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최종 선발자
[김무준의 상태 능력치 수치]
[불멸자 강신으로 강화된 상태]
현재 레벨 107
[근력 142(+18)] [지구력 102(+20)]
[순발력 111(+7)] [행운 45]
[정신력 38(+3)] [지력 19]
[근성 49(+15)] [체력 103(+12)] [인내심 10]
[동화력 48]
불멸자 강신은 역시 무시무시했다.
김무준의 전반적인 신체 능력치가 상승했고, 그 뜻은 아까보다 싸움이 더욱 힘들어졌다는 것을 의미했다.
지금 백유현에게 유리한 점은 순발력에서 조금 앞서고 있다는 것.
하지만 그거면 충분했다.
스릉-
백유현에게는 미래가 보였으니까.
쿠오오오-
김무준이 붉은 살기가 뿜어지는 두 눈을 떴다.
그가 들고 있는 청룡 언월도가 무서운 기세로 백유현을 향해 있었다.
파각-
드드드드드!
그리고 다음 순간, 청룡 언월도가 바닥을 무자비하게 긁어내더니 허공을 향해 치솟아 올랐다.
방금 전과는 전혀 다른 위력!
빛이 한 순간 번쩍- 하는 듯 엄청나게 빠른 공격 앞에 놓인 백유현을 보며 관중들은 숨을 죽였다.
누가 봐도, 지금 백유현은 엄청난 위기에 몰려 있는 모습이었다.
[관우의 청룡언월도는 매서운 기세로 백유현의 가슴팍을 노리며 솟구쳐 올랐다...]
하지만 이미 백유현은 ‘스포일러, 미래를 쓰는 자’로 청룡 언월도가 날아오는 방향을 미리 알고 공격을 흘러냈다.
콰콰콰쾃!
그런데 청룡 언월도에 실린 힘이 어찌나 강맹했던지, 백유현이 서 있던 바닥이 모조리 뒤집어졌다.
창에 실린 기세만으로 바닥이 쪼개진 것이었다.
그것을 보는 관중들은 경악한 표정을 지었지만, 더욱 놀라운 일은 그 다음에 벌어졌다.
카앙-
백유현은 그 무시무시한 공격을 방금 전에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김무준의 가슴팍을 파고들며 검을 날린 것이었다.
그 근성과 대담함에 관중들은 손에 땀을 쥐었다.
촤앗!
관우가 강신한 김무준조차 그 공격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백유현에게 한 순간의 틈을 허용했다. 단단하게 부풀어 오른 그의 팔뚝에서 핏물이 솟구쳐 올랐다.
그런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가 자세를 바로 잡기도 전에, 백유현의 검이 매섭게 날아들었다.
김무준이 흠칫 몸을 떨며 피해내려 했지만, 그가 피하려던 바로 그곳으로 백유현의 검이 쇄도해 들어오고 있었다.
“...!”
도저히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백유현의 검은 갑자기 중간에서 방향을 꺾으며 정확하게 김무준이 피하려던 방향을 찔러 들어왔던 것이다.
마치, 미리 그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어...어떻게!’
촤앗!
김무준이 두 눈을 크게 뜨고 있는 순간, 그의 팔을 다시 한 번 막야의 날카로운 검 날이 스쳐 지나갔다.
‘흐윽!’
관우가 강신해 있었지만, 빙의가 아니었기 때문에 김무준의 의식은 또렷했다.
그런데 지금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어떻게, 놈이, 자신의 생각을 알고 있는 것일까?
‘설마!’
김무준은 두 눈살을 와락 찌푸렸다.
놈이 자신의 생각을 읽고 있는 것이라면?
그럴 수도 있었다.
세상에는 수도 없이 많은 각성자와 불멸자가 있었고, 그들은 늘 상상을 초월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니까.
생각을 훔쳐 읽는 불멸자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면 그에 대한 대응 법은 하나.
무념(無念).
다행히 김무준은 무념지경에 통달한 사람이었고, 그의 몸에 강신해 있는 관우 역시 최강의 무장 중 하나이자 불멸자. 적에게 생각을 읽힐 리가 없었다.
그럼 그에게 온전히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에 대한 부작용이야 있겠지만, 관우의 강신까지 쓰면서 백유현에게 질 수는 없었다.
“뒤를 부탁합니다. 관성제군.’
김무준은 스스로의 의식을 거둬들였다.
번쩍-
그 순간, 그의 의식이 수면 아래로 사라지고 관우의 신령이 김무준의 몸을 완벽하게 지배해 나갔다.
