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잡고 폭렙업-49화 (49/166)

49. 조셉의 스페셜 퀘스트

“마리오...네트?”

꼭두각시.

그것을 말함이었다.

백유현이 놀란 얼굴로 조셉을 바라보자, 조셉은 다시 빙긋 웃었다.

“저는 제 의지대로 시간의 흐름을 설계하고, 인과율에 얽힌 존재들은 그곳에서 빠져 나가지 못하고 꼭두각시가 되는...이른 바, 시나리오(scenario)의 결과물이죠. 마리오네트라는 것은.”

“그러니까, 모든 것을 네 의지대로 흘러갈 수 있게 만들 수 있다는 거야?”

“당연히! 미래를 볼 수 있는데 그걸 설계하지 못할까요?”

조셉이 여유가 넘치는 얼굴로 씩 웃었다.

“그리고 미래의 당신이 애용했던 그런 권능이기도 했지요.”

미래의 백유현이 애용한 권능.

백유현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생각해보니, 조셉의 말이 맞았다.

미래를 알고 있다면, 자신이 의도하는 바대로 결과를 몰아가는 것은 어렵지 않다.

흔히 미래를 예측하는 전략가라고 불렸던 고대의 명장들만 떠올려 봐도 그랬다.

그들은 과거와 현재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해, 적을 자신의 의도대로 움직였고 그 결과 수많은 싸움에서 승리를 거뒀다.

그런데 조셉의 마리오네트는 그것과 차원이 달랐다.

이것은 미래를 보는 조셉이 꼼꼼하게 설계한 최고의 시나리오.

누구든 그 덫에 걸리면 무조건 조셉의 의도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스포일러, 미래를 쓰는 자가 그저 단순히 미래의 결과를 알려주는 것이라면, 스포일러, 마리오네트는 미래를 바꾸는 마법. 따라서 이 조셉이 가진 최고의 권능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지요.”

‘스포일러, 미래를 쓰는 자‘만 해도 엄청난 권능이다.

미래를 알 수 있다는 것만 따져 봐도 이건 말이 안 되는 사기적인 권능이었으니까.

그런데 조셉은 아예 한 술을 더 떠서 미래를 자신의 의지대로 바꿀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후우, 이 녀석...도대체 정체가 뭐야?’

백유현은 조셉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알면 알수록 무서운 존재다.

조셉은 그를 마주 보며 빙긋 웃었다.

“하지만 말이죠, 모든 것에는 대가가 필요한 법이죠. 마리오네트인 경우에는 더욱 더 엄청난.”

백유현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그런 엄청난 권능을 그냥 내줄 리가 없잖아?”

조셉이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그 전에...안 그래도 유현 군에게 말해주고 싶었던 것이 있었는데 지금이 딱 그 적기인 것 같군요. 저에 대한 이야기이자, 제 권능에 대한 이야기니까.”

조셉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가셨다.

백유현은 그를 바라보았다.

조셉이 다시 입을 열었다.

방금 전과는 달리 사뭇 진지한 어조였다.

“시간을 역행(逆行)하거나, 선행(先行)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에요. 사실 그 때문에 저는 아직도 추적자들에게 쫓기는 신세고. 하지만 저는 아직 시간 속을 방랑하는 것을 멈출 수가 없어요. 제겐,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으니까.”

할 일이 남아 있다고 말하는 조셉의 표정에 살짝 이채가 스쳐 지나갔다.

뭔가 아련해 보이는 눈빛.

하지만 조셉은 금세 어깨를 으쓱였다.

“뭐, 그건 그거고...아무튼 그 대가는 제가 잘 먹고 잘 살려고 하는 게 아니에요. 권능이라는 것이 인과율을 역행하는 것이다 보니, 그에 대한 제물이랄까, 뭐 그런 게 필요한 것이죠. 물론 그 대가가 있어야 저 역시 추적자들에게서 몸을 숨길 수 있기도 하고.”

“음...”

백유현은 그의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오래 되진 않았지만, 그가 아는 조셉은 매우 여유가 넘치고 위트 있는 자였다.

그런 조셉이 지금 어쩌면 처음으로 진지하게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정리하면 그는 뭔가를 하기 위해 시간 여행을 계속하고 있는데, 그로 인해 벌어지는 문제들을 막기 위해 ‘대가’가 필요한 모양이었다.

“사실 지금까지 제가 당신을 도와드릴 수 있었던 것은, 미래의 당신이 지불한 대가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이제 슬슬 바닥을 드러내고 있으니...언젠가는 당신에게 이런 얘기를 해야 될 때가 올 거라 생각하고 있었어요.”

