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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잡고 폭렙업-28화 (28/166)

28. 우승자

침묵이 흐른다.

그 누구도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가 없었다.

그것은 훈련생뿐만 아니고, 교관들도 마찬가지였다.

“아...아니! 저...저럴 수가!”

진성연이다.

천재라 불리는 그 진성연이, 그녀의 순발력을 다해 달려들었는데도 백유현을 건들기는커녕 오히려 역습을 당했다.

진성연이 뒷덜미를 꽉 잡고 있는 모습은 퍽이나 이질적이었다.

그녀는 늘 생글거리며 여유 있는 웃음을 짓고 있는 것이 당연해 보였으니까.

지금처럼 얼굴이 붉어진 채 상대를 노려보는 것은 정말이지 처음 있는 일.

진성우조차 그런 그녀의 모습에 표정이 왈칵 일그러졌다.

‘설마...가 맞았어?’

황정국은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다.

방금 전 느꼈던, 기이한 느낌.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너무 어이가 없고 말이 안 되어 털어냈던 그 생각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스스로 눈으로 보고서도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어떻게?

그냥 각성자도 아니고, 베타 프로젝트 팀 내에서는 최강자 중 하나라 불리는 진성연을 상대로 어떻게 저런 모습을 보일 수 있단 말인가?

“으으으!”

그 순간, 진성연은 앙칼진 표정을 지으며 전력을 다해 백유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파가가각!

그녀가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무시무시한 파공음이 들려왔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백유현에게 다가든 그녀는 그대로 주먹을 내질렀다.

그녀의 신체 능력치는 가히 최고.

주먹이 작고 가냘프게 보인다고 해서 그 안에 실린 힘을 우습게보면 오산이었다.

근력 17의 전력이 실린 주먹은 대리석을 쪼개고, 단단한 나무를 박살낸다.

그 주먹이 백유현의 얼굴을 향해 날아들었다.

보통 각성자라면 절대 피하지 못할 각도로, 그리고 무시무시한 속도로 꽂혀 드는 주먹을 보며 각성자들은 또 한 번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진성연이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강력할 줄이야!

세상에 저런 주먹을 어떻게 피한단 말인가!

모두가 놀란 사이, 백유현이 그림처럼 움직였다.

수치 2를 앞선 순발력을 최대로 발휘하여 진성연의 주먹을 흘려내고, 근력 19의 묵직한 힘이 담긴 주먹을 동시에 올려친 것이었다.

파칫!

순간 진성연이 최선을 다해 내지른 주먹이 백유현의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백유현의 뺨이 살짝 찢어지며 핏물이 흘렀지만, 그 누구도 그 사실을 알아차린 사람은 없었다. 이 광경을 보고 있는 사람들은 다른 곳에 시선이 빼앗겨 있었으니까.

슈아악-

뻐억-

진성연의 주먹과 교차 되며 날아든 백유현의 주먹이 마치 먹잇감을 노리며 달려드는 한 마리의 맹수처럼, 진성연의 복부에 정확하게 꽂혔다.

콰당탕!

“꺽, 꺽!”

진성연은 비명도 제대로 못 지르고 그대로 바닥에 처박혔다.

그녀는 얼굴이 시뻘겋게 물든 채 목을 감싸 쥐며 제 자리에서 뒹굴었다.

숨을 쉴 수가 없는지 그녀의 얼굴이 시커멓게 변해갔다.

복부에 정확하게 꽂힌 백유현의 주먹은 그야말로 쇠로 된 망치나 다름없었고, 진성연은 단 한 순간에 온 몸의 힘을 놓아 버린 것이었다.

사태가 심상치 않은 것을 깨달은 교관들이 달려들었다.

“진성연, 숨 쉬어! 여기 빨리 응급팀 불러! 빨리!”

응급팀이 긴급하게 투입이 되고, 진성연이 들것에 실려 나갈 동안에도 장내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그 누구도 목소리를 내지 않았고,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베타 프로젝트 팀이 생긴 이래 최대의 이변이 생긴 것이다.

“...10조...백유현 승리.”

