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권능, 압도(壓倒)
[분류 명칭 : 자이언트 스콜피온]
[레벨 : Lv. 110]
[특징 : 독전갈이 균열의 기이한 힘으로 거대화 된 개체. 원래 하나였던 꼬리가 다섯 갈래로 갈라져 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 놈은 보통의 전갈이 아니다. 명부(冥府)에서 추적중인 망령, 도수의 영체가 합일(合一)된 상태의 놈은 보통 상태보다 더욱 호전적이며, 한 단계 강화된 상태]
[카오스 터미널 넘버 K-9089 에 대응하는 균열의 절대 강자. 놈은 유일 몬스터이며 한 번 처치하면 나타나지 않는다]
때마침, 백유현의 눈앞에 자이언트 스콜피온에 대한 정보창이 떴다.
콰콰콰쾃!
그리고 놈이 매우 빠른 속도로 백유현에게 돌진해왔다.
자신의 공격을 막아낸 백유현에게 분노한 모습이었다.
쐐애애애앳-
어느 순간 백유현의 눈앞에까지 접근한 자이언트 스콜피온은 다섯 개의 꼬리 중 하나를 들어 번개처럼 백유현을 향해 내리꽂았다.
콰쾅-
거대한 폭음이 일며, 주변이 온통 뒤흔들렸다.
맞았다면 생사를 장담하기 힘들었을 정도의 파괴력!
하지만 백유현은 거칠게 땅을 밟으며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파앗-
이미 100레벨을 넘은 그의 도약력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했다.
단 한 번 발을 굴러 뛰어오른 그는 순간적으로 자이언트 스콜피온의 눈앞에 도달했다.
그는 자이언트 스콜피온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막야를 내리쳤다.
파가가각!
막야가 허공을 사납게 찢어발기며 떨어져 내렸다.
“키에엑!”
하지만 자이언트 스콜피온은 110 레벨의 보스 몬스터.
놈은 빠르게 옆으로 회피했다.
순간 백유현이 씩 웃었다.
파아앗!
파각!
“키에에에엑!”
놈의 움직임은 이미 예상했던 바.
놈이 피할 것을 예상하고 강효가 허공을 격해 쇄도해 들어갔고, 그의 손에 들린 절명(絶命)은 놈의 다리 중 하나에 깊숙하게 박혀 들었던 것이었다.
콰직!
강효가 절명의 손잡이를 두 손으로 잡고 끌어당기자, 절명의 예리한 칼날은 자이언트 스콜피온의 갑각을 두부 자르듯 베어내며 놈의 근육에까지 큰 상처를 입히더니 그대로 허공으로 솟구쳤다.
놈의 갑각이 워낙 단단하고 두꺼워 절명의 날이 제대로 박히진 않았지만, 근육에 상처를 입힌 이상 놈의 움직임이 둔해지는 것은 당연한 얘기였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소주.’
강효가 허공을 올려다보았다.
그곳에서는 백유현이 막야를 쥐고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하아아앗!”
자이언트 스콜피온이 강효에게 시선을 빼앗긴 사이, 백유현이 놈의 뒤를 잡은 것이었다.
번쩍-
막야가 시퍼런 광채를 뿜어내며 허공을 갈랐다.
파가가가각!
그리고 막야는 정확하게 자이언트 스콜피온의 몸통 쪽의 갑각을 파고들었다.
순간 115에 달하는 근력이 최대의 힘을 뿜어냈다.
우드드득!
막야의 검신이 거칠게 회전하는가 싶더니, 그대로 쭉 그어져 나갔다.
콰콰콰쾃!
마치 잘 드는 칼로 종이를 한 번에 베어내듯, 자이언트 스콜피온의 갑각이 막야에 의해서 쫙 갈라져 나갔다.
원래 자이언트 스콜피온의 단단한 갑각을 생각하면 검으로 그것을 찢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되었다.
그런데 바위조차 두부처럼 잘라내는 막야(莫耶) 특유의 엄청난 절삭력과 염라의 권능 ‘단죄’로 인한 절삭력 50 퍼센트 증가의 힘은 대단한 것이었다.
“하아앗!”
백유현은 온 힘을 다해 막야를 무자비하게 그어 올렸다.