“내가 뭘 해야 하는지 말해줘. 조셉.”

조셉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당신도 꽤 강해졌으니까 충분히 스스로 그 대가를 지불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러면서 조셉은 품속을 뒤적이더니 뭔가를 꺼내 들었다.

거무튀튀한 뼈로 만들어진 반지였다.

보기만 해도 음산한 기운이 느껴지는 것이, 보통 내력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닌 듯했다.

“이건, 악신 앙그라 마이뉴의 손가락 뼈 반지에요. 이 반지를 끼고 몬스터들을 잡으면 소울 큐브라는 특수한 조각을 얻을 수 있죠.”

“앙그라 마이뉴의 반지?”

“네, 악신 앙그라 마이뉴는 수많은 모습으로 변모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존재죠. 그리고 이 손가락 뼈 반지는 그 자의 능력을 훔쳐 쓸 수 있는 힘이 서려 있고요. 그 힘을 쓰려면 바로 그 소울 스톤이 필요하죠. 시간 추적자의 눈을 따돌리기엔 이만한 것도 없거든요. 그래서 저에게 있어선 필수품이라고 할 수 있죠. 후후!”

백유현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이게 조셉이 대가가 필요한 이유였다.

조셉은 불멸자이자 필멸자.

아직 죽지 않은 필멸자의 몸으로 불멸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특이한 존재였으니까.

그가 강력한 권능을 가지고도 7티어에 링크된 것도 그 때문이라고 설명한 적이 있었다.

어차피 불멸자의 티어를 나눈 것도 인간의 기준에서 세워진 것일 뿐이니까.

그러니 아무도 그 존재를 모르는 시간 방랑자인 조셉은 미지(未知)의 존재로 통칭되는 7티어에 랭크되어 있는 것이고. 그것도 아주 먼 미래에서.

7티어가 불멸자의 강함이나 권능과는 상관없는 등급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런데 생각을 해보면 인과율을 완전히 역행하는 행위를 태연하게 저지르고 다니는 조셉인데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지 않을 리가 없었다.

인과율의 법칙은 매우 엄격한 것이어서, 그 법칙을 어기고 자꾸 도망 다니고 있는 조셉은 만약 추적자들에게 잡힌다면 상당히 큰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었다.

그것을 피해, 조셉은 미래의 백유현과 계약을 했을 것이고 이제는 현재의 백유현과 다시 계약을 한 것이다. 그를 좇고 있는 인과율의 수호자, 시간 추적자들을 피하기 위해.

조셉의 말을 들어보니, 지금까지 그걸 가능하게 한 ‘대가’는 미래의 백유현이 치른 듯했다.

그래서 현재의 백유현을 도울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곧 바닥을 드러낼 것이고, 조셉은 다시 쫓기게 될 것이다.

조셉의 말에서 백유현은 그것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제가 끼고 몬스터를 잡는 것은 의미가 없어요. 인과율의 법칙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 필멸자만이 소울 큐브를 얻어낼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적당히 쓸 만한 소울 큐브는 110레 벨 이상의 터미널에서 얻을 수 있거든요. 딱, 지금의 유현 군이 할 수 있는 일이죠. 후후! 제가 그래서 유현 군을 성장시키려고 그렇게 애쓴 거고.”

조셉은 싱긋 웃어 보였다.

“일단 당분간은 가지고 있는 소울 큐브를 가지고 더미들을 만들어 곳곳에 뿌려두었으니, 추적자들의 이목을 속일 수 있을 테지만...곧 저에겐 위기가 닥쳐와요.”

백유현이 눈살을 찌푸렸다.

조셉이 저렇게 말한다는 것은 꽤 심각하다는 뜻이고, 그 때가 오래지 않아 곧 닥친다는 얘기였다. 그것은 그 '대가' 라는 것이 사라질 때가 머지 않았다는 뜻이겠지.

백유현은 바로 핵심을 찔렀다.

“남은 시간은?”

조셉 역시 웃음기가 사라진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앞으로 일주일.”

백유현이 조셉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나한테 숨기는 게 있지?”

미래를 보는 조셉이다.

백유현이 이 제안을 수락하고 움직이더라도, 뜻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그의 표정은 말해주고 있었다.

조셉은 묵묵히 침묵을 지키고 있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소울 큐브를 제대로 활성을 시키려면 그 구심점이 되는 블러드스톤이 있어야 해요. 하지만 지금 그것을 가지고 있는 놈은 단 하나. K-780 터미널의 무자비한 턱, 이니카스. 그 놈 뿐이죠. 블러드스톤을 가진 다음 몬스터는 보름 후에 등장하니까."

보름 후면 조셉은 추적자들에게 잡혔을 것이다.