심판은 맡은 교관만이 정신을 차리고는 백유현의 승리를 선언했다.

진성연이 치명타를 입고 쓰러진 것은 안 되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팀-엑스 대회에 비하면 베타 프로젝트 팀은 애들 장난이었으니까.

팀-엑스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소집된 베타 프로젝트 팀의 훈련에서 이 정도는 흔한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진성연을 백유현이 잡았다는 것은 정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어어어, 저, 저거 뭐야!”

“저 자식, 저거 레벨 1이잖아! 그런데 어떻게!”

“아니, 레벨이 문제가 아니라 상대가 진성연이었다고, 진성연! 어떻게 진성연이 질 수가 있지? 그것도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훈련생들은 훈련생들대로, 교관들은 교관들대로 고개를 흔들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무거운 침묵이 흐르던 장내에 마치 누군가 한꺼번에 풀어놓은 듯 엄청난 소란스러움이 일어났다.

백유현은 자리로 돌아오며 조명재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는 씩 웃었다.

“다음, 잘해라.”

조명재 역시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설마 진짜로 진성연을 잡을 줄이야!

게다가 지금 보여준 실력은 불과 며칠 전의 그가 절대 아니었다.

그건 백유현과 직접 싸워본 그가 잘 안다.

“다음! 10조와 11조, 선수 앞으로!”

멍하니 서 있는 사이, 고성재가 이혜미와의 싸움에서 패하고 돌아왔다.

역시나 예상대로 고성재는 이혜미의 상대가 되질 않았다.

그리고 그 다음 순번인 조명재의 차례가 되었다.

조명재는 눈살을 와락 찌푸리고 앞으로 나섰다.

‘처음부터 노리고 있었어! 이걸!’

사실 백유현은 처음부터 누굴 속이거나 그러지 않았다.

그는 애초부터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제안했었고, 그대로 이행했다.

무서운 놈이다.

그런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조명재는 저 멀리서 이쪽을 무섭게 노려보고 있는 진성우를 바라보았다.

하나 뿐인 쌍둥이 동생 진성연이 비참하게 들 것에 실려 나갔다.

그것을 눈앞에서 목격한 진성우의 분노가 어느 정도일지는 안 봐도 알 수 있었다.

이것까지 백유현의 말대로 된 것이다.

진성우의 약점이라면, 아직 어리다는 것.

즉, 감정 조절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백유현은 바로 그 점을 제대로 찌르고 들어갔다.

놈의 멘탈이 흔들리는 한, 싸움을 제대로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조명재는 확실히 깨달았다.

이제 결승은 의미가 없음을.

“준비!”

조명재는 눈앞의 상대를 바라보았다.

이미 윤동진도 전의를 상실한 상태였다.

“시작!”

빠각!

그리고 예상대로 윤동진은 단 한 방에 무너졌다.

“결승 진출, 제 10조!”

그렇게 백유현의 10조는 대파란을 일으키며 결승에 진출했다.

그리고 진성우의 5조도 결국 결승에 올라왔다.

10조와 5조에게는 한 시간의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양 팀 모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한 시간은 훌쩍 흘렀다.

그런데 그 한 시간 동안, 진성우는 백유현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그로서는 도저히 용서가 되질 않는 것이다.

백유현도 녀석의 시선을 눈치 챘지만 내버려 두었다.

어차피 그것도 그가 의도한 바였으니까.

“양측 대표 앞으로!”

조명재와 진성우가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둘에게는 지명권을 뽑을 기회가 주어졌고, 결국 지명권을 뽑은 것은 진성우였다.

진성우는 백유현을 가리켰다.

“5조, 1번 진성우는 백유현을 지목합니다!”

“좋아, 승인한다.”

어차피 결승은 이미 의미가 없었다.

백유현이 11조의 진성연을 상대로 보여준 실력이라면 이미 끝난 게임이었으니까.

조명재와 백유현 둘이 있는 이상, 절대 5조는 10조를 넘어설 수 없다.

하지만 진성우는 백유현을 지목해서 동생의 한을 풀어주겠다는 심산인 듯했다.

경기는 속개되었다.

