 천둥이 울리는 것처럼, 귀로 들리는 것 같으면서도 머릿속에 바로 전달이 되어 들어왔다.

그 때, 놀랍게도 시바가 타고 있던 황소가 두 눈을 끔뻑이더니 입술을 뒤집고 말을 했다.

“네가 너무 약해서 한심하단 말씀이시다.”

시바의 황소, 난디가 말을 하자 백유현은 아예 할 말을 잃었다.

하지만 난디가 벌인 엄청난 일들에 대해 알고 있다면, 그 누구도 결코 난디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난디는 무려 ‘신들의 왕’이라 불리는 인드라를 무자비하게 박살낸 존재.

주인이 ‘시바’라는 존재다보니, 시바가 타고 다니는 황소조차 무지막지하게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난디는 평온한 표정으로 되새김질을 하면서 말을 이었다.

“너무 상처 받지 마라. 원래 주인님 성격이 그렇다. 많이 괴팍하거든.”

너무 대놓고 말하는 난디를 오히려 백유현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봐야 했다.

하지만 난디는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마치 이런 일이 한두 번 있는 게 아니라는 듯.

“조금만 화를 내게 놔두면 된다. 그러면 제 풀에 못 이겨서 너한테 좋은 걸 줄 테니 기다려봐라.”

난디는 다시 풀을 질겅질겅 씹으면서 아무런 일도 아니라는 듯 푸르륵 거리는 소리를 냈다.

인드라를 박살낸 소 치고는 매우 온화한 인상이었지만, 인도의 설화를 한 번이라도 대한 사람이라면 이 난디야말로 주인을 능가할 정도로 정신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난디의 말대로 시바는 백유현을 보며 인상을 찌푸린 채 몇 마디를 하더니 불쑥 얼굴을 백유현 쪽으로 갖다 댔다.

과거와 현재를 본다는 두 개의 눈에서는 시퍼런 뇌전이 감돌고 있었고, 아직은 감겨 있는 세 번째의 눈에서도 기이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그는 백유현을 빤히 보더니 말했다.

- 너의 업보를 이 순간 바꿀 것이니 머리를 조아려 내 뜻을 받들지어다.

시바의 말이 끝나자 난디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절하란다. 원래 이런 거 좋아하거든.”

백유현은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조아렸다.

상대는 파괴의 신 시바.

어쩌면 모든 신들 가운데서 가장 괴팍하고, 가장 강력한 존재일 수도 있는 그런 자.

그런 어마어마한 불멸자를 앞에 두고 고개를 조아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상대는 신(神), 그 중에서도 대자재천이라도 불리기도 하는 최상위의 신이다.

백유현이 고개를 숙이자, 시바의 표정이 다시 근엄하게 바뀌었다.

파앗-

그리고 그 순간, 백유현의 눈앞에 하나의 창이 떠올랐다.

[불멸자 시바가 권능을 이전하려 합니다]

[권능 : 시바의 못마땅]

[권능의 주인 : 시바]

[시바의 못마땅 : 시바는 자신의 계약자인 당신을 너무 연약하다는 이유로 매우 못마땅해 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당신의 업보를 바꿔주려 한다. 시바가 당신의 업보를 바꾸면, 모든 신체 능력치가 10 퍼센트 증가한다. 시바의 못마땅은 일회성으로 끝난다]

백유현은 두 눈을 부릅떴다.

‘이건 도대체!’

모든 신체 능력치의 10 퍼센트가 바로 뻥튀기 되는 것이다.

이건 염라도 하지 못한 엄청난 일이었다.

사실 업보(業報)를 건드리는 일은 아무리 신이라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에 따른 대가가 분명히 따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바라면 묘하게 납득이 되었다.

시바라면...

그냥 모든 것이 가능해 보였으니까.

수틀리면 창조신 브라흐마까지 죽이려 드는 시바를 누가 말리겠는가?

세상의 마지막 끝에서 아바타라(화신)의 형태로 세상을 구원한다는 비슈누조차 시바에게는 안 된다.

마치 제천대성 손오공을 극대화시켜 강화시키면 바로 시바가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막무가내인 불멸자.

하긴, 그러니 임무 한 번 완수했다고 바로 계약하고, 계약하자마자 현현(顯現)하는 기행을 저지른 것이겠지.

파아앗-

그리고 그 순간, 시바의 권능이 백유현에게 이전되기 시작했다.

사실 이전이라고 해봐야 눈 한 번 깜빡할 사이에 모든 것이 이뤄져 버렸지만.

[백유현의 상태 능력치 수치]

현재 레벨 132

[근력 148] [지구력 93] [순발력 155] [행운 34]

[정신력 45] [지력 26] [근성 27] [체력 101] [인내심 7]

[동화력 100]

이후 추가될 수 있는 능력 슬롯 수 [??]

가용 신체 능력치 19

어마어마한 특전.

시바는 단순하게 신체 능력치 수치 몇 주고 끝내질 않았다.

그는 화끈하게 백유현의 모든 신체 능력치를 올려 준 것이었다.

사실 이런 엄청난 특전은 그가 지금 극도로 분노해서 백유현과 계약을 맺은 이유와도 일맥상통했다.