늦다.

“K-780이라...”

“꽤 난이도가 높은 카오스 터미널이죠. 각성자 레벨 대응 125. 터미널 자체의 난이도도 높지만 그 무엇보다 문제는...”

백유현이 표정을 굳힌 채 말했다.

그는 이미 조셉의 다음 말을 눈치채고 있었다.

“내가 이니카스를 이기지 못하는구나?”

조셉이 백유현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수십, 수백 번의 미래를 봐도 마찬가지...놈은 무려 130레벨의 몬스터니까요. 하지만 문제는 놈은 거기서 더욱 강화된다는 사실이죠. 균열 속의 균열, 더블 카오스가 K-780에서 일어나게 되니까.”

그러니까, 균열의 에너지로 인해 더욱 강화가 된다는 뜻이다.

지금도 엄청나게 강한 130레벨인데, 거기서 더욱 강화가 된다는 뜻.

그리고 더블 카오스가 발생하면 이니카스만 강해지는 게 아니다.

그 안의 모든 몬스터들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다.

그리고 지금 조셉이 그 사실을 말하고 있다는 것은, 백유현이 손도 쓸 수 없이 ‘곧’ 그 일이 벌어진다는 뜻이다.

“무시무시하네.”

백유현은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공주를 구하기 위해 마왕이 있는 마왕성으로 들어가야 하는 용사의 마음이 절로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돌려 조셉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하지만 말이야. 조셉. 네가 모르는 게 하나 있어.”

“뭔가요?”

조셉의 눈이 의문을 담고 백유현을 향했다.

“내가, 아직 무간에 가지 않았다는 사실. 그 하나의 변수.”

“제가 그것까지 계산하지 않았을까요? 저는 이미...”

“아니, 조셉.”

백유현이 조셉의 말을 중간에 끊었다.

“내가 바꿀 거야. 네가 봤던 미래 따윈 잊어.”

백유현은 다시 씩 웃었다.

“네가 보지 못한 단 하나의 미래. 그곳에 내가 있을 테니까.”

조셉의 표정이 흔들렸다.

“유현 군...”

그러더니 그는 온 몸을 박박 쓰다듬었다.

마치 온 몸에 소름이 돋아 못 견디겠다는 듯.

“으윽! 못 참겠다! 유현 군, 그렇게 안 봤는데 왜 이리 오글거리는 겁니까? 크허억!”

“됐어, 시끄러!”

백유현은 인상을 썼지만, 조셉은 그 후에도 닭살이 돋아 죽겠다는 듯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백유현은 그런 조셉을 보며 피식 웃었다.

‘네가 해야 할 일이 있는 것처럼, 나도 그래. 하지만 네가 없으면 힘들어. 그러니까 이번은 내가 반드시 널 지켜낸다. 조셉.’

“또 오글거리는 상상 하고 있죠? 크허억!”

“됐다고!”

한참 후 진정한 조셉이 백유현을 보며 말했다.

“뭐, 그런 이유로 유현 군에게 부탁을 드리는 겁니다. 도와주시겠습니까?”

“알겠어.”

“위험할 수 있어...아니, 정말로 위험해요.”

“상관없어.”

조셉이 백유현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조셉의 첫 임무를 드리죠. 백유현 군.”

파앗-

백유현의 눈앞에 임무창이 떴다.

[스페셜 퀘스트(Special Quest)]

[조셉 : 이니카스를 잡아 블러드스톤을 확보해 주시길...]

[임무 완료 조건 : 이니카스의 소멸과 이니카스의 블러드스톤 획득]

[임무 완료 보상 : 신체 능력치 7 포인트, 조셉과의 친밀도 100]

[조셉이 임무를 의뢰해 왔습니다. 임무를 받으시겠습니까? 추가 보상이 있습니다]

[제한 조건 : 임무 완수 기간은 일주일입니다]

[임무 정보 : 강력한 턱을 지닌 거대한 뱀, 이니카스는 카오스 터미널 K-780에 서식하고 있다. 하지만 조셉에 따르면 K-780 터미널에서 곧 ‘더블 카오스’가 일어날 예정이라고 한다. 만반의 준비를 해둬야 할 필요성이 있다]

조셉의 첫 임무.

아니, 어쩌면 그의 마지막 임무가 될 수도 있는 창이 떴다.

“강효.”

백유현은 그 임무 창을 마주하고는 막야를 들었다.

“차사, 강효. 하명하시옵소서.”

“가자.”

백유현이 허공에 한 손을 대며 말을 이었다.

“무간(無間)으로.”

파지지직-

허공에 거대한 균열이 생겨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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