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잡고 폭렙업-22화 (22/166)

22. 누더기 시귀

시귀(屍鬼).

명부에서도 이렇듯 수많은 차사들이 출몰했을 정도면, 엄청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상황을 수습하는데 도움을 준다면 분명히 염라에게 상당한 호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백유현은 이번에는 훈련 동으로 가지 않았다훈련 동에서 하는 육체훈련으로 몸을 단련시키는 것은 한계가 있다.

대신, 삼일 내에 시귀들을 잡고 임무를 완료한 보상으로 신체 능력치를 얻어서 강화시키는 게 낫다.

주어지는 신체 능력치가 무려 4다.

이번에도 지력에는 적용 불가겠지만, 신체 능력치 수치 1이 얼마나 엄청난 차이를 보이는지 이제는 뼈에 사무치게 알게 되었다.

단 1의 차이만으로도 전투의 승패가 갈려 버린다.

‘자, 시귀라면.’

시귀는 시체를 먹는 자들이다.

사실 귀신들이 피 냄새와 신선한 고기 냄새를 무척 좋아하는 것은 당연하다.

‘좋아, 이번에도 미끼를 이용하자.’

놈들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이번에도 미끼가 필요할 듯했다.

하지만 백유현은 이번에는 생각을 달리했다.

돼지고기를 걸어 놓고 하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놈들을 빠르게 한 곳에 모을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으니, 일일이 놈들을 찾아다닐 수가 없었으니까.

게다가 이번에는 상대의 숫자가 열 마리나 된다.

덫을 놓고 일일이 잡아나가기에는 심력 소모도 크고, 시간 낭비도 심했다.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답은 하나다.

‘어차피 놈들은 나에게 몰리게 되어 있어. 그러면 불을 좀 질러볼까?’

안 그래도 원한의 핏자국이 각인되어 원혼들이 백유현에게 자연스레 몰려드는 상황이다.

아마 시귀들도 비슷하게 백유현에게 이끌리고 있겠지.

하지만 역시나 사방에서 느껴지는 불멸자들의 포스에 눌려서 제대로 나타나지 못하는 것이다. 아직은 놈들의 이성이 본능을 억누르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백유현이 두 눈을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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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피를 좀 달라고? 오래된 피일수록 좋다고?”

김수성은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툭- 내뱉었다.

“유현아. 오해하지 말고 들어. 내가 정말 네가 걱정되어서 그래. 너 요새 무슨...흡혈귀나 뭐 그런 쪽에서 계약 제의를 받고 있는 거야? 혹시 말이야, 노스페라투(Nosferatu)나 그런 불멸자가 접근한건 아니냐고?”

노스페라투.

일반적으로 드라큘라라고 알려진 흡혈귀의 조상 격의 불멸자였다.

티어는 3.

그렇다고는 해도 피를 흡수하면 체력이 회복된다거나, 피로 그려내는 저주의 펜타그램(Pentagram, 오망성)등은 상당한 힘을 가지고 있다.

대현자 숙고하는 자, 오베론을 계약자로 둔 중국의 리펑에 의해 밝혀진 몇몇 불멸자들의 정보로 그의 정체가 공개되었는데 꽤 높은 티어에, 누가 봐도 상당히 구미가 당기는 능력치들에 많은 각성자들이 계약을 노리고 있는 불멸자였다.

백유현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런 거.”

“흐음...저번에도 말했지만, 우리 상식적인 선에서 사고를 쳐도 치자. 요새 너 하는 행동 보면 내가 다 심장이 철렁거린다.”

백유현이 웃었다.

“네, 교관님.”

“좋아...그렇다면...”

김수성은 턱을 만지작거리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런 거라면 소나 돼지의 선지가 딱이겠지! 가자, 안 그래도 싱싱한 선지들 들어왔다고 자랑하더라.”

해장국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선지.

김수성은 백유현에게 필요한 것을 제대로 짚어낸 것이었다.

“어이, 장 셰프. 선지 좀 줘봐. 좋은 거 말고 찌꺼기라도 좋으니까.”

장 셰프라고 불린 덩치가 큰 주방장이 인상을 썼다.

잘 발달한 근육, 그리고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

그 역시 각성자였다.

요리를 워낙 좋아하여 이곳에서 상주하며 베타 프로젝의 훈련생들을 먹이는데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사내.

지금은 사람 좋게 보이지만, 카오스 터미널에서 그의 포지션은 딜러.

그것도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딜을 뽑아내는 누커(Nuker)였다.

알고 보면 무시무시한 존재인 것이다.

“어허, 주십시오? 라고 못하겠어?”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얼른 줘! 바빠!”

“그런데 또 저 녀석 때문이야? 저번에 돼지고기 받아간 거 혼자 다 꿀꺽했다며? 자식, 몸은 말라가지고선 의외네. 그래서 이번에 명재 녀석을 이긴 건가?”

