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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잡고 폭렙업-27화 (27/166)

27. 백유현 대 진성연

곧 각 조 별로 토너먼트가 시작되었다.

어차피 따로 치러지는 경기들이기에, 백유현이 속한 팀 10조도 9조와 대회를 치르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지명권 쓰겠습니다.”

그런데 조장인 조명재가 지명권을 쓰기 위해 손을 들었다.

심판 역할의 교관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지명권을 벌써 쓴다고?”

“네.”

“뭐, 좋아. 그건 자유니까. 하지만 10조는 이번에 지명권 쓰면 결승까지는 기회 없는 거 알지?”

“네, 잘 알고 있습니다.”

지명권은 각 조당 하나씩 주어지는데, 지명권을 쓰면 상대를 지목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예선에서는 한 번으로 제한되어 있어, 싸움이 적을수록 유리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결승에서는 또 한 번 제비뽑기로 지명권을 다시 얻을 수 있다.

지명권의 유무에 따라 승부가 갈릴 수도 있기에 지명권을 사용하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했다. 그런데 지금 다른 사람도 아니고 조명재가 지명권을 쓴 것이다.

그 소식을 들은 다른 조 역시 크게 술렁였다.

“엉? 저 자식 미친 거 아니야?”

“아니, 우리를 그만큼 힘든 상대로 보고 있다는 거지! 조명재가 말이야!”

“맞아...그러니까 지명권을 써서 백유현을 보호해보겠다, 이거 아냐!”

9조의 대표들이 헛다리짚고 있는 사이, 조명재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희 조 1번은 조명재, 상대는 9조의 손창호를 지목하겠습니다. 그리고 저희 조 2번 고성재의 상대로는 9조의 김준규를 지목합니다.”

“그럼 10조 3번 백유현은 자연히 9조의 장우택과 겨루게 되겠군. 알겠다.”

교관이 고개를 끄덕여 조명재의 지명권 사용을 승인했다.

조명재는 앞으로 슬쩍 나서며 백유현을 바라보았다.

백유현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어차피 손창호는 조명재의 3초 킥이면 끝난다. 문제는 고성재인데...’

고성재의 상대는 김준규.

김준규도 고성재와 비슷한 순발력 강화 각성자였다.

하지만 김준규와 고성재는 서로 싸워본 적이 없었다.

둘 다 순발력은 16으로 같다.

이것은 백유현만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단 하나의 차이, 지구력에서 승부가 갈릴 거야.’

고성재의 지구력은 10. 높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많이 낮지도 않다.

그런데 김준규의 지구력은 7. 오히려 고성재의 전 상대였던 이지민보다 낮다.

근력은 서로 비슷하지만, 지구력에서 3 차이가 난다.

백유현은 바로 그 포인트에서 승부가 갈릴 것이라 예상한 것이다.

순발력 강화 각성자들의 싸움이라고 해도, 의외로 지구력이 탄탄하게 뒷받침되어 줘야 했다. 그래야 빠르게 치고 빠지는 공격을 계속 해서 이어나갈 수 있으니까.

그 점에서 고성재가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김준규를 이길 수 있다.

“자 9조와 10조! 첫 대결을 시작하겠다! 각 조, 선수 앞으로!”

조명재와 손창호가 앞으로 나섰다.

조명재는 무심했고, 손창호는 긴장한 얼굴이었다.

이건 뭐 누가 보나 결과는 뻔한 것.

“시작!”

파앗-

빠각!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조명재의 3초 킥이 작렬했고, 손창호가 그대로 뒤로 날아가 처박히면서 기절했다.

논란의 여지가 단 1도 없는 깔끔한 승부.

“10조, 조명재 승!”

교관의 손이 조명재를 가리켰다.

“와씨, 저 괴물 같은 자식!”

“창호 진짜 불쌍하다.”

남은 두 명은 마른침을 삼키며 쓰러진 동료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그들은 두 눈을 빛내며 짠 듯이 내뱉었다.

“하지만 창호는 우리의 에이스가 아니었지!”

다음 차례인 김준규가 가슴을 탕탕- 치더니 앞으로 나섰다.

“자,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라고!”

“그래, 이젠 10조의 에이스가 빠졌으니 저 둘 정도는 쉽지!”

그 말을 들으며 고성재가 아무 말 없이 앞으로 나섰다.

고성재를 보더니 김준규가 어깨를 당당히 펴고 말했다.

“너도 순발력 강화 각성자라며? 좋아, 오늘 승부를 가려보자!”

그런데 고성재가 순간 피식 웃으며 쓰고 있던 안경을 천천히 벗었다.

안경테에 가려져 있던 그의 두 눈이 날카롭게 빛을 뿜어냈다.

“그걸 굳이 맞아가면서 깨달을 이유는 없지 않나? 김준규?”

“뭐? 이 자식이!”

김준규가 험악하게 인상을 찌푸렸지만, 고성재는 여전히 태연한 모습이었다.

