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명부의 척살자
파앗!
[전투 대상의 신체 수치 정보]
[누더기 시귀 Lv.4]
[근력 32] [지구력 20] [순발력 9]
[지력 2] [근성 17] [체력 25] [집착 19]
그 순간 백유현의 눈앞에 정보창이 떴다.
무시무시한 근력에 체력!
놈의 특징이 한눈에 보였다.
순발력은 백유현에 비해 확실히 떨어진다.
창을 확인한 순간, 백유현은 그 점을 공략할까 생각했다.
그런데 지력 수치를 본 순간 그는 생각을 바꿨다.
놈의 지력 수치는 겨우 2.
지력이 거의 없다 시피한 수준이다.
지력이 2이면 그냥 본능대로 움직인다는 뜻이니까.
창을 확인한 백유현은 놈을 향해 달려 나가다 말고 급히 방향을 틀었다.
시험해볼 것이 있었다.
누더기 시귀를 피해 이리 저리 움직이던 그는 특이한 점 하나를 발견했다.
‘역시!’
생각대로였다.
지력 2가 뜻하는 바가 어떤 것인지 그는 눈치 챈 것이다.
놈은 너무도 정직하게 백유현의 움직임에 반응하며 움직이고 있었다.
백유현이 왼쪽으로 가면 왼쪽으로 향하고, 오른쪽으로 달리면 오른쪽으로 틀어서 온다.
이 정도면 놈을 속이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백유현은 놈을 보며 씩 웃었다.
‘자, 지옥으로 돌아갈 시간이야!’
백유현은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침 그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좋아!’
아무리 지력과 순발력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놈의 근력과 체력은 무시무시했다.
아마 잡히면 그냥 죽는 것으로 끝나진 않을 것이다.
갈가리 찢겨 나가 죽어가겠지.
그리고 지금 백유현의 힘으로는 놈이 잡아채는 악력을 이길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놈에게 접근해서 놈의 두개골을 박살내고, 그 안의 뇌에 타격을 줘야 한다. 아령을 던진다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놈의 머리통을 정확하게 맞춘다는 것은 매우 힘든 것이고, 맞춘다 해도 일반 시귀처럼 한 두 방으로 해결될 상대도 아니었다.
백유현은 손에 든 망치에 힘을 주었다.
이제부터 놈이 활약을 해줘야 할 시간이었다.
파앗-
남은 선지를 온 몸에 다 펴 바른 백유현은 다시 움직였다.
지독한 썩은 내가 풍겼지만, 백유현은 개의치 않았다.
썩은 피 냄새가 짙을 수록 이 계획이 성공할 확률은 올라간다.
“그워어어어-”
썩은 피 냄새가 짙어지자 누더기 시귀가 더욱 포악해졌다.
그리고 미친 듯 흥분하며 백유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자, 어서 와라!”
백유현은 놈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내달렸다.
놈을 향해서가 아니었다.
그가 향하는 곳은...
수많은 창이 꽂혀 있는 무기 진열대!
훈련용 창이 아닌, 실전용 창들이 앞으로 뉘인 채 꽂혀 있는 그곳이었다.
마치 달려드는 기사(騎士)들을 저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창병이 연상될 정도로 빽빽하게 꽂혀 있는 장창 진열대!
백유현은 바로 그곳으로 놈을 유인해서 처박아 버릴 생각이었다.
물론 데미지는 없을 것이다.
누더기 시귀의 특성상, 날붙이에 대한 내성이 있으니까.
그런데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면?
“그워억!”
놈이 달려들었다.
백유현은 수많은 창 앞에서 가만히 서서 놈이 달려들기를 기다렸다.
온다.
놈의 입에서 뿜어지는 썩은 내가 풍겨난다.
그리고...
“그워어억!”
놈이 커다란 손을 휘두르며 전력을 다해 백유현을 덮치려는 찰나, 백유현이 옆으로 몸을 굴렸다.
콰직!
그와 동시에 누더기 시귀의 몸이 단단한 창끝에 꿰뚫렸다.
“그워어어!”
수도 없는 창날이 놈의 몸을 꿰뚫고 비죽 튀어나와 있었다.
놈은 빠져나오려 발광을 했지만, 워낙 많은 창에 꿰뚫려서 그것도 여의치 않았다.
백유현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바로 누더기 시귀의 뒤를 노려 달려들었다.
그가 달려들자, 누더기 시귀의 뒤통수에 달린 하나의 눈이 크게 뜨였다.
핏줄이 죄다 터져 검붉은 색으로 물든 눈이 백유현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워어어어!”
누더기 시귀가 발악을 했다.
보지 못했으면 모르되, 백유현이 망치를 들고 달려드는 것을 발견했는데 가만히 있는 게 이상한 것이었다.
“하아앗!”
하지만 백유현은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망치를 내리쳤다.
빠악-
“크웨에엑!”
단단한 쇠로 만들어진 망치가 놈의 뒤통수에 달린 눈동자를 박살내듯 파고들었다.
