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핫 이슈
신성(新星) 출현!
그날 저녁,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군 뉴스들의 제목이었다.
그 뉴스의 자료 화면에는 자이언트 스콜피온과 홀로 싸우는 한 소년의 모습이 찍혀 있었다.
서늘한 빛을 뿜어내는 검을 한 손에 쥐고 자신보다 훨씬 거대한 보스 몬스터, 자이언트 스콜피온과 싸움을 벌이는 그 소년의 모습은 자료 화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마음을 뛰게 만들었다.
“와, 이 녀석 대단한데?”
“저 자이언트 스콜피온 100레벨 넘는 놈이었다며? 그걸 혼자 막아내다니...! 진짜 쩔지 않냐?”
“시발, 진짜 이 형 간지 폭발이다! 검 존나 멋지지 않냐? 와, 시발 지렸다!”
뉴스를 보는 사람들은 갑자기 등장한 이 소년에 대해 하나 같이 입을 모야 찬사를 보냈고, 이 영상은 곧바로 유튜브의 최고 스트리머들에게 소개가 되며 최고 인기 동영상으로 떠올랐다.
자이언트 스콜피온과 홀로 맞서 싸우는 소년의 모습은 마치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을 연상시켜서, 해외 유튜버들에 의해 소년은 ‘David'라는 별칭으로 불릴 정도였다.
- 우리나라에도 이런 각성자가 있었다니! 이거 진짜 가슴이 뜨거워진다!
- 야, 시발 다들 똑바로 봐둬라! 루시고 뭐고 니들, 이런 각성자 있냐? 진짜 대박이다!
- 이 사람 팀-엑스 대회에 나가야 되는 거 아니야? 저 몸놀림 봐! 저 정도면 진짜 엄청난데?
수많은 뉴스와 유튜브 채널을 뜨겁게 달군 화제의 인물.
바로 백유현이 출현한 동영상을 보며 눈살을 와락 찌푸린 채 연신 고개를 흔드는 사내가 있었다.
“아니, 아니야. 저건 말이 안 되는 거 아니야? 김승미 교관! 저 놈 백유현 맞아? 아니, 아닐 거야! 그럴 리가 없잖아! 얼마 전만 해도 레벨 5짜리였다고!”
베타 프로젝트 팀의 교관, 김수성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옆에 서 있던 김승미 교관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김승미도 입을 떡 벌린 채로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서 있었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던 그녀는 한참 후, 멍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니...아니겠죠. 그럴 리가요! 하하...”
그녀도 넋이 나가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미 알고 있었다.
누가 봐도, 화면의 그 ‘녀석’은 백유현이라는 것을.
저 특유의 움직임과 얼굴을 왜 모르겠는가?
그런데 그 둘이 이해가 가질 않는 것은, 어떻게, 왜, 무슨 일로 백유현이 저기에 등장했냐는 거다. 그것도 100레벨을 훨씬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자이언트 스콜피온을 상대로.
레벨 5가 레벨 100의 몬스터를 단신으로 상대할 수 있느냐? 의 질문은 어차피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그 질문이 자꾸 떠오르는 것은 지금 이 상황을 전혀 믿을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아니, 왜? 도대체 왜? 왜 저기에 저 녀석이 있는 거지? 아니, 쌍둥이일 거야! 그래, 녀석, 숨겨진 쌍둥이가 있었던 거야! 하하하! 그랬던 거지! 그런데...왜 이름이 똑같지? 어허...돌아버리겠네?”
김수성은 혼이 빠진 채 횡설수설을 시작했다.
“아니 뭐...백유현인데 백유현이 아닐 수도 있죠. 음...그냥, 동명이인...후, 그러기에는 너무 똑같은데? 도대체 뭘까요? 하아...”
그것은 김승미도 마찬가지였다.
“각성자라는 존재가 모습을 드러낸 이후...처음으로 있는 일이 벌어진 거지.”
그런데 그들 뒤에서 누군가 묵직한 어조로 말했다.
둘이 뒤를 돌아보니, 팀장 황정국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떠올라 있었지만, 그는 애써 평정을 유지하려 하고 있었다.
“역사상 처음. 그 누구도 보여주지 못했던 그 광경을 저 녀석이 보여주고 있는 거야.”