장도균 셰프.

그도 이번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아무튼 옛다! 좋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신경 쓴 거다. 음 대략 십 킬로 정도 되겠네.”

“고맙다. 장 셰프. 맥주 쏠게!”

“어, 고생해라!”

동기에게 손을 흔들어 보인 김수성은 받아온 선지를 백유현에게 내밀었다.

“여기 있다. 어디 가서 혼자 해장국을 끓여먹든 뭘 하든 상관은 안하겠는데, 제발 사고만 치지 마라.”

“감사합니다. 교관님.”

꾸벅 고개를 숙이는 백유현을 보며 김수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내 교관 생활이 벌써 몇 년째이지만, 너처럼 특이한 놈은 정말 처음이다. 아무튼 알았으니 가 봐!”

“네.”

백유현은 바로 등을 돌려 사라졌다.

“아, 저 자식 진짜 궁금하단 말이야...저걸 쫓아가 말아? 이거 교관 체면에 훔쳐볼 수도 없고...에라, 모르겠다! 오늘도 승미랑 맥주나 한 캔 하자.”

워낙 별의별 각성자들이 많기에 그러려니 하는 김수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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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지.

손에 들린 선지가 묵직하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백유현은 선지를 일단 바깥에 놔두었다.

후덥지근한 날씨가 선지를 곧 부패시킬 것이다.

‘그 동안은 훈련을 좀 해볼까?’

이제 준비는 마쳤다.

백유현은 그 동안 망치와 단검을 자연스럽게, 그리고 정확하고도 빠르게 쓸 수 있도록 단련을 해둘 생각이었다.

상대는 인간 형(形)으로 유추되는 시귀.

인간들과의 싸움은 이미 겪어보았다.

일단 장준식과의 싸움이 그의 머릿속에서 빠르게 복기가 되었고, 그 다음은 조명재와의 싸움이 전개되었다.

그리고 그가 보았던 수많은 각성자들의 진짜 싸움이 계속해서 머릿속에서 상기되었다.

이것이 그만의 독특한 가상 전투.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가장 효율적인 전투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생각은 곧 움직임이 되고, 움직임은 곧 뚜렷한 형태를 만들어낸다.

그렇기에 회피와 동시에 망치를 휘두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머슬 메모리, 즉 근육 기억이라 부르는 것.

의도하지 않아도 근육에 기억된 동작이 자연스레 펼쳐지도록 평소에 단련을 해둬야 하는 이유였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바깥에 내어 놓은 선지에서 썩은 내가 풍기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신선한 피를 굳혀놓은지라, 부패하는 속도도 상당히 빨라진 것이다.

백유현은 그 선지를 들어다가 자신의 단련복에 골고루 묻혔다.

이렇게 되면, 백유현 자체가 미끼가 된다.

거기다 더해 ‘원한의 핏자국’의 저주까지 합쳐지면...

‘미친 듯 달려들겠네.’

백유현은 바로 그 점을 노리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온갖 귀신들이 자신에게 몰려들겠지.

시귀뿐만 아니라, 수많은 귀신들이.

하지만 백유현은 그에 대한 대비책도 이미 세워놓고 있었다.

놈들이 이곳 노블레스 멤버스 본부 건물에 출몰하지 않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불멸자들이 뿜어내는 기운 때문이다.

그래서 백유현은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싸움 장소를 정해두었다.

아무래도 교관들이 있는 교관 동이 가장 그 느낌이 강할 것이다.

‘이 쪽은 세이프 존. 뭐, 사용할 일이 없길 바라지만.’

그는 그 수많은 원귀들을 상대하다 힘이 빠지거나 위기에 처하면, 바로 그쪽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동선을 확보해두었다.

그리고 훈련 동.

그곳에는 밤이 되면 불멸자의 기운이 상당히 약해진다.

당연한 얘기다.

각성자들이 각자의 숙소로 돌아가 잠을 자는 시간이니까.

숙소 내부에도 체력 단련을 위한 기구들이 마련되어 있는데 굳이 여기까지 올 필요가 없다.

‘훈련 동과 교관 동과의 거리는 백 미터. 그 정도면 되겠다.’

대략적인 동선이 짜였다.

이제는 놈들을 꼬여낼 일만 남았다.

‘그럼 시작해볼까?’

백유현이 두 눈을 빛내며 움직였다.

사방에 썩은 선지의 냄새를 풍겨내기 위해서였다.

썩은 시체를 먹는 시귀들이라면 분명 반응을 보일 것이다.

파아앗-

그런데 한 동안 사라졌었던 차사가 그의 뒤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와 동시에 백유현은 자신을 다가오는 뭔가의 느낌을 알아차렸다.

‘온다!’

철벅, 철벅-

마치 물에 빠진 자가 걸어오는 듯, 기괴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던 것이다.

그것은 한 놈의 것이 아니었다.

‘둘...셋...세 놈이다!’