검은 핏물이 튀고, 누더기 시귀가 미친 듯 몸부림쳤다.
빠악- 빠각-
하지만 백유현은 한 번 잡은 승기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연속해서 놈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망치의 회전력이 그대로 전달되며 놈의 두개골을 강타했다.
와직! 콰득!
단단하던 놈의 두개골이 골절되는 소리가 울렸다.
뒤통수의 눈은 이미 짓이겨져 형태를 알아볼 수가 없을 정도가 되어 있었다.
퍼석!
그리고 어느 순간 놈의 뒤통수에서 괴이한 소리가 들리더니, 누더기 시귀의 몸이 축 늘어졌다. 기분 나쁘게 백유현을 노려보던 눈도, 뇌를 보호하던 두개골도 완전히 박살난 후였다.
“후우...!”
백유현은 소매를 들어 얼굴에 묻은 피를 슥 닦았다.
복면 위로도 상당한 핏물이 튀어 있었다.
시독은 없으니 걱정할 것은 없었다.
놈이 얼마나 난리를 쳐놨는지, 놈이 창대에서 빠져나오려 몸부림치던 사이 놈의 양옆에 있던 창대들 수십 개가 모조리 꺾여나가 있었다.
그 엄청난 악력에 잡혔다면 백유현은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때 상태 창 하나가 떠올랐다.
[얼굴 없는 자의 임무를 부분 완료하였습니다]
[시귀의 소멸 2/10]
[일반 시귀 한 구를 소멸시켜 400의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누더기 시귀 한 구를 소멸시켜 600의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누더기 시귀는 시귀들의 우두머리로서 옥졸들을 여럿 찢어 죽이고 탈옥하여 차사들의 추적 대상이 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누더기 시귀를 소멸시켰기에 얼굴 없는 자의 대리자가 감사를 표합니다]
[얼굴 없는 자의 대리자가 당신에게 특별 보상을 주기를 원합니다]
[특별 보상을 받으시겠습니까?]
백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특별 보상을 준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으니까.
[얼굴 없는 자의 대리자의 특별 보상을 받았습니다]
[‘명부(冥府)의 척살자’ 호칭을 얻었습니다]
[명부의 척살자 호칭의 획득으로 이제부터 모든 종류의 영체를 소멸시킬 때마다 당신은 30 퍼센트의 경험치를 더 얻습니다]
[이제부터 모든 종류의 영체를 상대할 때마다 당신의 신체 능력치가 한시적으로 10 퍼센트 증가합니다]
[1 회에 한하여 이미 잡은 영체에 대한 경험치가 두 배로 오릅니다]
[대상 영체 : 누더기 시귀]
[누더기 시귀를 잡고 얻은 경험치가 600에서 1,200으로 올랐습니다]
[다음 레벨까지 200 경험치가 남았습니다]
[당신에 대한 명부(冥府)의 관심도가 크게 올라갑니다]
[얼굴 없는 자가 당신에게 호의를 보입니다]
[죽음을 수습하는 자가 당신에게 머리를 숙여 보입니다]
엄청난 내용이었다.
몬스터는 몰라도, 영체를 잡으면 이제부터 얻을 수 있는 경험치가 무려 30 퍼센트가 더 늘어나는 것이다.
세상은 넓고 영체는 많다.
그리고 아마 명부에 큰 균열이 생겼다고 하니 앞으로도 수많은 영체들이 현 세계로 쏟아져 나올 것이다.
물론 놈들은 결코 보통 놈들은 아니다.
지금 잡은 시귀만 해도, 그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귀신(鬼神)은 아니다.
오히려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귀신들은 이런 영체들이 나타나는 순간 도망치기 바빴다.
급이 다르다는 뜻.
그런 놈들이 지금 수도 없이 풀려나고 있었다.
하지만 백유현에게는 오히려 완벽한 기회가 만들어진 셈이었다.
이른 바 귀신 잡고 엄청난 레벨업을 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백유현은 피로 물든 망치를 들고 뒤를 돌아보았다.
뒤에, 놈들이 있었다.
“그어어어-”
백유현이 누더기 시귀를 개잡듯이 패 죽이는 바람에 그 기세에 눌렸는지 감히 접근도 못하고 있는 두 시귀.
“알고 있나보네? 이제 너희 차례야.”
백유현이 놈들을 보며 마른 미소를 지었다.
빠각-
그리고 뭔가 박살나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
“엉? 이 창대들이 왜 이런 거야!”
그날따라 아침 일찍 일어난 김수성은 몸을 풀 겸 훈련 동에 왔다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창대 수십 개가 모조리 박살이 나 있었고, 특히 한 가운데 있는 창대의 창날은 하룻밤 사이에 녹이 슬어 있었던 것이다.
“뭐야! 이건 또!”
김수성은 두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무기는 생명이다- 그는 그렇게 배웠었다.
그런데 어떤 자식이 이런 짓을 해놨단 말인가!