“양측 1번 선수 앞으로.”

진성우와 백유현은 앞으로 나섰다.

진성우의 활활 타오르는 두 눈빛과는 달리, 백유현은 매우 담담했다.

어차피 진성우도 그의 상대가 아니었다.

그것은 백유현의 눈앞에 떠올라 있는 창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진성우의 신체 능력치]

각성자 레벨 5

[근력 19] [지구력 13] [순발력 16] [행운 14]

[정신력 16] [지력 16] [근성 17] [체력 15]

이후 추가될 수 있는 능력 슬롯 수 [13]

[백유현의 신체 능력치]

각성자 레벨 5

[근력 19] [지구력 12] [순발력 19] [행운 10]

[정신력 13] [지력 19] [근성 16] [체력 12]

이후 추가될 수 있는 능력 슬롯 수 [??]

근력은 백유현과 같지만, 순발력은 오히려 진성연보다 떨어진다.

순발력에서 압도당하면 상당히 괴롭다는 것을 백유현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진성우는 그 무엇보다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시작!”

교관의 외침이 울리고 둘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진성우는 죽어라 이를 악물고 덤볐지만, 계속해서 빠르게 치고 빠지는 백유현의 격투 스타일에 그는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

높은 정신력 수치를 가지고도 이미 멘탈이 크게 뒤흔들려 버린 진성우는 그 데미지를 회복하지 못하고 백유현에 의해 쓰러진 것이다.

백유현은 자신을 향해 악에 받친 고함을 지르며 들것에 실려 나가는 진성우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예전 같으면 꿈도 못 꿀 일이었다.

그리고 진성우의 멘탈이 온전했다면 놈의 높은 능력치에 백유현도 고전했을 것이다.

하지만 진성우의 강점 중 하나인 높은 정신력을 무너뜨려 집중력을 떨어뜨린 것이 주효했다. 그는 계속 흥분한 상태로 백유현에게 덤볐고, 이성을 잃은 맹수를 다루는 것은 어렵지 않았으니까.

그 뒤의 싸움은 보지 않아도 뻔했다.

아무리 변우식이 근력 집중 강화 각성자라고는 하지만, 조명재에게 이길 수 있을 리는 없었으니까.

조명재와 백유현이 나란히 상대에게 승리함으로 팀 대항전의 결승이 끝났다.

“팀 대항전의 최종 우승팀은 제 10조! 다들 축하해주길 바란다!”

우승팀이 정해졌고 제 10조, 즉 본래 제 9팀은 팀원들 모두 상점 3점을 얻었다.

백유현은 늦게 합류한 케이스였지만, 상점을 부지런히 챙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황정국의 그 다음 얘기였다.

“이번에 우승한 제 10조의 조명재, 백유현, 고성재 세 명의 각성자는 소드 포스의 호위 하에 카오스 터미널 넘버 K-782 던전에 가서 실전 사냥을 경험할 기회가 주어진다. 그 안의 모든 부산물은 세 사람에게 공평하게 나눌 것이며, 경험치는 대략적으로 팀-엑스 대회에 차질이 없을 정도로 획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상!”

다른 훈련생들의 부러운 눈빛을 한 눈에 받으며 세 명은 시상대에 올라 포토타임을 가졌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고, 훈련생들의 박수가 울리는 사이 백유현은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여기까지 왔어!’

불가능해보였던 팀 대항전 우승까지 해냈다.

이제는 K-782 카오스 터미널에 들어가 이름 모를 원숭이 영체를 잡을 시간이었다.

소드 포스와 함께 K-782 카오스 터미널을 공략하기로 한 날짜는 삼일 후로 정해졌다.

딱 좋았다.

임무 기한도 그에 맞춰 딱 알맞았으니까.

그 전까지 무엇을 할까...

백유현은 카오스 터미널에 숨어 버렸다는 원숭이를 찾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을 깨닫고 어떻게 해야 놈을 찾아낼 수 있을지 궁리했다.

그러다 문득 한 가지 생각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굳이 내가 고민할 필요가 없었지.’

조셉.

백유현은 그를 떠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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