촤아앗!
“키에에에엑!”
순간 사방에 자이언트 스콜피온의 체액이 마구 튀는가 싶더니, 놈이 미친 듯 몸부림을 쳤다. 이번엔 제대로 대미지가 들어간 것이다.
“강효!”
놈이 미친 듯 발광하는 이 기회를 백유현이 놓칠 리가 없었다.
그는 재빨리 강효를 불렀다.
펄럭-
이미 강효는 검은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허공에 불쑥 떠 있었다.
그리고 차사의 검이 번뜩였다.
파가가각!
이번에는 제대로 절명이 들어갔다.
날카로운 쇠붙이 소리가 퍼져나가며 자이언트 스콜피온은 또 다시 몸을 뒤틀었다.
놈의 거대한 다리 하나가 반쯤 떨어져 나간 채 덜렁거리고 있었다.
치명상을 입은 자이언트 스콜피온의 몸이 한쪽으로 기울어진 순간, 이번에는 백유현이 날듯이 움직였다.
두 눈을 정확하게 목표에 고정한 그는 무서울 정도의 빠른 순발력으로 자이언트 스콜피온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파삿-
푸하악!
한 줄기 번갯빛이 번뜩이는가 싶더니, 그가 사라진 이후에 갑각이 쩍 벌어지며 체액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강효와 백유현은 순간적으로 호흡을 주고받으며 110레벨 자이언트 스콜피온을 완전히 궁지에 몰아넣은 것이었다.
‘지금이야, 강효!’
그러던 어느 순간, 백유현이 그의 반대편에 있던 강효를 바라보았다.
강효 역시 무감정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고개를 살짝 끄덕여 보였다.
그리고 둘은 서로를 향해 내달렸다.
콰콰콰쾃!
쩌엉-
무시무시한 속도로 내달리던 두 사람은 한 지점에 이르러 서로를 교차하며 스쳐 지나갔다.
그 순간 강철이 쪼개지는 듯한 맑은 소리가 울리더니, 한 줄기 체액이 허공 높이 치솟아 올랐다.
파가각!
자이언트 스콜피온.
놈의 몸뚱이가 가로로 길게 쪼개지고 있었다.
백유현과 강효.
둘이 이뤄낸 마지막 일격!
갑각이 쪼개지고, 그 안의 근육이 온통 끊어져 나갔으며, 신경절과 내장기관이 모조리 베여 나간 자이언트 스콜피온이 크게 휘청거렸다.
체액이 미친 듯 뿜어졌고, 빌딩까지 무너뜨리던 그 거대한 자이언트 스콜피온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옆으로 무너졌다.
콰아앙-
주변에 먼지 구름이 풀썩 일며, 놈이 드디어 쓰러졌다.
- 크어어어!
그런데 그 순간, 자이언트 스콜피온의 정수리 쪽에서 뭔가 희뿌연 것이 빠져 나오려 하고 있었다.
척-
하지만 이미 차사, 강효가 그 앞에 당도해 있었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 희뿌연 물체를 향해 한쪽 손을 펼쳤다.
“박(搏).”
영체(靈體).
그것은 완전히 자이언트 스콜피온에게 흡수된 줄 알았던 망령, 도수의 영체였던 것이었다.
하지만 놈은 완전히 빠져나오기 전에 강효에 의해 속박되어 더 이상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 자리에서 미친 듯 발악하며 으르렁거렸지만, 일반 차사도 아닌 월직차사 강효의 힘은 놈을 압도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 백유현이 도착했다.
“소주. 마무리를.”
강효가 공손히 옆으로 비켜났다.
백유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생했어. 강효.”
그리고 백유현은 막야를 들어 그대로 내리쳤다.
파삭-
망령, 도수의 영체가 막야에 의해 베어져 나가며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리고 백유현의 눈앞에 창이 떠올랐다.