신체 능력치는 변함이 없었지만, 방금 전과 비교하면 그 움직임이나 공격법이 완전히 달라졌다.
아마 관우의 진짜 힘을 가지고 현신했더라면 정말 무시무시했을 듯한 힘이 느껴졌다.
그런데 그조차도 이미 백유현은 읽고 있었다.
김무준의 의식이 왜 사라졌는지, 그리고 관우가 왜 갑자기 강해졌는지.
‘나는 당신의 생각을 읽고 있는 게 아니야. 김무준.’
관우가 내리치는 무시무시한 공격을 여유 있게 피해내며 백유현이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가 조셉의 존재를 알면 얼마나 놀랄까?
‘나는...’
콰콰쾃!
관우의 공격을 재빠르게 흘려낸 백유현은 검을 내뻗으며 두 눈을 번뜩였다.
카앙-
그의 검에 실린 힘이 어찌나 강했던지, 청룡 언월도로 공격을 막아낸 관우조차 몸이 살짝 흔들렸다.
그 순간, 백유현이 이미 노리고 있었다는 듯 공중으로 뛰어 올랐다.
그의 손에 들린 막야가 섬뜩한 빛을 뿜어냈다.
‘당신의 미래를 알고 있는 거야!’
순간 관우도 청룡 언월도를 휘두르더니, 공중에 떠 있는 백유현을 향해 번개와도 같은 속도로 내질렀다.
그와 동시에 백유현이 허공에서 떨어져 내렸다.
번쩍-
쩌엉-
허공에 시퍼런 광채와 검은 광채가 서로 교차되며 뭔가 깨져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 무슨 일이지?”
“뭐야?”
관중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일어서서 둘의 싸움을 바라보고 있었다.
허공에서 검을 내리 꽂은 백유현, 그를 향해 청룡 언월도를 내지른 관우.
둘에게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푸하악!
그 때, 갑자기 관우의 왼쪽 가슴 쪽에서 핏줄기가 솟구치며 그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어, 어어! 과, 관우가!”
“와, 이,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백유현은 막야를 들고 천천히 뒤로 돌아서고 있었고, 관우는 인상을 잔뜩 일그러뜨린 채 한쪽 무릎을 땅에 대고 있었다.
백유현은 그런 관우 앞에 가서 나직하게 말했다.
“미안합니다. 김무준씨. 하지만 저는 꼭 대회에 나가야 하거든요. 그러니...”
백유현이 막야를 높이 치켜들었다.
관우가 분노에 가득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파앗!
철컹-
한 줄기 섬광이 번뜩이고, 백유현은 막야를 검 집에 집어넣었다.
허공에는 잘려 나간 김무준의 머리카락이 나풀거리며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전장에서라면 주저 없이 목을 베었겠지만, 선발전이라는 것을 감안한 것이었다.
이미 상대를 압도한 이상, 그 이상의 행위는 무의미한 것.
“주심. 판정을.”
장내가 고요해진 가운데, 백유현은 주심을 바라보며 말했다.
주심 역시 입을 떡 벌리고 있다가 그제야 정신을 차리며 고개를 황급히 끄덕였다.
“백유현과 김무준의 대결 종료! 승자는 백유현!”
누가 봐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콰당탕!
판정이 내려짐과 동시에 김무준은 그 자리에 그대로 쓰러졌다.
강신이 풀린 부작용과 깊은 상처로 인한 충격을 견디지 못한 것이었다.
“구급팀, 어서!”
“들 것을 가져와!”
치료진이 움직였다.
그 부산함을 뒤로 하고 백유현은 다시 대기실로 걸음을 옮겼다.
모든 관중이 그런 그를 향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
팀-엑스 대회.
마지막 근거리 딜러의 주인이 지금, 막 정해졌다는 것을!
몇 명의 각성자가 남아 있었긴 했지만, 이미 왕좌의 주인은 결정 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와아아아아!”
“와, 시펄! 존나 멋있었다!”
“백유현! 백유현!”
사람들은 그제야 환호와 함성을 내질렀다.
그것은 비단 지금 백유현이 보여준 모습만을 보고 외치는 함성이 아니었다.
김현성.
대한민국 최고의 각성자이자, 최고의 근거리 딜러라 불리는 그의 모습을 이 순간 또 다시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천재가 다시 등장한 것에 대한 커다란 기대감이 실린 함성이었다.
어쩌면...
그 김현성을 넘어설 지도 모른다는 묘한 설렘과 함께.