“아니, 어떻게요? 저 녀석, 여기서 나간 지 불과 얼마 되지도 않았다고요. 그거, 며칠 전이잖아요!”
그랬다.
백유현이 베타 프로젝트 팀을 제 발로 박차고 나간 건 불과 며칠 전의 일.
그런데 분명 레벨 5에 불과했던 녀석이, 그 며칠 사이에 대한민국 전체의, 아니 세계 전체의 이목을 한눈에 받는 존재가 되어 나타난 것이다.
사실 각성자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말도 안 되는 일들은 수도 없이 벌어졌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상식선이라는 것이 존재했다.
오히려 각성자가 나타난 지 몇 년이 흐른 지금은 그 ‘상식’이라는 것이 정형화되어 정리가 되고 있을 정도다.
그런데 백유현의 지금 모습은 그 ‘정리’를 완전히 벗어나 있었다.
즉, 상식에서 완전히 벗어난 존재라는 뜻이다.
“그거야...나도 모르지. 우리가 알 수 없는 불멸자와 계약을 맺었다거나...백유현만 알고 있는 특수한 상황을 겪었다거나...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녀석이 강해져서 돌아왔다는 거다.”
“으음!”
김수성은 눈살을 와락 구겼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자신은 백유현보다 훨씬 우위에 있었다.
김수성의 레벨은 52.
레벨 5에 비하면 까마득한 경지이지만, 레벨 100에 비하면 또 까마득하게 아래에 있는 레벨. 불과 며칠 사이에 관계가 역전되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지금, 김수성은 분명히 느끼고 있었다.
자이언트 스콜피온을 상대할 때 보인 백유현의 움직임은 김수성과 김승미에게서 배운 기본기가 완전히 녹아들어 있다는 것을.
물론 그 경지가 어마어마하게 높아져서 백유현을 직접 가르친 당사자가 아니라면 절대 눈치챌 수 없었겠지만, 김수성은 바로 알아챈 것이다.
‘후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질투나 시샘이 아니었다.
오히려 백유현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물론 결과적으로 상당히 달라진, 그리고 발전된 모습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그 동안 녀석이 얼마만큼의 고생을 했을지는 말하지 않아도 훤했다.
“그런데 유현이...저 정도면 팀-엑스 대회 선발전에 나가겠죠?”
그 때 문득, 옆에서 김승미가 입을 열었다.
김수성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 맞아! 그럴 수도 있겠네! 100레벨이 넘었다면 충분히 자격이 되니까! 아, 짜식 부럽다!”
비어버린 두 자리를 놓고 아마 내로라하는 각성자들의 엄청난 각축전이 벌어질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원래 이문종이 맡았던 원거리 딜러의 몫을 빼면 근거리 딜러에게는 단 한 자리만 남는다.
그 자리를 놓고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겠지.
지금 언뜻 떠오르는 각성자들만 해도 몇몇이 있었다.
“그 어마어마한 사람들 가운데서 잘 할 수 있을까요?”
김승미 교관의 말에 황정국과 김수성은 마치 짜기라도 한 듯,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누가 가르쳤는데!”
특히 김수성은 가슴을 쭉 펴며 말했다.
그는 두 눈을 빛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저 영상 봐. 저걸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 저 자식...괴물이 되어 돌아왔다고! 누구든 저 녀석 상대하는 건 절대 쉽지 않을 걸?”
황정국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녀석의 움직임에는 자신감과 여유가 배어 있어. 마치 수도 없는 아수라장을 헤쳐 나온 듯한 노련함이 말이야. 저건 정말 그런 경험이 없이는 절대 얻을 수 없는 모습이지. 김 교관 말대로 녀석을 상대하는 것은 절대 쉽지 않을 거야. 어쩌면...”
황정국은 날카로운 두 눈빛을 뿜으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이번 선발전...아니, 팀-엑스 대회에서 엄청난 파란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군.”
김승미는 짧게 한숨을 토해냈고, 김수성은 기대감이 서린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짜식, 멋지게 성장해주었구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도...더 높이 날아올라라! 유현아!’
시샘보다 뿌듯함이 가득했다.
김수성의 입가에는 어느 덧 자랑스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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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유현에 대한 놀라움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똑똑-
“들어오게!”
노블레스 멤버스 한국지부.
그 중에서 각성자들의 인증을 담당하는 최고 책임자인 각성자 인증 총괄 본부장의 집무실의 문을 누군가 노크했다.