“자, 진정들 하고...준비!”

교관이 둘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양손을 올렸다.

둘은 자세를 바로 잡았다.

“시작!”

파팟!

누가 순발력 강화 각성자가 아니랄까봐, 둘은 시작하자마자 미친 듯 달려 서로의 약점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파각! 파칫!

그 속도는 상당한 수준이었고, 일반인의 눈으로는 주먹과 발이 순간적으로 교차되는 것으로만 보일 정도로 빨랐다.

그 장면을 바라보던 백유현은 어느 순간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 싸움, 고성재가 이겼어.’

둘이 싸움을 시작한 지 벌써 십 분이 흘렀다.

그런데 고성재의 공격 속도는 그대로인 반면, 김준규는 벌써 입을 벌리고 헉헉 숨을 쉬고 있었다.

지구력에서 밀리기 시작한 것이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긴 하네.”

옆에서 지켜보던 조명재가 툭- 내뱉었다.

고성재가 아닌, 이 상황을 정확하게 예측한 백유현을 향한 말이었다.

백유현은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칭찬으로 받지.”

조명재가 그를 흘끗 바라보았다.

“하지만 다음은 어쩔 거냐? 네 예측대로라면 진서연이 분명 너를 찍을 텐데.”

“그러지 않으면 내가 서운할 거 같은데?”

“미친...! 별 방도가 없어서 네 계획을 밀기는 했다만, 나는 고성재가 이혜미를 잡아주는 쪽에 걸 거다.”

“그건 마음대로 해도 상관없는데...과연 고성재까지 기회가 갈지 모르겠네.”

“무슨 헛소리를...”

조명재가 눈살을 와락 구기며 말하려 했을 때였다.

“그만, 10조의 고성재 승!”

그 동안 경기가 끝나 있었다.

고성재는 훌륭하게 자신의 몫을 다하고 자리에 돌아왔다.

“흠, 이상하네? 진짜 이 녀석 말대로 됐어!”

고성재는 믿기 어렵다는 얼굴로 백유현을 바라보았다.

“이 자식, 무슨 신기(神氣) 같은 거 있는 거 아니야? 수상한데?”

“신기는 무슨.”

조명재가 차갑게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은 진서연에게 닿아 있었다.

그녀는 이미 이쪽에는 별 흥미도 없다는 듯 동료들과 장난을 치고 있었다.

그 때, 교관이 다가왔다.

“10조는 휴식 시간 20분을 주겠다. 별로 타격이 없었으니 20분이면 공평하겠지?”

“네, 괜찮습니다.”

3초 만에 싸움을 끝낸 조명재는 휴식이 의미가 없었고, 그래도 15분 정도 싸움을 벌인 고성재도 크게 타격을 입은 곳이 없었기에 교관의 말에 동의했다.

그 동안 다른 조에서도 부상자가 속출했고, 환호와 탄식이 교차했다.

하지만 누구나 예상했듯, 결승에 진출할 조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진성우가 속한 제 5조.

진성우뿐만 아니라, 변우식이라는 괴물이 있는 한 그들을 이길 수 있는 조는 없었다.

그들은 그렇게 파죽지세로 치고 올라가 벌써 준결승에 올라 있었다.

“자, 10조 휴식 끝!”

교관이 다가와 10조의 휴식이 끝났음을 알렸다.

“다음 경기는 10조와 11조의 경기다. 각 조의 대표는 앞으로!”

드디어 메인 경기라 불려도 손색이 없다는 10조와 11조의 경기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조명재와 진성연.

그 두 천재의 싸움이 어떻게 될 것인가 다들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주목하고 있었다.

이미 일찌감치 떨어진 조들도 10조와 11조의 경기를 보기 위해 몰려들어 있었고, 그런 상황 중에서 조명재와 진성연은 서로를 바라보고 섰다.

진성연이 먼저 방긋 웃었다.

“와, 명재 오빠 이렇게 보니까 진짜 무섭다. 헤헷!”

중학생인 진성연의 말에 조명재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 때 진성연이 두 눈을 반짝 빛내며 다시 말을 이었다.

아까보다는 뭔가 어조가 묘하게 낮으면서도 힘이 실려 있는 목소리였다.

“그런데 말이야, 이번에는 아쉽게도 명재 오빠랑은 못 싸워보겠네? 나, 결승에 올라가기로 성우 오빠랑 약속했거든!”

그 말에 장내가 술렁였다.

“뭐야? 진성연이 조명재를 피했어?”

“엥? 그럼 이 싸움 어떻게 되는 거야?”

훈련생들은 물론, 교관들도 대부분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가운데서 몇몇 교관들만 진성연의 계획을 눈치 채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성연이라면 그런 선택을 할 법하지. 괜히 쉬운 길 놔두고 어렵게 돌아갈 이유가 없으니까.”

“지금 조명재와 맞붙으면 진성연 자신도 타격을 입을 게 뻔하니 그것을 피해보겠다는 거군요. 온전히 전력을 유지한 채로 결승에서 진성우와 싸워보겠다...역시...!”