놈들의 숫자를 파악한 백유현은 빠르게 훈련동으로 움직였다.

놈들은 차사가 붙어 있음에도 그에 개의치 않는다는 듯 더욱 빠르게 백유현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거 효과 좋은데?’

처음부터 세 놈이 걸려들었다.

그리고 백유현이 훈련 동에 들어서서 기다리고 있자, 놈들의 모습이 곧 드러났다.

‘윽!’

그 모습을 바라보던 백유현은 인상을 찌푸렸다.

얼굴은 이미 썩어 녹아내리고 있었고, 살점이라고는 완전히 썩은 살점만 덜렁거리며 붙어 있는 시체들이었다.

하나 같이 지독할 정도의 시취(尸臭)을 내뿜고 있어, 백유현은 절로 인상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 때, 백유현의 눈앞에 창이 떠올랐다.

[분류 명칭 : 시귀]

[예상 레벨 : Lv2 ~LV3]

[특징 : 느려 보이지만, 공격 시에는 상당히 빠른 모습을 보인다. 놈들의 숨결에는 독이 스며들어 있고, 손톱과 이빨에도 지독한 시독이 있으니 대응 시 주의!]

[약점은 전신. 특히 둔기류의 공격에 매우 약한 모습을 보인다. 검(劍) 종류에는 상당한 내성을 가지고 있다]

[명부의 임무, 시귀 열 구 처치의 임무 대상]

“그어어어-”

시귀들이 백유현을 발견했는지 비틀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백유현의 온 몸에 묻어 있는 썩은 선지피에 반응하고 있는 듯했다.

"좋아..."

백유현은 단단한 쇠망치를 손에 들고, 허리춤에 있는 단검을 다시 확인하더니 물에 적신 손수건으로 복면을 해서 단단히 둘렀다.

냄새와 독을 차단하려는 목적이었다.

‘접근전은 위험해.’

접근했다가는 독 숨결, 혹은 손톱이나 이빨에 스며든 시독(屍毒)에 당할 수 있다.

그래서 백유현이 준비한 게 있었다.

- 인마, 둔기가 좋은 게 뭔지 아냐?

그의 손에는 단단한 아령들이 들려 있었다.

- 수틀리면 냅다 던져서 맞춰도 엄청난 데미지를 줄 수 있다는 거야! 뭐, 하긴 그러려면 근력이 뒷받침 되어야 하겠지만.

언젠가 들었던 김수성의 말.

그래서 백유현은 이미 준비해두었다.

작은 아령들을 수도 없이 쌓아 놓은 채로.

근력은 이제 충분하다.

“그어어어-”

시귀들이 다가들었다.

그리고 백유현은 손에 들고 있던 아령을 한껏 뒤로 끌어당기더니 그대로 던졌다.

파아아앙-

아령이 날아가는 쪽에, 시귀 한 놈의 머리통이 있었다.

퍼석!

그리고 아령은 놈의 머리통을 정확하게 박살내며 스쳐 지나갔다.

“좋아!”

쿠당탕!

머리통이 박살난 시귀가 바닥에 쓰러졌다.

그런데 전혀 의외의 일이 벌어졌다.

“크웨에엑!”

옆에 있던 시귀들이 갑자기 바닥에 쓰러진 놈의 몸뚱이에 달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와득- 오독-

“저건...뭐야!”

그런데 백유현은 그곳을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그 뒤...

“그워어어어!”

지금까지의 시귀와는 전혀 다른 거대한 놈이 나타난 것이다.

놈의 온 몸은 서로 다른 수도 없이 많은 가죽들이 녹아 서로 눌어붙어 있었고, 썩어가는 냄새가 엄청 지독하게 풍겨났다.

놈은 훈련 동으로 들어서자마자 광기를 내뿜으며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 목표는 당연히 백유현이었다.

[분류 명칭 : 누더기 시귀]

[예상 레벨 : Lv4]

[특징 : 수많은 시체들의 가죽과 내장 등이 서로 들러붙어 만들어진 시귀. 그만큼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으며 둔기류의 공격에도 상당한 피해 흡수를 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다행히 시독은 느껴지지 않는다]

[최대 약점은 후두부에 달린 제 3의 눈. 두부 쪽도 둔기류로 상당한 데미지를 줄 수 있다]

[명부의 임무, 시귀 열 구 처치의 임무 대상]

‘하...!’

난리 났다.

저 거대한 놈은 아무래도 백유현을 노리고 달려오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워어어어-”

쿵쿵쿵-

백유현은 잠시 고민했다.

후퇴를 할까, 아니면...

잠시 고민하던 백유현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잡아야 할 놈이야.”

여기서 물러선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다.

아마 저 놈도 백유현이 잡아야 할 시귀 열 마리 중 하나일 테니까.

백유현은 망치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파앗-

그리고 놈에게 그는 날듯이 내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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