“어떤 자식인지 잡히면 아주 가만 안 둘 줄 알아!”
훈련 동에는 CCTV가 없다.
자신이 훈련하는 모습을 공개하길 꺼려하는 각성자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별 문제 없이 지금까지 지내왔는데, 갑자기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 사달에 다른 교관들은 물론, 팀장인 황정국까지 현장에 출동했지만 누가, 왜, 어떻게 이랬는지 알 수가 없었다.
도저히 이해가 불가능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그들이 유추한 결론은 단 하나.
- 이곳에서 몬스터와 싸움이 있지 않고서야 이런 상황이 벌어질 수는 없다!
그래도 그것은 적절한 답변은 되지 못했다.
여기는 노블레스 멤버스 한국 본부.
이런 곳에 몬스터가 출몰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
“다들, 오늘부터 훈련 동에 긴급 순찰을 돌도록 한다.”
결국 황정국이 내린 결론은 그것이었다.
교관들은 울상이 되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어쨌든 이런 일이 자신들 모르게 일어난 것은 확실한 사실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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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귀 사냥에 성공하여 400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명부의 척살자’ 호칭의 효과로 120 경험치가 더해집니다]
[각성자 레벨이 3으로 올라갑니다]
[무작위 신체 능력치 1이 올라갑니다. 행운 1 증가]
[가용한 신체 능력치 2가 주어집니다]
[레벨 3이 되어 ‘체력’ 슬롯이 추가됩니다]
[근력 16] [지구력 11] [순발력 11] [행운 9]
[정신력 12] [지력 18] [근성 15] [체력 10]
이후 추가될 수 있는 능력 슬롯 수 [??]
가용한 신체 능력치 2
(지력 적용 불가)
...
[시귀 사냥에 성공하여 400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명부의 척살자’ 호칭의 효과로 120 경험치가 더해집니다]
[시귀 사냥에 성공하여 400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명부의 척살자’ 호칭의...]
[시귀 사냥에...]
지금 훈련 동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고 있는 백유현은 숙소에서 어제 있었던 일을 떠올리고 있었다.
어제 누더기 시귀 이후 잡은 시귀는 두 마리가 전부가 아니었다.
뒤늦게 피 냄새를 맡고 몰려든 세 마리의 시귀가 더 있었던 것이다.
누더기 시귀를 잡은 판에, 일반 시귀 잡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놈들에게는 접근할 필요조차 없었다.
이미 준비된 아령을 던져 머리통을 박살내면 끝이었으니까.
누더기 시귀라면 그걸 맞고도 멀쩡했겠지만, 일반 시귀는 그대로 머리가 터져나가며 소멸했다. 덕분에 어제 총 일반 시귀 여섯 마리에 누더기 시귀 한 마리를 잡게 된 것이다.
총 일곱 마리.
백유현은 놈들을 잡으면서 ‘명부의 척살자’ 호칭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
호칭을 얻은 후 잡은 다섯 마리의 시귀를 잡고 얻은 경험치는 총 2,600.
그리고 보게 된 하나의 창.
[각성자 레벨이 4로 올라갑니다]
[무작위 신체 능력치 1이 올라갑니다. 근력 1 증가]
[가용한 신체 능력치 2가 주어집니다]
[근력 17] [지구력 11] [순발력 11] [행운 9]
[정신력 12] [지력 18] [근성 15] [체력 10]
이후 추가될 수 있는 능력 슬롯 수 [??]
가용한 신체 능력치 4
(지력 적용 불가)
다음 레벨까지 총 3,420 경험치가 남았습니다.
하룻밤 새에 레벨이 2가 오른 것이다.
무시무시한 얘기가 아닐 수 없었다.
그래도 아직은 조명재 같은 타고난 녀석들에 비해 모자라지만, 전처럼 턱없이 당할 정도는 아니었다.
백유현은 가용 신체 능력치를 죄다 순발력에 투자했다.
실전을 겪어보니, 순발력이 얼마나 중요한 수치인지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조명재와의 싸움에서 순발력에서 밀려버리니 제대로 회피도 못하고 그렇게 일방적으로 당한 것이다.
조셉이 제 때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백유현은 지금쯤 어떻게 되어 있었을까?
[백유현의 신체 능력치]
각성자 레벨 4
[근력 17] [지구력 11] [순발력 15] [행운 9]
[정신력 12] [지력 18] [근성 15] [체력 10]
이후 추가될 수 있는 능력 슬롯 수 [??]
가용한 신체 능력치 0
서서히 밸런스 형으로 잡혀 가는 백유현의 능력치 창이었다.
아직 잡아야 할 시귀는 세 마리.
놈들을 잡아야 명부의 임무가 끝난다.
귀신을 볼 수 있다는, 그 동안 저주 받았다고 생각했던 그 능력 덕분에 백유현은 생각지도 못한 행운을 얻게 되었다.
‘마무리를 지어볼까?’
오늘 밤, 백유현은 나머지 시귀 세 마리를 잡을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