[자이언트 스콜피온을 사냥하여 35,000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명부의 척살자’ 호칭의 효과로 10,500 경험치가 더해집니다]
[망령, 도수를 사냥하여 20,000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명부의 척살자’ 호칭의 효과로 6,000 경험치가 더해집니다]
[염라의 임무를 완료하였습니다]
[망령, 도수를 소멸시켜라! 1/1]
[염라의 임무를 완료하여 300,000의 추가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다음 레벨까지 625,270 경험치가 남았습니다]
[임무 완료 보상으로 가용 신체 능력치가 5 주어집니다]
[당신에 대한 명부(冥府)의 호의도가 30 올라갑니다]
[150 호의도가 되면 다음 등급으로 승급할 수 있습니다]
[현재 명부의 호의도 60]
[현재 소지 육편(肉片) 4,210]
[임무 완료 보상으로 염라와의 친밀도가 30 올라갑니다]
[현재 염라와의 친밀도 113]
[염라와의 친밀도가 100이 되어, 염라의 새 권능을 전이 받을 수 있습니다]
[염라의 새로운 권능, ‘압도(壓倒)’의 전이가 시작되었습니다]
[권능 : 압도(壓倒) 1단계]
[권능의 주인 : 염라(閻羅)]
[압도(壓倒) : 모든 지옥 귀신들을 굴복시키기 위한 염라의 권능. 공격 성공 시, 피해를 더 입힌다. 압도 발동 시, 대상 적은 ‘부패(腐敗)’가 시작되어 240초간 받는 대미지가 늘어난다. 부패는 전염되어 반경 20미터의 적들에게 시독(屍毒)으로 인한 피해를 입힌다.
압도의 등급이 오르면 지속 시간과 피해량이 증가한다. 동시에 주변 반경 30미터의 일반 등급의 몬스터들은 '혼란' 상태에 빠진다. 보스 급 제외]
[염라와의 친밀도가 200이 되면, 염라의 새 권능을 전이 받을 수 있습니다]
새로운 권능, 압도까지 손에 넣은 백유현이었다.
그가 짧게 한숨을 쉬고 돌아서는 순간, 주변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왔다.
“와, 뭐야? 저 녀석, 설마 100레벨을 넘은 거야?"
“아니, 100레벨 넘은 각성자가 얼마나 된다고...? 우리만 해도 이게 겨우 70 레벨인데..."
"그런데 진짜 대단하다. 아까 봤어? 검 쓰는 거! 기가 막히지 않냐?"
언제 왔는지, 백유현의 주변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들은 백유현의 활약을 보고 충격을 받았는지 서로를 보며 웅성거리고 있었다.
주변을 보니, 이미 균열에서 튀어나온 몬스터들은 죄다 죽어 있었다.
백유현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스무 명 남짓, 백유현을 보며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자들.
‘가디언(Guardian).'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고 레벨 각성자들로 이루어진 특수 조직이다.
레벨대는 대략 60에서 100이 넘는 고 레벨 각성자까지 다양.
이들은 각 지역마다 최소 한 개 팀이 조직되어 운영되도록 법적으로 정해져 있었고, 대형 균열이 발생했을 시나, 보스급 몬스터가 나타났을 때 즉각 지원을 나오게 된다.
그래서 그 이름도 수호자, 즉 가디언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들이 백유현을 보며 놀란 얼굴로 서로를 돌아보며 웅성거리고 있었다.
100레벨.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그 수가 많지 않은 최고의 실력을 가진 각성자들.
다른 각성자들에게는 꿈의 100 레벨이라 불릴 정도로 누구나 한 번쯤은 꿈꾼다는 최고의 경지.
그런데 눈앞의 이 소년이 최소 100레벨 이상이라니!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던데? 그 검도 상당히 예리해보였고 말이야. 반갑다, 나는 인피니티 팀의 박성진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중 한 사람이 앞으로 나와 악수를 청했다.
두꺼운 손, 그리고 자신감이 넘치는 얼굴.
백유현의 레벨을 알고나서도 여유가 있는 모습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박성진은 그래도 되는 사람이었으니까.
‘치우...의 수장!’
대한민국에서 이 사람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김현성이라는 신성(新星)이 나타나기 전까지 대한민국을 평정했던 절대 각성자, 박성진이라는 이름을.
그리고 그는 이번 팀-엑스 대회를 대비해 조직된 팀, 치우(蚩尤)의 수장이었다.
치우에는 그를 비롯한 스무 명의 강력한 각성자가 포진되어 있었고, 베타 프로젝트 팀에서 곧 올라올 다섯 명의 5레벨 각성자도 곧 합류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불의의 사고로 이문종과 양소윤 두 사람이 빠지면서 현재 메인 각성자는 열여덟 명.