그는 이 세상이 자신의 손이 아닌, 다른 존재의 손에 파괴되는 것에 대해 엄청난 불쾌감을 가지고 있었다.

세상을 부숴도 자신이 부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어떤 자인지는 몰라도, 균열(龜裂)을 박아 넣고 이 세상을 박살내려 하는 그 행위로 말미암아 시바가 크게 자극받아 나타난 상황.

지금 시바가 백유현을 보고 못마땅해 하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었다.

자신을 대신해 세상을 이 지경으로 만든 놈을 처단할 존재로 백유현을 골랐는데, 백유현이 허약해 빠졌으니 짜증이 솟은 것이다.

사실 그것은 원래 말도 안 되게 강한 시바 자신에 비교했을 때의 이야기였지만.

하지만 원래 성격 자체가 엄청나게 괴팍한 시바인지라, 그걸 나무랄 수는 없었다.

오히려 덕분에 백유현은 저절로 강해졌으니 이득이기도 했고.

그런데 백유현의 모든 능력치가 10 퍼센트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시바는 여전히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뭔가 여전히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었다.

난디가 눈을 끔뻑이더니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평소에 좀 잘하지 그랬느냐? 또 화내려 하니 그저 뭐라고 하든지 가만히 듣고 흘려라. 그게 상책이다. 성격이 불같긴 하지만 나쁜 양반은 아니다.”

그리고 시바의 말이 또 시작되었다.

난디는 태연한 표정으로 풀을 되새김질 하며 우걱우걱 씹었고, 백유현도 이제는 면역이 되어서 그의 말이 끝나길 기다렸다.

그리고 하나의 창이 또 떠올랐다.

[시바가 두 번째 권능을 이전하려 합니다]

[불멸자의 강압으로 선택의 여지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권능 : 루드라(Rudra)의 칼바람 1단계]

[권능의 주인 : 시바]

[루드라의 칼바람 : 시바의 또 다른 화신, 폭풍신 루드라가 일으키는 칼바람. 이 칼바람에 노출된 모든 생명체는 갈기갈기 찢겨 나가며, 그 형체조차 찾아볼 수 없게 된다. 루드라의 칼바람이 발동되면, 무기에 삭풍(朔風)의 칼날이 더해져 공격력이 대폭 올라가며, 공격속도가 크게 상승한다. 또한 칼날 바람이 몰아쳐 상대의 모든 방위에서 날카로운 칼날이 휘몰아친다]

그런데 시바의 권능 이전은 그에 그치지 않았다.

시바는 아예 작정을 했는지 백유현에게 또 다른 권능을 이전했다.

[시바가 세 번째 권능을 이전하려 합니다]

[불멸자의 강압으로 선택의 여지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권능 : 루드라의 폭풍날개]

[권능의 주인 : 시바]

[루드라의 폭풍날개 : 바람의 힘을 다스려, 공중에서 비행할 수 있게 된다. 발동 조건은 없으며, 의지가 동(動)하면 날개가 펼쳐진다]

이젠 하다하다, 불멸자가 권능을 강압적으로 이전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시바의 괴팍한 성질을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정말 어마어마하네...’

그 권능을 전이 받는 당사자인 백유현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강력한 힘들이 속속들이 부여되었다.

하지만 무턱대고 좋아할 일은 아니었다.

백유현의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드는 다음 창이 떴기 때문이었다.

[시바가 권능 전이에 대한 대가를 요구합니다]

[불멸자의 강압으로 선택의 여지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역시 시바다웠다.

그는 자신의 강력한 권능을 강압해서 전이시켜줌과 동시에 바로 대가를 요구하고 나왔다.

이건 뭐 날강도인지, 자선 사업가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몰아치는 통에 백유현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강매를 하고 대가를 요구하는 불량 상인 같다고 할까?

하지만 그 강매한 물건이 워낙 좋아서 뭐라 할 수도 없었다.

[시바의 대가 요구]

[균열의 존재 이만 마리를 처단하여 그 목을 제단에 바쳐라. 단 약한 제물은 받지 않는다]

[제한 시간 : 한 달]

[시바가 제물에 만족하면, 추가 보상이 있을 수 있습니다]

역시 시바답게 요구하는 대가도 화끈하다.

한 달 안에 균열의 존재 이만 마리를 처단하라니.

그것도 약하지 않은 제물로만.

이건 뭐 하루 종일 균열에서 살라는 얘기다.

강력한 힘을 줬으니, 알아서 자신의 화풀이를 대신 하라는 것이다.

이것 또한 시바의 강압으로 이뤄진 일로, 백유현에게는 선택지가 주어지지 않았다.

백유현은 엄청나게 강해진 이상으로, 엄청나게 큰 부담을 안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백유현도 바라던 상황.

불만은 없었다.

어차피 시바의 대가 요구에 백유현이 가타부타 말 할 것도 없었다.

하라면 하라는 수밖에.

그는 그만큼 큰 힘을 얻었으니까.

- 너에게 베푼 나의 은혜를 기억하여, 이 세계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모든 존재들을 멸하라! 이것이 내가 너를 선택한 이유니, 명심하고 또 명심할 지어다!