“그렇다면 진성연의 타켓은...!”

교관들의 눈이 한쪽을 향했다.

백유현.

예선에서는 조명재나 장준식과 극적인 승부를 연출했지만, 그래도 고작 레벨 1짜리의 각성자다. 진성연 입장에서는 그만큼 쉬운 먹잇감이 어디 있을까?

“제 11조, 1번! 진성연은 제 상대로...”

진성연이 빙긋 웃더니 누군가를 바라보았다.

“10조의 백유현 오빠를 지목합니다!”

“뭐! 백유현을?”

“아니, 무슨! 이게 말이 돼?”

무슨 일인지 파악이 안 된 훈련생들은 경악을 했지만, 이미 눈치를 채고 있던 몇몇 교관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게 필승 전략이지.”

“제법 영리하군. 역시...”

황정국도 고개를 끄덕였다.

진성연은 지금 매우 영리한 선택을 한 것이었다.

진성연이 백유현을 잡고, 이혜미가 고성재를 잡고, 윤동진은 조명재에게 던져준다.

그야말로 필승 전략.

그런데 고개를 끄덕이던 황정국이 순간 미간을 좁혔다.

‘음?’

그의 눈에 한 사람의 모습이 들어온 것이다.

‘그’ 진성연의 타켓으로 지목된 백유현, 바로 녀석이었다.

‘아무런...반응이 없어? 아니, 아니야...저건!’

모두가 다 놀라는 사이, 진성연의 타켓으로 지목된 백유현은 놀라울 정도로 담담했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었다.

황정국 팀장은 백유현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라 있는 것을 발견했다.

‘뭐야, 저 녀석! 설마 이런 상황을 예견했다는 건가?’

그러고 보니 고성재나, 조명재도 별 반응이 없다.

조명재가 인상을 쓰며 백유현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니, 이 상황을 예측한 것은 아마 백유현인 듯했다.

그런데 왜 저리 여유가 넘치는 것일까?

‘고성재가 이혜미를 잡을 수는 없어! 이미 순발력에서 상당한 차이가 나니까. 그런데 유현이 저 녀석, 왜 저리 태연한 거지?’

팀장인 황정국은 모든 훈련생의 신체 능력치 데이터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자연히 고성재가 이혜미를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 또한 안다.

그리고 어차피 이미 이혜미가 보여주었던 실력은 고성재를 훨씬 상회하는 것.

그런데 무슨 자신감으로 저렇게 태연한 것일까?

그는 문득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설마, 저 녀석!’

아니, 그건 말도 안 된다.

그건 정말 불가능한 일이다.

황정국 또한 금세 고개를 흔들어 그 생각을 털어냈다.

고성재가 아니면, 백유현이 진성연을 이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건데...

그게 말이나 되는가?

그 동안 차례차례 다음 상대가 지목되었다.

그것은 교관들의 예상대로였다.

백유현은 진성연이, 고성재는 이혜미가 잡고, 윤동진은 버린다.

“자, 그럼 잠시 후 11조와 10조의 시합을 시작하겠다! 첫 번째 선수 앞으로!”

백유현과 진성연이 앞으로 나섰다.

진성연이 백유현을 보며 생긋 웃었다.

“오빠, 안녕? 아, 그리고 미안해. 그렇지만 살살 해줄게!”

백유현이 그녀를 보며 마주 미소를 지었다.

“글쎄, 좋은 생각은 아닌 것 같지만, 잘 부탁한다.”

“준비!”

심판의 양손이 올라갔다.

둘은 자세를 잡았다.

백유현과 진성연.

사람들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지만, 둘은 ‘빈 손’이었다.

“시작!”

그리고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싸움이 벌어진 뒤였다.

파파팟-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진성연이 빠르게 파고들며 백유현의 옆구리를 노렸다.

그 속도는 가히 무시무시할 정도!

단 한 방에 백유현을 쓰러뜨리고 체력을 보존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느껴지는 움직임이었다.

순발력 17에서 뿜어지는 스피드는 장내의 훈련생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그 순간, 이변이 일어났다.

스윽-

빠악-

“꺄악!”

진성연의 주먹이 백유현의 옆구리에 꽂히려는 찰나, 백유현의 몸이 슬쩍 옆으로 돌더니 역으로 손날을 세워 그녀의 뒷덜미를 내리친 것이었다.

진성연은 상당한 데미지를 입은 듯, 목을 꽉 부여잡은 채 백유현을 노려보고 있었다.

역시 기본 능력치가 높다보니 단 한 방에는 끝나지 않았지만, 상관 없다.

한 방 먹여서 안 되면, 두 방 먹이면 되니까.

백유현이 그녀를 보며 싱긋 웃었다.

“똑바로 해. 진성연.”

그의 입가에 떠오른 미소가 짙어졌다.

“진짜 죽고 싶지 않으면.”

장내에 정적이 내려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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