그리고 본부장 정재호의 말에 한 여성이 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냈다.
“어, 강서현 팀장. 어서 와. 거기 앉게.”
“예, 본부장님.”
강서현이 소파에 앉자, 정재호 역시 소파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뉴스 봤나?”
강서현이 딱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봤습니다.”
“사실인가?”
각성자 인증 총괄 본부는 각성자들이 인증을 받은 후에도 지속적인 추적 관찰을 실시한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전술무기처럼 다뤄지는 각성자들이다.
그런 그들에 대한 추적 관찰은 필수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번에 강서현이 이끄는 팀은 한 사람을 집중적으로 추적했다.
뉴스가 뜨고, 유튜브가 난리가 난 직후부터였다.
그 한 사람은 바로 백유현.
얼마 전에 각성자로서의 능력을 발휘한 그 녀석이었다.
“네, 사실입니다. 추적 관찰 결과, 백유현은 레벨 100을 넘어서는 능력치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아직 어디서도 자세한 정보는 입수되지 않고 있지만, 아마 어떤 기연(奇緣)을 얻은 것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습니다.”
정재호가 눈살을 찌푸렸다.
“음, 그렇겠지. 꼬리 붙은 곳은?”
“백유현의 주변에 몇몇 꾼들이 붙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미 요원들이 커버를 하고 있지만, 확실하게 파악될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꼬리란 다른 국가에서 붙인 첩보원들을 말함이었다.
팀-엑스 대회를 앞두고 사전 정보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팀-엑스 대회는 이미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말도 나오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세계 각국의 노블레스 멤버스 본부와 정부에서는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다.
아마 정보 전담팀에서도 따로 팀을 운용하고는 있을 것이다.
물론 백유현이 팀-엑스 대회에 참가하는 것이 확정은 되지 않았지만, 예상되는 각성자들에 대한 정보 수집 활동은 기본적인 것.
정재호가 우려하는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계약자나 확실한 능력치는 파악이 안 되었지?”
“예. 본인이 아직 입을 다물고 있어서 파악이 불가능합니다. 계약자...즉 불멸자는 스캐닝으로도 나오지 않으니 본인이 비밀을 지키는 이상에는 저희도, 타국에서도 알 수가 없겠죠.”
정재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강 팀장. 정보 전담팀 고 팀장에게 연락을 해두었으니 합동으로 백유현 군 마크하도록 해. 다른 후보자들에게도 이미 전담 팀이 붙었으니.”
“예, 알겠습니다.”
“백유현 군 같은 경우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니, 정보가 새어나가는 불상사가 있어선 안 돼. 미국이 루시에 대한 정보를 틀어막고 있는 것처럼, 우리도 그럴 필요성이 있어.”
박성진이나 김현성 같은 유명한 각성자들에 대한 기존 정보가 유출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너무 유명하기도 했고, 과거 팀-엑스 대회에서 보여주었던 모습들로 미루어 짐작하는 것은 막을 수가 없으니까.
하지만 백유현처럼 아예 정보가 없는 존재들은 반드시 그 정보의 유출을 막아야 했다.
정보전이라고도 불리는 팀-엑스 대회에서 백유현 같은 존재는 비밀 병기나 다름없으니까.
“아, 그리고 녀석이 팀-엑스 대회 선발전에 참가 신청을 하는지 파악하고 만약 하지 않는다면 그 이유를 알아내도록. 어떻게든 녀석 같은 각성자가 필요한 시점이야. 물론 선발전을 통과한다는 전제 하의 이야기지만.”
“안 그래도 방금 메시지로 연락이 왔습니다.”
강서현이 안경을 치켜 올리며 정재호 부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입술이 다시 열렸다.
“방금 전, 백유현이 팀-엑스 대회 추가 선발전에 참가 신청을 마쳤습니다.”
정재호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좋아. 아주 좋군!”
정재호는 사람을 보는 눈이 매우 정확한 사람이었다.
그가 영상을 통해 본 백유현의 모습은 바로 팀-엑스 대회에서 활약을 펼치게 될 비밀병기로서의 모습이었다.
과거 대한민국 최고의 각성자, 김현성을 발굴해냈던 그의 안목이다.
“오랜 만에 다시 가슴이 뛰는군. 자, 한 번 지켜보자고! 녀석이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