그 때 갑자기 시바의 우레와 같은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아마 현현한 모든 용무가 끝난 모양이었다.

그런데 어딘가 서두르는 듯한 모양새처럼 보인 것은 착각이었을까?

황소 난디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저녁 시간이 되었거든. 그래서 빨리 가려고 하는 거야. 여신 칼리는 정말 무서우니까.”

쿠르르르르-

스스로 현현(顯現)하여 백유현의 혼을 쏙 빼놓은 시바가 다시 차원의 문을 열었다.

그는 끝까지 근엄한 표정으로 백유현을 바라보며 문 앞으로 사라져갔다.

하지만 난디를 통해 그가 사라지는 이유를 알게 된 백유현은 실소를 머금었다.

여신 칼리는 시바의 아내.

원래는 두르가라는 이름의 아주 온화한 여신이지만, 그 여신이 분노하면 칼리가 되어 온 세상을 죽음으로 물들인다.

난디가 칼리라고 호칭한 것으로 보아, 두르가는 지금 화가 나 있는 상태인 모양이었다.

그러니 시바가 살짝 서두르는 모습이 이해가 갔다.

세계를 움직이는 것은 남자이지만, 그 남자를 움직이는 것은 여자라는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쿠웅-

그리고 시바가 허공 저 너머로 사라졌다.

정말이지 너무도 강력한 존재감을 뿜어내던 그의 등장이었다.

그가 사라지고 한참이 지나서야 일행은 한숨을 토해낼 수 있었다.

“와...진짜 무시무시하네! 저게 시바라니...와, 정말 멀리서 봤는데도 오금이 저린다.”

“아니, 그건 그거고...그럼 유현이가 시바하고 계약을 했다는 거잖아? 와, 이건 뭐 대박 중의 대박인데? 시바면 아예 분류 자체가 불가능하여 어느 티어에도 들어가 있지 않은...오메가(Omega) 등급의 신인데.”

“후우, 멀리서 보는데도 손이 떨려서 죽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유현아, 시바가 뭐라고 하든? 자꾸 너한테 화를 내는 것 같던데.”

아마 시바의 음성은 백유현에게만 들렸던 모양이었다.

난디의 말 또한.

“별 말 없었어요. 힘을 줄 테니 얼른 일해서 갚아라...정도?”

“하여튼 어마어마한데? 시바가 진짜로 나타날 줄이야! 이거 팀-엑스 대회가 진짜 너무 기대된다!”

“그런데 팀-엑스 대회가 제대로 열릴 수는 있을까? 유현이 말대로라면...우리가 모르는 매우 심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건데.”

팀원들이 굳은 표정이 되었다.

그들이 겪지 않았으면 모르되, 이미 직접 겪어본 이상 지금 이 세상에는 기이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확실했다.

가장 심각한 것은, 그들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존재들이 나타났다는 것.

그리고 그들이 놈들을 볼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는 것.

하지만 고민해봐야 의미가 없는 일이었다.

“그건 그 때 가서 생각하자. 지금은 팀-엑스 대회에 집중하고.”

박성진의 말에 팀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대로, 아직 모르는 일이다.

그러니 나중에 생각하면 될 일.

“일단...K-780 터미널에서의 훈련은 이것으로 종료한다. 유현이까지 완벽하게 호흡을 맞출 수 있게 되었으니 더 이상의 훈련은 무의미할 것 같네. 자, 일단 캠프로 돌아가서 휴식하자. 다들 피곤할 텐데.”

“오케이, 돌아갈 때는 내가 뒤를 맡죠.”

쉴더인 주세광이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하여 뒤로 빠졌고, 나머지는 다시 캠프로 복귀하기 위해 걸음을 옮기려 했다.

“잠깐만요.”

그런데 백유현은 그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이니카스에게로 다가갔다.

놈의 사체에서 뭔가 붉은 것이 반짝이고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가까이 다가간 백유현은 손을 뻗어 그것을 주워들었다.

손바닥 크기만 한 울퉁불퉁하게 생긴 붉은 보석이었다.

팀원들은 그런 백유현을 기다려주었다.

‘이것이 블러드스톤.’

백유현은 그것이 조셉이 찾던 블러드스톤임을 알 수 있었다.

“고맙군요. 유현 군.”

그리고 그의 옆에 조셉이 나타나 미소를 지었다.

“덕분에...살 수 있겠어요.”

백유현은 미소를 지으며 그것을 내밀었다.

“별 말씀을. 고생했어, 조셉.”

조셉 또한 블러드스톤을 받아들이더니 씩 웃었다.

“이 은혜는 꼭 갚도록 하죠. 자, 그럼 나중에 볼까요? 아직 제겐 할 일이 남아서.”

백유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셉은 블러드스톤을 얻었고, 자신은 시바와 계약을 했다.

‘나쁘지 않네.’

그리고 알파 팀을 얻었고, 그들과의 호흡을 맞춰보았다.

나쁘지 않다.

하나의 이름을 가진, 하나의 팀이라는 것도.

“됐습니다. 가시죠!”

캠프로 향하는 백유현의 걸음이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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