함성은 오랫동안 계속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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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오우! 와, 진짜 말도 안 나와!”
교관 김수성은 티브이를 보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그는 흥분이 가득한 기색으로 어쩔 줄 몰라하더니, 옆에 있던 김승미를 툭툭 쳤다.
“기, 김승미 교관! 나 볼 좀 꼬집어 보...”
순간 짐승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끄아아아악!”
“현...실 맞네요!”
있는 힘을 다해 그를 꼬집은 김승미도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두 손을 맞잡고 있었다.
“어쩜 저렇게 멋있을까?”
그들은 지금 온 나라에서 생중계를 하고 있는 팀-엑스 대회 추가 선발전을 보고 있는 중이었다. 그들뿐만 아니라, 다른 교관들도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대회를 보고 있었는데 이미 그들도 얼음이 되어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저, 저 자식이 백유현이라고?”
“헉...! 도대체 저 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아니,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저 녀석 겨우 레벨 1이었다고! 그런데...김무준이 저렇게 무력하게 당했다고? 허, 허허!”
“와, 저 진짜 소름 돋았습니다! 아우, 저 놈 진짜 괴물 아닙니까?”
교관들조차 경악하고 있는 이 상황, 팀장인 황정국도 팔짱을 낀 채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무서운 놈이 또 나타났군. 역시...사상 최초의 알파, 베타 파장 퓨어 화이트의 소유자라는 게 이렇게 엄청난 것이었나?’
그냥 일 년 전의 김무준도 아니다.
무려 관우가 강신한 상태의 김무준이 무력하게 당했다.
그리고 황정국은 정확하게 느낄 수 있었다.
김무준이 당했을 때, 그 상황은 불과 얼마 전에도 보았던 것이었으니까.
바로...
“그런데 저 자식, 그 때와 똑같지 않습니까?”
김수성이 언제 다가왔는지, 옆에 와서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그의 얼굴에는 이미 웃음기가 완전히 지워져 있었고, 진지함이 가득했다.
황정국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무래도 엄청난 불멸자와 계약을 한 것 같군.”
“예. 마치...미래를 보는 듯한 모습. 아니고선 그런 움직임이 나올 수가 없지요.”
황정국도 동의했다.
지금 백유현이 보여준 모습은 마치 미래를 정확하게 꿰뚫어 보고 움직이는 듯했으니까.
“후우, 그래서 걱정이군.”
김수성도 두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 영상은 상대국에서도 분석할 테니까요.”
백유현이 미래를 예측하며 움직인다는 사실은 이제 상대국에 의해 완벽하게 분석이 될 것이다.
하지만 황정국은 묵묵하게 한 마디를 내뱉었다.
“뭐, 그렇다고 해도 저 녀석을 제대로 감당할 수 있는 존재가 있기나 할까 모르겠다만.”
순간적으로 미래를 읽고 움직이는 녀석이다.
그에 대응할 수 있는 각성자가 얼마나 될까?
그 동안 대회는 끝났다.
이변은 없었고, 근거리 딜러에서의 최종 선발 각성자는 백유현이었다.
그렇게 팀-엑스 대회 대한민국 대표팀 ‘치우’의 멤버가 완벽하게 완성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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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말이야, 조셉.”
불멸자인 조셉에게 말을 놓기로 한 백유현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말씀하시죠. 뭐, 사실 무슨 말 할 지는 알고 있지만.”
조셉이 싱긋 웃어 보였다.
백유현도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그에 대한 대답은?”
“음...뭐...어차피 당신이 미래를 읽는다는 사실은 이제 다 파악이 되겠지요. 어쩔 수 없어요. 그건. 세상에 비밀은 없으니까.”
백유현의 고민은 바로 그것이었다.
이제 그가 가진 권능은 다 알게 되었으니, 일제히 분석에 들어갈 것이다.
하긴 분석에 들어간다고 해서 대응하는 것이 쉬운 것은 절대 아니었지만 그래도 신경 쓰이는 것은 사실이었다.
“뭐, 그렇지만.”
그런데 조셉이 백유현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데 말이에요. 유현 군. 세상에 비밀은 없다지만, 비밀이야 다시 만들면 되는 거죠. 후후!”
백유현이 그를 마주 바라보았다.
“그게 무슨 뜻이야?”
조셉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아직 제 힘이 끝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이 조셉의 힘은...아직 끝이 아니랍니다.”
그의 입가에 드리운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적어도...마리오네트(marionette)가 남아 있는 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