하지만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실력들을 지닌 강자들이었다.
그런데 눈앞의 박성진은 그런 그들을 휘어잡는 존재, 국내 최강팀이라 불리는 치우의 수장이다.
박성진의 레벨은 134.
국내 최강자 중 한 명이다.
백유현은 그가 내민 손을 맞잡았다.
두툼한 손에서 강력한 힘이 느껴졌다.
박성진이 백유현을 보며 희미하게 웃더니 불쑥 물었다.
“그런데 처음 보는 얼굴이네? 최소 100 레벨은 넘어 보이는데. 그럼 내가 몰랐을 리가 없는데 말이야. 우리나라에서 100레벨을 넘는 각성자는 별로 많지 않으니까."
박성진의 두 눈이 부드럽게 백유현을 향해 있었다.
하지만 그 두 눈빛을 마주한 백유현은 이미 깨닫고 있었다.
그 부드러움 속에는 그 무엇보다 예리함이 감춰져 있음을.
박성진은 지금 묻고 있는 것이다.
너는, 누구냐고.
그의 말대로 국내에서 100레벨을 넘기는 각성자는 많지가 않다.
그래서 진정한 '노블레스'라 불리는 것이 아닌가?
100레벨을 넘기는 각성자들의 숫자는 대략 40 여명.
그러니 그들의 위상은 엄청난 것이었다.
그리고 팀-엑스 대회에 참가하는 각성자라 하더라도 모두가 다 100레벨 이상인 것은 아니다. 포지션에 따라서 그 아랫급도 존재했다.
소드 포스의 일원인 이문종만 해도 90레벨대.
하지만 그의 원거리 사격 실력이 워낙 출중해서 발탁된 것이다.
박성진은 그 점을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난 데 없이 튀어나온 백유현의 정체에 대해서.
잠시 박성진의 두 눈빛을 마주하던 백유현은 갑자기 씩 웃었다.
“백유현입니다. 저에 대해선 아마 곧 알게 되실 거라 생각합니다.”
박성진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음? 그게 무슨 뜻이지?”
백유현이 말을 이었다.
“곧 있을 팀-엑스 대회 추가 선발전에 나갈 예정이니까요. 지금 제게 하신 물음에 대한 답은 그 때 드려도 될까요?”
박성진이 백유현을 흥미롭다는 눈빛으로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기대하지! 팀-엑스 추가 선발전이라...이거, 기대되는데? 이번 추가 선발전 정말 볼만하겠어. 그럼 그 때 다시 보자고. 백유현.”
박성진이 백유현의 어깨를 한 번 툭 쳐주고는 등을 돌려 걸어갔다.
“자, 가자. 저 친구 덕분에 오늘 좋은 구경 했네.”
박성진을 비롯한 다른 가디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들 모두 백유현을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백유현도 그들을 향해 미소를 지어보였다.
“저기 있다! 저기에 그 소년이 있다!”
“밀지 마, 밀지 말라고!”
촤라라라락!
그 순간 사방에서 플래시가 터졌다.
상황이 종료되자,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이 한꺼번에 몰린 것이다.
졸지에 백유현은 그들 앞에 나선 형국이 되었다.
“오늘 활약이 대단하다 들었습니다! 이름이 뭡니까!”
“고등학생으로 보이는데, 저런 엄청난 몬스터를 쓰러뜨린 것이 사실입니까?”
“TBS 정한 기자입니다! 최소 100레벨 이상이라는 추측이 있습니다! 맞습니까?"
주변이 온통 시끄러워졌다.
‘아...’
백유현은 정신이 없었다.
이런 관심은 그가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이었으니까.
수많은 카메라에 둘러싸여 당황하는 백유현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박성진이 고개를 돌리며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꽤 멋진 녀석이지 않나? 저 녀석.”
그의 말을 받아 그 옆에 있던 붉은 머리칼의 상당한 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게 말이야. 같이 ‘치우’가 되면 재미있을 것 같네.”
미녀, 김수향이 싱긋 웃어 보였다.
그 뒤로는 카메라 플래시가 연신 터져 나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